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56화 (156/226)

제 156화

제156편 친구들의 위로

레브의 집에서 레헤튼의 저택까지.

족히 걸어서 한 시간은 걸리는 거리지만 칼론은 그저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아…… 칼론 경!”

그때, 그런 칼론의 귀에 반가운 듯 높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에 고개를 든 칼론.

그는 자신을 보며 순박한 미소를 짓는 백발의 미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자신을 보고 반가운 듯 주인을 맞는 개처럼 반갑게 말을 거는 사내의 모습에 칼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아카데미 경쟁전에서 얼음 왕자라 불렸던 천재 마법사 메이슨.

그가 그때와는 백팔십도 다른 모습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어색한 모습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예, 메이슨 경은 아주 잘 지내신 듯합니다.”

“네, 다 황태자 전하 덕분이지요.”

칼론의 말에 메이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칼론은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그런 칼론의 모습에 메이슨이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너무나도 지긋이 바라보는 칼론의 시선에 메이슨이 묻자 칼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행복하십니까?”

“예?”

생각지 못한 칼론의 질문.

그에 메이슨은 당황했지만 이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행복합니다.”

“그렇군요…….”

메이슨의 대답에 칼론은 연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칼론의 모습에 이상함을 감지한 메이슨.

“갑시다.”

그는 앞장서서 말하는 칼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황태자 요한을 만나기 전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에 메이슨은 입을 열었다.

“칼론 경.”

“……?”

메이슨의 부름에 몸을 멈춰선 칼론이 고개를 돌렸고, 메이슨은 그런 칼론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힘듭니까?”

“…….”

갑작스러운 메이슨의 물음에 입을 다문 칼론.

그런 칼론을 보며 메이슨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은 바람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 시간과 함께 괴로운 기억도, 즐거운 추억도 흘러갑니다.”

“…….”

“칼론 경이 지금, 무슨 힘든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것은 지나가는 일입니다. 세월이 흐른다면 피식 미소를 지을 만큼 작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군요…….”

진심이 가득 담긴 메이슨의 말.

그의 말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칼론을 보며 메이슨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그 힘든 일을 나눈다면, 그것은 더 빨리 흘러갈 것이고, 없어질 것입니다. 나중에는 좋은 사람과 술 한잔하며 편하게 나누는 추억이 되겠지요.”

“…….”

“잘 모르는데 함부로 나서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칼론 경의 모습이 황태자 전하와 만나기 전의 저와 같습니다.”

요한을 만나기 전.

너무나도 괴로워 자살까지 시도했던 메이슨이다.

그런 메이슨을 말리고 손을 내민 사람이 요한이고.

그 손길 하나로 행복해진 자신이었다.

그것을 상기한 메이슨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칼론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칼론 경에게 언제든지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위즐리도, 레헤튼 경도, 황태자 전하께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당신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습니다.”

“…….”

“가시지요.”

메이슨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문 칼론.

메이슨은 그런 칼론을 보며 힘차게 말했다.

그러고는 앞장섰다.

다가오는 것이 무엇이든 두렵지 않아 하는, 당당한 걸음으로 말이다.

“…….”

그리고 칼론은 그런 메이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조금 커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 * *

“어서 와!”

레헤튼의 저택.

레헤튼은 함께 들어오는 오늘의 손님, 메이슨과 칼론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레헤튼 경.”

“왜 나와 있어?”

자신들을 맞이하는 레헤튼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메이슨과 칼론.

레헤튼은 그런 둘을 보며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우리 저택에 방문한 손님들 중 가장 귀빈인데! 내가 안 나올 수 없지!”

“오버하기는.”

레헤튼의 말에 칼론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레헤튼은 그저 좋다는 듯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여보.”

“아, 미안해요.”

그때, 레헤튼의 옆에서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부르자 레헤튼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그러고는 칼론과 메이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와이프인 에렌이야.”

“반갑습니다, 부인.”

“반갑습니다, 부인.”

레헤튼의 소개에 칼론과 메이슨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에렌 또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저희 남편이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에렌의 말에 칼론과 메이슨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자자, 들어가자고!”

그리고 레헤튼은 인사가 끝이 난 듯하자 박수를 한 번 치고는 칼론과 메이슨을 안내했다.

“밥은 먹고 온 거지?”

“예.”

“그래.”

레헤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둘.

그에 레헤튼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술상을 준비하기 잘했군. 에렌, 부탁해요.”

“네.”

미소를 지은 레헤튼이 고개를 돌려 에렌을 바라보자 에렌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에렌의 지휘하에 시녀들은 술상을 차렸고 레헤튼은 준비된 의자에 앉으며 빈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레헤튼의 권유에 고개를 끄덕인 둘은 앉았고, 잠시 후.

술상의 세팅이 끝이 나자 에렌은 미소를 지으며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저는 물러나 있을게요.”

“고마워요, 부인.”

에렌의 인사에 레헤튼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메이슨과 칼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편하게 즐기다 가세요.”

그에 에렌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다음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많이 먹지 마요.”

흠칫.

칼론과 메이슨은 분명히 보았다.

기품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에렌.

그리고 흠칫하는 레헤튼을 말이다.

“하하! 알겠소!”

레헤튼은 보란 듯이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하는 레헤튼의 눈빛은 에렌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저렇게 살아온 것일까?

불쌍하다.

“그럼 저는 이만.”

레헤튼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에렌은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고 이내 물러났다.

끝까지 기품 어린 모습으로 말이다.

“후우…….”

에렌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레헤튼.

칼론과 메이슨은 그런 레헤튼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뭐지 그 눈빛들은?”

그런 둘의 눈빛에 레헤튼이 흠칫한 다음 고개를 갸웃거리자 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냐고!”

분한 듯 언성이 높아진 레헤튼의 물음.

그리고 칼론과 메이슨은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

잠시 후.

술이 몇 번인가 오가고.

그동안 마신 술로 인해 얼굴이 조금 붉어진 레헤튼이 칼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칼론…….”

“편하게 말해.”

그런 레헤튼의 모습에 처음과 다를 바 없는 칼론이 대답했다.

그런 칼론의 말에 레헤튼은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부탁할 거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칼론, 눈치 빨라졌네.”

칼론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레헤튼.

칼론은 대답하지 않은 채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북부에 가줄 수 있어?”

“……?”

이내 칼론의 귀에 들려온 레헤튼의 부탁에 칼론의 얼굴이 구겨졌다.

“강요는 아니야.”

그런 칼론의 모습에 레헤튼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칼론이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기분이 많이 나쁜 건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무슨 일인 거야?”

“설인들과 연락이 끊겼어.”

“언제부터?”

“한 일주일 되었지.”

“주군에게는?”

“아직.”

와락.

설인들은 주군이 아끼는 이들이다.

주군이 처음 거둔 세력이었고, 주군이 좋아하는 술 카이도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런 곳인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그것을 왜 주군에게 알리지 않았단 말인가.

“우리도 어제 알았다.”

그런 칼론의 생각을 읽은 레헤튼이 변명하듯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바로 주군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당장에라도 자신이 북쪽으로 넘어가고, 서신을 주군에게 보내라 해야 하지만…….

“하아…….”

레브가 문제다.

레브를 떠올린 칼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칼론의 모습에 레헤튼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 무슨 일 있지?”

평소 같았으면 자기가 먼저 나서서 북쪽으로 넘어갔을 칼론이다.

한데 그런 기색은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칼론을 보니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레헤튼은 알아챘고 물었다.

자신이 아는 칼론은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무뚝뚝하지만 그만큼 단순한 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아마…… 그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런 레헤튼의 물음에 칼론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자신의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말이다.

그때,

쪼르륵.

메이슨이 술병을 들어 비어 있는 칼론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

그런 메이슨을 바라본 칼론.

메이슨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칼론을 바라보았다.

“술은 남들과 함께 마셔야 맛있지요.”

“아…….”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한 메이슨.

칼론은 그런 메이슨을 바라보며 아까 메이슨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 즉 레헤튼과 메이슨.

그들이 언제든지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상기한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 말이다.

잠시 후.

“…….”

“…….”

레헤튼과 메이슨은 칼론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잘못된 신앙에 빠져 미쳐버린 연인.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미쳐 버릴 때 옆에 주지 못했던 칼론.

메이슨과 칼론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술잔을 집어 들었다.

꿀꺽꿀꺽.

가득 담긴 술을 한 번에 비운 레헤튼과 메이슨.

둘은 비어버린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야.”

“응.”

레헤튼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칼론.

레헤튼은 그런 칼론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와락!

그러고는 칼론을 끌어안았다.

“뭐하는 짓이야?”

갑작스럽게 자신을 끌어안은 레헤튼.

그의 모습에 칼론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이내 레헤튼을 떼어내기 위해 손을 들었다.

“네 탓이 아니야.”

멈칫.

그때, 칼론의 귀에 그동안 듣고 싶었던 말이 들려왔다.

“절대…… 네 탓이 아니야.”

“맞아요. 칼론 경의 탓이 아닙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에 칼론의 흔들리는 두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칼론.

레헤튼은 그런 칼론을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자책하지 마. 절대 네 탓이 아니야. 너는 네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하지만…… 내가 있었다면 레브는…….”

“당장 칼론 경이 있었다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칼론의 말에 단호한 목소리로 메이슨이 대답했고 칼론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

“크흑!”

억지로 울음을 참았지만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

레헤튼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벗을 다독여 주었다.

“절대 네 탓이 아니야…….”

같은 말을 반복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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