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81화 (181/226)
  • 제 181화

    제181편 어린 양. 그리고 시작된 국교 선언식(1)

    “물러서 주십시오!”

    폭발음이 난 곳으로 달려온 젊은 기사.

    그는 자신의 선배들이 검을 뽑아 들고 경고 어린 목소리로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처음이었다.

    이곳에 누군가가 쳐들어온 것은.

    그에 젊은 기사는 천천히 선배들의 뒤에 섰다.

    그러고는 검을 뽑아 들어 선배들과 같이 이곳을 침입한 침입자에게 검을 겨누었다.

    “……???”

    검을 겨눈 그 순간.

    침입자가 누구인지 파악한 젊은 기사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타오를 듯 붉은 머리칼과 두 눈.

    너무나도 잘생긴 외모.

    모든 기사의 선망이자, 황태자의 검이라고 불리는 화염의 기사 칼론.

    그가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의 선배들과 대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러서 주십시오.”

    그런 기사들을 향해 칼론은 나직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에 기사들은 움찔했지만 검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들의 임무는 이곳을 지키는 일.

    황제나 황태자의 인가를 받지 못한 인물은 이곳에 출입하지 못한다.

    그런 기사들의 모습에 칼론은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칼론 경. 무슨 일인지 모르나 일단 물러나십시오.”

    기사들 중 가장 최고 참인 선임기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칼론은 고개를 들어 그런 선임기사를 바라보았다.

    흠칫.

    칼론과 두 눈을 마주친 선임기사.

    그는 칼론의 두 눈빛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두 눈 속에서 보이는 깊은 분노와 공허함, 그리고 허망함.

    복잡 미묘한 감정에 당황스러웠고, 너무나도 깊은 분노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모두 물러서게.”

    그때, 기사들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선임기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물러섰고 기사들 또한 눈치를 살피며 검을 거두었다.

    “무슨 일인가?”

    “레브 어디 있습니까.”

    기사들을 물리고 앞으로 나선 지켜 자작.

    그가 칼론을 보며 묻자 칼론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레브를 찾았다.

    그에 지켜 자작은 가만히 칼론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이성을 잃었군.”

    붉은 눈동자와 별개로 붉어진 칼론의 두 눈을 발견한 지켜 자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저런 유의 사람들을 자주 본 적이 있었다.

    깊은 절망감과 죄책감, 그리고 그 감정에 지고 말아 이성을 놓아버린 인물들.

    이곳 감옥에 들어서는 인물들 대부분이 지금 칼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비켜줄 수는 없을 것 같네.”

    지금 비켜주었다가는 칼론은 레브라는 여인을 죽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지켜 자작은 가슴을 쫙 펴며 칼론의 앞길을 막았다.

    그에 칼론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지켜 자작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화륵!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칼론의 몸에서 무서운 기세와 뜨거운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절대, 비켜 줄 수 없네.”

    루드비히 후작과 친한 사이인 지켜 자작.

    그는 자신의 조카와 같은 칼론이 무너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켜 자작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칼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마주하고 있었다.

    스르릉!

    그런 지켜 자작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기사들은 다시 검을 뽑아 들어 칼론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섰던 선임기사는 당당하게 서 있는 지켜 자작의 옆에 섰다.

    그러고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칼론을 노려보았다.

    “간수장님.”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네, 단, 죽지는 말게.”

    선임 기사의 부름에 단호하게 명을 내린 지켜 자작.

    그런 자작의 명에 선임 기사를 포함한 모든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그리고 다시, 지하 감옥에서는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 * *

    “제길!”

    수하에게 시녀를 포박하고 심문하라고 명을 내린 게슈레.

    그는 수하가 시녀를 끌고 가자 곧장 지하 감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기사들.

    그들의 모습에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어…… 어서, 가서 말리게.”

    그때, 탄식하는 게슈레의 귀로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깜짝 놀란 게슈레는 황급히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발견할 수 있었다.

    늘 미소를 지으며 유쾌한 농담을 건네던 중년 사내.

    지켜 자작이 입가에 가느다란 피를 흘리며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것을 말이다.

    엉망인 자작의 모습에 게슈레는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의 상태를 황급히 살폈다.

    설마, 칼론.

    그가 이들에게 살수를 펼쳤단 말인가?

    “걱정 말게, 죽은 이는 없어.”

    그런 게슈레의 표정과 행동에 안도하라는 듯 지켜 자작이 말하자 게슈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칼론 경은 어디 있습니까?”

    “독방, 레브의 독방으로 갔네. 어서 가서 말려야 하네.”

    “알겠습니다.”

    다급한 지켜 자작의 말에 게슈레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독방이 있는 방향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

    지켜 자작은 벽에 기댄 채 가만히 그런 게슈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고 뒤통수를 벽에 기대었다.

    “에르시여…… 부디 저 불쌍한 영혼을 구제해주소서…….”

    믿지는 않았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트레이 교단의 신.

    태어나 처음으로 그에게 아니, 신이라는 존재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너무나도 슬프고 깊은 감정에 빠져 그만 이성을 잃어버리고 만 어린 영혼.

    그 어린 양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인도해주시고, 구제해달라고 말이다.

    * * *

    와아아!!!

    황궁의 광장.

    제국에서 가장 작은 영지와 크기가 비슷한 드넓은 광장에는 수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옷을 잘 차려입은 부유한 상인들과 막 장사를 마치고 참가한 백성,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과 가족들의 안전을 매일같이 기도하는 노인들, 그리고 그저 축제라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 빙긋 미소를 지은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와아아!!”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내던 함성이 더욱더 커졌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의 함성에 가득 담긴 호감.

    그것을 느낀 나였기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던 것이다.

    나는 지금 광장에 만들어진 높은 상단에 올라와 두 번째 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오른쪽에는 대공인 아버지가, 또 반대편에는 성녀인 루멘이 앉아있었다,

    나와 아버지, 그리고 루멘의 사이에 한 개의 더 높은 상단이 있었고, 그 상단에는 거대한 황좌가 존재하고 있었다.

    황좌를 제외하고 이곳 광장에 있는 의자는 비어있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자 백성들은 선언식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듯 함성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샤라라.

    지이잉!

    우우웅!

    적막이 감도는 거대한 황궁 광장에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한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벌컥.

    그리고, 그 선율과 동시에 광장 맞은편에 위치한 거대한 물이 열렸다.

    저벅, 저벅.

    감히 입을 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백성들.

    그들은 광장에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더욱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제국의 주인이자, 이제는 대륙의 주인이 되어버린 황제.

    그가 광장 정중앙에 마련된 레드카펫을 당당하게 걸었다.

    오우, 오늘 정말 미쳤다.

    나는 황제의 위엄을 내뿜으며 수많은 백성들을 조용하게 하고, 무릎 꿇리게 한 황제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나로 인해 조금 나이가 많은 청년으로 보이는 황제.

    게다가 뛰어난 유전자를 지닌 황족답게 그는 너무나도 잘생겼으며,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위엄에 백성들은 감히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백성들만이 아니었다.

    나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황제를 바라보는 귀족들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놀라 그대로 굳어버린 귀족들의 모습.

    그들의 모습에 실소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상단에 오르는 황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치는 황제는 보이지 않았다.

    멋들어진 제복을 차려입은 황제.

    이 세상을 굴복시킨 듯 위엄을 내뿜는 황제의 모습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디위니타스 검술을 사용하는 듯하다.-

    황제의 위엄, 그것으로 공간을 장악해 상대를 제압하는 검술 디위니타스.

    내가 익힌 검술을 언급하며 크산느가 말하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솔직하게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디위니타스 검술의 최종 오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위엄으로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그 모습과도 같은 황제의 모습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가 있다.

    아니 될 것이다.

    미래에 백성들의 앞에 서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자 나는 나의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한 개의 상단에 오르자, 그곳에 앉아있던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벅.

    그리고, 그들의 인사를 지나친 황제는 또 한 개의 상단에 올라섰다.

    처억!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받고, 상단에 오르고.

    총 다섯 개의 상단을 오른 황좌는 자신을 위해 마련된 황좌에 앉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황태자.”

    “예 폐하.”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차리고 있던 나는 황제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고 황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대는 일어서게. 오늘 그대는 황태자인 동시에, 에르 님의 선택을 받은 성자이니 말일세.”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황제의 말.

    일부러 마나를 실어 자신의 음성을 곳곳에 퍼뜨리는 황제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정말…… 우리 폐하.

    너무 똑똑하다.

    백성들과 귀족들의 앞에서 성자인 나의 위상을 일부러 높이는 황제의 모습에 나는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황제의 의중은 이렇다.

    성자인 나를 존중하고 권위를 높여 주는 것.

    그것은 성자이자 황태자인 나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고, 나아가 황권을 강화하게 하는 것이다.

    몇 수 앞을 내보는 황제의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도 나는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에게 에르 님의 가호가 있기를…….”

    우웅!

    그리고 나는 황제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내가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나의 몸에서 보라색의 따뜻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와 황제의 전신을 쓰다듬었다.

    “…….”

    처음 받아보는 신성력의 기운에 당황스러워하던 황제.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전신을 쓰다듬던 신성력이 사라지자 황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에르 님의 가호, 진심으로 감사하네.”

    공적인 자리에서 에르에게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황제.

    그의 말에 백성들과 귀족들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방금 황제가 인정한 것이다.

    황제의 위에는 신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 자리에 착석하게!”

    황제의 감사에 살짝 고개를 숙인 나.

    나는 상단 밑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고, 그와 동시에 황제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황제의 명에 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의 자리에 착석했고, 백성들은 조용히 고개를 들고는 나와 황제에게 집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