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94화 (194/226)

제 194화

제194편 다시 하이아칸으로(2)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케한의 부탁에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꼈을까?

케한은 다급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으로 북부의 설인들과 친해졌어요. 그들과 함께 그들의 고향에 가보고 싶어요.”

“아…… 그렇구나.”

맞다, 잠시 잊고 있었다.

케한이 설인들과 함께했다는 것을 말이다.

몰랐는데 또래의 설인들과 많이 친해졌나 보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부탁하는 케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신성교국의 사람들과 만나보고 싶어요.”

멈칫.

케한을 납치한 프리스트.

그들이 신성교국의 인물인 것을 잘 아는 케한이다.

혹시나 그 납치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을까 조심했는데 웬걸.

당사자가 직접 그들과 만나보고 싶다고 하니 나는 당황스러웠다.

“저를 납치했던 프리스트,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저 길을 안내해줄 목동을 잃은 양과 같았어요.”

“…….”

“저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또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도저히 8살이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젓하고, 현명하게 말을 하는 케한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프리스트들을 목동을 잃은 양에 비유한 것과 그들을 도와주고 싶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케한의 여리고도 착한 마음.

너무나도 놀랍고…….

꽈악.

사랑스러웠다.

너무나도 기특한 케한을 그대로 꽉 끌어안은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같이 가자.”

이번에는 형이 기필코 지켜줄 테니까 좋은 추억을 만들자.

* * *

“어서 오시게.”

판게아 대륙의 북부.

365일 일 년 내내 겨울이며, 눈이 내리는 곳이라 겨울의 왕국이라 불리는 하이아칸은 생각지 못한 손님의 방문으로 소란스러웠다.

북부의 귀족들과 전사들이 모여 있는 왕궁의 대전.

겨울의 군주라 불리는 카자르가 왕좌에 앉아 자신의 아래에서 예를 취하고 있는 중년 사내와 젊은 여인을 반기었다.

“겨울의 군주, 카자르 하이아칸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자르의 환영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두 명.

그에 카자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 당황스럽군, 간단히 소개를 해주겠나?”

“예, 저…….”

“네 전하. 당연합니다!”

카자르의 말에 젊은 여인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 옆에 있던 중년 사내가 황급히 입을 열어 여인의 말을 가로채었다.

그 무례한 행동에 귀족들과 카자르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중년 사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성교국의 성무투단장, 카시야스입니다.”

“그대, 강하군.”

스스로 성무투단장이라 소개한 카시야스.

그 사내를 보며 카자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카시야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직, 그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수련 중인 미천한 신도입니다.”

“그대 정도의 강자가 미천하다니? 겸손도 그 정도면 실례라네.”

카시야스의 겸손한 대답에 카자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단호한 카자르의 말에 머쓱할 법도 하지만 카시야스의 얼굴에 걸려 있는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되려 미소를 지은 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그런 카시야스의 사과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카자르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황금색의 머리칼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대전을 울리는 낮은 카자르의 목소리.

그에 여인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신성교국의 위대하신 황제의 누이이자, 공작이라는 직위를 지닌 샤를로트라고 합니다.”

“허어? 교국의 황족인가?”

샤를로트의 소개에 깜짝 놀란 카자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묻자 샤를로트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이거, 귀빈이 오셨군.”

조금 전 소개했던 카시야스와는 달리 환한 미소를 지은 카자르.

그가 상단에서 내려와 샤를로트의 앞에 서자 샤를로트 또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연신 미소를 잃지 않던 카시야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시야스는 미소를 짓는 카자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 교국의 주인은 교황 성하이십니다, 황제는 그런 교황 성하를 도우는 존재일 뿐입니다.”

대전을 울리는 카시야스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

그 목소리에 대전에 있던 모든 귀족이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신을 모시는 사제 주제에 황권을 모욕하다니?

아무리 자신의 나라 문화가 그렇더라도, 엄연히 이곳의 문화가 있다.

한데 이곳의 문화를 신경 쓰지 않고 막 내뱉는 카시야스의 행동은 상당히 보기 흉했다.

그리고, 카자르 또한 그런 귀족들과 마찬가지였다.

“무투단장, 황제 폐하를 모욕하는 것입니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같은 나라의 사람에게 조롱을 받은 샤를로트가 분노어린 표정으로 카시야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카시야스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모욕이라니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뭐라?”

카시야스의 대답에 분노한 샤를로트,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언성을 높이자 카시야스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체통을 지키십시오. 보기 흉합니다.”

타국의 왕과 귀족의 앞에서 황족의 체면을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카시야스의 행태에 샤를로트는 마음속 깊은 곳부터 분노가 차올랐지만 표출하지 못했다.

그저 분노로 인해 온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그런 샤를로트의 모습에 다시 미소를 지은 카시야스.

그가 고개를 돌려 카자르를 바라보았다.

“국왕 전하, 저희를 반겨주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고는 자신을 환대해준 카자르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카시야스의 행동에 얼굴을 굳힌 카자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시야스 경.”

흠칫.

대전에 울려 퍼지는 낮은 카자르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 담긴 한기에 카시야스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대의 나라에서 황권보다는 신을 모시는 사제들의 힘이 강한지는 모르나, 이곳은 다르네. 그대의 행동은 상당히 불편하군, 조심하도록 하게.”

그리고, 시리도록 차가운 카자르의 두 눈과 마주쳤다.

자신을 향해 경고하는 카자르의 모습에 카시야스는 언제 흠칫했냐는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충고 감사드립니다.”

* * *

“좋으시겠습니다, 교국과 달리 황권을 인정해주는 대륙이라.”

대전을 나선 카시야스와 샤를로트.

대전이 있는 궁을 벗어나 별궁으로 향하는 길에 카시야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요?”

그런 카시야스의 말에 날카로운 표정을 지은 샤를로트.

그녀가 뾰족한 목소리로 묻자 카시야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는 황족입니다. 성무투단장 카시야스 경. 부디 예를 지켜주십시오.”

“제가 예를 지키는 분은 교황 성하뿐입니다.”

샤를로트의 말에 카시야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카시야스의 대답에 인상을 굳힌 샤를로트.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시야스를 바라보았다.

“신성제국의 주인은 황제 폐하이십니다.”

“샤를로트 공작님.”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는 샤를로트의 모습에 카시야스 또한 걸음을 멈추고는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시야스를 보며 샤를로트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고 카시야스는 그런 샤를로트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신성교국입니다.”

“…….”

황권이 약해지고 교권이 강해지면서 국호마저 빼앗기고만 황족들.

이제는 신성교국으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카시야스가 언급하자 샤를로트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미스트 경, 아니 그런가?”

그런 샤를로트의 옆.

황제의 명을 받아 샤를로트의 호위를 맡은 황실 수석 근위 기사 미스트를 향해 카시야스가 물었다.

그런 카시야스의 물음에 빙긋 미소를 지은 미스트.

그가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신성교국.”

미소를 짓는 미스트의 대답에 마시야스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분노로 몸을 떠는 샤를로트를 바라보았다.

“황실의 기사도 인정하는군요. 공작님만 인정을 못 하시는 듯합니다.”

“하하, 카시야스 단장님, 원래 샤를로트 공작님이 이런 성격입니다.”

비꼬는 카시야스의 말에 웃으며 받아치는 미스트.

그가 황족인 샤를로트를 무시하며 대답하자 카시야스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힘없는 황족 샤를로트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두 주먹을 강하게 쥘 수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자신은 힘이 없다.

자신의 어린 동생.

황제의 검이어야 할 황실 근위 기사들 모두가 교황의 편에 서 있다.

단 둘뿐인 황족, 자신과 동생의 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분하고 슬픈 샤를로트였다.

* * *

“우와아!!”

제국의 수도 팔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설원의 풍경.

고급스러운 마차 내부에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설원의 풍경에 케한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감탄했다.

-신기하냐?-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영체화인 크산느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케한.

그렇기에 크산느는 케한의 머리에 앉으며 물었고 케한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크산느 님은 안 신기해요?”

-이 정도야 뭐.-

케한의 물음에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크산느가 대답하자 케한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역시 크산느 님!”

-그렇지.-

자신을 띄우는 케한의 말이 좋았을까?

흥분한 케한이 크산느를 띄어주자 크산느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는 개뿔.”

역시 내 성격이 문제인 것인가?

나는 그런 크산느의 모습이 꼴 보기가 싫었다.

그렇기에 나의 입에서는 부정적인 단어가 튀어나왔고, 나의 말에 크산느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뭐?”

녀석의 눈빛에 내가 한껏 띠꺼운 표정으로 말했고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턱을 케한이의 머리 위에 올렸다.

-너는 저렇게 크지 마라.-

“네? 네!”

갑작스러운 크산느의 말.

그에 케한이는 창밖의 풍경에 정신이 팔려 나와 크산느의 대치를 보지 못했기에 해맑게 대답했다.

해맑게 대답하는 케한이의 모습에 크산느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저 자식.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절대 질 수 없지.

부드러운 미소를 장착한 나는 케한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케한아 머리 안 무거워? 비만 도마뱀 때문에 목 아플 텐데…….”

와락!

아이고 고소해라.

나의 한마디에 크산느의 얼굴이 종잇장 구겨지듯 구겨졌다.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낄낄 웃었고 영문을 모르는 케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한, 그만해.”

그때, 나의 옆에서 가만히 있던 엘로나가 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런 엘로나의 만류에 나는 웃는 것을 멈추고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야.”

-…….-

어…… 저 자식 삐졌다.

나의 부름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크산느.

평소 같았으면 나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거나 맞받아쳤을 놈인데 가만히 있으니 이상하다.

“얀마.”

대답을 하지 않는 크산느를 향해 다시 입을 연 나.

이번에도 크산느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삐졌냐?”

계속해서 나의 말을 무시하는 크산느를 보며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제야 크산느가 나를 바라보았다.

-크아아악!-

이 새X.

이럴 줄 알았다.

나를 향해 입을 벌리며 달려드는 크산느를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에 맞서기 위해 나 또한 크산느에게 달려들었다.

쿠당탕탕!

“하아…….”

“헤에…….”

나와 크산느의 몸싸움으로 격하게 흔들리는 마차.

그에 엘로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케한이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얘들아 미안.

나 일단 이 녀석 한 대만 더 때리고 사과할게.

쿠당탕탕!

오늘도, 나와 크산느의 우정은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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