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2화
제172편 내 동생 케한
“히잉.”
황제와 대화를 마치고, 기사들과 병사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받은 내가 제일 먼저 행한 행동은…….
바로 대공가로 가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바쁜 이 상황에 굳이 내가 대공가를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나의 옆에서 울상을 지은 채 팔짱을 끼며 돌려 앉은 케한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케한아. 형이 미안하다잖니?”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 둘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삐진 케한이를 향해 나긋하게 말했지만…….
“흥.”
케한이는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입이 더 튀어나온 채 콧방귀를 끼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저 녀석……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미치겠다.
“요한아. 많이 바쁜 것이냐.”
가만히 그런 우리 둘을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가 나를 향해 물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 대륙의 인물들이 저희 대륙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심각한 상황인 것이냐?”
나의 대답에 다시 묻는 아버지.
두 번이나 묻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케한도 케한이지만 우리 아버지도 삐져있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종교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여름휴가를 함께 가기로 약속해놓고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
나의 확답에 아버지는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죄인이 된 듯 고개를 숙였다.
아…… 진짜 눈치 보여 죽겠다.
“아쉽구나.”
어머니마저 아쉽다는 말투로 나를 향해 말했기에 나는 더더욱 죄책감이 느껴졌다.
아…… 집에 가고 싶다.
-크크크.-
크산느는 그런 나를 소리 내 비웃었고 나는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
저 자식, 두고 보자.
“저…… 그래서 말인데요.”
그런 나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포크를 든 아버지와 어머니.
그런 두 분을 보며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의 말에 손에 집어 든 포크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시는 두 분.
그런 두 분을 바라보며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휴가…… 미루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습격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타 대륙의 인물들에게 말이냐?”
나의 말에 아버지는 얼굴을 굳히며 물었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사태가 심각한가 보구나.”
“아직은, 심각한 단계는 아닌데 심각하게 될 여지가 있어 보여서 조심스럽습니다.”
얼굴을 굳힌 아버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말이다.
“싫어!”
그때, 케한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
갑작스러운 케한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또래에 어울리지 않게 고집과 어리광을 부리지 않고, 어른스러우면서도 애교를 부리며 어른들을 즐겁게 해주던 케한.
그런 녀석이 처음으로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에 나는 물론 부모님 또한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나도 놀러 가고 싶어! 한 번도 놀러 가보지 못했잖아! 다른 가문의 자제들은 부모님이랑 형이랑 누나랑 놀러 가는데 나만 못 가!”
“…….”
놀란 표정으로 케한을 바라보던 우리는 울먹이며 소리치는 케한의 모습에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나는…….
“미안하다…….”
미안해 죽겠다.
아직 8살밖에 되지 않은 우리 동생.
황족이고, 황태자의 동생이며 대공의 아들, 황제의 조카 등등.
기타 칭호가 너무나도 많아 또래의 아이들처럼 어리광도 부리지 못한 녀석.
그런 녀석이 처음으로 어리광을…… 아니 그동안 느껴왔던 서러움을 폭발시키자 나는 염치가 없었다.
이 녀석이 가장 서러운 것은…….
“형아 싫어!”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나.
그런 내가 녀석과 잘 놀아주지 않고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나를 향해 빽 소리를 지르고 의자에서 내려가 짧은 다리로 식당을 나가는 케한.
그런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평소처럼 케한이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정말 큰 오산이었다.
아니, 솔직히 이게 정상일 것이다.
내가 그동안 너무 케한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라 왔던 것 같았다.
“…….”
그런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한이를 달래주기 위해 녀석에게 가보려는 것일 것이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제가 사과하고 달래줘야지요.”
“그래.”
나의 말에 어머니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의자에 앉아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즐거운 식사시간. 이렇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 * *
“안에 있지?”
어린 시절 내가 기거했고, 지금은 케한이가 기거하고 있는 저택.
케한이의 방 앞을 지키고 있는 알베르토를 향해 내가 묻자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 하지만 아무도 열어주지 말라고 엄명을 하셨습니다.”
“에휴.”
알베르토의 대답에 살짝 한숨을 내쉰 나.
그런 다음 고개를 들어 알베르토를 바라보았다.
“모두 물러가 봐.”
“네.”
나의 명에 알베르토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다른 사용인들에게 눈치를 주며 모두 데리고 나갔다.
케한이의 방 앞.
그곳에 홀로 남게 된 나는 조용히 케한이의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
“케한아, 형이야.”
“흥!”
나의 방문에 들으라는 듯이 콧방귀를 뀌는 녀석.
어린아이 같은 녀석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형은 못 가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랑은 가도 돼, 형이 말실수했어.”
“…….”
이어진 나의 말에 방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문 좀 열어줘.”
끼익.
나의 말과 동시에 열린 문.
쪼르르!
문을 조금 열고 다시 쪼르르 달려가 침대에 걸터앉은 녀석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짜식, 아주 귀엽구만.
아무튼, 나는 그런 녀석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케한이를 들어 나의 무릎에 앉혔다.
아마 처음일 것이다.
녀석을 내 무릎에 앉힌 것은 말이다.
그런 나의 행동에 케한이는 살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녀석, 좋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좋아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와는 다른, 녀석의 금발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우리 동생, 형아가 미안해. 동생이 좀 봐줬으면 좋겠어.”
“…….”
나의 진심 어린 사과에 당황한 케한.
나는 그런 케한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에는 형이 꼭 갈게, 지금 너무 바빠서 그래. 백성들을 위해서 나는 움직여야 하잖아…… 미안해. 응?”
“…….”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까?
툭 튀어나온 케한의 입술이 점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일단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인가.
“으아아앙!”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성통곡을 하며 나에게 안겨드는 케한이를 보며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울어……?
-에게, 애까지 울리냐. 하여튼 인성…….-
<시끄러, 도마뱀 자식아.>
당황하는 나를 향해 약 올리는 크산느.
그런 녀석에게 신경질을 부린 나는 내 품에서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는 케한이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러고는 미안한 음성으로 물었다.
“왜 그래. 형이 미워서 그래?”
“아니요! 제가 미안해요, 형님!”
나의 물음에 큰 소리로 부정하며 되레 사과하는 케한.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케한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형은…… 백성들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고…… 자기도 놀지 않고 일만 하는데…….”
-아니야, 맨날 놀아.-
“자기 인생은 생각하지 않고…… 백성들의 행복과 안위만 생각만 하고…….”
-아니야, 지가 제일이야.-
“매일매일 노력하시면서 일을 하시는데…….”
-요새 검술 수련도 잘 안 해.-
“죄송해요…… 제가 고집부려서…….”
크산느의 투덜거리는 부정을 가볍게 무시한 나는 계속해서 울며 말하는 케한이를 다독여 주었다.
녀석…….
고마웠다.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해주고 이해해주는 동생의 모습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케한이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아니야. 너는 잘못 없어.”
* * *
“저만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황궁으로 돌아와 씻고 소파에 앉은 나.
나는 나의 왼쪽에 자리한 소파에 앉은 칼론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쪼르르.
그러고는 녀석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부탁할게.”
“주군…….”
나의 명에 가만히 나를 부르는 칼론.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재 칼론은, 루멘을 위해서 교단의 일을 돕고 있었다.
아마, 인생에서 제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녀석에게 여름휴가를 따라가 케한이의 호위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고 말이다.
솔직히, 초인 급인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호위는 따로 필요 없었지만…… 나는 공기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휴양지에 가서 칼론이 조금은 쉬었으면 했다.
하여 녀석에게 그런 명령을 내렸고, 이 녀석은 평소와 달리 바로 수긍하지 못했다.
계속 일해서 루멘에게 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겠지.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녀와.”
“알겠습니다.”
나의 반복된 명령에 칼론은 고개를 숙였다.
“수상한 자가 있다면 봐두기만 해. 절대 함부로 나서지 마.”
“알겠습니다.”
이어진 나의 명에 칼론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케한이의 옆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
“네.”
걱정스러운 어조로 내가 부탁하자 걱정하지 말라는 듯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녀석이라면 내가 충분히 믿을 수 있지.
“루멘은 걱정하지 마. 레브도.”
“…….”
“레브는…… 치료가 불가능할 것 같다. 정신 쪽 의사들의 소견이야.”
“그렇습니까?”
역시, 녀석도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하고 있었다.
나의 말에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녀석을 보니 나는 마음이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불쌍한 녀석…… 저 녀석은 평생 죄책감을 지니고 살 것이다.
자기의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에 나는 손에 들린 술을 들이켰다.
그런 다음 빈 술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잘했어.”
“……?”
갑작스러운 나의 칭찬.
그것이 당황스러웠을까?
칼론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쪼르르.
빈 술잔에 술을 다시 따른 나.
빈 술잔이 가득히 채워지자 나는 술병을 다시 세우며 입을 열었다.
“루멘에게 기다려 달라 한 것. 아주 잘했어.”
“주군…….”
“난 네가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
“잘했어.”
이 말밖에 할 게 없었다.
잘했다, 라는 칭찬.
아…… 쑥스럽다.
나는 칼론의 타오르는 듯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술잔을 들었고, 그런 나를 보며 칼론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휴가는 극비로 진행될 것이야.”
다시 술잔을 들이키고, 빈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내가 말하자 칼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놀랄 만도 하다.
무려 대공이자 황족의 휴가이다.
한데 그것을 극비로 진행한다고?
수십 명의 기사들과 수백 명의 병사들이 붙어 호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오히려 눈에 띄기만 하고, 백성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에 아버지가 황제에게 부탁했고, 황제는 수락했다.
뭐, 아버지가 소드 마스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걱정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호위기사는 간단하게 두 명만 붙일 것이다. 아버지의 무위가 뛰어나니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부유한 상인 가문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그중 한 명은 칼론, 너고 나머지 한 명은…….”
벌컥!
“형아!”
아…… 저 자식 또 노크 안 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나의 방문을 벌컥 연 놈.
오스란에서 나의 부름을 받고 제국에 충성 맹세를 하러 오기로 한 루틸루스보다 먼저 출발하여 도착한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다.”
그런 다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녀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하아…….”
그런 나의 말에 칼론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뭔데? 왜?”
영문을 모르는 위즐리는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