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04화 (204/226)

제 204화

제204편 헤르만 자작(1)

“메이슨.”

“네 전하.”

성녀와 샤를로트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던 나는 아까부터 가만히 앉아 있는 메이슨을 불렀다.

나의 부름에 자세를 바로잡으며 대답하는 메이슨.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콜드 가에 다녀왔지?”

“…….”

나의 물음에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메이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땠어?”

“제가 있던 흔적이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콜드 가문의 영지는 왕국이 회수했고, 왕국에서 파견한 귀족이 관리를 하고 있다.

거기에 끔찍한 일이 자행되고 있던 영주성을 카자르가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렸고, 눈치가 빠른 파견 귀족은 콜드 가의 모든 흔적을 없애버렸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메이슨을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뭐 같은 기억도 없애고 온 거지?”

나의 물음에 살짝 두 눈을 크게 뜬 메이슨.

그가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러고는 확신 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국 생활에 문제는 없지?”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 그리고 에르님의 보살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메이슨의 부모는 트레이 교단의 열렬한 신자이다.

매주 주말마다 교단에 방문하여 기도를 올리며, 매일매일 자기 전과 밥 먹기 전에 기도를 올리는 독실한 신자.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메이슨 또한 영향을 받은 듯하다.

메이슨의 교과서와도 같은 말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개뿔, 다 내 덕분이야.”

에르님 덕분이라고?

그 양반은 아무것도 안 했어.

나의 말에 메이슨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전하 덕분입니다.”

“그래, 나한테 잘해.”

“네!”

“그만 좀 생색내십시오.”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메이슨이 안쓰러웠던 것일까?

가만히 있던 칼론이 나에게 구박하듯 말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칼론을 바라보았다.

“사실이잖아?”

“에휴…….”

“야, 그 한숨 기분 나쁘다?”

“제 의도는 성공했군요.”

하 이 자식.

아주 까불까불 거리는 게 위즐리 저리가라다.

칼론을 잠시 노려본 나는 천장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고개를 들었다.

“내려와.”

터억.

나의 말과 동시에 천장에서 떨어진 한 명의 사내.

그 사내의 등장에 메이슨과 엘로나가 케한의 앞을 가로막으며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곧 익숙한 얼굴인 것을 알고는 긴장을 풀었다.

“알아본 것은?”

천장에서 떨어져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금발의 사내.

바로 나의 시종 중 한 명이자, 드라칸의 뒤를 이어 블랙 문을 관리하고 있는 게슈레였다.

나의 물음에 게슈레는 품속에서 돌돌 말린 서류를 꺼내 나에게 건네었고, 나는 그 서류를 받아 들고는 바로 펼쳤다.

그러고는 빽빽하게 적힌 글자 하나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는 모든 글을 읽었다.

-이런 시X.-

“미친 새X.”

서류 속에 적힌 수많은 끔찍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모두 읽은 나와 크산느는 동시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 나라, 정말 개판 같이 흘러가고 있었고, 위에 있는 한 놈이 진짜 상상하지 못한 미친놈이었다.

그에 분노한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서류를 다시 게슈레에게 건네었다.

“모든 증거는?”

“모두 확보한 상태입니다.”

나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게슈레.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빠르군.”

“이곳은 외부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며, 하나의 나라가 통치하고 있었기에 증거를 모으는 것과 정보를 종합하는 것이 쉬웠습니다.”

그렇군.

게슈레의 대답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 완전 개판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평화에 익숙해져 나태해졌겠지.

속으로 망해가는 이 나라를 비웃은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이곳부터 정리를 해야겠군.”

“네 준비하겠습니다.”

* * *

“어서 오십시오.”

잠시 후.

나는 유일한 항구인 나가사를 관리하고 있는 헤르만 자작의 식사 초대를 받았다.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온 집사를 따라 식당에 들어선 나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헤르만 자작을 볼 수 있었다.

“식사에 초대해주어 고맙습니다.”

그런 헤르만 자작을 보며 나는 식사 초대에 대한 감사의 예를 표했다.

그런 나의 인사에 헤르만 자작 또한 예를 표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 제 부인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헤르만 자작의 옆.

갈색의 수수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단아한 여인을 자작이 소개했고, 그에 헤르만 자작부인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주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가득한 귀부인이었다.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반갑습니다, 자작부인.”

“자자, 앉으시지요.”

자작부인과 인사를 나눈 후.

헤르만 자작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자리를 권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앉으려는 헤르만 자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 일행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흠칫.

나의 말에 의자에 앉기 위해 자세를 낮추던 헤르만 자작은 흠칫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헛기침을 하며 사과를 하고는 다시 일어선 헤르만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 약혼녀인 엘로나 왕녀입니다.”

“하이아칸의 왕녀, 엘로나입니다.”

나의 소개와 함께 고개를 숙인 엘로나.

헤르만과 자작부인 또한 그런 엘로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 동생과, 마법사 메이슨, 그리고 팔라딘 칼론입니다.”

흠칫.

마지막 팔라딘이라는 말에 잠시 흠칫한 자작부인.

하지만 아주 잠시간의 찰나였다.

아까부터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나였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아주 잠깐의 찰나.

나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모두 대단하신 분들이군요.”

나의 소개가 끝나자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을 칭찬하는 헤르만 자작.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시종인 샌드입니다.”

“…….”

“……?”

식당의 문 앞에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샌드.

내가 녀석을 가리키며 소개하자 헤르만 자작은 물론 샌드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황족이 귀족과 인사를 나눌 때 시종을 소개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뭐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샌드를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샌드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황태자 전하를 진심으로 모시고 있는 샌드라고 합니다.”

자신의 가문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고, 나의 시종이라는 것만 강조한 간결한 샌드의 인사.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 내가 맨날 괴롭혔더니 이제 이 정도 일로는 당황하지 않는다.

잠시 당황한 이후, 유연하게 이 상황을 해쳐가는 샌드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려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하빈을 바라보았다.

“아, 엘로나 왕녀의 시녀, 하빈입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나의 말에 두 눈을 질끈 감은 하빈.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그런 하빈의 모습에 엘로나와 샌드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시종인 샌드와 하빈의 인사가 끝이 나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헤르만 자작.

그런 자작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올라간 입꼬리가 떨리는 꼴이 우스웠던 것이다.

“자, 소개도 끝났으니 앉을까요?”

식당에 마련된 상석에 자연스럽게 착석하며 내가 말하자 헤르만 자작은 두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자신의 집에서 주인인 양 행세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꼬울 것이다.

“여보.”

그리고 그때, 헤르만 자작의 옆에 있던 자작 부인이 작은 목소리로 헤르만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헤르만 자작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식사를 대령하라.”

의자에 앉으며 집사에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이른 헤르만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나의 앞에 놓여있던 거대한 식탁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차린 게 없습니다.”

이게 차린 것이 없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자작부인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게 차린 것이 없다니요?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군요.”

육, 해, 공.

모든 재료의 음식이 차려져 있는 식탁을 보며 내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헤르만 자작과 그의 부인은 미소를 지었다.

“많이 드십시오.”

그 둘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절하지 않고 잘 먹어야지.

오랫동안 배를 타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던 우리는 오랜만에 보는 음식에 잠깐 정신줄을 놓았다.

나는 물론, 칼론 그리고 메이슨과 케한까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은 채 음식에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잠시 후.

우리는 배가 불러오는 것을 느끼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우리가 포크를 내려놓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하녀들이 다가와 빈 그릇을 치웠고, 이내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내왔다.

그렇게 우리는 디저트까지 먹어 치웠고, 졸려 하는 케한을 안고 메이슨이 물러갔다.

식당에 남게 된 헤르만 자작 내외와 나, 엘로나 그리고 칼론.

나는 나의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와인의 빛깔이 좋습니다.”

“맛도 아주 좋을 것입니다.”

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헤르만 자작이 말했다.

자신감이 가득한 그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와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감도는 향과 달콤한 맛.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아주 맛있습니다.”

“입에 맞으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미소를 짓는 나의 말에 헤르만 자작 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인인 자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제 집사람의 고향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것입니다.”

“호오? 그렇군요.”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자작부인을 바라보는 헤르만 자작.

그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피오. 제 수하의 보고에 의하면 그곳은 포도가 명물인 영지라고 하더군요.”

“……?”

와인을 다시 한 모금 마신 나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뜬 헤르만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교황의 35번째 부인이 그곳 출신이더군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의 말에 인상을 굳힌 헤르만 자작.

그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고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피오 백작가의 영애, 그녀가 교황의 35번째 부인입니다.”

콰앙!

“그 무슨 망발입니까!”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탁자를 강하게 내려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헤르만 자작.

그가 금방이라도 죽일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스응.

“앉아.”

그런 헤르만 자작의 목에 검을 겨눈 칼론.

그가 싸늘한 표정으로 헤르만 자작에게 경고했고, 헤르만 자작은 그런 칼론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에 나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아까부터 인상을 굳히고 있는 여인, 헤르만 자작부인을 바라보았다.

“교황의 35번째 부인이며, 교황의 지시로 처녀인척하며 헤르만 자작과 사랑을 나눈 자작부인, 아니 피오 백작가의 영애 사란. 그대가 말해보십시오.”

피오 백작가의 단 하나뿐인 영애.

사란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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