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70화 (170/226)

제 170화

제170편 성배(1)

“충!”

“수고했네, 레인 경.”

황태자궁의 집무실.

그곳 의자에 앉은 나는 나를 향해 예를 갖추는 레인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닙니다, 전하!”

그런 나의 격려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하는 레인.

그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앉지.”

“서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나의 권유에 레인이 각잡은 자세로 대답했고 그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앉아.”

“넵.”

나의 입에서 나온 낮은 목소리.

그에 레인은 짧게 대답하며 순식간에 내가 권한 소파에 앉았다.

아주 다소곳하게 말이다.

“기사들의 컨디션은?”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소파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내가 묻자 레인은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정말 아무런 피해도 없고, 기사들의 컨디션도 좋은 듯했다.

“고생했군.”

“단장님이 고생하셨습니다.”

나의 격려에 레인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모든 공을 단장에게 돌렸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단장에게 따로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

“대공가에 가실 때, 한번 대련해주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음?”

나의 말에 되려 다른 방법을 권하는 레인.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레인이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옛날에 제가 전하와 대련을 하고 나서…… 벽을 넘어선 적이 있지 않습니까?”

“아…….”

옛날.

아니 그렇게 옛날도 아니다.

루드비히 후작가에서 칼론에게 휴가를 주고 해밍턴 백작가로 향하던 길.

그때, 나는 화풀이로 레인과 대련을 했고, 레인을 다독여 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두들겨 팼다.

속 시원해질 때까지 말이다.

한데 거기서 이 레인이라는 녀석은 벽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나에게 맞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다나 뭐라나?

이 자식, 지금 생각해보니 약간 변태과인 것 같다.

아무튼, 그때 그 기억이 떠오른 내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레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단장님도 벽을 넘어서고 싶어 하십니다.”

“!!!”

레인의 말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레인을 바라보았다.

벽을 넘어서고 싶어 한다고?

내가 알기로 블랙 기사단장 카로스 경은 오러 나이트 상급이다.

한데 벽을 넘고 싶어 한다?

그 뜻은 단 하나다.

“초인의 벽 말인가?”

검의 주인.

인간의 경지를 초월했다 하여 초인, 또는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지고한 경지.

그 경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놀란 음성으로 내가 묻자 레인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허어…… 제국의 경사로구나.”

현재 제국의 소드 마스터는 나를 포함해 5명이다.

물론 대륙에 존재하는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강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레인의 대답에 나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제국의 경사였다.

아직, 소드 마스터가 된 것은 아니지만 목전에 두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평생 멈추어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카로스 경의 옆에는 소드 마스터인 아버지와 또, 내가 있으니 말이다.

“알겠다. 내 꼭 그렇게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전하!”

나의 확답에 레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나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샌드입니다.”

그때, 문밖에서 들려오는 샌드의 목소리에 나는 입을 열었다.

“들어와.”

나의 말과 동시에 열린 문.

열린 문 사이로 샌드가 다가와 나와 레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찻잔을 올려두었다.

“게슈레는?”

손님 접대용 차를 내오는 일은 항상 게슈레가 해왔었다.

한데 이번에는 샌드가 하고 있기에 나는 물었고 샌드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아는 게 뭐냐?”

“…….”

장난스러운 나의 물음에 금방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녀석.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야, 그만 괴롭혀. 애 죽겠다.-

그때, 크산느가 나를 향해 핀잔을 주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 자식은 나를 죽인 놈이야.>

-전생의 저 녀석이지, 지금 이 녀석은 죄 없는 놈이야.-

<잠재적 범죄자이지. 그것도 황족살해범.>

-에휴.-

나의 대답에 크산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나의 머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녀석, 나와의 대화를 포기했나 보다.

“뭐해?”

“네?”

아무튼, 나는 계속 울상을 지은 채 서 있는 샌드를 바라보며 물었고 샌드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나가.”

“아, 넵. 잘 지내십시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가 턱으로 문을 가르치자 샌드는 그제야 고개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서둘러 옮겨 나의 집무실을 벗어났다.

“발소리 크다.”

“…….”

나의 한마디에 금방에 발소리를 죽인 샌드.

그런 녀석이 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 녀석.

괴롭히는 맛이 아주 충분한 놈이다.

“새로운 시종입니까?”

그런 녀석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레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부족한 놈이지.”

“그래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의 대답에 레인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레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아니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자식이, 내가 저런 녀석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

왜 가만히 있는데 시비를 거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그런 나의 정색에 레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사과했다.

“마셔.”

“네.”

그런 녀석을 향해 나는 샌드가 내온 차를 권했고 녀석은 서둘러 찻잔을 들었다.

그렇게 차를 한 모금 마신 우리 둘.

“보고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지나가듯 물었고 레인은 품속에서 정성스럽게 포장한 물건을 꺼내었다.

“아무도 없는 설인 마을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이미, 설인들은 마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서면으로 보고받은 나였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레인이 건넨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런 다음 정성스럽게 싸인 보자기를 풀어내었다.

“하아…….”

그러자 보이는 작은 컵.

그 작은 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

그런 나의 모습에 레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거…… 정말 마을에서 발견한 것 맞아?”

설인들의 마을에서 이 물건이 나온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레인을 향해 묻자 레인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기사는, 주군에게 거짓을 고하지 않습니다.”

“하아…….”

레인의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레인이 거짓을 말할 리가 없지.

“왜 그러십니까?”

“아니, 내가 아는 컵이라서. 고생했어.”

레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축객령에 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예를 갖추고는 물러났다.

“시X.”

방문이 닫히고.

홀로 남게 된 나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내 손에 들린 작은 컵.

그 속에 담긴 강한 신성력에 크산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고 그에 나 또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 새X들. 남의 대륙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네.”

타 대륙의 신성 교국.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감히 내가 있는, 나의 나라와 백성이 있는 이곳.

판게아 대륙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다.

* * *

황태자궁에 위치한 칼론의 방.

그곳을 찾은 게슈레는 중년 사내를 미행시키기 위해 보낸 수하와 연락이 끊겼다는 것을 알렸고 칼론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게슈레에게 말했다.

“어서 주군께 아뢰어야 합니다.”

“역시 그렇겠지요?”

칼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게슈레.

그에 칼론은 소파에서 일어났고 게슈레 또한 일어섰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일어선 칼론을 보며 게슈레가 물었고 칼론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 중년 사내, 아무래도 강자인 듯합니다.”

강자의 여유가 흘러넘치면서도 마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중년 사내.

그 사내를 떠올리며 칼론이 진지한 어조로 말하자 게슈레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확실합니까?”

그러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이자 정령검사인 칼론.

그가 강하다고 평가하는 인물은 곧 대륙에 열다섯 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게슈레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 칼론 또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본능이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일전에 보았던 중년 사내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말이다.

“가시지요.”

그런 칼론의 모습에 게슈레는 서둘러 말하며 걸음을 옮겼고 칼론 또한 그런 게슈레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바로 옆방인 황태자 요한의 방에 도착한 칼론과 게슈레는 문 앞에 서 있는 샌드를 바라보았다.

“어……? 형? 어디 갔던 거야?”

오늘 처음으로 얼굴을 비치는 게슈레를 보며 놀란 샌드가 원망하듯 물었다.

“샌드.”

그런 샌드를 향해 게슈레는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제야 게슈레의 옆에 누가 있는지 알아차린 샌드는 정중히 칼론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칼론 경.”

“전하는 안에 계십니까?”

그런 샌드의 인사에 마주 고개를 숙인 칼론.

그가 샌드를 향해 묻자 샌드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잠시 나가셨습니다.”

“어디로 가셨습니까?”

“…….”

칼론의 물음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다문 샌드.

그런 샌드의 모습에 게슈레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급한 일이야.”

“음…….”

심각한 얼굴을 한 게슈레를 보고 흠칫한 샌드는 칼론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샌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칼론.

“어서! 급하다니까.”

눈치를 살피는 샌드의 모습에 화가 난 게슈레는 결국 언성을 높였고 샌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지하 감옥에.”

“…….”

“가시지요.”

샌드의 대답에 얼굴을 굳힌 칼론.

게슈레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고는 그를 다그쳤다.

“네.”

그래, 지금은 이게 중요하니 말이다.

칼론과 게슈레는 한시라도 빨리 요한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퍼억.

“꺄악!”

그때.

급하게 걸음을 옮기던 칼론은 미처 앞을 보지 못했고 이불을 들고 옮기던 시녀와 부딪혔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시녀.

칼론은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답게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그런 시녀의 손목을 잡았다.

“괜찮으십니까?”

손을 잡아당겨 시녀의 허리춤을 감싼 칼론.

졸지에 칼론의 품 안에 안기게 된 시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개미 기어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

그에 칼론은 시녀를 놓아주었다.

“미안합니다.”

정신을 차린 시녀는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보며 울상을 지었고, 그런 시녀의 모습에 칼론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혹시, 누가 뭐라 한다면 저의 이름을 대십시오.”

칼론의 사과에 시녀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 시녀의 모습에 칼론이 담백하게 말했고 시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칫.

고개를 끄덕이는 시녀의 가슴팍.

아까, 넘어질 뻔한 것을 잡아주었었고 그 힘의 반동으로 인해 그녀의 옷에 숨겨져 있어야 할 목걸이가 옷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화들짝.

칼론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린 시녀.

그런 시녀가 자신의 옷 속에서 나온 목걸이를 보며 화들짝 놀라며 옷 속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

그런 시녀를 보며 얼굴을 굳힌 칼론.

그런 시녀를 향해 입을 열려던 그 찰나.

“어서 가시지요.”

“네.”

게슈레가 칼론은 다그쳤고 칼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다음 게슈레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휴우…….”

그들이 떠나고 복도에 홀로 남게 된 시녀.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급하게 옷 속에 숨긴 목걸이를 꺼내어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 다행히도 목걸이에는 상처가 나지 않았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녀는 목걸이, 하얀색 별 모양의 펜던트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