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2화
제202편 나 좋아하지 마
“지금…… 저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이런…….
제대로 화났나 보네.
나의 행동에 얼굴을 붉힌 샤를로트.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미스트의 입에서 작은 통 한 개를 꺼내었다.
“……?”
미스트의 입에서 나온 통에 분노한 것도 잊은 채 놀란 표정을 짓는 샤를로트.
나는 그런 샤를로트를 무시하고는 통을 꺼내어 근처 나무를 향해 불었다.
피웅!
쿠웅!
내가 불자마자 통에서 튀어나간 얇고 날카로운 비수.
그 비수가 강한 소리를 내며 나무에 박혔다.
피이잉…….
그리고 나무에 박힌 비수의 끝에서 검은색의 연기가 올라왔다.
“…….”
그 괴상한 현상에 두 눈을 크게 든 샤를로트.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한테 쏘려고 하길레.”
“……고맙습니다.”
나의 말에 이제야 사태를 파악한 샤를로트.
그녀가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 쳤다.
그러고는 샤를로트에게 미스트의 입속에 있던 통을 건네었다.
“네가 직접 가지고 있어.”
“……?”
나의 말에 샤를로트는 통을 받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나는 눈짓으로 통을 가리켰다.
그제야 고개를 숙여 통을 자세히 살펴본 샤를로트.
흠칫.
통의 겉면에 새겨진 별 모양.
너무나도 익숙한 그 문양을 발견한 샤를로트가 몸을 흠칫했다.
그런 샤를로트의 행동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절대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고.”
“고맙습니다.”
나의 말에 샤를로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귀찮다는 듯 손사래 쳤고 말이다.
“한데…….”
“응?”
무슨 할 말이 더 있는 건가?
나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여는 샤를로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에 샤를로트는 미소를 지으며 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왜 반말이신가요?”
“…….”
자연스러웠는데…….
* * *
“리키 어서 와!”
“도련님! 같이 가요!”
“와아아아!!”
나뭇가지를 검처럼 들고 앞으로 뛰어나가는 케한과 그 뒤를 따르는 리키라는 소년과 수많은 설인족의 아이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케한 저 녀석.
정말 즐거워 보인다.
푸욱!
“엇! 도련님!”
그때, 너무나도 잔뜩 쌓여 있는 눈이 익숙하지 않았던 케한이 자기 발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그대로 얼굴을 바닥으로 찍어버린 케한.
다행히 눈이 소복하게 쌓였기에 아프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케한을 모습에 화들짝 놀란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가 케한을 부축했다.
아이들에게 부축을 받은 케한은 일어나면서 미소를 지었다.
“헤헤!”
“헤헤헤!”
아주 해맑게 말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케한 한 명이 웃자 뒤따라 모든 아이가 웃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퍼억!
옆에 있는 친구에게 눈을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은 나.
퍼억.
그런 나의 머리에 눈이 쏟아졌다.
“…….”
가만히 앉아서 아이들을 보며 힐링하다가 변을 당한 나.
나는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킬킬!-
파닥거리며 허공에서 낄낄거리는 크산느.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넌 뒤졌다.
“전하.”
크산느를 죽이기 위해서 거대한 눈을 쌓던 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두꺼운 털옷을 입은 금발의 미녀.
바로 샤를로트였다.
“왜?”
아 참고로, 내가 샤를로트보다 한 살 많아서 그냥 말 놓기로 했다.
나의 대답에 샤를로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신기한 곳이에요…… 데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을 살짝 둘러본 샤를로트.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웅.
“……?”
그러고는 크산느가 파닥거리고 있는 곳을 향해 눈을 던졌다.
제길, 저 비만 도마뱀 자식, 피했다.
저 몸뚱어리로 저렇게 민첩한 행동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뭐 하세요?”
그런 나의 행동에 의문이 들었을까?
샤를로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산느 님!”
그때, 아이들과 눈을 던지며 놀던 케한이 크산느가 있는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크산느.
우웅!
미친놈.
마나를 일으켜 영체화를 풀어버린 크산느가 케한에게 날아갔다.
푸욱!
그러고는 거대한 눈덩이를 케한에게 떨어트렸다.
무방비 상태로 그대로 크산느에게 당하고 만 케한.
그런 케한의 모습에 당장에라도 크산느를 죽여버리려고 했지만…….
푸아!
눈 속에서 튀어나와 숨을 내쉬는 케한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기에 참았다.
눈 속에 사는 새하얀 토끼 같은 내 동생.
아유, 귀여워라.
“동생을 되게 좋아하시나 봐요?”
케한과 더불어 다른 아이들과 놀아주는 크산느.
그런 녀석과 케한을 보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샤를로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좋아할 수가 없지.”
귀엽고, 나를 좋아해 주며 잘 따르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배려심이 깊고, 심성이 너무나도 착한 동생이다.
어찌 싫어할 수가 있을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을까?
샤를로트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뭐야, 비웃는 건가?
괜히 비웃는 듯한 샤를로트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
“아뇨…… 조금 변태…….”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분명 변태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변태라는 단어에 내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돌려 샤를로트를 노려보았다.
그에 두 눈을 크게 뜬 샤를로트는 자신의 입을 가리며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나, 여자여도 때린다.”
샤를로트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
그런 나의 대답에 샤를로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 것 같아요.”
“…….”
아 이거 좀 강적인 것 같았다.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샤를로트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엘로나 왕녀님에게 들었어요, 교국으로 넘어가실 거라고.”
흐음…… 그새 엘로나랑도 친해진 것인가?
케한을 바라보는 나를 향해 샤를로트가 물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딱히 숨길 일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은 샤를로트 그녀가 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와 같이 가요.”
“왜?”
샤를로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에 샤를로트는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케한 도련님이 예뻐서요.”
피식.
내 동생이 예뻐서라고?
뭐…… 그럴 만하지.
샤를로트의 물음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샤를로트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지 뭐.”
“와아!”
나의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는 샤를로트.
나는 그런 샤를로트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네!”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는 샤를로트.
나는 그런 샤를로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좋아하지 마.”
“…….”
나 빙시 아니야.
네 눈에서 표현되는 호감이라는 감정.
제발 거기서 그만두길 바랄게.
나의 진심이 담긴 말에 샤를로트의 두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괜히 미안했다.
* * *
“바로 가보겠습니다.”
설인족들의 마을에서 하루 묵고 바로 다음 날 왕궁으로 돌아온 나는 나의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카자르에게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카자르.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바로 교국으로 가는 것인가?”
“네,”
“그렇군…… 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전쟁인가?”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카자르.
그가 낮은 목소리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생각은 있습니다.”
“전쟁은 나지 않았으면 하네.”
나의 대답에 한숨을 살짝 내쉰 카자르.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원하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죄 없는 백성들만 죽게 될 테니까.”
“그렇군…… 최후의 보루인 것이군.”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카자르.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로나도 함께 가는 건가?”
“네. 원하신다면 왕궁에 머물게 하겠습니다.”
카자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나.
나는 걱정스러운 카자르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정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카자르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함께하는 것이 좋겠지.”
“괜찮겠습니까……?”
힘없는 카자르의 모습에 나는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카자르.
그가 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지켜줄 것 아닌가?”
카자르의 두 눈에 담긴 굳건한 믿음.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제국에는 연락을 취했나?”
나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카자르.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향해 물었다.
“네, 바로 교국으로 갈 것이라 연락을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잘 정리하고 오게.”
나의 대답에 카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담긴 걱정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다녀오면, 결혼을 진행하겠습니다.”
“…….”
“손자를 빨리 안겨드리지요.”
피식.
나의 농에 피식 미소를 지은 카자르.
그가 계속해서 짓던 힘없는 미소가 아닌, 힘 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웃음기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나는 손녀가 좋네.”
* * *
교황과 황제의 통치 아래.
주신인 미하일의 가호를 받으며 평화롭고, 또 행복하게 살아가는 신성 교국의 백성들.
신성 교국에서 유일한 항구인 나가사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백성들이 장사와 교류를 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뭐야 저 배는!”
그때, 생선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이고 앉아 있던 한 사내가 처음 보는 거대한 배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어머!”
“저 문양은 뭐야?”
검은색의 거대한 배.
거대한 크기의 배답게 거대한 돛에는 무서운 검은색의 용이 그려져 있었다.
교국에서는 보기 힘든 양식으로 만들어진 배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백성들은 너무나도 거대한 배의 모습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느낌이 안 좋아…….”
그러고는 벌인 좌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교국의 통치 아래 사라진 해적이 아닐까 의심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수많은 상인들이 좌판을 정리하면서도 틈틈이 계속해서 배를 흘겨보았다.
무슨 일인지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지도 몰랐다.
“멈춰라!”
그때, 항구 높은 등대에 오른 성기사가 등대에 설치된 마법 확성기를 통해 거침없이 다가오는 배에 경고했다.
항구를 쩌렁하게 울리는 성기사의 목소리.
그에 백성들은 안심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배를 바라보았다.
터억.
그때, 거대한 배 위로 한 사내가 걸어 올라왔다.
뱃머리 끝에 오른 검은 머리칼의 사내.
붉은색의 눈을 지닌 사내를 보며 백성들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악마…….”
그렇다.
배에 오른 사내의 모습은 미하일의 가르침을 정리한 책.
성경에 나오는 악마와 같은 모양새였던 것이다.
“정체를 밝혀라!”
그런 사내의 모습에 흠칫한 성기사.
그 성기사가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 기사의 물음에 고개를 든 사내.
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화르륵!
사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손바닥에서 생성된 보라색의 불꽃.
그 불꽃에 백성들은 더욱더 두려운 표정을 지었고 기사들은 검을 뽑았으며, 항구에 위치한 비상 대포에 포탄을 넣었다.
콰앙!
그리고, 비상 대포에서 폭발음 소리가 들리며 포탄이 날아갔다.
거대한 흑선을 향해 날아간 동그란 포탄.
그에 검은 머리칼의 사내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둥실!
사내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자 허공에 그대로 떠버린 사내.
마법이 발달하지 않은 신성교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에 백성들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악마다!”
콰앙!
백성들의 소리침과 동시에 발포된 포탄은 허공에 떠 있는 사내를 덮쳐버렸다.
포탄이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 소리를 내며 터지자 그제야 백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미하일님을 모시는 성기사들이 자신들을 압박하는 악마를 처리해 주었다고 생각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억!”
바닷바람에 의해 자욱했던 먼지가 날아가고 보이는 모습.
멀쩡한 모습으로 그대로 서 있는 사내의 모습에 백성들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허공에 뜬 채로 진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내의 붉은 입이 열렸다.
“환영인사가 화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