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65화 (165/226)

제 165화

제165편 트레이 교단

제국의 수도 팔센.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호수 스타폴이 위치한 곳이며, 가장 많은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다.

문화, 패션, 음식, 검술, 마법 등 모든 것들에 관하여 대륙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팔센에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돈이 많은 귀족부터, 돈이 없는 거지까지, 기술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 곡예사들,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주어 돈을 버는 화가들,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하여 연기하는 연극배우들.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며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팔센에서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자자! 이 약을 드신다면 오늘 여러분들의 마누라는!”

검증도 안 된 약을 팔고.

“보세요! 이게 전설 속의 드래곤! 드래곤 이빨입니다!”

오크의 이빨을 드래곤 이빨로 속여 팔고.

“자자! 오스란 왕국의 특산물 소주입니다!”

집에서 대충 만든 술을 사막 건너 존재한 오스란의 특산물로 속이는 등, 다양한 사건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많았다.

웅성웅성.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팔센.

이제는 웬만하면 놀라지도 않는 팔센의 주민들은 광장에서 펼쳐진 상황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검은색의 로브를 입은 중년 사내들과 그의 앞에선 노인.

그들 6명의 모습에 주민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희는 트레이 교단입니다.”

“쯧.”

사람들은 혀를 찼다.

팔센의 광장.

그곳은 제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여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지켜보았더니 종교라고?

사람들은 그런 사내들을 보며 혀를 차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분명 저들은 불법이다.

제국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에 들어선 문제아들 말이다.

하지만…….

“칼론 경이다!”

화염의 기사 칼론.

붉은 머리 붉은 눈의 청년 칼론이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노인의 옆에 섰다.

그러고는 주변을 살폈다.

마치 노인을 보호하듯 주변을 경계하며 말이다.

그런 칼론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

황태자 요한의 기사를 자청하며 어린 기사라는 이명을 받았던 칼론.

그는 요한의 옆에서 묵묵히 그를 호위했으며, 뛰어난 검술과 공적으로 황제에게 인정받아 건국 영웅이었던 게르만의 이명, 화염의 기사라는 이명을 최초로 물려받은 인물이다.

거기에다가 차기 황제인 황태자의 신임을 전적으로 받는 기사이며, 모든 기사가 꿈꾸는 주군과 우정을 나누는 기사이다.

황태자 요한만큼이나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

정확히는 어렸을 적 기사를 꿈꾸었던 사내들의 지지를 받는 칼론이 종교 집단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를 보호하고 있었다.

황태자의 호위기사, 화염의 기사 칼론이 말이다.

그 말인즉슨.

척척!

제국의 치안대 병사들이 달려와 사내들을 둘러싼 다음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 종교 집단은 제국의 허락을 맡고 당당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돌리던 발걸음을 다시 되돌렸다.

그러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정면을 주시했다.

물론.

존경스럽고 보기 힘든 화염의 기사 칼론을 계속 힐끔거리며 말이다.

“저는 트레이 교단의 대사제 크림슨이라고 합니다.”

다시 발길을 되돌리고 멈춰선 사람들을 보며 노인, 크림슨은 다시 입을 열었고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런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반응은 차가웠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판게아 대륙의 사람들은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미 사람들의 반응을 짐작하고 있었던 크림슨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차가운 사람들의 반응과 눈빛에도 불구하고 크림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저희 트레이 교단은 주신이자, 용신이었으며, 마신이었던 에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마신……?”

마신이라는 단어.

그 자극적인 단어에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크림슨은 서둘러 다시 입을 열었다.

“낮에는 태양이 뜨고, 저녁에는 달이 뜹니다. 그것과 같은 이치로 마라는 것은 인간들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을 창조하신 주신 중 한 분. 에르님을 믿고 있습니다.”

“주신 중이라는 것은, 다른 신도 있다는 뜻이오?”

그런 크림슨의 말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중년 사내.

유명한 소설가이자 철학가인 사내의 물음에 크림슨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어둠이 있듯 빛도 있습니다. 그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크림슨의 대답에 중년 사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림슨은 그런 사내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여러분들에게 트레이 교단과 에르님이라는 존재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주신이신 에르님의 힘으로 여러분을 도우고 싶은데……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분 계십니까?”

“…….”

크림슨의 따뜻한 음성.

따뜻한 음성으로 묻는 크림슨의 모습에 사람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누가 나서겠는가?

보기만 해도 이상한 종교로 보이는 그들이다.

그렇기에 굳이 나서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크림슨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솔직히 한 명쯤은 속는 셈 치고 나설 줄 알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며 크림슨은 다시 입을 열었다.

“없으십니까? 에르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

거듭된 크림슨의 말에도 사람들은 조용했다.

스르릉.

그때.

가만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칼론이 검을 빼 들었다.

그런 칼론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칼론을 바라보았다.

놀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칼론은 검을 들어 올리더니 이내, 자신의 팔을 그대로 그어버렸다.

차악!

“꺄악!”

강하게 그었는지 하늘로 튀어버리는 붉은 핏물.

그에 마음이 약한 여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는 칼론의 피.

칼론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부탁드립니다.”

피가 나는 팔을 들어 보이며 입을 연 칼론.

그런 칼론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설마, 에르라는 신의 은총을 받기 위해,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팔에 상처를 내었단 말인가?

그것도 저렇게 강하게?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크림슨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칼론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이러지 마십시오.”

끄덕.

크림슨의 말에 칼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크림슨은 두 손을 들어 피가 나는 칼론의 상처 위에 손을 얹었다.

우웅!

그리고 크림슨의 손에서 보라색의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보라색의 빛.

그 빛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에 사람들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칼론의 행동과 피에 놀란 가슴이 순식간에 진정되었고,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포근한 기분이 느껴졌다.

“흐흑…….”

개중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웠는지 눈물을 흘리는 인물도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헙!”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보라색의 빛이 사라진 칼론의 팔.

그의 팔이 언제 상처가 났냐는 듯 흉터도 없이 깨끗해진 상태를 말이다.

그에 사람들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조금 전 자신들이 무엇을 본 것일까?

혹시 상처가 난 것을 마법으로 꾸민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에 미친 사람들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피가 흥건한 칼론의 소매가 방금까지 피가 흘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보라색의 빛, 신의 은총이라는 그 힘으로 치료를 하였단 말인가?

“저…… 저기!”

칼론의 치료가 끝이 나고 조용히 눈치를 살피던 한 아이가 손을 내밀며 앞으로 나왔다.

“…….”

아이의 등장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

그럴 만도 했다.

왜냐하면 아이의 몸에서 엄청난 악취가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언제 감았는지 모를 정도로 때가 가득한 머리와 얼굴, 그리고 누런 옷.

누가 보아도 빈민가의 아이였다.

“무슨 일이냐?”

그리고, 그런 아이의 등장에 유일하게 미소를 지은 크림슨.

그가 아이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두 눈을 맞추었다.

“제 다리가…….”

그런 크림슨의 물음에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연 아이.

크림슨은 그런 아이의 말에 의문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낮추었다.

“아…….”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평소의 사람들의 다리와 달리 반대쪽으로 돌아가 버린 아이의 발을 말이다.

바로 치료를 했다면 문제없었겠지만 너무나도 오래되어 이미 뼈가 굳어버린 아이의 다리.

그에 크림슨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칠 수…… 있나요?”

크림슨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묻는 아이의 물음에 크림슨은 서둘러 안쓰러운 표정을 지웠다.

그러고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향해 물었다.

“고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냐?”

“일이요!”

“일?”

아이 같지 않은 대답에 크림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제 동생이 배고파해요.”

“…….”

그리고 이어진 아이의 말에 크림슨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보육원을 차리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이 아이처럼 아직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현실이 너무나도 슬펐다.

“내가 꼭 이루게 해주마.”

그리고 크림슨은 그런 아이를 보며 확답 어린 말로 말했고 아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웅성웅성!

아이의 더러운 바지를 아무렇지 않게 걷어 올린 크림슨.

아무런 기색도 없이 더러운 바지를 맨손으로 올리는 크림슨을 보며 사람들은 웅성거렸지만 크림슨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반대로 돌아간 아이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많이 아팠겠구나.”

“헤헤.”

슬픔이 가득 담긴 크림슨의 말.

그런 크림슨의 말에 아이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나 아프고 불편할 텐데도 불구하고 순수한 미소를 짓는 아이의 모습에 크림슨은 가슴이 아파왔다.

여전히 순수한 아이가 너무나도 고마웠고, 또 어른으로서 이런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기에 미안했던 것이다.

우우웅!

아이의 발에 손을 올린 크림슨.

그리고 조금 전 칼론을 치유했을 때와 같이 크림슨의 손에서 보라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빛은 사라졌고 아이는 경악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평생을 발이 돌아간 상태로 살아왔던 아이.

그 아이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끄덕.

그런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준 크림슨.

아이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리는 아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와아!”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자로 잰 듯 똑바로 걷는 아이를 말이다.

처음으로 똑바로 걷게 된 아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폴짝.

그러고는 제자리에서 뛰어도 보았다.

고통이 없었다.

그에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크림슨은 아이의 두 눈을 마주 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동생을 위해 일할 수 있겠구나.”

“와아!!”

크림슨의 축하 말에 아이는 그제야 환호했다.

드디어 느낀 것이다.

자신의 다리가 완전하게 나았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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