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7화
제197편 샤를로트 하인리히(2)
“전하, 본국의 국호는 신성교국입니다.”
그때, 낮은 음성이 파티홀에 울렸다.
그 낮은 음성에 샤를로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내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입을 연 사내를 바라보았다.
늘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얼굴에 나타난 불쾌함.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정으로 표출하는 카시야스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성무투단장, 현재 이곳은 어디인가.”
“판게아 대륙의 북부, 하이아칸입니다.”
나의 물음에 경계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예의 바르게 대답하는 카시야스.
나는 그런 카시야스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판게아 대륙에서는 황족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는,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네, 신을 모시는 사제들은 물론, 귀족들까지도.”
“…….”
나의 친절한 설명에 카시야스는 얼굴을 굳혔고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위험을 느끼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조져버려!-
나의 귀로 가벼운 크산느의 목소리에 마음속으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조질 생각이니 말이다.
나는 얼굴을 굳힌 카시야스를 바라보며 그를 향해 발을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움찔.
그런 나의 걸음에 움찔한 카시야스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 카시야스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그대들의 황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인데 감히 그대가 끼어드는 것인가?”
덥석.
“크윽!”
그와 동시에 녀석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카시야스는 괴로워하며 나의 손목을 잡았다.
그래, 숨이 쉬어지지 않을 것이다.
맘껏 괴로워해라.
내 손에 매달려 발버둥 치는 카시야스의 모습에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판게아 대륙으로 왔으면, 판게아 대륙의 법을 따라라. 알겠나?”
“크윽!”
미소를 지은 나의 경고에 카시야스는 괴로워하면서도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그를 놓아주었다.
“커헉! 커허헉!”
자리에 주저앉아 그동안 마시지 못한 공기를 마시며 괴로워하는 카시야스.
나는 그런 카시야스를 내려다보았다.
“주제를 알도록.”
“크윽…….”
“괜찮으십니까!”
나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카시야스의 모습에 황급히 달려 나와 그를 부축한 한 기사.
나는 그런 기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는, 샤를로트 공작의 기사가 아닌가?”
“…….”
“재미있는 동네군.”
나의 물음에 그대로 얼굴을 굳힌 기사.
나는 그런 기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
“꺼져라.”
“……물러가겠습니다.”
나의 싸늘한 축객령에 멈칫한 것도 잠시, 그 기사는 카시야스를 부축하고는 파티홀을 벗어났다.
그들이 물러가고,
나는 싸늘해진 파티홀의 공기를 환기하기 위해 일부러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겨울의 왕국 하이아칸은 어땠습니까?”
“예?”
나의 질문이 갑작스러웠을까?
샤를로트는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일, 엘란 산맥을 구경시켜드리지요. 엘로나 함께 해줄 거지?”
“물론.”
나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은 엘로나.
그녀가 나의 옆에 서서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함께해요 공작님.”
그러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샤를로트에게 권유했다.
그런 우리 둘에 당황한 것도 잠시.
샤를로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이잉.
그리고, 파티홀에는 다시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에 미소를 지은 나는 몸을 돌려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레이디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한쪽 다리를 뒤로 빼며, 자세를 낮추고 손을 내민 나.
그런 나의 손을 잡은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기꺼이.”
* * *
마을의 경계를 맡고 있는 눈비의 일족.
그곳의 족장이자, 매일 직접 나서서 경계를 서고 있는 워레인은 자신들의 마을을 찾은 외부인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칼론 경……?”
너무나도 익숙한 외형을 지닌 외부인의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뜬 워레인.
그가 놀란 어조로 외부인을 바라보았다.
“아, 워레인 족장님!”
그런 워레인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은 사내.
붉은 머리칼을 자랑하는 미청년, 칼론이 다가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워레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자신을 향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칼론을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은 워레인.
그가 칼론의 인사를 받으며 묻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었다.
“설마…… 주군을 따라오신 것입니까?”
그런 칼론을 보며 워레인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고 칼론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는 이곳에 계십니까?”
단둘이나, 친한 벗들과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요한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칼론.
그런 칼론의 물음에 워레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런 워레인의 표정에 칼론의 뒤에 있던 메이슨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응? 메이슨 경도 오셨군요.”
케한을 모시고, 프리스트들과 황궁에 돌아왔을 당시 인사를 나누었던 천재 마법사 메이슨.
익숙한 그를 보며 워레인이 반가운 표정을 짓자 메이슨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우고는 고개를 숙였다.
“또 뵙습니다.”
“네 어서 오십시오. 일단 마을 안으로 드시지요.”
메이슨의 인사에 미소를 지은 워레인.
그가 문득, 손님들을 밖에 오래 세워두었다는 것을 깨달아 마을 안으로 들어설 것을 권유했고,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칼론과 메이슨은 그런 워레인의 권유를 받아들었다.
워레인의 뒤를 따라 설인들의 마을로 들어선 칼론과 메이슨, 그들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설원 위에 지어진 설인들의 마을을 둘러보았다.
밑에는 원형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뾰족해지는 천막.
마을 곳곳에 세워진 그 천막을 보며 칼론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주택구조이기에 신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칼론의 옆에서 함께 천막을 구경하던 메이슨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워레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여 저렇게 만든 것이군요.”
눈이 내리지 않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많은 판게아 대륙의 북부.
제국이나 남부에서 보이는 평범한 방식으로 집을 지었다면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로 집은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지붕을 뾰족하게 세운다면?
눈은 계속해서 바닥으로 흘러내려 지붕에 쌓이지 않기에 집이 무너질 걱정이 없어진다.
척박한 환경인 북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전된 그들의 문명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또 감탄스러운 메이슨.
그런 메이슨의 물음에 워레인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천막이라…… 춥지는 않으십니까?”
워레인의 대답에 메이슨이 집을 이루는 천막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런 메이슨의 물음에 워레인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으로 드시지요.”
그러고는 족장 위천이 있는 천막의 문을 열었다.
문인 천막을 위로 올리자 내부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칼론과 메이슨.
그들은 이내, 조금은 넓은 천막 중앙, 아래로 살짝 파인 구덩이에 위치한 화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춥지는 않겠습니다.”
“보다시피 그렇습니다, 천막은 외부의 공기를 막아주고, 내부의 공기를 머물게 해줍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화재 위험이 있습니다. 하여 매일매일 조심하고 있지요.”
메이슨의 말에 동의한 워레인이 씁쓸한 미소로 천막집의 단점을 알려주었다.
그런 워레인의 설명에 슬픈 미소를 지은 메이슨.
그가 천막집 내부를 둘러보았다.
안락하고 좋은 집이었다.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또 그렇게 좁지도 않았다.
그런 천막의 내부를 둘러본 메이슨.
그가 갑자기 벽을 이루고 있는 천막에 손을 얹었다.
우웅!
그런 메이슨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에 놀란 표정을 지은 워레인.
그가 황급히 등에 메여있는 활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만, 두고 보도록 하지.”
천막의 주인이자 눈보라 일족의 족장인 위천이 그를 말렸다.
위천의 만류에 다시 자세를 푼 워레인.
그가 긴장 어린 표정으로 마나를 끌어올리는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프라이시디움 præsídĭum.”
위잉!
그렇게 긴장이 흐르는 천막 내부.
메이슨의 낮은 음성이 천막 내부에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메이슨의 손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지이잉…….
그리고 그 빛은 얇게 퍼지더니 이내, 위천의 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천막에 흡수되었다.
“그게 무엇인가?”
그런 메이슨의 마법에 이곳의 주인 위천이 의무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위천의 물음에 그제야 손을 내린 메이슨.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위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또 뵙습니다, 족장님. 천막이 불에 타지 않도록 보호마법을 걸었습니다, 일 년 정도는 유지가 가능할 것입니다.”
“호오? 마법이라는 힘으로 그것이 가능한가?”
고대 눈의 정령과 계약을 하며 전투를 하는 설인들이기에 그들은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마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마법은 아주 낯선 힘이었다.
아무튼,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위천이었기에 그가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천막에 보호마법을 걸어드릴까요?”
벌떡!
“정말 그것이 가능한가!”
메이슨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위천.
그가 흥분한 어조로 메이슨을 향해 물었다.
화재가 일어나기 쉬운 주거환경 탓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어린 설인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에게 있어서 불은 흥미로운 장난감이었기에 더욱 위험했고, 또 그만큼 사건 사고가 잦았다.
모든 설인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화상 흉터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무튼, 설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인 화재를 예방해줄 수 있다는 메이슨의 말은 설인들에게 있어서 큰 충격이었다.
흥분한 위천의 물음에 메이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 마나 양이 정해져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우리는 전혀 상관없네! 한데 자네들의 시간은 괜찮은가?”
메이슨의 대답에 아무 걱정 말라는 듯 손사래 친 위천.
그런 위천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칼론과 메이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에 메이슨은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함께 주군인 요한에게 가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일행이다.
자신이 이들을 도와주고 싶다 하여, 도와주기에는 너무 이기적인 선택이다.
하여 일행인 칼론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그런 메이슨의 시선에 칼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며 도움을 주는 것이 요한 님과 주군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동의와도 같은 칼론의 대답에 위천과 워레인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