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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75화 (175/226)
  • 제 175화

    제175편 변화하는 제국(2)

    “카로스 경.”

    “송구하옵니다, 전하.”

    황태자궁의 응접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카로스를 내려다보았다.

    블랙 기사단에게 이단 심판관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 지도 어느덧 2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한데 블랙 기사단은 이단 심판관을 포박하기는커녕,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 실망만 시키는 블랙 기사단의 모습에 나는 단장인 카로스를 질책했고, 카로스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카로스 경, 저는 국교 선언식 전까지 그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 후로 예정되어 있는 국교 선언식.

    가벼운 마음으로 선언식을 치르고 싶은 나였기에 카로스를 향해 말했고 카로스는 고개를 깊게 숙였다.

    “반드시 그때까지 잡아서 전하의 앞에 대령하겠습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각오를 했다.

    반드시 잡아오겠다는 각오를 말이다.

    “전하!”

    그때.

    나는 문이 열린 응접실로 들어서는 게슈레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드라칸과 같이 예를 중시하며 냉정함을 항시 유지하는 게슈레.

    그가 다급한 표정으로 예도 차리지 않고 들어서는 모습에 불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무슨 일이냐.”

    그런 게슈레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내가 묻자 게슈레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전하의 명으로 궁녀들과 시종들을 조사한 결과. 미하일을 믿는 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보고였다.

    선생님의 지적에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하면서도 선생님의 앞이었기에 형식상 게슈레에게 명령을 내렸던 나다.

    한데 정말 있었다고?

    “몇 명이지?”

    소파에서 일어선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게슈레에게 묻자. 게슈레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5명입니다.”

    멈칫.

    많았다.

    너무나도 많은 인원에 나는 옮기던 발걸음을 그대로 멈추었다.

    그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아…….”

    최악의 보고였다.

    게슈레의 보고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신성 교국.

    그들의 행동은 생각보다 더 은밀했고, 제국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그에 분노한 나는 다시 손을 내리고는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당장 포박해.”

    “알겠습니다.”

    나의 명에 고개를 숙인 게슈레.

    나는 그런 게슈레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아…….”

    그리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냐고 묻던 선생님의 모습이 말이다.

    그에 걸음을 멈춘 나는 몸을 돌려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대공 전하의 휴가를 준비한 궁녀들과 시종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표정에서 다급함을 읽었을까?

    내가 묻기도 전에 게슈레가 대답했다.

    그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불안했다.

    만약 선생님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나는 간자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요즘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았다.

    조용히 자신을 질책한 나는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대공 전하가 있는 곳으로 요원들을 파견하라. 나는 폐하를 뵙고 직접 움직이겠다.”

    “알겠습니다.”

    심각한 나의 어조에 게슈레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부탁할게.>

    그런 게슈레를 보며 고개를 돌린 나.

    나는 파닥거리며 공중에 떠 있는 크산느를 바라보며 말했고 그에 크산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서 황제를 만나서 보고를 해.-

    <응.>

    크산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황제의 집무실로 말이다.

    * * *

    제국의 동부.

    제국에서 유일한 항구 도시인 헤르만.

    그곳에 도착한 보스는 코에서 느껴지는 바다내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와아!”

    “어머…….”

    거대한 호수인 스타폴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다.

    그런 바다의 아름다움에 케한은 만세를 했고 아내인 살라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가족의 모습에 보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무리해서, 여행지를 멀리 잡았는데 이 둘을 보니 아무래도 잘한 듯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스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일 같이 격무에 시달리면서 열심히 사는 황태자.

    자신의 큰아들인 요한과 함께 오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이다.

    “여보.”

    그때, 아쉬운 표정을 짓는 대공의 팔에 살라만의 팔이 들어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해오는 살라만의 모습에 보스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호위기사인 칼론과 위즐리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신이 대공인 것을 모른다.

    그렇기에 이런 스킨십도 가능하다.

    수도였다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써야 했기에 불가능했던 행동들, 그것이 가능하니 보스와 살라만은 결혼하기 전,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튼, 보스는 오랜만에 느끼는 푸근한 감정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는 큰아들도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 * *

    같은 시각, 같은 제국의 동부.

    인적이 드문 산속 동굴에 들어선 프리스트의 수장, 잔크는 쇠창살 감옥의 안으로 들어섰다.

    “아저씨…….”

    북부에서 잡아온 수많은 아이들 중 하나.

    유독 아이에게 약했던 잔크는 아이들에게 잘해주었고, 아이들은 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잔크를 잘 따랐다.

    그중 특히 자신을 잘 따랐던 백발의 사내아이.

    어린 소년인 리키는 안으로 들어선 잔크를 바라보며 힘겹게 그를 불렀다.

    프리스트들의 수장이며 이단 심판관인 아비뇽의 오른팔과 같은 수하 잔크.

    그는 교국에서 몇 없는, 교황의 가호를 받아 신성력을 지니고 있는 이었다.

    그런 잔크가 리키의 옆에 앉아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말하지 말거라…….”

    그와 동시에 잔크의 팔에서 생성된 새하얀 빛이 리키의 전신을 덮었고 잠시 후.

    거친 숨소리를 내뱉던 리키의 호흡이 진정되었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잔크.

    그가 리키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아비뇽의 명으로 납치를 한 북부의 설인들.

    신의 뜻이라며 무차별하게 납치하고, 또 반항하는 이들을 죽이는 이단 심판관 아비뇽의 모습을 떠올린 잔크는 이를 악물었다.

    잔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명을 창조하고, 사랑하는 자애로운 미하일.

    정말 그분이 이 작고 가여운 아이들에게 벌을 내리라고 이야기를 하였을까?

    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문을 함부로 표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이단을 심판하는 아비뇽의 메이스가 자신을 향할 테니 말이다.

    그에 잔크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신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

    아비뇽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확신한 잔크는 두 눈을 감고 있는 리키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감옥 안에 쭈그려 앉아 부모를 그리워하는 가여운 아이들.

    그들 모두에게 말하는 잔크의 두 눈은 확고했다.

    * * *

    헤르만에 들어선 대공 일행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고급 식당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황궁에서 마련한 별장에 들어선 일행들.

    “와아!”

    케한은 별장 앞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조금 높은 언덕에 위치한 별장.

    그 언덕 아래로 바로 바다가 보였으며, 뒤에는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앞은 푸른 하늘과 따뜻한 태양이 별장을 비추고 있었다.

    그림 같은 별장의 풍경에 케한은 물론, 칼론과 위즐리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마련된 의자에 앉은 보스와 살라만.

    케한은 옆에 마련된 작은 그네 의자를 향해 뛰어가 그대로 올라앉았다.

    “형!

    “그래!”

    칼론을 보며 두 눈을 반짝거리는 케한.

    그런 케한의 모습에 칼론은 미소를 지었고 위즐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다음 달려갔다.

    그에 걸음을 멈춘 칼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위즐리 저 녀석.

    철들었다. 즐거워하는 동생을 위해 그네를 밀어주다니 말이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위즐리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칼론은 그대로 인상을 찌푸렸다.

    케한을 밀어주기 위해 달려갔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

    케한의 옆자리에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칼론을 바라보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칼론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헤헤. 형아, 나 날아가면 잡아줘.”

    “당연하지!”

    위즐리가 함께여서 좋은지 케한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위즐리는 힘 있게 대답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칼론은 결국 피식 미소를 지었고, 이내 그런 둘의 뒤에 섰다.

    그러고는 그네를 밀어주었다.

    * * *

    “와아!”

    해가 진 저녁.

    한 시간 동안 그네를 타고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팔팔한 케한.

    그런 케한을 위해 보스는 위즐리와 칼론에게 영지로 내려가, 시장을 구경시켜주라고 부탁했고 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한 살라만을 위해 보스는 별장에 남았고, 칼론과 위즐리는 팔팔한 케한을 데리고 시장으로 나섰다.

    시장에 도착하자, 팔센의 시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수산시장.

    곳곳에서 튀어 오르는 생선들과 제국에서 보기 힘든 새우, 게 등 바다 생물체가 보이자 케한의 두 눈이 커졌다.

    쪼르르!

    그러고는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피식.

    그런 케한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칼론.

    그는 케한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면서도 주변을 경계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와아!”

    “오오!”

    케한과 함께 호들갑을 떨며 생선을 만지고 있는 위즐리를 보며 칼론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저 자식은, 분명 자신과 같은 호위기사인데 저러고 있다.

    “헤헤!”

    “하하!”

    뭐 괜찮을지도 몰랐다.

    정신 수준이 케한과 딱 맞기 때문일까?

    케한은 친한 친구와 노는 듯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으로 위즐리의 역할은 충분하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케한과 놀아주며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는 위즐리의 모습을 보며 칼론은 확신했다.

    위즐리는 케한이를 위해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지가 즐거워서 노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잠시 후.

    칼론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둘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그대로 멈추었다.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느덧 자신들이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섰다는 것을 말이다.

    활발한 수산시장 옆에 위치한 어두운 골목.

    자연스레 그곳으로 몰린 칼론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뽑았고 상황을 파악한 위즐리 또한 케한과 함께 칼론의 뒤로 물러섰다.

    “역시, 눈치가 빠르군.”

    그런 칼론 일행들의 모습에 모습을 드러낸 한 중년인.

    “너는!”

    칼론은 그런 중년인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트레이 교단이 광장에서 전도를 할 때 빤히 지켜보고 있던 중년인.

    그때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로브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를 보며 칼론은 이를 갈았다.

    주군인 요한이 찾던 존재이자, 조심하라던 존재.

    바로 초인의 경지에 오른 이단 심판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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