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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92화 (192/226)
  • 제 192화

    제192편 황태자의 의료개혁(3)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나의 궁에 위치한 거대한 파티홀.

    활짝 열린 파티홀의 문을 지나, 이곳의 주인인 내가 홀 안으로 들어서자 홀에 있던 수많은 의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들의 예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그들을 지나쳐 끝에 있는 계단을 오른 나.

    모든 이들이 보이는 상단에 올라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안 일으켜?-

    <조금 두고 보고.>

    황태자인 내가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도 예를 풀라는 명령을 하지 않자 크산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고, 나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젓는 크산느.

    나는 그런 크산느를 무시하고는 파티홀에 모인 인물들을 둘러보았다.

    전부 다하면, 약 50명쯤 되어 보였다.

    젊은 사내와 여인도 있었으며, 어린 소년도 있었고, 또 노인들도 있었다.

    아주 다양했다.

    그들의 면모를 한 번씩 살펴본 나는 상단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모두 예를 풀라.”

    드디어 떨어진 나의 명령.

    그제야 의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들도 깨달았던 것이다.

    황태자인 나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하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 수고가 많아. 유명한 의사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군.”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등받이에 몸을 기댄 내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의사들은 영광이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래, 파티는 즐거우신가? 그대가 말해주게.”

    의사들의 가장 선두에 서 있던 한 노인.

    나도 익히 아는 노인이다.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귀족들에게 거액을 받고 치료를 해주는 의사로, 골드 닥터라 불리는 랄프였다.

    나의 물음에 당황한 랄프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깊게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의 성은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사옵니다.”

    아부가 섞인 랄프의 대답에 나는 등받이에서 몸을 떼었다.

    그러고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랄프를 바라보았다.

    “그거 다행이군. 그대들이 즐겁다니 나도 기뻐.”

    “황공하옵니다 전하!”

    “황공하옵니다 전하!”

    나의 말에 랄프는 고개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고, 그와 동시에 뒤에 있던 모든 의사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인사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군.-

    그런 나의 미소에 어깨에 앉아있던 크산느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계단 2층 높이의 단상에 위치한 나의 자리였기에 나의 앞에는 떨어짐을 방지하는 손잡이가 있었다.

    그곳에 손을 얹은 나는 다시 고개를 드는 랄프를 바라보았다.

    “그대가 해밍턴 백작 다음으로 뛰어난 의사라더군.”

    “과장된 소문일 뿐입니다.”

    나의 물음에 자부심 어린 미소를 지으면서도 겸양 어린 말을 내뱉는 랄프.

    그런 노인네를 보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골드 닥터, 뛰어난 의술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돈을 받고 의술을 행하는 의사. 그대의 이름이더군.”

    흠칫.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정적인 언어가 담겨 있는 나의 말에 놀랐을까?

    랄프가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랄프의 모습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의사인가?”

    “…….”

    “신성력이 나타나고, 그대가 의사들과 의사가문에 편지를 돌려 황궁에 탄원서를 쓴 것을 알고 있다.”

    흠칫.

    또다시 이어진 나의 말에 다시 흠칫한 랄프.

    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런 랄프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는 다른 의사들.

    그에 랄프는 그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털썩.

    “전하! 저는 억울하옵니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억울하다고 고하였다.

    그런 랄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대의 잘못이 아니야.”

    “……?”

    나의 말이 예상외였을까?

    랄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황공하옵니다!”

    큰 목소리로 나에게 깊게 읍을 하며 소리쳤다.

    그에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들어 이곳에 모인 모든 의사를 둘러보았다.

    “병X 같은 그대들이 문제이지.”

    랄프를 포함한 홀에 모인 모든 의사.

    수백 개의 탄원서 중, 대륙에서 유명한 의사 50명을 선별하여 이곳에 참가한 이들.

    나는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의 표정에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의사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으려 했다.

    우웅!

    하지만 그들은 무릎을 꿇지 못했다.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그들의 행동을 막은 것이다.

    “멍청한 놈들.”

    “…….”

    갑작스러운 심한 나의 욕설에도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의사들.

    나는 그런 의사들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힘, 신성력이 나타나 의학계가 위험해졌다고?”

    “…….”

    “그게 내 탓인가? 너네들이 무능한 탓이 아니더냐?”

    “하지만, 신성력은 신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럼 기존에 인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의학을 반전시킨 우리들의 노고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우리들은 당장 살길이 막막해집니다.”

    그런 나의 말에 랄프가 나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그런 랄프의 말에 모든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랄프를 바라보았다.

    “너 같은 놈 때문에 의학이 발전을 못 하는 것이구나.”

    “전하…… 어찌 그럼 모욕을…….”

    상대가 황태자이기 때문에 화도 내지 못하는 랄프.

    하지만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인해 붉어져 있었다.

    분노가 가득 담긴 그의 낮은 목소리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새로운 힘인 신성력이 등장했다면, 신성력의 원리를 파악하고 의술을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달하여, 그들에게 대항을 해야 하는 것이 발전이다.”

    “하지만…….”

    “한데!”

    나의 말에 반박하려던 랄프.

    이어진 나의 말에 랄프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무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랄프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신성력이 등장하자마자 어린아이처럼 황궁에 탄원서를 넣었고, 살길이 막혔다면서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고, 우리에게 해결을 해달라고 요구만 했다. 너희는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냐?”

    “…….”

    “의사가 맞느냐?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맞는 것이냐!”

    우웅!

    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폭발적인 기세.

    그에 모든 의사가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런 의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너희들의 행동이 의학계를 저버리는 것이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정녕 살길이 없어지기를 원하는가?”

    “…….”

    “멍청한 새X들.”

    나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의사들을 내려다보며 나는 혀를 찼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구석에 서 있던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 준 다음 파티 홀을 벗어났다.

    * * *

    황태자인 요한이 파티 홀을 벗어난 후.

    파티 홀에서는 깊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요한의 말이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에 부끄러웠던 것이다.

    대륙에서 유명한 의사이며, 명문 의가 출신인 그들이 어린아이처럼 그저 칭얼대기만 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자자, 모두 집중.”

    그때,

    파티 홀의 상단 아래,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태자의 직속 수하이며, 어린 나이에 해밍턴 백작의 의술을 뛰어넘은 대륙 제일의 의사, 신의 위즐리.

    그가 앞으로 나서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황태자 전하의 말씀을 듣고 모두 부끄러움을 느꼈지요?”

    “…….”

    자신을 쳐다보는 의사들을 향해 위즐리가 특유의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의사들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에 위즐리는 피식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나는 황태자 전하의 명을 받들어 의료개혁을 하려고 합니다.”

    “의료개혁……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위즐리의 앞.

    랄프의 제자인 한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위즐리는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대는 나가세요.”

    “……?”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축객령을 내리는 위즐리의 모습.

    그에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위즐리는 사내의 옆,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랄프를 바라보았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 그 생명에 돈이라는 가치를 매기는 그대는 의사가 아닙니다. 의료개혁에 필요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 그런!”

    위즐리의 말에 랄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옆에 있던 사내가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덥석.

    “가시지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근위 기사들이 앞으로 나서서 랄프와 그 사내를 잡았다.

    “스승님!”

    그런 기사들의 행동에 당황해하며 사내는 자신의 스승인 랄프를 불렀다.

    제자의 애틋한 부름에도 불구하고 랄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가 나가게 해주게.”

    그저, 기사들을 향해 정중히 부탁했고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살짝 물러섰다.

    “가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제자.

    랄프는 그런 제자를 향해 힘없이 말했다.

    그에 사내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랄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두 명은 파티 홀에서 벗어났다.

    그 두 명이 벗어나자 위즐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의사들은, 신성력을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합니다.”

    “…….”

    “사제님.”

    위즐리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의사들.

    위즐리는 그런 의사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던 사제, 튜칸을 바라보았다.

    위즐리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인 튜칸은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내 모든 의사의 앞에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트레이 교단의 1사제 튜칸이라고 합니다.”

    웅성웅성.

    튜칸의 자기소개에 의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모든 의사가 불쾌한 표정으로 튜칸을 바라보았다.

    그런 의사들의 시선에 씁쓸한 미소를 지은 튜칸.

    위즐리는 그런 튜칸을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위즐리의 사과에 튜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의 대답에 위즐리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다음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위즐리 님! 저자는 트레이 교단의 사제입니다.”

    위즐리의 물음에 가만히 있던 한 소년.

    명문 의학 가문의 후손인 한 소년의 물음에 위즐리는 예의 청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새X.”

    그리고, 청량한 미소와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말이 튀어나왔다.

    “너 또한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구나.”

    그리고 이어진 위즐리의 한마디에 소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놓으세요!”

    근위 기사들에게 이끌려 파티홀에서 쫓겨났다.

    “자, 또 불만 있습니까? 불만 있으신 분은 나가십시오. 지금 이곳에서 역사에 다시없을 혁명적인 의료개혁이 일어날 것입니다. 불만 있으신 분은 지금 이곳에서 일어날 개혁에 참여하실 자격이 없습니다.”

    위즐리의 협박과도 같은 말에 의사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도 불만을 입에 담지 않았다.

    의사들에게 있어서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이다.

    황태자의 명령 하에 이루어지는 의료개혁에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의사에게 있어서 아주 큰 명예이다.

    이런 큰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자리에 빠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의사들을 바라보며 위즐리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역시 황태자 요한의 말이 맞았다.

    인간의 욕망은 그들의 자존심도 접게 한다는 말.

    이미 요한은 이런 상황까지 모두 예상을 했고,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조용히 따라오게 할 방법까지 모두 생각해 두었다.

    새삼, 요한이 대단하다고 생각된 위즐리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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