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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71화 (171/226)

제 171화

제171편 성배(2)

지하 감옥.

어제에 이어 오늘, 또다시 감옥을 찾은 나는 이번에는 지켜 자작에게 부탁하여 루멘을 간수장실로 데려오게 하였다.

“편히 이야기 나누십시오.”

“항상 고맙다.”

루멘을 데려와 앉히고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리는 자작.

나는 그런 자작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살짝 숙여주었다.

지켜 자작.

그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다.

잠시 후, 지켜 자작은 물러났고 간수장실에는 나와 루멘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오늘도 찾아와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어제 찾아와 루멘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

오늘 또 찾아오게 되어 나는 사과를 건넸고 루멘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한 달이 되지 않아 풀려날 듯하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네.”

“정말…… 미안하다.”

자신을 믿고 제국으로 걸음을 옮겼던 루멘.

하지만, 황제는 자신과 생각이 달랐고 그녀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에 책임감을 느껴 미안한 나는 진심을 담아 다시 사과했고 루멘은 정말 괜찮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사과도 했으니, 이제 본론을 꺼내야지.

이곳에 찾아온 진짜 이유를 이야기하기 위해 입을 연 나는 품속에서 작은 컵을 꺼내었다.

“!!”

내가 그 컵을 꺼내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는 루멘.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역시 아는 물건인가?”

작은 컵을 보자마자 놀라는 그녀의 모습에 아는 물건이라는 것을 직감한 나.

그런 나의 물음에 루멘은 얼굴을 굳혔다.

끄덕.

그러고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에서 발견되었다. 내가 거두어들인 세력, 설인들이 실종되었고 그곳에 조사대를 파견했다가 거기서 발견된 것이지.”

“북부 말인가요?”

나의 말에 루멘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짚이는 게 있나?”

“…….”

놀라는 루멘의 모습에 내가 묻자 루멘은 다시 얼굴을 굳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짜증이 났던 것이다.

“네가 말해줘야 한다. 나는 너희 나라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아.”

“…….”

“물론 지금은 우리 제국이 너에게 비겁한 짓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네가 자세하게 얘기해 줘야 내 마음이 변하지 않아.”

솔직하게 이건 협박이었다.

무슨 일인지 솔직하게 고하지 않으면 우리는 적이 될 것이라는 협박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진심이었다.

타 대륙의 인물들이 내 수하들을 납치하고, 우리 대륙을 위협하려고 한다.

진짜…… 짜증 나는 상황이다.

그런 나의 협박을 알아들은 것일까?

루멘은 고개를 들어 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전하.”

“말해.”

나지막이 나를 부르는 루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루멘은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 교국에는 작위는 없습니다만 직위는 있습니다.”

판게아 대륙의 귀족사회와 달리 작위는 없는 신성 교국.

그 제도를 언급한 루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루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국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에 루멘은 다시 입을 열었다.

“교국에서 직위로 본다면, 저와 교황 성하가 같은 직위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가 저의 양아버지인 대주교님, 성기사단장 하인리히 경, 그리고 이단을 심판하는 이단 심판관이 있습니다.”

“…….”

“그 컵은 이단 심판관을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루멘의 말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작 급의 끗발 좋은 인물이 대륙에서 넘어와 설인들을 납치했다는 뜻이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굳어진 나의 얼굴에 당황한 루멘은 다시 입을 열었다.

“별일 아닐 것입니다. 교국에서는 절대 제국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아 할 것입니다.”

나의 눈치를 살피며 교국을 변호하는 루멘.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루멘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루멘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내 수하들이 납치가 되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지.”

살기가 섞인 나의 말.

그런 나의 말에 루멘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든 루멘이 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침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교국에 존재하고 있는 신의 교본, 성경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판게아 대륙, 이곳의 북부에 성검이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를요.”

“하면?”

“네, 아무래도 이단 심판관이 교황 성하의 명을 받고 이곳으로 넘어와 성검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잠시 이런 행동을 취한 것일 뿐, 그것을 찾는다면 이단 심판관도 바로 물러날 것입니다.”

성검이라…….

루멘의 변명과도 같은 설명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종교를 대표하는 신물, 성검.

중요하다. 한데 내 수하들을 납치할 만큼 중요할까?

대답은 아니다.

벌떡.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고 생각을 정리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지금부터 취해야 할 행동을 머릿속으로 정리했으니, 이제 실천하러 가야 했다.

이곳을 뜨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나의 모습에 루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하…….”

그러고는, 표정만큼 간절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수하들이 납치된 일이다. 만약, 내 수하들에게 작은 상처라도 있다면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다.”

걱정하는 루멘을 향해 차갑게 말한 나는 몸을 돌려 간수장실을 나섰다.

* * *

“전하!”

“주군!”

간수장실을 나서고, 황제를 만나러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나는 저 멀리서 나를 부르며 달려오는 두 녀석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 수하들 중 가장 조용한 성격인 칼론과 게슈레.

그 둘이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오며 나를 부르니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것이다.

“뭐야?”

나의 앞에 멈추어 숨을 고르는 두 명.

그런 두 명을 향해 내가 묻자 게슈레가 입을 열었다.

“수상한 사내를 발견하여 블랙 문의 요원들을 보내었으나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요원들의 수준은?”

게슈레의 말에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에 게슈레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특급이었습니다.”

“미치겠군.”

황실의 정보기관이자 최정예 암살집단인 블랙 문.

그곳의 특급 요원이라면 오러 나이트도 암살이 가능한 고급인력이다.

한데 그런 요원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 사내의 인상착의는?”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게슈레를 보며 내가 묻자 대답은 게슈레의 옆.

칼론에게서 들려왔다.

칼론의 대답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 나.

그런 나의 모습에 칼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광장에서 트레이 교단이 전도를 하고 있을 때 지켜보던 이가 있었습니다. 수상하여 그의 생김새와 인상착의를 기억해두었습니다.”

“잘했군.”

칼론의 자세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밑으로 가서 루멘에게 물어보고 와.”

“네……?”

당연하다는 듯 내가 칼론에게 명령을 내리자 칼론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성녀인 루멘, 그녀가 알고 있는 인물인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니야? 그러니 당장 확인하고 와.”

“아…… 알겠습니다!”

짜증이 섞인 나의 말에 차렷하며 대답한 칼론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홀로 남게 된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가자.”

“어디를……? 칼론 경을 기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걸음을 옮기며 말하는 나의 모습에 게슈레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그에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그 중년 사내는, 신성 교국의 이단 심판관. 위치는 제국의 공작과 같으며 소드 마스터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 하면 왜 칼론 경을……?”

나의 자세한 정보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뜬 게슈레.

그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물었고,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드라칸 제자 맞냐?”

“……아!”

나의 물음에 고민 어린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박수를 치며 놀란 표정을 짓는 게슈레.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만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줘야지.”

“그러면…… 그자가 이단 심판관인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게슈레가 다시 나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설인들을 납치한 놈이다.”

“알아낸 것이군요.”

나의 말에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게슈레.

나는 그런 게슈레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입을 열었다.

“어서 가자.”

“네.”

* * *

“질기구나.”

인적이 드문 깊은 산 속.

쇠창살에 가두어진 거구의 중년 사내를 보며 아비뇽은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크윽…….”

전신에 피 칠갑을 하고는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면서도 아비뇽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거구의 사내.

그런 사내의 모습에 아비뇽은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이러면 이럴수록, 너희 부족원들이 죽어 갈 것이야.”

콰앙!

“이 개자식!”

부족원들을 들먹이며 협박하는 아비뇽을 당장에라도 죽이기 위해 손을 앞으로 뻗은 사내.

하지만 그 사내의 손은 쇠창살에 가로막혔고, 쇠창살 너머로 아비뇽은 얄미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여식, 예쁘더군.”

사내의 딸.

이제 십 대 후반이 되어 한창 아름다울 나이인 사내의 딸을 언급하며 아비뇽이 입맛을 다시자 사내는 이를 갈았다.

그러고는 아비뇽을 죽일 듯 이 노려보았다.

“북해신께서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설인, 눈보라 일족의 우두머리 위천은 아비뇽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고 그에 아비뇽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사기꾼을 신으로 모시다니 웃기는 놈들이로군.”

그러고는 위천의 사상을 철저히 무시했다.

아니, 위천이 아닌 설인들의 사상을 말이다.

“이노오옴!”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신을 사기꾼 취급하는 아비뇽의 모습에 다시 격분한 위천은 손을 뻗었지만.

콰앙!

다시, 큰 소리를 내며 쇠창살에 가로막혔다.

그런 위천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은 아비뇽.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속 편하게 말해. 성검, 겔루 칼립스가 어디 있는지.”

“네놈은 편하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아비뇽의 물음에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닥에 앉은 위천.

그가 미소를 짓는 아비뇽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 곧 찾아와 너의 사지를 찢어 죽일 것이야.”

콰앙!

이번에는 아비뇽의 손이 쇠창살에 막혔다.

막대한 신성력으로 새하얀 빛이 팔을 뒤덮은 아비뇽.

그가 그런 팔로 쇠창살을 잡으며 위천을 내려다보았다.

“나를 벌할 존재는 미하일님뿐이시다.”

그러고는 차가운 어조로 위천을 향해 말했다.

자신의 앞에서 더 이상 다른 이를 신격화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며 말이다.

그에 위천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위천은 그가 두렵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믿음직한 주인이자, 신의 대리자인 요한이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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