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88화 (188/226)

제 188화

제188편 팔라딘 Paladin(3)

“뭐지……?”

황태자궁에 위치한 연무장.

하나뿐인 제자의 쾌차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실은, 자신의 조카와 대련을 하는 제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카인 요한과 대련을 나누는 제자의 모습은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서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대련을 하고 있으니 어찌 보기 안 좋겠는가?

하지만, 제자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실은 계속해서 의문을 느꼈다.

분명…… 자신과 같은 고대 불의 정령 기운이 맞다, 분명 맞는데…… 조금 이상했다.

“보기 좋구나.”

한창 고민에 빠져있던 그때, 실은 옆에서 흐뭇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많이 변한 것 같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칼론.

요한의 급소를 아무렇지 않게 공격하는 칼론을 보며 실이 묻자 흐뭇한 어조로 말을 했던 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친구 같구나.”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으나, 왠지 모르게 한 개의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던 요한과 칼론의 관계.

그 굳건한 벽이 허물어진 듯한 둘의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던 보스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스는 웃으며 검을 휘두르는 칼론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저 녀석 안타깝군.”

기사 자격 박탈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칼론.

이제는 자유롭게 검을 휘두를 수 없는 칼론을 보며 보스가 말하자 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기사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보스.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생, 실을 바라보았다.

그런 보스의 행동에 실은 다시 입을 열었다.

“차라리 잘 된 거야, 제국의 기사가 아니라 그냥 요한의 검으로 살면 되니까.”

“하지만…….”

“형.”

실의 말에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던 보스.

그는 자신의 말을 가로막는 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실은 보스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 자식을 봐.”

흥겹게 대련을 하는 칼론을 눈으로 대충 가리킨 실.

그에 보스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보스의 귀로 실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저 녀석은, 기사라는 작위보다. 요한의 옆에만 있으면 되는 놈이야.”

“…….”

“막말로, 요한이 황제가 된다면 칼론은 다시 기사가 될 수 있고 말이야.”

“그렇군…….”

실의 말에 보스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실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칼론과 요한을 바라보았다.

“우리 큰형. 한 번씩 보면 소름이 돋아.”

귀족들의 불만과 황권 추락과 같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칼론의 공을 들먹이며 기사 작위를 해제시킨 황제.

그것으로 칼론에 대한 벌은 끝이 났다.

그 결과에 귀족들 또한 별말 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성자의 기적’이라는 기적을 보여줌으로써 백성들과 귀족들은 황족을 더 신성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은 이 해답을 부인인 로리에게 들었고, 그로 인해 황제의 의중을 알게 된 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어찌 인간이 이 정도까지 앞을 내다볼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자신의 형이지만 무서운 양반이었다.

실의 중얼거림을 들은 보스.

그가 빙긋 웃으며 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니, 황제가 되신 것이지.”

“그렇지.”

보스의 말에 실은 피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야.”

“왜.”

서로 간에 속 시원히 공방을 주고받고 잠시 물러난 우리 둘.

나는 나의 맞은편에서 자세를 낮춘 칼론을 불렀고 칼론은 나의 두 눈을 보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너, 에르 님의 목소리, 들었냐?”

“…….”

나의 물음에 칼론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들었네.”

“그래.”

“나 너 살리는데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 아냐?”

고개를 끄덕이는 칼론을 보며 나는 순간 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녀석을 살리기 위해 신성력 스탯을 30, 힘, 체력, 민첩 10을 손해 보았다.

그에 괜히 열이 난 내가 투정을 부리듯 신경질을 내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너 구하려고 절벽에서 떨어진 건 기억 안 나냐? 내가 그때, 한 달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요양만 해야 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 그건 미…….”

멈칫.

뭐야 이 새X.

나는 무심코 내뱉던 사과를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칼론을 바라보았다.

무능력한 나에 비해, 검술 천재였던 칼론이 샘이 나 골탕 먹이려고 절벽에 함정을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신체능력도 좋지 않았고, 머리도 멍청했기에 되려 내가 그 함정에 빠지고 말았었다.

그에 바보같이 착한 칼론은 그런 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절벽으로 떨어졌었다.

그때 기억을 내가 잊을 리가 없었다.

그때의 나는 울면서 칼론에게 사과했었고, 칼론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그런 다음 오히려, 나의 상처를 걱정했었다.

정말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칼론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한데…… 그것은 회귀 전, 전생의 기억이다.

한데 어찌 칼론이 알고 있단 말인가?

내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석상처럼 멍하니 칼론을 바라보자 칼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머니와 외할아버지가 화해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아버지를 일찍 찾게 해줘서 고마워. 나를 챙기고, 돌보아주고 계속 옆에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

“너…… 너!!”

칼론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뜬 나.

내가 손가락으로 칼론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칼론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네가 이렇게 훌륭한 존재가 될 거라 믿었다.”

씨X.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굳건한 눈빛을 보내는 칼론을 보며 나는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 자식.

그 무능한 나의 모습을 알고 있으면서도 믿고 있었다니?

정신이 이상한 놈이 아닌가?

“너…… 정말 고생했어. 넌 대단해.”

“…….”

하아…… 할 말이 없다.

회귀 후 변한 나를 보며 고생했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칼론을 보며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뚜욱.

그때, 고개를 숙인 나의 얼굴에서 한 방울 눈물이 떨어져 연무장 바닥을 적셨다.

부끄럽다.

성인이 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니 너무나도 부끄러웠지만…….

“칼론…….”

그 부끄러움을 잊을 만큼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나의 친구가,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것이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콧물 닦아.”

아 콧물까지 나왔었나?

고개를 든 나를 보며 칼론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나는 서둘러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콧물을 닦았다.

거 자식,

이 감동적인 상황에 콧물 닦으라니.

무드 없는 놈.

아무튼. 눈물과 콧물을 닦은 나는 가만히 서 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다시 덤벼.”

전생에서는 내가 너에게 졌지만 현생은 달라.

너 아주 죽었어.

각오를 다진 내가 검을 들며 도발하자 칼론은 기다렸다는 듯 자세를 낮추었다.

히이잉!!

그리고, 나의 연무장에서 커다란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칼론의 옆에 생성된 거대한 보라색의 불꽃.

“아아!!”

익숙한 힘을 지닌 불꽃.

칼론의 몸에서 나온 고대 불꽃에 나의 뒤에 있던 크림슨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감탄을 내뱉으며 두 손을 모았다.

“너…….”

그리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칼론을 불렀다.

그런 나의 모습이 재미있었을까?

칼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는, 에르 님의 검이자, 너의 검이다.”

히이잉!

나를 보며 칼론이 선언하듯 말함과 동시에 보라색의 불꽃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윤기 나는 흑색의 피부, 보라색의 불꽃이 일렁이는 말발굽과 말갈기를 지닌 거대한 흑마, 고대 정령 쿠르스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나타났다.

신성력의 힘을 받아, 고대 정령이면서 동시에 신수가 되어버린 쿠르스.

나는 신성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쿠르스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히이잉!

그런 나를 향해 예를 차리듯 고개를 살짝 숙이는 쿠르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전신에서 신성력의 힘이 깃들어져 있는 고대 불꽃.

보라색의 불꽃을 내뿜는 칼론을 보며 겔루 칼립스를 강하게 쥐었다.

화르륵!

내가 겔루 칼립스를 강하게 쥐자, 칼론의 불꽃보다 조금은 더, 어둠에 가까운 마나가 뿜어져 나와 겔루 칼립스의 전신을 뒤덮었다.

우웅!

콰득!

그와 동시에. 나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해일처럼 몰려들어 주변을 장악했다.

“크윽…….”

상대적으로 약한 크림슨과 엘로나, 그리고 레헤튼, 메이슨은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했고, 그들의 신음이 나의 귀에 들렸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우웅!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초월하려는 강자, 아버지와 실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는 오랜만에 디위니타스의 기운, 위엄을 끌어올리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을 사용해서 덤벼.”

“당연하다.”

나의 도발에 씨익 미소를 지은 칼론.

그가 흑색의 말, 쿠르스를 타고 나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우웅!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며 나는 검을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왼쪽 발을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일 식.

위대한 황제의 한 걸음.

나의 한걸음에 모두가 무릎을 꿇고 나를 경배하리.

다그닥 다그닥!

공간을 장악하는 나의 위엄에도 불구하고 칼론은 계속해서 나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 강해졌다.

그러니 나 또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이 식.

위대한 황제의 내려침.

그 누가 나의 것에 벌을 내린다는 말인가?

무엄하고. 무례하다. 벌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 자신뿐.

나의 것을 건드린 그대, 천벌을 받아라.

콰콰쾅!

나의 검이 지면을 향해 떨어지는 그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벼락이 떨어졌다.

모든 생명체의 주인인 나. 내가 내리는 천벌이었다.

벼락이 내려쳤기에 엄청난 먼지가 일어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죽은 것은 아니겠지?

타앗!

다그닥.

역시, 일어난 먼지 사이로 쿠르스를 탄 채 튀어나온 칼론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부웅!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칼론의 붉은 검.

나는 가볍게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칼론의 검을 피했다.

우웅!

내가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또다시 검을 휘두르는 칼론.

나는 계속해서 나를 압박하는 칼론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의 기운을 이겨내고, 나의 위엄에 굴복하지 않으며 검을 휘두르는 칼론의 모습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옛날 생각도 났다.

‘좀 맞아라, 이 자식아!’

‘싫어! 느려 인마!’

필사적인 나의 검을 칼론이 여유롭게 피하며 약을 올리던 추억.

그 추억을 떠올리던 나는 순간, 나의 얼굴을 향해 훅 들어오는 검을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최종오의 오 식.

위대한 황제의 군림.

만인지상 유일무이 천하 독존의 황제.

내가 이 세상에 군림을 하니, 한걸음에 대지가 갈라지고,

두 걸음에 모든 생명체가 굴복을 하며,

세 걸음에 하늘이 갈라진다.

그것이 위대한 황제인 나. 나의 군림이다.

우웅!

“크윽…….”

나의 강한 의지와 함께, 나를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던 칼론의 검이 멈추었다.

검술 최종식을 펼친 나의 눈앞에서 말이다.

나의 의지에 검이 가로막힌 칼론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계속 검에 힘을 주었다.

덜덜.

어떻게든 나의 장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칼론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가소로웠다.

감히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내려와.”

그 누구도 감히 나를 내려다볼 수는 없었다.

연무장을 울린 낮은 나의 목소리.

털썩.

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칼론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쿠르스의 등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그 상황에서도 칼론은 이를 악물며 억지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떻게든 굴복하지 않겠다는 칼론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에 나는 가소롭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커억!”

퍼억!

나의 걸음과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던 칼론이 괴로운 소리를 내며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그에 나는 다시 한 걸음 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쿠웅!

그러자 칼론의 주위 바닥이 폭발음을 내며 움푹 파였다.

“칼론.”

“크윽…….”

나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감히 입을 열지 못하는 칼론.

나의 위엄에 짓눌린 칼론을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를 나의 검이자, 트레이 교단의 검인 팔라딘 Paladin으로 임명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