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08화 (208/226)
  • 제 208화

    제208편 어린 황제와, 케한(1)

    “와아!”

    케한은 엘로나, 샤를로트와 함께 교국에서 유일한 항구이자 헤르만 자작이 다스리고 있는 영지, 나가사로 나왔다.

    그곳 정중앙에 위치한 높은 건축물에 입을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은 케한.

    그런 케한의 모습에 옆에서 있던 샤를로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하일님을 모시고 있는 교회랍니다.”

    “이 건물이 교회라구요?”

    하늘을 뚫을 듯 날카롭게 치솟은 여러 개의 첨탑, 그리고 그 첨탑을 연결한 낮은 건물들.

    그 거대한 위용에 감탄하던 케한은 옆에서 들려오는 샤를로트의 설명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판게아 대륙에도 물론 교회가 존재했지만, 국교 선언식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교회가 작았고, 수도 적었다.

    물론 지금 제국과 귀족들의 지원을 받고 한창 공사하고 있지만, 이렇게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지는 못할 것이다.

    케한의 눈앞에 있는 교회는 크기도 크기지만, 아름다움과 전통이 공존하는 예술 작품과도 같았다.

    아무튼, 그런 샤를로트의 설명에 가만히 있던 엘로나와 메이슨 또한 놀란 표정을 지으며 교회의 첨탑을 올려다보았다.

    대앵!

    그때, 주변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에 케한과 엘로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가만히 있던 메이슨은 품속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적습일지도 몰라 긴장했던 것이다.

    “걱정 마세요, 그냥 종소리니까요.”

    그런 셋을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은 샤를로트.

    그녀가 안심하라는 듯 말하자 엘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웬 종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린단 말인가?

    대앵!

    그때, 다시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와!”

    그제야 그 종소리가 교회, 뾰족하게 솟아 있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종에서 난 소리인 것을 깨달은 케한이 손가락으로 그 종을 가리키며 감탄했다.

    벌컥.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열린 교회의 거대한 문.

    거대한 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얀색의 바탕에, 별 모양의 문양이 각인된 책을 들고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평민들은 물론,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귀족까지.

    섞이기 쉽지 않은 이들이 한 공간에서 나오는 모습에 케한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부…… 미하일을 믿는 교인들입니까?”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이슨이 입을 열었다.

    그런 메이슨의 물음에 샤를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신님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사람들의 생활에 신님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요, 밥을 먹을 때도 일용할 양식이라며 신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또 신님을 모시는 교회에서 교육을 받으며, 신님의 가르침을 배워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어릴 때부터, 또 그들의 부모가 어릴 때부터 이어오던 생활 관습이지요.”

    긴 샤를로트의 설명에 메이슨과 엘로나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을 모시는 나라라고 해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렇게나 인간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짐작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에서 나오는 모든 이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밝았다.

    판게아 대륙에 존재하는 철학자들은 말했다.

    종교는, 인간의 나약함을 알려주는 매개체라고.

    자신의 무능력함을 부정하고, 그 감정을 다른 존재에게 원망하며, 또 자신의 욕심을 위하여 바라는 것을 다른 존재를 신격화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트레이 교단의 등장으로 그 이야기는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판게아 대륙에는 그 철학을 받들며, 무신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트레이 교단은 그들을 존중하고 말이다.

    한데 이곳에서는 그런 주의가 없나 보다.

    아니, 신은 무조건 있다고 믿고 있다.

    판게아 대륙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메이슨과 엘로나는 다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 저 들어가 봐도 돼요?”

    가만히 교회를 올려다보며 감탄하던 엘로나.

    그녀는 자신의 손을 잡으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묻는 케한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안으로 들어가 봐도 될까요?”

    “아…… 잠깐만요.”

    엘로나의 물음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은 샤를로트.

    그녀가 엘로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고개를 돌렸다.

    나가사에 도착하고, 샤를로트를 모시기 위해 황궁에서 나온 기사.

    루크를 바라보며 샤를로트가 부탁을 하자 루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교회로 걸어갔다.

    잠시 후.

    “들어오셔도 된다고 합니다.”

    교회의 관리자인 한 사제와 이야기를 마친 루크가 샤를로트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에 샤를로트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자 가시지요.”

    루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후 앞장선 샤를로트.

    그런 그녀의 뒤를 따르며 엘로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황족인 샤를로트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것이 나라의 주인인 황족의 권리이기에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황족의 길을 막는 순간, 황족 능멸 죄로 처형될 테니 말이다.

    한데, 황권이 약한 이곳에서는 황족인 샤를로트가 교회의 담당자인 사제의 허락을 맡고 손님을 들인다.

    이것이 모두 황권이 약해서 일어난 일.

    이런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수행하는 샤를로트가 살짝 안쓰러웠던 엘로나였다.

    잠시 후.

    “우와아!”

    교회에 들어선 케한은 높게 솟아오른 천장과 천장에 각인된 색색의 유리 장식들을 보며 감탄했다.

    “와아…….”

    “멋지군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그 햇빛의 빛을 받아, 유리창을 채운 색색의 유리들이 반짝였다.

    마치, 유리 공예의 장인이 만든 하나의 예술품과도 같았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엘로나와 메이슨마저 천장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그런 일행들의 앞에 선 한 중년 여인.

    검은색의 긴 원피스와 머리에 쓰는 긴 모자를 쓴 여인의 등장에 샤를로트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이에요, 에렐란트 수녀.”

    “어서 오세요, 공작님.”

    샤를로트의 인사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숙인 에렐란트.

    그녀의 인사에 샤를로트는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타 대륙에서 오신 손님들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미하일님은 그 누구라도 환영하니, 편하게 구경하다 가시지요.”

    샤를로트의 소개에 살짝 고개를 숙인 엘로나와 메이슨.

    그런 둘을 향해 에렐란트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호의 어린 에렐란트의 말에 엘로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고, 에렐란트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인 다음 물러갔다.

    그녀가 사라지고,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메이슨이 입을 열었다.

    “저 여인, 강하군요.”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을 느낀 메이슨.

    그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샤를로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수녀가 되시기 전에는, 저희 제국의 황실마법사였습니다.”

    “어찌 지금은…….”

    샤를로트의 설명에 메이슨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황실마법사가 교회의 수녀가 되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샤를로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원래, 신앙심이 투철하신 분이었지요, 전 전대, 제 할바마마가 황제일 때 활약하셨던 분인데, 자녀분들을 일찍 잃고 모든 권력과 재산을 버리고 수녀의 길로 돌아선 분이지요, 지금은 뒤에서 폐하와 저를 도와주신답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싱긋 미소를 지으며 샤를로트가 말하자 메이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 문화가 다르군요.”

    “교류가 적다 보니 그렇지요.”

    메이슨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샤를로트.

    엘로나는 그런 샤를로트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

    그때, 아무도 없는 교회의 문을 열고 들어선 한 소년.

    그 소년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샤를로트를 부르며 다가왔다.

    “폐하!”

    갑작스러운 소년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샤를로트.

    그녀가 예를 갖추며 인사를 올린 다음, 자신의 앞에 멈추어 선 소년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곳까지 직접 행차하셨습니까?”

    자신의 동생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주인인 소년.

    그 소년을 향해 샤를로트가 핀잔을 주듯 말하자 소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누님께서 오셨다는데, 어찌 가만히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모시러 왔습니다.”

    “폐하, 폐하는 제국의 주인이십니다, 체통을 지키셔야 합니다.”

    그런 소년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샤를로트.

    그녀가 이내 미소를 지우고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소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잔소리가 깁니다.”

    “폐하…….”

    인상을 찌푸리며 대놓고 잔소리하지 말라는 소년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샤를로트.

    그녀가 자신의 동생이자 신성제국, 아니, 이제는 신성교국의 무늬만 황제가 되어버린 아이작을 바라보며 옆에 멀뚱히 서 있는 엘로나와 메이슨, 그리고 케한을 가리켰다.

    “타 대륙에서 오신 귀중한 손님입니다.”

    “아…… 그 무례한 황태자?”

    샤를로트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작.

    그가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한 다음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황태자인가?”

    “폐하! 황태자 전하에게 실례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황태자 전하의 마법사인 메이슨 경입니다.”

    “아 그런가? 미안하군.”

    샤를로트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작.

    그가 메이슨에게 사과했고 메이슨은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조금은 안하무인과도 같은 아이작의 행동과, 황태자 전하를 무례하다 칭한 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대는?”

    “하이아칸 왕국의 왕녀, 엘로나라고 합니다.”

    “폐하, 존칭을 사용하십시오.”

    아이작의 물음에 정중히 고개를 숙인 엘로나.

    그런 엘로나를 보며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옆에서 들려오는 샤를로트의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는 누구냐?”

    샤를로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멀뚱히 서 있는 케한을 바라보며 물은 아이작.

    그런 아이작의 물음에 아까부터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케한이 갑자기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자신의 형님인 요한이 늘 짓던 자세, 짝 다리를 짓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알아서 뭐하게?”

    마지막으로 형님이 사용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감히,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형님에게 무례하다 하고, 예의 없이 엘로나 누나와 메이슨 형을 대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케한이 세게 나온 것이다.

    “뭐라?”

    그런 케한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린 아이작.

    그가 언성을 높이며 케한을 바라보자 케한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요한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보다 못생긴 놈이. 말귀도 못 알아듣네.”

    “아…….”

    케한의 입에서 나온 상스러운 말.

    그에 엘로나는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이래서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다. 요한에게서 못된 것만 배운 케한의 모습에 엘로나는 한숨을 내쉬었고.

    “역시!”

    메이슨은 박력 넘치는 케한의 모습에 양 주먹을 강하게 쥐며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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