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3화
제173편 새로운 소드 마스터
“심판관님.”
“그래.”
깊은 밤.
숙소에서 쉬고 있던 아비뇽은 수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피하셔야겠습니다.”
“뭐?”
갑작스러운 수하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아비뇽.
그런 아비뇽을 향해 수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공가의 블랙 기사단. 그들이 제국의 수도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심판관님의 정체를 파악하고 찾는 것 같습니다.”
“빠르군…….”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빠른 황궁의 행동에 아비뇽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수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에 아비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프리스트들은?”
프리스트.
신성 교국의 무력집단이자 최강이라 불리는 성기사단과 쌍벽을 이루는 집단.
이단 심판관의 직속 수하들이며, 아비뇽이 심판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처음에는 이름 없이 그저 이단 심판관의 수하들이라 불렸지만 그들의 힘과 영향력을 생각하여 교황이 직접 ‘신의 힘을 빌려 힘을 행사하는 자’ 프리스트라는 이름을 하사한 이들이다.
아비뇽이 그런 프리스트들을 찾으며 묻자 수하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설인들을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가장 강한 이들로 열 명을 차출하라.”
“……?”
갑작스러운 아비뇽의 명령.
그런 아비뇽의 명령에 수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아비뇽을 바라보았다.
프리스트들 중 가장 강한 이들로 10명이라면 엄청난 전력이다.
명문 귀족가의 가문을 하루 만에 없애 버릴 수 있는 전력이다.
10명 모두가 오러 나이트이니 말이다.
거기다가 이단 심판관인 아비뇽, 소드 마스터인 그가 함께한다면?
명문 귀족가를 하루 만에도 아닌, 단 몇 시간 만에 없애 버릴 수 있는 전력이다.
아무튼 그런 무시무시한 전력을 갑자기 차출하라니?
의문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수하의 모습에 아비뇽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거대한 메이스를 들어 수하를 가리켰다.
“내 행동이 곧 신님의 뜻이다. 감히, 미천한 네가 신의 뜻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냐?”
“아닙니다.”
차가운 아비뇽의 음성에 수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신의 뜻에 의문을 가지다니.
자신은 절대 그런 적이 없었다.
대리자인 아비뇽에게 의문을 가진 적은 있어도 말이다.
아무튼, 수하는 그런 아비뇽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고 아비뇽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한번 차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움직여.”
“알겠습니다.”
차가운 아비뇽의 명에 고개를 숙이며 수하는 대답했고 이내 물러났다.
* * *
“기사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나 봅니다.”
어린 시절 매일같이 수련했던 연무장 한가운데에 선 나.
그런 내가 겔루 칼립스를 바닥에 짚으며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향해 말했다.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전하.”
장난기가 다분한 나의 말에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건네는 노인.
가벼운 경장 차림의 노인의 사과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 단장님이 더 가르치셔야겠습니다.”
대공가의 최정예 블랙 기사단.
그곳의 단장이자 아버지의 친우와 같은 카로스를 보며 내가 말하자 카로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 가르친 것이니, 물러나야지요.”
하여간, 저 노인네.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카로스의 대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겔루 칼립스를 들어 카로스를 겨누었다.
“초인의 경지에 올라 조금 더 일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하지요.”
나의 말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카로스.
그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검을 들어 나를 향해 겨누었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리지요.”
타앗!
그리고 나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카로스에게 짓쳐들어갔다.
채앵!
빠른 속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하고 있던 카로스는 무난하게 나의 검을 막아내었다.
휘릭.
부웅!
그리고, 나 또한 그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카로스의 검과 나의 겔루 칼립스가 부딪히는 그 순간.
타이밍을 계산하여 손목을 꺾어 카로스의 검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다음 그 힘을 이용하여 몸을 돌렸고 카로스는 미소를 지은 채 뒤로 물러나 나의 검을 피했다.
나의 검은 카로스가 방금까지 존재하고 있던 허공을 갈랐고.
수욱!
그런 나의 빈틈으로 카로스의 검이 들어왔다.
역시 연륜은 무시 못 한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순수 검술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카로스를 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거대한 대검, 겔루 칼립스를 어깨 옆으로 세워 카로스의 찌르기를 빗겨 막은 나는 발로 겔루 칼립스의 끝부분을 걷어찼다.
챙!
부웅!
나의 발차기와 동시에 위로 들린 겔루 칼립스와 카로스의 검.
나는 양팔이 들린 카로스의 복부가 휑한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다시 발을 뻗었다.
퍼억!
그러고는 그대로 카로스의 복부를 걷어찬 나.
카로스는 이것은 짐작 못 했는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고.
타앗!
나는 그런 카로스를 향해 다시 짓쳐들어갔다.
“타핫!”
방금보다 느렸다.
아까의 발차기가 유효타였는지 카로스의 검은 방금보다 느려졌고 나는 가볍게 피했다.
부웅.
그러고는 나의 어깨로 카로스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퍼억!
타닥.
“크윽…….”
그런 나의 어깨 공격에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친 카로스.
나는 다시 그런 카로스를 향해 짓쳐들어갔다.
그러고는 검을 들어 올렸다.
내가 검을 들어 올리자 카로스 또한 이를 악물며 검을 들어 올렸다.
아마 내려치는 나의 검을 막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거 어쩌지.
나는 검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가벼운 힘으로 검을 내려친 나.
카로스는 그런 나의 검을 어렵지 않게 막았고, 나는 발로 그런 카로스의 발목을 걷어찼다.
퍼억!
나의 발목 공격에 그만 무게 중심을 잃고 만 카로스.
결국 그는 넘어졌고.
스윽.
나는 그런 카로스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에스란 선생님에게 배운 실전 검술.
용병검술을 접목한 나의 검술에 카로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전하…….”
놀라울 것이다.
황태자인 내가 타 기사들과 달리, 용병들이 사용하는 실전 검술, 신체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검술을 사용하니 말이다.
놀란 음성으로 나를 부르는 카로스.
나는 그의 목에 겨눈 검을 거두어들이고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십시오.”
노인이 넘어져 있고, 내가 서 있으니 몹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장난기 어린 나의 목소리에 카로스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이내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전하는…… 제가 아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군요.”
“하하. 10살 때 북부에 나가다 보니.”
10살부터 설인들과 전투경험을 쌓았던 나.
그런 나이기에 과거를 언급하며 대답하자 카로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전투경험보다 에스란 선생님의 지도가 더욱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은 비밀이다.
아무튼, 그런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던 카로스가 돌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 수련 방법을 바꾸어야겠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카로스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로스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실전 방식으로.”
아…….
벌써부터 블랙 기사단원들의 곡소리가 들려왔다.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카로스를 보며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괜히 나 때문에 기사들만 힘들어지게 되었다.
“어쨌든 오늘 대련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카로스.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카로스를 향해 대답했다.
그런 다음 입을 열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카로스 경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초인의 경지를 목전에 두고 조금은 조급해 보이던 카로스.
그를 향해 내가 말하자 카로스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노인네 분명 알아서 잘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로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카로스 경은 충분히 뛰어난 기사……?”
손을 내밀고 인사를 하기 위해 입을 열던 나.
나는 맞은편에서 느끼지는 마나 폭풍에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카로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와 허공에 있던 마나가 어울려져 카로스의 몸을 휘감았던 것이다.
-각성이다.-
그때, 나의 귀로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오러 나이트 상급,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던 카로스가 깨달음을 얻어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으려는 것이다.
그에 나는 겔루 칼립스를 들고 카로스의 앞에 섰다.
가장 중요한 지금 이 순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
그때,
거대한 마나 폭풍으로 한걸음에 연무장으로 달려온 아버지.
나는 그런 아버지를 향해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고 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푸근한 미소를 지으시고는, 나의 옆에 섰다.
함께 카로스의 옆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카로스는 황태자와 대공의 호위를 받으며 제국의 여섯 번째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뭐, 나의 실전 검술과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에 영감을 얻었다나 뭐래나.
* * *
“잘 다녀오십시오.”
나를 제외한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황제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황궁을 찾은 아버지에게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최근 너무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보며 걱정스레 말한 아버지.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괜찮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아. 나 다녀올게요.”
그때, 나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네는 케한.
나는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녀석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나의 말에 케한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잘해라.”
“네.”
“응, 형아.”
그런 케한의 양옆.
호위기사처럼 서 있는 칼론과 위즐리에게 내가 말하자 칼론은 믿음직하게, 위즐리는 깐족거리며 대답하자.
어째, 케한보다 위즐리 저 녀석이 더 신난 것 같았다.
“어머니. 맛난 거 많이 드시고, 사고 싶은 거 다 사세요. 아시겠죠?”
두툼한 돈주머니.
그것을 어머니에게 건네며 말하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 치셨다.
“어머. 얘는, 걱정 마. 너희 아버지도 돈 많아.”
아들의 돈을 쓰기가 껄끄러우신 것일까?
어머니는 사양하셨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어머니의 손에 억지로 돈주머니를 쥐여 주었다.
“아들이 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받아 주세요.”
“얘는…… 알겠다. 조금만 쓰마.”
나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받으며 말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다 쓰세요! 남은 돈은 버릴 거니까!”
“녀석…….”
나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괜찮단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나의 등을 다독이며 사과하는 나를 되레 위로하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따뜻한 말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어머니를 놓아드렸다.
이제 떠나셔야 하니 말이다.
“……?”
그때, 나는 나의 앞에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도 양팔을 벌리시는 우리 아버지.
씨익.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와락!
그러고는 그 누구보다 격하게 아버지를 안았다.
“잘 다녀오십시오!”
씩씩하게 인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