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3화
제193편 다시 하이아칸으로(1)
“신성력은 인간이 지닌 치유 세포를 촉진해, 외부의 상처는 물론, 뼈와 근육까지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원리입니다. 또한 신성력으로 병든 인간에게 활력을 북돋워 주어 자가 치유력이 좋아지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파티 홀에 울려 퍼지는 위즐리의 낭랑한 목소리.
그에 이곳에 모인 의사들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냥 무작정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한데 위즐리의 말은 들어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닌 듯했다.
위즐리가 말한 내용은 간단히 말하자면, 신성력은 인간이 지닌 자가 치유력을 올리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제대로 된 병의 치유는 되지 않는다는 뜻과 같았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트레이 교단의 1사제인 튜칸이 인정해주었다.
튜칸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위즐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의술을 보다 전문적인 학문으로 만들어, 신관들과 상생을 이루어야 합니다.”
“어떻게 상생을 이루는 것입니까.”
위즐리의 설명에 가만히 있던 사내.
남부 오스란 출신의 의사인 이르갈의 질문에 위즐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성력으로 불가능한 치료. 그것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야지요.”
“그것이 가능합니까?”
위즐리의 말에 이르갈이 부정적인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 이르갈의 말에 동의하는 듯 주변 의사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그에 위즐리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이르갈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가능하도록 해야지요.”
“…….”
“저희 할아버지 이후, 의술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까?”
파티홀을 울리는 위즐리의 목소리에 모든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모르겠는가?
범죄자의 시체를 연구하여 새로운 의서를 만든 괴짜이자, 진보적인 의사였던 해밍턴 백작이다.
모든 의사는 그런 해밍턴 백작을 잔인하다고 욕했지만, 웃기게도 모든 의사가 그렇게 만들어진 백작의 의서를 보고 공부를 했다.
그 사실을 떠올리는 의사들을 보며 위즐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연구를 할 것입니다. 인간의 신체에 대해서.”
“하…… 하지만!”
위즐리의 말에 화들짝 놀란 이르갈.
그의 놀란 음성에 위즐리는 싸늘한 눈빛으로 이르갈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나아가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시체는 어떻게 구하는 것입니까.”
가만히 위즐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젊은 의사.
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손을 들며 묻자 위즐리는 다시, 예의 청량한 미소를 지었다.
“범죄자들의 시체와 시체 기부서를 받을 생각입니다.”
“어느 누가 기부를 한단 말입니까?”
위즐리의 대답에 사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묻자 위즐리는 경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음 세대의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분명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또한, 솔직히 범죄자들의 시체만 해도 넘쳐납니다.”
“…….”
위즐리의 대답에 모든 의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위즐리는 그런 의사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또한, 오늘부터 의학은 자세하게 구분할 생각입니다.”
“!!!”
또다시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위즐리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의사들은 놀란 표정으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 표정들이 익숙해진 위즐리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입을 열었다.
“눈, 귀와 목, 심장, 소화기관, 뼈와 근육, 산모와 태아, 치아, 등등. 세세하게 구분하여 전문적으로 인재들을 육성할 것입니다.”
현재 의사들은 모든 신체 부위를 진찰하고, 또 치료하고 있었다.
치아는 물론, 눈, 심장 등 모든 상처와 병을 말이다.
그렇기에 위즐리는 보다 자세하게 구분하려는 것이다.
자세하게 구분하고, 그 구분한 부위를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공부하다 보면 의술은 자연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위즐리의 말에 잠시 동요한 것도 잠시, 젊은 의사들은 가능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늙은 의사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 세월 현재의 의학을 고집해오고, 의술을 행해왔던 이들이었기에 너무나도 달라지는 의학에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기에 결국 그들도 동의했고, 이내 모든 의사가 동의했다.
그렇게, 황태자와 신의 위즐리의 지휘하에 인류의 역사가 바뀌는 의료개혁이 시작되었다.
* * *
“왔어?”
나의 방에 들어서자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아름다운 엘로나.
그녀의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응.”
“앉아.”
나의 대답에 싱긋 미소를 지은 엘로나.
그녀가 나의 방에 마련된 소파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소파 앞에 위치한 탁자에 마련된 과일과 술병을 보고는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나랑 한잔하자.”
나의 놀란 표정이 좋은 듯 미소를 지은 엘로나.
그녀가 나를 향해 말했고 나는 얼굴을 붉혔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헛소리하지 말고.”
“크흠.”
역시 오버했나 보다.
정색을 하는 엘로나의 말에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소파에 앉았다.
-멍청한 놈.-
<시끄러.>
그런 내가 한심했는지 크산느가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했고,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크크. 좋은 시간 보내라.-
그런 나의 대답에 소리 내 웃은 크산느.
녀석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말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허공에 떠 있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어디가?>
-좋은 시간 보내라고, 나는 에스란이랑 이야기 좀 하고 올게.-
짜식.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는 크산느를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의 모습이 웃겼을까?
크산느는 다시 피식 웃고는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뭐해?”
웃으며 그런 크산느의 뒷모습을 보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로나.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크산느가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비켜줬어.”
“어머……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나의 말에 엘로나가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마저도 아름다워 보이는 나는…….
“술 줘.”
오랜만에 술이 마시고 싶었다.
술잔을 들이미는 나의 모습에 엘로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몇 번의 잔을 주고받으며 술병을 비워나갔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술병을 비우고, 소파 등받이에 편히 몸을 기댄 나.
나는 나를 찾아온 엘로나를 보며 물었다.
그에 살짝 미소를 지은 엘로나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 잠깐, 하이아칸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아 그래? 하긴…… 두 분 못 뵌 지 조금 되었네, 미안해 나 때문에.”
나의 욕심으로 계속 황궁에 잡아두었던 엘로나.
아직 나와 혼인도 올리지 않았는데 계속 잡아둔 것 같아 미안함을 느낀 나는 그녀에게 사과했고,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나도 요한 옆에 있고 싶었는걸.”
어쩜…….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한담.
예쁘게 대답하는 엘로나를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슬쩍.
엘로나의 옆에 앉았다.
내가 앉았던 소파는 1인용, 그리고 엘로나가 앉아있던 소파는 2인용.
그렇기에 내가 그녀의 옆에 앉더라도 딱히 엘로나가 비좁거나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스윽.
그녀의 몸과 나의 몸이 가깝게 밀착될 뿐.
나는 엘로나의 어깨를 감싸 그녀의 머리를 나의 가슴에 기대게 하였다.
그러고는 엘로나의 머리칼을 만지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데려다줄까?”
“아니야, 하빈도 데려갈 거야.”
지나가듯 내가 묻자 엘로나는 살짝 웃으며 거절했다.
그에 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갑자기 왕국은 왜? 국왕 전하나, 왕비 마마께서 잠깐 오라고 그러셔?”
“아니, 왕국에 신성 교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고 해서.”
멈칫.
아무렇지 않게 물으며 엘로나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던 나는 나의 귀로 들려오는 엘로나의 대답에 그대로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엘로나를 일으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성교국?”
일그러진 나의 얼굴을 한 나의 질문에 엘로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새X들이 왜…….”
“요한.”
엘로나의 대답에 흥분한 내가 욕설을 내뱉으며 중얼거리자 엘로나가 미소를 지으며 검지를 들어 나의 입술을 막았다.
갑작스러운 엘로나의 행동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욕하면 나쁜 거야.”
나 욕 겁나 많이 하는데…….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주의를 주는 엘로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술기운이 오른 채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여서 결국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에 엘로나는 다시 배시시 웃으며 손가락을 내렸고 나는 내심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엘로나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자 이번에는 엘로나가 자진해서 나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요한.”
“응.”
그런 엘로나의 부름에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신성교국으로 바로 갈거야?”
“아니.”
“그러면?”
나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린 엘로나.
그녀가 나의 가슴에 기댄채 묻자 나는 싱긋 웃고는 입을 열었다.
“하이아칸으로 가야지.”
* * *
똑똑.
“들어오세요!”
오랜만에 찾은 대공가.
그곳에 들른 나는 부모님보다 먼저, 나의 동생 케한을 찾았다.
나의 노크에 방안에서 들려오는 또랑또랑한 목소리.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어! 형님!”
내가 문을 열자 8살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던 케한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책을 내려놓았다.
쪼르르.
와락!
그러고는 나에게 달려와 그대로 안겼다.
귀여운 자식.
이대로 안 크면 얼마나 좋을까.
“책 읽고 있었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케한을 안은 내가 묻자 케한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법 공부 중이었어요!”
케한의 대답에 나는 소파에 케한을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케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법이 그렇게 좋니?”
“네! 그리고 훌륭한 마법사가 되어서 형님을 도울 거에요! 지금 아버지가 황제 폐하를 돕는 것처럼!”
아…… 이 기특한 녀석.
너무나도 예쁘게 말하는 케한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제발, 이대로만 커다오.
쓸데없이 실 같은 이상한 작자 닮지 말고.
“근데 갑자기 어쩐 일이에요?”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를 향해 케한이 묻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북부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른 거란다.”
“하이아칸 왕국이요?”
“응.”
나의 대답에 두 눈을 반짝이며 되묻는 케한.
그에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응.”
나의 대답에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는 케한.
케한의 부름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케한은 눈치를 다시 살피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도 데려가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