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3화
제153편 남부의 영웅(2)
“왔어?”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방안에 들어선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주는 엘로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푸른색의 빛깔을 자랑하는 영롱한 귀걸이.
또한, 내가 청혼했을 때 주었던 푸른색의 사파이어가 박힌 목걸이.
거기에다가 신비한 은발과 같은 은색의 드레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푸른색의 액세서리와 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은은하게 청색 빛이 흐르는 은색의 머리칼을 위로 틀어 올린 엘로나.
그녀가 아름다운 목선을 자랑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본 감상을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너도.”
그런 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짓는 엘로나.
엘로나의 말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엘로나에게 다가갔다.
내가 엘로나에게 다가가자 궁녀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고, 나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은 엘로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엘로나는 거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 또한 거울로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정말 잘 어울린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잘 어울렸다.
거울 속에 비친 우리 둘을 보며 내가 말하자 엘로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왕자병이야?”
“황태자병이지.”
풋.
나의 대답에 입가를 가리며 웃은 엘로나.
-아 시X 재미없다고!!-
귓가로 지X발광하는 크산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하자.
“준비 끝난 거지?”
“응.”
나의 물음에 엘로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가자.”
그러고는 엘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엘로나는 나의 손을 잡고 일어섰고 이내 나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파티장이 열리는 파티 홀까지 함께 걸어갔다.
* * *
“어서 오십시오, 황태자 전하, 왕녀 마마.”
파티 홀의 정문에 도착한 나와 엘로나.
그런 우리를 향해 앞에 서 있던 시종장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늦었나?”
“아닙니다.”
나의 물음에 시종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맙군.”
그런 시종장을 향해 나는 감사인사를 하고는 문 앞에 섰다.
덜컹.
문 양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에 의해 거대한 홀의 문이 열리고.
[요한 카르미언 듀크 황태자 전하와 그분의 약혼녀이신 엘로나 하이아칸 왕녀 마마님이 드십니다.]
우리 둘의 귀로 조금 전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크라는 마도구를 이용해 파티 홀에 있던 모든 귀족에게 우리의 등장을 알린 시종장.
나는 우리에게 집중된 귀족들의 시선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가자.”
나의 말에 엘로나 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와아…….”
아름다운 악기 선율소리와 함께 등장한 우리.
나는 사람들의 탄성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보란 듯이 당당히, 그리고 구두를 신은 엘로나의 속도에 맞추며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시게!”
파티 홀 최상단.
3개의 의자 중 한 곳에 앉아있던 루틸루스는 나와 엘로나의 등장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이리로 올라오게.”
“네.”
나머지 의자 두 개는 나와 엘로나를 위한 것인지 루틸루스는 나에게 올라올 것은 권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밟아 단상 위에 올라섰다.
“조심.”
물론 엘로나의 손을 잡아주며 말이다.
“반갑습니다.”
단상에 올라선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고 모든 귀족은 그런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다시, 음악은 흘러나왔고 나는 의자에 앉았다.
“정말 아름답소이다, 왕녀.”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엘로나를 보며 짐짓 감탄한 루틸루스.
그의 말에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쩜…… 저렇게 기품이 넘치다니.
역시 내 짝으로 모자람이 없는 여인이다.
“황태자가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잘 알겠구려.”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루틸루스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부러우십니까?”
“허허! 그 청춘이 부럽소이다!”
나의 물음에 루틸루스는 소리 내 웃은 다음 대답했다.
청춘이 부럽다라…….
뭔가 슬픈 말이었다.
“대신들과 얘기는 해보셨습니까?”
“그렇네, 슬프게도…… 한 명 빼고 모두 찬성하더군.”
왕국이 제국의 속국이 되는 거래조건.
아무리 왕이더라도 신하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간을 달라 했던 루틸루스였고, 나는 흔쾌히 기다려주겠다고 대답했었다.
대전에서 나와 튜라칸이 물러나고 대신들과 국정회의를 연 루틸루스.
결과는 방금 그가 말한 대로 한 명의 신하를 제외하고 모두가 제국의 속국이 되는 것에 찬성했나 보다.
솔직히 지금 제국의 위상은 대단했다.
엘프 왕국 밀리언을 공국으로 삼았으며, 하이아칸의 유일한 왕녀와 황태자가 혼인을 한다.
여기서 오스란 왕국은?
입장이 애매해지고, 또 위험해진다.
귀족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들에게 큰 손해인 것을 알기에 제국의 속국이 되는 것을 환영한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국왕인 루틸루스를 씁쓸하게 했고 말이다.
“한 명이 누구입니까?”
“…….”
나의 물음에 조용히 입을 다무는 루틸루스.
그런 루틸루스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것입니다. 불이익은 없을 것입니다.”
혹시나, 그 충신이 나의 눈 밖에 벗어날까 봐 걱정되었나 보다.
그런 루틸루스의 마음을 짐작한 내가 안도하라는 듯 말하자 루틸루스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레게 후작이네.”
“아…….”
천생군인 레게 후작.
그라면 확실히 그런 행동을 취하겠지.
“걱정 말게, 이미 회의 안건은 통과되었으니 말일세.”
“네, 이름이 왕국에서 공국으로 바뀌었을 뿐,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고맙네.”
“아닙니다.”
나의 말에 루틸루스는 미소를 지었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솔직하게 내가 더 고맙다.
전쟁을 하지 않고 대륙을 통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하이아칸 왕국만이 남았다.
엘로나의 왕국이라 조심스럽기는 한데…… 뭐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좋게 생각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이제는 그냥 파티를 즐겨야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파티 홀을 둘러보던 나는 구석에 홀로 서 있는 덩치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과 오크의 혼종 튜라칸.
거대한 손에 들린 아주 작은 와인 병을 한 모금씩 마시며 주변을 살피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나도 불쌍해 보였다.
“잠시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그러게.”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루틸루스에게 말하자 루틸루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엘로나와 함께 단상에서 내려왔다.
“황태자 전하, 저는…….”
나와 엘로나가 단상에서 내려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오는 귀족들.
평소 같았으면 가시적인 미소와 함께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지만 지금은 잠깐 패스.
“실례.”
손을 내밀어 귀족의 입을 막은 나는 빙긋 미소를 지어준 다음 걸음을 옮겼다.
조금은 빠르게 말이다.
우뚝.
“오셨습니까, 형님.”
수많은 귀족들을 지나치며 튜라칸의 앞에 도착한 나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튜라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풋.
떡 벌어진 어깨 때문에 괴상한 인사가 되어버린 모습.
그 모습에 엘로나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오셨습니까, 형수님.”
얼씨구.
형수님이라 칭하며 엘로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튜라칸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단어는 어디서 배운 것이냐.”
“위즐리가 알려주었습니다.”
하여튼 위즐리 이 자식.
이제는 오크한테도 이상한 거 가르치네.
튜라칸의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튜라칸 형, 왜 혼자 있어?”
그때,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위즐리가 아름다운 여인, 코피아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왔다.
거대한 덩치인 튜라칸에게 형이라 칭하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위즐리.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저 자식은 신기한 놈이다.
조금은 거북하고 어려울 텐데 거리낌 없이 다가가다니.
“안녕하세요, 황태자 전하, 그리고 언니.”
위즐리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면서 나를 전하라 경칭하기 시작한 코피아.
그녀가 나와 엘로나에게 인사를 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더니…….”
“어머? 저 예뻐졌나요?”
나의 말에 코피아가 입가를 가리며 놀란 표정을 짓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니, 너는 왜 예뻐지지가 않냐.”
-푸하하!-
나의 장난에 가만히 있던 크산느가 소리 내 웃었고 엘로나와 위즐리 또한 미소를 지었다.
“웃어?”
그런 위즐리를 향해 정색한 코피아.
위즐리는 그런 코피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칼론 형아는?”
“잘 도착했다더라.”
칼론에게서 서신으로 보고를 받은 나였기에 위즐리의 물음에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뭐, 황제 폐하께 혼났다 하던데 살아있으면 됐지 뭐.
“쩝, 칼론 형 보고 싶다.”
나의 대답에 위즐리가 입맛을 다시며 말하자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괴롭히고 싶어서?”
“당연하지, 왜 형은 아닌 척해?”
나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며 나를 향해 되묻는 위즐리를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사실 겁나 괴롭히고 싶다.
우리 칼론이.
괴롭히는 맛이 아주 넘치는 녀석이니까 말이다.
“레헤튼 형도 보고 싶다.”
“그러게.”
어느새 제국을 떠난 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
늘 함께했던 레헤튼과 칼론이 없으니 허전했고, 그것을 느낀 위즐리가 말하자 나 또한 허전함을 느꼈다.
짜식들, 잘 지내겠지?
“언제 돌아갈 생각이야?”
“파티가 끝이 나면?”
위즐리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자 위즐리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 여기 있으려고?”
“아니, 내 자리는 형 옆이지.”
나의 물음에 위즐리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이 자식, 은근히…… 감동인데 기분 나쁘다.
“내 옆자리가 왜 네 자리야? 엘로나 자리지.”
“하아…….”
나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위즐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자식이,
상당히 건방지다.
“엘로나 그……?”
“에휴…….”
왜 너까지 한숨을 쉬고 그래?
믿었던 엘로나까지 한숨을 쉬자 나는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엘로나가 변했다.
“형님.”
“왜, 인마.”
그 충격에 빠져있던 나는 튜라칸의 부름에 퉁명하게 대답했고 튜라칸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수하들에게 가 봐도 되겠습니까?”
“불편해?”
“예…….”
나의 물음에 튜라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충분히 불편할 것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귀족이 튜라칸을 신기해하며, 불편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안 돼.”
하지만 안 된다.
나의 대답에 튜라칸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덩치가 큰 놈이 저런 표정을 지으니 안 어울렸다.
“너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귀족들과 어울려.”
“하지만…… 저들은 저를 두려워합니다.”
“네가 다가가야지. 너의 행동이 곧 오크들의 행동이야. 네가 정상적이라면 귀족들은 오크들을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
튜라칸이 원하는 세상은 오크와 인간이 서로 어울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상황은 꼭 지나가야 하는 관문이고 말이다.
나의 대답에 튜라칸은 고민 어린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 다시 생각해도 말은 잘 듣는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