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7화
제207편 동맹
띠링!
임무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날.
나는 나의 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알림 소리에 두 눈을 떴다.
두 눈을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의 눈앞에 보이는 반투명한 홀로그램 창.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헤르만 자작의 생각이 정리가 되었나 보다.
아주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에 나는 하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대륙의 천재, 세계수의 수호자.
힘 67 (+2) 민첩 67 (+2)
체력 64 (+2) 마나 77 (+2)
행운 59 (+2) 위엄 110 (+2)
매력 115 (+2) 신성력 37 (+2)
시뮬레이션 진척도
37/50 → 37/40
흐음…… 많이 컸다.
상태창에 적힌 스탯을 하나하나 읽어가던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륙에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둔재에서 대륙의 천재까지, 참 길었다.
그렇게 나는 새삼 감회를 느끼며 상태창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뭐야……?”
그렇게 모든 상태창을 읽고.
나는 맨 아래, 바뀐 시뮬레이션 진척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50이라는 숫자가 40으로 바뀐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바뀌었네.-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와 같이 상태창을 빤히 바라보는 크산느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 나는 녀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이러는 거야?”
-네가 너무 강해져서.-
나의 물음에 다시 침대에 얼굴을 파묻으며 대답한 크산느.
그런 크산느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너무 강해져서라고?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에 내가 크산느를 가만히 바라보자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시스템에서 정한 한계에 예상보다 더 빨리 다가가고 있어서, 시스템 자체에서 임무를 조절하는 거라고.-
“헐…….”
크산느의 대답에 나는 그대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너무 강해져서 시스템이 더 이상 나를 도와줄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 아닌가?
그에 나는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무능했던 전생과 달리.
회귀 이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 바로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다.
내가 선택한 천재 시뮬레이션을 이루어주기 위해 나를 향해 끊임없이 임무를 내려주었던 시뮬레이션.
나는 그 임무를 수행해오며 강해졌다.
한데 이제…… 끝이라고?
이제 세 개 남았다.
세 개의 임무를 더 수행하면, 이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끝이 난다.
괜히…… 섭섭했다.
-야, 정신 차려.-
그런 섭섭한 마음에 멍한 표정을 짓던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이 임무가 끝이 나면 너는?”
에르님의 명으로 나를 회귀시키고, 임무를 주게 한 크산느.
그런 녀석을 보며 내가 묻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지.-
“그곳이 어디인데?”
옛날부터 궁금했다.
크산느의 진정한 정체가.
나의 물음에 크산느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말 돌릴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두 눈에 힘을 주며 말하는 나의 모습에 크산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고대시절, 트레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냐?-
갑작스러운 크산느의 물음.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대시절의 유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 마지막 황제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저 무능하여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에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크산느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것부터 알아봐.-
“왜? 뭔데?”
그런 크산느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크산느에게 물었다.
하지만 크산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크산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나는 침울한 크산느의 표정과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똑똑.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누구야?”
“칼론.”
나의 물음과 동시에 밖에서 들려오는 대답.
그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들어와.”
벌컥.
나의 허락과 동시에 열린 방문.
나는 근처 테이블에 마련된 물을 컵에 따르고, 물컵을 들어 물을 마시며 고개를 돌렸다.
“헤르만 자작이 찾아.”
그런 나의 모습에 문을 닫은 칼론.
그가 근처에 있던 소파에 걸터앉으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컵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씻고 갈게.”
“씻겨 줄까?”
“죽고 싶지?”
나의 말에 농을 던지는 칼론.
내가 그런 녀석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짓자 칼론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겠다. 참, 케한은?”
칼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이곳에 와서 신경을 쓰지 못한 동생을 떠올렸다.
그런 나의 질문에 피식 미소를 지은 칼론.
그가 입을 열었다.
“샤를로트 공작이 데리고 구경시켜 주고 있어.”
멈칫.
칼론의 말에 잠시 멈칫한 나.
내가 고개를 돌려 칼론을 보자 칼론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걱정 마, 엘로나 왕녀도 함께니까.”
에효, 놀라라.
칼론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욕실에 들어섰다.
어서 씻고 헤르만 자작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어떻게 나올까?
나에게 화를 낼까? 아니면, 나에게 고마워할까?
기대된다.
아이 재미있겠다.
* * *
“오셨습니까.”
식당에 들어선 나를 격하게 반겨주는 헤르만 자작.
나는 어제와 달리, 환한 미소를 짓는 자작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그런 헤르만 자작의 옆에서 어제와 달리 단정한 차림으로 예를 차리는 소년.
사란과 교황의 사이에서 태어난 헤이가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헤르만 자작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초대해주어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앉으시지요.”
나의 인사에 고개를 가로저은 자작.
그가 나에게 자리를 권했고 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왕녀님과 메이슨 경은……?”
“제 동생과 놀아주고 있습니다.”
주변을 살핀 헤르만 자작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그에 헤르만 자작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의 옆에 있는 칼론과 문 앞에 시립하고 있는 샌드를 바라보았다.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씨익.
그 둘을 향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헤르만 자작의 말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끄덕.
나를 바라보는 칼론과 샌드의 모습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칼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샌드는…….
“저는 황태자 전하를 모시는 시종,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실하게 나의 시종 역할을 하고 있다.
기품 어린 미소와 자세로 정중하게 거절하는 샌드의 모습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에 헤르만 자작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꼴값 떨지 말고, 앉아.”
“넵.”
그리고, 낮은 나의 목소리에 샌드는 짧게 대답하며 냉큼 자리에 앉았다.
하여튼, 웃긴 놈이다.
“저기……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시녀가 따라 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던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헤이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뭐가 미안한데?”
“아…… 어제 소리 지르고…… 그런 거…….”
나의 물음에 헤이가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와인 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아버지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나?”
“네…… 덕분에.”
나의 물음에 싱긋 미소를 지은 헤이.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향해 말했다.
그런 헤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홀가분해 보여 나도 녀석을 따라 피식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렇게, 식사가 대충 끝이 나고.
나는 식탁 위에 얹어진 냅킨을 들어 입가를 닦았다.
“저…… 황태자 전하.”
“네.”
입가를 닦으며 정리하는 나를 부르는 헤르만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의 부름에 냅킨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그에 헤르만 자작은 어제, 내가 두고 간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식탁 위에 얹어 놓으며 입을 열었다.
“어제, 헤이와 함께 이 서류를 읽었습니다.”
“!!”
아들인 헤이와 함께 읽었다고?
생각지 못한 헤르만 자작의 말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서류는 사란이 약 17년 동안 저질러왔던 만행과 탈세 등 온갖 비리가 적혀있는 서류였다.
게다가, 사란과 교황의 부적절한 관계의 증거까지 빼곡히 적혀있다.
한데 그것을 아들인 헤이와 함께 봤다고?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헤르만 자작을 보자, 옆에 가만히 있던 헤이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제가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
헤이의 말에 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헤이를 바라보았다.
“제 어머니이기에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 또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
“제가 모든 것을 확인하고 제 생각대로 판단하고 싶었습니다.”
대견하다.
15살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행동하는 헤이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나의 가벼운 칭찬에 언제 심각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헤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끄덕.
헤이의 감사 인사에 대충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정했습니까?”
가만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헤르만 자작.
그가 나의 물음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저와 같은 피해를 본 귀족들에게 연락을 취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란은 병에 걸렸다고 거짓 소문을 내어 교황의 귀를 차단할 것입니다,”
“…….”
흔들림 없는, 단호한 헤르만 자작의 말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헤이를 바라보았다.
“괜찮겠느냐?”
“네,”
나의 물음에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헤이.
어떻게 보면 정이 없고, 차갑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나의 눈에는 훌륭하고 아주 대견했다.
아무튼, 단호한 헤이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제가 도울 것이 있습니까?”
“…….”
나의 물음에 헤르만 자작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나 보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나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자작.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이 서류를 주신 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게슈레와 블랙 문의 요원들이 알아온 비리의 증거들.
그것을 언급하며 헤르만 자작이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교황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연 헤르만 자작.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헤르만 자작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귀족들을, 정신 차리게 하고, 황제의 복원을 위한 명분으로 그들을 모으세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헤르만 자작.
그가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물었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나를 올려다보는 헤르만 자작을 내려다보았다.
“밑에서부터 흔들어야지요.”
받쳐주는 밑이 흔들린다면, 그 위에 있는 것은 흔들려 무너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