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5화
제205편 헤르만 자작(2)
띠링!
36. 진심으로 한 여인을 사랑한 사내.
우연히 그녀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말아버린 한 사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는 그녀의 모습에 사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녀의 미소를 지킬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다른 사내의 명에 의한 것.
진심으로 사랑에 빠져 모든 재산과 능력을 바치고 있는 사내를 구원해주자.
성공보상 : 올 스탯+2.
오랜만에 들려오는 달콤한 알림 소리.
사란을 향해 미소를 짓던 나는 나의 앞에 생성된 반투명한 알림창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다.
“부인, 듣지 마시오.”
임무의 설명을 읽고 있던 나는 분노한 어조로 소리치며 사란을 보호하는 헤르만 자작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노려보고 있는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것 못 느꼈나?”
“무엇을 말이냐!”
나의 물음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는 헤르만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을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가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계속해서 감소가 되는 것, 그리고 매주 교회에 가서 기도를 올린다는 핑계로 외박을 하고 오는 것.”
“……”
“그리고, 결정적으로 네 아들. 너랑 안 닮았…….”
“닥쳐라!!”
콰앙!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헤르만 자작은 붉어진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식탁을 강하게 내려쳤다.
역시, 헤르만 자작도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사란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애써 부인해왔던 것이겠지.
“대답해봐. 네 남편은 누구지?”
그런 헤르만 자작에게서 시선을 돌려 사란을 바라본 내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계속해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란이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당연히 제 남편은 이분입니다.”
나의 물음에 헤르만 자작의 팔을 잡으며 말하는 사란.
그런 사란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교황 개XX,”
“!!”
갑작스러운 나의 욕설에 두 눈을 크게 뜬 사란.
헤르만 자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노려보았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교황 사이비, 밤에 잘 서지도 않는 고X,”
“…….”
음…….
생각보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런 사란의 반응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사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교황은 44번째 부인을 좋아하지.”
“닥쳐!”
월척이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는 사란.
나는 그런 사란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에 한 번, 교황을 만나러 가도 교황은 44번째 부인에게 푹 빠져 너를 만나주지 않지.”
“닥쳐…….”
“그리고 교황은 네 아들을 자신의 아들이라 인정하지 않지. 자신과 똑 닮았음에도 말이야.”
“닥쳐!!!”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눈이 붉어진 사란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포크를 든 채 당장에라도 나를 죽일듯한 기세로 달려오는 사란.
퍼억.
하지만 나의 검인 칼론에 의해 저지되었다.
칼론의 가벼운 발길질에 벽으로 날아가 그대로 처박힌 사란.
나는 그런 사란을 무시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자작.”
“…….”
나의 부름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을 향해 품에서 돌돌 말린 서류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부서진 식탁 위에 얹어 놓았다.
“읽어, 저년은 내가 데려갈 테니까.”
“…….”
사란을 데려간다는 나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헤르만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의 모습에 안쓰러운 미소를 짓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끄덕.
나의 눈빛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엘로나.
그녀가 사란의 팔을 비틀며 그녀를 일으켰고, 그렇게 우리 셋은 식당을 벗어났다.
* * *
“너무 잔인했지 않아?”
메이슨이 없기에 나를 향해 편하게 말을 건넨 칼론.
그런 칼론의 물음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렇게라도 강하게 자극을 주어야 저년을 떼어 놓을 수가 있어.”
나를 따라온 블랙 기사단원들의 손에 잡혀 끌려가는 사란을 보며 내가 말하자 칼론은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그리고 나의 귀로 크산느의 칭찬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크산느의 칭찬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뜻이다.
그런 나의 뜻을 알았는지 크산느는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두 눈을 감았다.
“부디…… 잘 극복해야 할 텐데 말이야.”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엘로나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극복할 거야.”
“어떻게 확신해?”
나의 확신 어린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린 엘로나.
그녀가 나에게 물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미 옛날부터 자신의 부인을 의심해왔어. 애써 부정했던 그 사실을 내가 제대로 인지시켜주었고, 약 15년 동안 의심한 감정이 폭발되어 그녀가 죽일 듯이 미울 거야. 아마 잠시 후 그녀를 죽이기 위해 검을 뽑아 들걸?”
“…….”
“슬프네.”
나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문 엘로나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칼론.
나는 그런 둘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게 다 교황 그 미친놈 때문이야.”
* * *
“…….”
덩그러니 홀로 식당의 의자에 앉은 헤르만 자작.
그는 요한이 놔두고 간 서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것을 읽어야 할까?
머리는 읽으라고 하지만 마음이 거부했다.
저 서류를 읽었다가는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17년간 진심으로 사랑한 여인과 15년간 사랑을 베풀며 키워온 아들.
그 모든 것이 오늘 부정이 되었다. 여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으며 아들은 자신의 아들이 아니다.
그 무서운 진실을 누가 알고 싶을까?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지닌 인간이더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헤르만 자작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두 눈을 감았다.
‘어디 가는 것이오?’
주말마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마차에 오르는 부인.
그녀를 향해 묻자 부인은 특유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교회요.’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오? 이런 날도 교회를 가야 하오?’
아름다운 부인을 보며 나는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내가 투덜거리며 말하자 아름다운 부인은 나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만난 게 다 신님 덕분이잖아요. 그분에게 감사 인사 드려야지요.’
‘…….’
‘사랑해요 여보.’
부인의 말에도 나는 섭섭함이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
매주 주말마다 반복되었던 이야기.
그것을 떠올린 헤르만 자작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의심스러웠던 부인의 행동이 떠올랐다.
‘우리 아들, 너무 잘생겼구나.’
‘꺄하!’
3살의 어린 나이.
환하게 웃는 아들을 보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형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의문 섞인 목소리.
나는 그런 동생을 보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입 닥쳐라.’
‘형님, 아무래도 형수가 이상합니다. 매주 주말마다 사라지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이 아이…… 형님과 전혀 닮지 않았으며, 우리 핏줄에는 전혀 없는 금발입니다.’
‘네 이놈!’
감히…… 나와 그녀의 사이에서 나온 아들을 부정하다니!
선을 넘는 동생을 보며 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기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당장 저 놈을 포박하라!’
‘자작님!’
‘어서!’
화들짝 놀라는 기사에게 다시 호통친 나.
기사는 결국 동생을 포박했고 동생은 기사의 손에 이끌려가면서도 나를 향해 소리쳤다.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철저히 무시했다.
“카를…….”
피를 토하며 자신에게 충언을 하고 죽어버린 친동생 카를.
오늘따라 그 녀석이 너무 보고 싶었던 헤르만 자작은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와인 병을 들어 그대로 들이켰다.
벌컥, 벌컥.
시원하게 전부 마셔버린 헤르만 자작.
그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향해 와인 병을 던졌고,
쨍그랑!
유리로 된 와인 병은 맑은 소리를 내며 깨어졌다.
그리고…….
사락.
헤르만 자작은 요한이 놔두고 간 서류를 펼쳐 들었다.
* * *
“소란스럽구나.”
그 시각.
카노사는 오랜만에 자신의 양녀인 루멘과 식사시간을 가졌다.
그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소란스러움.
그에 카노사가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하자 루멘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너는 가만히 있거라.”
루멘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은 카노사.
그가 직접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주교님, 위험합니다.”
그런 카노사의 행동에 가만히 문 앞에서 시립해 있던 하인리히가 앞으로 나서서 만류했다.
그런 하인리히의 행동에 카노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뭐가 위험하다는 것인가?”
“암습일지도 모르니, 저와 함께 움직이셔야 합니다.”
카노사의 물음에 최악의 상황을 예로 들며 말하는 하인리히.
그의 대답에 카노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카노사의 허락에 고개를 숙인 하인리히.
그의 말에 카노사는 물론 루멘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벌컥.
“흐음…… 이상하구나.”
문을 열자 바쁘게 뛰어가는 기사들과 하녀들과 하인들.
그들의 급한 행보에 카노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하인리히는 몸을 돌려 카노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방에서 일단 기다리심은 어떠십니까?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하인리히의 말에 카노사는 고민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할아버지. 우리 기다려요.”
그때, 카노사의 뒤에서 루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멘까지 나서서 카노사를 설득시키자 카노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인리히를 바라보았다.
“조심하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인리히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은 하인리히.
그가 고개를 돌려 성기사단의 수석기사인 사내를 바라보았다.
“지키고 있거라.”
“네.”
하인리히의 명에 고개를 숙인 사내.
하인리히는 그의 어깨를 한번 다독여 준 다음 다시 몸을 돌렸다.
그때.
“비켜라! 비키란 말이다!”
울음 섞인 절규가 저택을 울렸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절규에 답하는 단호한 목소리.
“!!”
“…….”
저택을 울리는 목소리에 카노사와 루멘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둘은 이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하인리히를 바라보았다.
“후우…… 가시지요.”
그런 둘의 모습에 하인리히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고 카노사와 루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선 하인리히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