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8화
제198편 주술사 앨런
“오셨습니까, 공작.”
“어서 와요, 공작.”
왕성의 정문 앞.
가벼운 승마복, 그 위에 두꺼운 털옷과 털 망토를 걸친 나와 엘로나.
우리 둘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몰며 다가오는 샤를로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황태자 전하, 그리고 왕녀님.”
우리 둘의 인사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정중히 예를 차리는 샤를로트.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와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따뜻하게 입었습니까? 엘란 산맥은 이곳보다 더 춥습니다.”
두꺼운 털옷을 입은 그녀를 보며 내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다시 묻자 샤를로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 감사합니다.”
불쑥.
“안녕하세요!”
그때, 나의 두꺼운 털 망토 안에 숨어있던 케한이 머리를 빼꼼 내밀며 샤를로트에게 인사를 건넸다.
갑작스러운 케한의 등장에 놀랐을까?
샤를로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 귀여운 아이는 누구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 동생입니다.”
“케한이에요!”
나의 설명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미소를 짓는 케한.
나는 그런 케한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아…… 반가워요 공자, 샤를로트랍니다.”
그런 나와 케한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샤를로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케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케한을 바라보는 샤를로트의 두 눈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저 여인은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케한을 보고 저렇게 순수한 미소를 지을 수가 있겠지.
그리고, 그런 샤를로트의 미소와 눈빛을 눈치챈 것일까?
케한 또한 미소를 지었다.
8살이라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똑똑한 아이이다.
샤를로트의 눈빛을 보고 모를 수가 없겠지.
“형, 나 저 누나 마음에 들어요.”
“그러냐?”
그런 샤를로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케한이 나의 귀에 속삭였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 후궁 후보예요?”
멈칫.
그때, 나의 귀로 다시 들려오는 케한의 목소리.
그 순간 나는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순수한 케한의 물음.
그래, 케한은 황제가 후궁을 들이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니, 케한이 아니라 판게아 대륙의 모든 인물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
당장 자신의 할아버지, 전대 황제 또한 후궁이 3명 정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황제가 특이한 것일 뿐, 오히려 황제가 후궁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가능한 녀석의 순수한 물음에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나는 후궁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 엘로나와 평생을 함께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
어찌 후궁을 들이겠는가?
불가능하다.
그때, 곤란한 나를 대신해 나의 머리에 앉아있던 크산느가 입을 열었다.
-네 형은 후궁을 들이지 않는다.-
“엥? 왜요?”
크산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케한.
녀석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체력이 부족…….-
‘닥쳐라.’
크산느의 입에서 나오는 괴상한 말에 나는 정색을 하며 크산느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에 크산느는 입을 다물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엘로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네 형은 대단한 사람이잖아? 한 여자만 사랑하는 로맨티시스트야.-
“아…….”
크산느의 대답에 케한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우리 형!”
나는 그런 케한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말이 거슬렸지만…… 뭐, 고맙다.>
그러고는, 크산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시끄럽다.-
그런 나의 감사에 콧방귀를 뀌며 두 눈을 감는 크산느.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짜식, 쑥스러워하기는.
“요한.”
그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엘로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샤를로트와 엘로나, 그리고 나를 따르는 기사들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가시지요.”
하이아칸 왕국은 처음인 샤를로트.
나는 그녀를 일단, 엘란 산맥에 위치한 설인들의 마을에 데려다줄 생각이다.
설인들의 마을 주변은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설원 위에 지어진 천막집 또한 보기 힘든 광경이었기에 관광으로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또 작은 이유가 한 개 존재했다.
“리키 보러 간다!”
바로, 케한이가 친구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 * *
화르륵!
“와아!”
설인들의 마을.
그곳의 광장에 앉은 칼론은 자신의 앞에서 꺄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만져봐도 돼요?”
칼론의 오른손에 생성된 보라색의 불꽃.
그것을 보며 한 소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그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불은 위험해. 만지면 뜨거워서 아파.”
“그래요……?”
칼론의 대답에 소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칼론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소녀를 향해 보라색의 불꽃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건, 신이 내려주신 성스러운 불꽃이기 때문에 뜨겁지 않아.”
“와아! 그럼?”
칼론의 말에 소녀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불꽃을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래, 만져도 괜찮단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칼론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하다!”
칼론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뻗어 보라색의 불꽃을 만진 소녀.
보라색의 불꽃에 손을 얹자 온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운에 소녀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고.
“나도 나도!”
“나도!”
근처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칼론의 손에 생성된 보라색의 불꽃을 만지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칼론이 광장에서 설인족의 아이들과 놀아줄 때.
“이거 드십시오.”
“고맙습니다.”
메이슨은 천막에 보호마법을 걸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하는 메이슨을 보고 미안했는지, 한 설인족 여인이 메이슨에게 얼음이 담긴 음료를 건넸다.
그런 여인의 음료에 빙긋 미소를 지은 메이슨.
그가 감사를 표했고, 여인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힘들지 않으십니까?”
여인이 건네준 음료를 모두 들이켠 메이슨.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설인족의 특징인 새하얀 백발을 허리까지 기른 아름다운 여인.
바로, 눈꽃 일족의 족장이자 주술사인 앨런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당황한 것도 잠시, 메이슨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남을 돕는 일이 힘들 리가 있겠습니까.”
“!!”
생각지도 못한 메이슨의 대답에 앨런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남을 돕는 일에 힘들 리가 있겠냐는 메이슨의 대답은 주술사인 앨런에게 크게 다가왔다.
메이슨의 말이 맞았다.
남을 도움에 괴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남을 돕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도 멋진 말이 아닌가?
그에 감탄한 앨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지팡이를 들었다.
“reparátĭo”
앨런의 입에서 나온 말과 동시에 밝은 빛을 내뿜은 지팡이.
지팡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메이슨의 몸을 휘감았다.
그에 당황한 것도 잠시.
메이슨은 보호 마법사용으로 인해 줄어들었던 자신의 마나가 회복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에 메이슨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앨런을 바라보았다.
그런 메이슨의 표정에 얼굴을 살짝 붉힌 앨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주술은 고작 이것뿐입니다…… 죄송…….”
덥석.
앨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메이슨은 그런 앨런의 두 손을 잡았다.
“!!”
갑작스러운 메이슨의 스킨십에 앨런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메이슨의 힘이 더 강했다.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 메이슨.
그가 반짝이는 눈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앨런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힘은 대단합니다.”
마법을 사용하면 체내에 쌓인 마나가 줄어든다.
그것은 절대 바뀌지 않는 불변의 진리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마나가 다시 차오르지만, 그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마나의 총량은 아주 중요했다.
한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이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주술을 사용한다.
마법사인 메이슨의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을 모르는 앨런은 그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사내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는 쑥스러운 여인처럼 말이다.
“방금 그 힘은 무엇입니까?”
고개를 숙인 앨런의 귀에 메이슨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메이슨의 물음에 앨런은 심호흡을 하며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그녀가 고개를 들어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주술입니다, 한데…… 너무 가깝습니다.”
자신의 눈앞에 바로 위치한 메이슨의 두 눈.
그 두 눈을 바라보며 앨런이 말했고…….
화들짝!
그제야 메이슨은 자신이 앨런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감히, 여인의 손을 잡고 여인을 안다시피 끌어당겼다.
변태도 아니고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레이디에게 너무나도 큰 실수를 저지른 메이슨은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메이슨의 사과와 모습에 살짝 놀란 앨런.
“푸훗.”
그것도 잠시, 그녀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웃음에 메이슨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고개를 든 메이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앨런.
그녀가 괜찮다고 말하자 메이슨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메이슨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레이디의 주술이라는 힘에 너무 흥분해서…….”
“제 주술이요?”
메이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앨런.
그녀가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디의 주술로 제 마나가 회복되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냥…… 회복 주술을 건 것뿐인데…….”
메이슨의 말에 앨런은 당황해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앨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메이슨.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레이디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메이슨의 물음에 그제야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앨런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고는 기품 어린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눈꽃 일족의 족장이자, 북해신의 제사를 맡고 있는 주술사, 앨런이라고 합니다.”
“북해신…….”
앨런의 소개에 얼굴을 굳힌 메이슨.
그가 미소를 짓고 있는 앨런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황태자 전하가 북해신의 대리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전하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전하는 에르 님의 대리자인 성자이다.
그 뜻은?
북해신이 곧 에르 님이라는 뜻이 성립된다.
그렇기에 메이슨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아이들과 놀고 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칼론 경!”
메이슨의 부름에 고개를 든 칼론.
그가 신성력을 거두어들이고는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잠시, 이곳으로 와주시겠습니까?”
메이슨의 부탁에 고개를 갸웃거린 칼론.
그가 메이슨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는 메이슨의 앞에 멈추어서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칼론의 물음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메이슨.
그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앨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눈꽃 일족의 족장이자 주술사인, 앨런 님이십니다.”
“아, 오랜만입니다.”
북부에 있을 때, 앨런과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던 칼론이었기에 오랜만에 만난 앨런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앨런 또한 그런 칼론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입니다 칼론 경.”
그런 앨런의 인사에 미소를 지은 칼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앨런을 바라보는 칼론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