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79화 (179/226)

제 179화

제179편 국교 선언식(2)

“대공!”

국교 선언식이 시작되기 전.

황제가 대기하는 곳에 잠시 들르려던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셨소이까.”

나의 반가운 부름에 아버지 또한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이내 아버지의 옆에 서 있는 루드비히 후작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후작도 계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태자 전하.”

나의 인사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루드비히 후작.

나는 그런 후작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옆에 있던 다른 귀족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건네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대공이라 부르고, 아버지가 나에게 공대를 사용한 이유.

바로 주위 귀족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아무튼, 귀족들에게 눈인사를 건넨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폐하를 보러 오셨습니까?”

“그렇네. 황태자도 보러 오셨는가?”

“그렇습니다. 한데…….”

나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버지의 몸을 살폈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후, 각혈하며 쓰러지는 아버지를 신성력을 사용하여 치료했지만, 혹시나 있을 부작용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걱정 말게. 함께 들어가겠나?”

나의 눈빛에 아버지는 빙긋 미소를 지으시며 안심을 시켰고 이내 나를 향해 의사를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먼저 광장에 나가 있겠습니다.”

황제와 함께 광장에 나서려고 했지만, 아버지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미리 나가서 신성력을 조금 보여주고, 신앙심이 고조되었을 때 황제가 등장하는 것이 그림이 더 좋을 듯했다.

그런 나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신 듯했다.

아무튼,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는 황제궁을 벗어났다.

잠시 후.

황제궁을 벗어난 나는 오늘따라 유난히 강한 햇빛에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과 정중앙에 떠 있는 따뜻한 해…….

“개뿔, 더워 죽겠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강한 햇빛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자 가만히 나의 어깨에서 잠자고 있던 크산느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입을 열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시꺼, 인마.”

더워 죽겠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 맞았기에 나는 멋쩍은 듯 투덜거렸다.

소드 마스터라는 초인의 경지에 오르면서 나는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내성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화 속성 내성도 많이 올라, 사막에 있어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나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크산느는 다시 날개를 접고는 나의 머리 위로 올라와 드러누웠다.

하여간 이 자식은 맨날 내 어깨 아니면 머리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다.

아주 얄미워 죽겠다.

-야.-

속으로 투덜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기던 나는 나를 부르는 크산느의 음성에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말 내가 안 가도 되는 거냐?-

케한이 환궁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를 태워줄 테니 데리러 가자고 크산느가 먼저 권한 적이 있었다.

선뜻 먼저 권해준 크산느가 고마웠지만 나는 크산느의 권유를 거절했었다.

그때 거절하는 나의 행동에 납득하지 않는 표정을 짓더니 아직까지도 의문스러웠나 보다.

그런 녀석의 물음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의 얼굴 앞에서 파닥거리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많이 참았다?”

-아, 뭔데. 빨리 말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가 묻자 크산느는 신경질이 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빨리 데려오고 싶지 않았으니까.”

-왜? 당장 보고 싶잖아.-

맞다. 너무 맞는 말이라 나는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옳은 소리를 하는 크산느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동생.

정말 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과하고 싶었다.

지켜주지 못했고, 아비뇽을 제대로 잡지 못해 험한 꼴을 당하게 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국교 선언식이 끝이 나고 케한이 제국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나는 일부러 크산느의 권유를 거절했다.

신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케한이다.

아직은 어린 녀석이고, 또 신을 믿는 존재에게 험한 일을 당한 녀석이다.

그런 녀석에게 신을 믿는다고 공표하는 국교 선언식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조금은 과한 배려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었고, 또 녀석이 조금 더 크면 내가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다.

녀석을 납치한 이들과 같이 나 또한 신을 믿고, 또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라고.

신을 믿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혐오스러워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녀석은 아직 어린아이였다.

이때까지 어른스러운 녀석이었기에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녀석이 울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지금부터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케한이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싶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크산느는 피식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눈을 감았다.

그에 나 또한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형아~~”

하아…….

저 자식은 어디에 있든 시끄러운 놈인가 보다.

황제가 기거하는 궁의 바로 앞임에도 불구하고 큰 목소리로 나를 형이라 부르며 쪼르르 달려오는 위즐리.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예의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서는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야, 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

해맑게 웃으며 달려오는 위즐리를 내가 노려보자 녀석은 걸음을 멈추고는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러고는 경계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녀석.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도록 왼발을 뒤로 조금 빼고 있다.

녀석.

귀엽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헤헤.”

그런 나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녀석은 다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덥석.

“……?”

그리고 나는 그런 녀석의 뒷목을 잡았다.

도망 못 가게 말이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위즐리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어린 고양이가 ‘나 때릴 거야?’하는 순수한 눈망울과 표정으로 올려보듯 말이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통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왜냐?

내가 더 잘생기고 매력적이니까.

-이 새X, 또 이상한 생각 하네.-

진짜 저 녀석은 귀신일까?

속으로 자화자찬하는 나에게 크산느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무서운 녀석이다.

아무튼, 타인의 잘남을 인정하지 못하는 녀석을 무시한 나는 위즐리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안 바쁘니?”

“전혀.”

공국의 공식 후계자로 발표되어 후계수업을 받아야 하는 위즐리.

나의 물음에 녀석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막 후계로 발표된 것이라 귀족들과 인사는 물론 오스란의 예법과 전통, 역사에 대해서 배워야 할 텐데 전혀 안 바쁘다고?

과연 그럴까?

“위즐리!”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고성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씩씩대며 긴 드레스를 잡고 이곳으로 빠르게 걸어오는 아름다운 미녀.

바로 위즐리의 정인인 코피아였다.

“여기 들고 가.”

“형…….”

빠른 걸음으로 우리의 앞에서 멈추어 선 코피아.

나는 그런 그녀에게 위즐리를 건네주었다.

마치 물건처럼 건네주는 나의 행동에 위즐리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고맙습니다 전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뒷목을 잡는 코피아의 행동에 위즐리는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많이 바뀌었네.-

나와 같은 마음을 느꼈을까?

이 두 명의 연애를 응원하고 재미있게 지켜보던 크산느는 달라진 둘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끄덕.

그리고 그에 나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에는 코피아가 위즐리를 일방적으로 좋아했고, 따라다니면서도 한편으로는 위즐리를 두려워했다.

위즐리의 본성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고, 또 그 본성을 어린 나이에 직접 두 눈으로 보았으니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어쨌든 그런, 묘한 감정을 지니며 위즐리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던 코피아였는데,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주고받으니 상황은 변했다.

위즐리가 코피아를 두려워했고, 코피아는 위즐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애 돌보듯 다루기 시작했다.

아,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쟤는 여전히 쫓아다니네.-

위즐리에게 어디 갔었냐며 화를 내는 코피아, 그런 그녀를 보며 크산느가 중얼거렸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코피아가 위즐리의 뒤를 쫓는 것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다.

“진짜! 말 좀 들어.”

“코피아, 나는 자유로운 영혼…….”

“위즐리!”

“…….”

주인에게 혼나는 강아지처럼 몸을 축 늘어트린 위즐리는 울상을 지었고 코피아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그런 위즐리를 노려보았다.

같은 남자로서 그런 위즐리가 참 불쌍해 보였지만…….

-행복해 보이는군.-

다른 의미로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나의 본심과도 같은 크산느의 말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잘못된 길을 걸었던 위즐리.

그것이 본성이 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았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변했다.

아주 좋은 쪽으로 말이다.

* * *

“으으음…….”

황태자궁에 마련된 칼론의 침실.

며칠간 의식을 잃고 일어나지 않던 칼론이 침대에 누운 채 얕은 신음을 냈다.

그에, 자진해서 돌아가면서 옆을 지키고 있던 칼론의 친구들.

레헤튼 다음으로 국교 선언식 참가를 포기하고 옆을 지키던 메이슨은 옆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칼론 경! 정신이 드십니까!”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칼론에게 물었다.

“무…… 물…….”

그때, 칼론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고 메이슨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그리고 메이슨이 마나를 끌어올렸고 칼론의 위에는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물방울이 생겨났다.

원소 마법이며, 고난도 마나 컨트롤이 필요한 마법이었지만 마법 천재인 메이슨에게는 아주 간단한 마법이었다.

말라 있는 칼론의 입술에 물방울 하나하나씩 떨어뜨리며 칼론의 입술부터 적신 메이슨.

그는 성급해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차를 두면서 칼론에게 계속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신의인 위즐리가 말한 적이 있었다.

칼론이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물을 찾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 물을 바로 주지 말고 입술부터 적시면서 조금씩 주라고 당부를 했었다.

그렇기에 메이슨이 이런 번거로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하아…….”

어느 정도의 갈증이 해소된 칼론이 두 눈을 떴고 메이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슨 경…….”

“괜찮으십니까? 다른 데 아픈 곳은 없습니까?”

한숨을 내쉬는 메이슨을 칼론이 부르자 메이슨은 칼론의 두 눈을 보며 물었다.

칼론의 몸 곳곳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메이슨의 모습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조금 어지러운 것 빼고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메이슨의 물음에 대답한 칼론.

그가 돌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자 메이슨은 빙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고는 안심하라는 듯 칼론의 어깨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

“대공 전하는 무사하시고, 케한이는 근위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궁으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아!”

메이슨의 말에 칼론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메이슨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은 쉬십시오.”

“그…… 미안하지만 게슈레 님을 불러주시겠습니까?”

메이슨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칼론이 입을 열자 메이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탁합니다.”

하지만 이어진 칼론의 간곡한 어조에 메이슨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슈레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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