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0화
제190편 황태자의 의료개혁(1)
“저는 진실을 말할 뿐입니다.”
황제의 물음에 당황한 위천.
그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말하자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까부터 가만히, 위천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동생, 보스를 바라보았다.
“네 생각은 어떤 것 같나?”
“케한에게 작은 상처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케한이에게 잘 대해준 것 같더군요.”
“그래서?”
보스의 대답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황제.
그가 보스를 보며 다시 묻자 보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위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케한에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리스트들에 대한 권한은 이미 황태자에게 맡기시지 않았습니까? 황태자 또한 벼르고 있으니 전적으로 믿고 기다리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흐음…… 하긴, 녀석도 많이 화가 나긴 했지.”
자신들 만큼이나 케한을 아끼는 황태자 요한이다.
그리고 막냇동생 실 만큼이나 성격이 더러운 아이이고 말이다.
케한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요한이 내뿜었던 분노를 떠올린 황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보스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도, 황족이 납치된 사건인데 이렇게 가볍게 넘어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느냐?”
가만히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황제가 다시 입을 열자, 이번에는 가만히 있던 실이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제가 교국으로 넘어가서 조지고 오겠습니다.”
“실 공작, 황태자가 가기로 했으니 가만히 있게.”
“그 녀석은 마음이 은근히 약해서 제대로 못 조져, 내가 조지고 올게.”
“실 공작, 황제 폐하의 앞이다. 예를 갖추게.”
“어휴 재미없어.”
“실!”
“둘 다 조용.”
나이가 들어, 어엿한 가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린아이 같은 동생들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황제.
그가 말하자 실과 보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황태자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예.”
“쳇.”
황제의 명에 고개를 숙인 보스와 입술을 삐죽 내민 실.
그런 둘을 보며 황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실은 총 군단장이 되어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보스는 모든 귀족에게 연통을 넣어 모든 기사단을 소집하고, 훈련을 진행하라.”
“폐하……?”
“호오!”
갑작스러운 황제의 명령.
그 명령에 보스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고 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너무나도 다른 두 동생의 반응에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황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요한이가 무슨 사고 칠지 몰라, 준비해놓아야지.”
자식, 아니 조카의 사고에 전쟁까지 준비하는 황제.
“아…… 그렇군요…….”
“맞네. 내가 책임지고 준비할게!”
그리고 그에 동의하는 황제의 동생들.
그 세 명의 황족들을 보며 위천은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 북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 * *
“오랜만입니다.”
나의 집무실에 들어선 백발의 노인.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노인은 바로 궁중의원장인 해밍턴 백작이었다.
그의 인사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빈 소파에 자리를 권했다.
해밍턴 백작이 소파에 앉고, 대기하고 있던 샌드가 곧장, 나와 백작의 앞에 향긋한 향을 자랑하는 차를 내려놓았다.
“그럼, 물러가 보겠습니다.”
“위즐리 불러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샌드.
그를 향해 내가 말하자 샌드는 미소를 지으며 깊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네 전하.”
“야, 가식적인 미소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녀석을 본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말했고, 그에 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의문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가 인마.”
“네 전하.”
능청스러운 녀석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말했고, 그에 샌드는 물러났다.
샌드가 물러가고.
차를 한 모금 마신 해밍턴 백작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시종과 많이 친해 보이십니다.”
“개뿔.”
내가 저 녀석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전생에서 나를 죽인 놈이다.
물론 현생의 저 녀석과는 상관이 없었고, 전생에서의 저 녀석이 만취한 상태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실.
나는 저 녀석이 싫다.
그렇기에 계속 옆에 두고 괴롭히고 있는 중인데 친해졌다니?
말도 되지 않는 해밍턴 백작의 말에 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부정했다.
그에 해밍턴 백작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다 안다는 듯한 미소로 말이다.
“후우…… 그나저나, 모든 의사는 궁에 도착했습니까?”
그런 해밍턴 백작의 미소에 한숨을 내쉰 나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해밍턴 백작을 호출한 용건을 꺼내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해밍턴 백작은 미소를 지우고 자세를 바로 하며 입을 열었다.
“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중, 트레이 교단의 신도는 없습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백작을 보며 내가 장난스레 물었고 그에 백작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트레이 교단 때문에 자신들의 밥줄이 끊겼다고 생각하는 이들입니다, 트레이 교단의 신도가 있을 리는 만무하지요.”
하긴, 당연한 이야기다.
해밍턴 백작의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위즐리 등장!”
그때, 나는 나의 방문을 아무렇게나 열어젖히고 들어와 당당하게 자신의 등장을 알리는 녀석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녀석이 오는 것을 알고 있던 나였기에 아무렇지 않게 녀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앉…….”
퍼억!
“이놈의 자식!
아니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입보다 먼저 행동을 한 해밍턴 백작에 의해 나의 말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위즐리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고 언성을 높이는 백작.
나는 그런 백작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노인네, 엄청 빠르다.
앞으로 50년은 은퇴 걱정 안 해도 될듯하다.
“아 할배! 왜 때려!”
아무튼, 해밍턴 백작의 과격한 행동에 뒤통수를 부여잡은 위즐리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들어 백작을 향해 소리쳤다.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야!”
그런 위즐리를 향해 다시 무서운 표정을 짓는 해밍턴 백작.
아니, 할배 당신 목소리도 장난이 아닌데…….
해밍턴 백작의 박력에 자라목이 된 위즐리는 울상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형아, 이 노인네 짤라. 이제 능력 없어.”
그러고는 대놓고 나를 향해 자신의 할아버지를 해고하라고 요구하는 위즐리였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앞으로 50년은 끄떡없겠구만?”
“황공하옵니다 전하.”
장난스러운 나의 대답에 영광이라는 듯 고개를 숙이는 백작.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 마주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다시 앉으시지요, 너도 앉아 인마.”
“네.”
“응…….”
나의 말에 백작과 위즐리는 소파에 앉았고.
“느리다?”
“최대한 빠른 것입니다.”
위즐리의 앞에 샌드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쭈?
기다렸다는 듯 내가 시비를 걸자 샌드는 익숙한 듯, 여유로운 목소리로 받아쳤다.
많이 컸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칼론 불러와.”
“…….”
나의 명령에 그대로 굳은 샌드.
그런 샌드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귀찮아?”
“설마요, 황태자 전하의 명령이 귀찮을 리는 없습니다.”
나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샌드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아까 이야기해주셨으면, 칼론 경이 더 일찍 오실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쉬워서 그런 것입니다.”
“난 늦게 왔으면 하거든.”
“그렇군요.”
샌드의 뼈있는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샌드 또한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불러오겠습니다, 왕녀님도 부를까요?”
나의 연인인 엘로나.
그녀를 언급하며 샌드가 묻자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걔는 왜 불러? 너, 시종으로서 감이 없구나?”
“죄송합니다.”
“그래, 드라칸한테 더 배워야겠다. 내가 말해 놓을게.”
꽈득.
“어 주먹?”
“하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역시, 재미있는 놈이다.
어색하게 웃으며 물러가는 샌드를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형, 왜 괴롭히고 그래?”
“재밌잖아.”
그런 나를 향해 위즐리가 물었고 나는 즉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위즐리.
녀석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괴롭혀야지.”
“그래라.”
나보다 위즐리가 사람 괴롭히는 거 잘하지.
위즐리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시간을 때운 우리 셋.
차를 한 모금 마신 우리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은 우리 셋.
“형, 트레이 교단의 사제 중 한 명도 같이 동행했으면 좋겠어.”
그 침묵을 깬 것은 위즐리였다.
백성들에게는 신의이며, 제국의 의사는 물론, 모든 대륙의 의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천재 의사 위즐리.
그의 의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얘기해놓았다. 1사제 튜칸이 함께 해줄 것이다.”
“언제 그들과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위즐리, 그 맞은편에 있던 해밍턴 백작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 모였다면, 미룰 필요가 있습니까? 오늘 저녁으로 하시지요.”
“하면, 모두에게 그렇게 전해 놓겠습니다.”
나의 대답에 해밍턴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모든 의사를 제 궁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연회를 준비할 테니 가볍게 참석하라고 해주십시오.”
“또, 또 못된 성격 나온다.”
저 자식이?
나의 말에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위즐리를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네 이놈!”
그리고, 방 안에 해밍턴 백작의 노성이 울려 퍼졌다.
와…… 진짜 목소리 쨍쨍하다.
아까 한 말 취소, 50년이 아니라 70년은 멀쩡하겠다. 어쩌면 위즐리에게 삼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해밍턴 백작의 노성에 찔끔한 위즐리였지만 나불거리는 입을 멈추지는 않았다.
“형, 또 연회에 다들 모아 놓고, 파티 좀 즐기게 하다가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혼내고, 욕해서 분위기 망칠 거잖아. 마음에 안 드는 놈 있으면 겸사겸사 조금 때리고.”
저 자식.
어떻게 알았지?
정곡을 찌르는 위즐리의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 자식 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네 이놈! 황태자 전하가 그렇게 속 좁으신 분으로 아느냐!”
네, 맞습니다.
저 속 좁아요.
내가 하는 행동에 딴죽 거는 의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골탕 먹이려고 그럽니다.
미안합니다 아주.
위즐리를 향해 호통을 치는 백작을 보며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위즐리는 입을 가리며 웃었고.
빠악!
그런 위즐리의 뒤통수를 해밍턴 백작이 다시 후려쳤다.
이 조손은 나를 너무나도 피곤하게 했다.
우리 예쁜 엘로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