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46화 (146/226)

제 146화

제146편 오크(2)

“퉤퉤퉤!”

“뭐 하냐…….”

오크들이 차지한 주둔지를 걸어가던 우리.

나는 옆에서 침을 뱉으며 퉤퉤 거리는 위즐리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모래가 들어가서…… 그러는 형아는 뭐해?”

물통으로 혓바닥을 씻어내며 대답한 위즐리.

그런 녀석이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미친X 같기는 하다.-

<그래?>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띠링,

화 속성 내성이 1 오릅니다.

그때 반가운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햇빛이 너무나도 강한 사막.

일반사람들은 검은색 천을 두르지 않는다면 쏟아지는 햇빛에 버틸 수가 없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끔찍한 사막에서 검은 옷은 물론이요, 웃통을 벗고 근육으로 뒤덮인 상반신을 자랑하고 있었다.

최대한 사막을 내리쬐는 태양을 모두 받아들이기 위해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말이다!

자연아 덤벼라! 태양아 덤벼라!

“나는 태양을 피하고 싶은데…… 형은 변태야?”

“야.”

그때, 나의 귀로 들려오는 위즐리의 목소리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의 부름에 그제야 자라목을 하며 입을 다무는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한번 혀를 찬 다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나의 아름다운 여인, 피앙세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웅.”

검은 천을 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엘로나.

그녀를 보며 내가 묻자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까부터 정령력이 계속 느껴지고 있는 걸 보니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하고 있는 듯하다.

“아, 저기야!”

그때, 저 멀리 보이는 막사들을 보며 위즐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형……?”

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짓는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정면 돌파야. 인마.”

* * *

“취익! 로드 취익!”

“뭐지?”

갑작스러운 강자의 등장에 머리를 감싸며 고뇌하던 튜라칸은 막사의 문을 젖히며 들어오는 수하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한창 고민하던 지금, 수하에게 방해를 받으니 짜증이 났던 것이다.

“인간! 취익! 옷! 벗은! 인간 취익! 온다!”

“뭐?”

수하의 보고에 튜라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렬한 태양 빛 때문에 천성적으로 강한 신체를 타고난 오크들도 검은 천을 두르는데 인간이 옷을 벗었다고?

아니 애초에 옷을 왜 벗는데?

“취익! 강하다! 취익!”

“…….”

이상한 인간의 행동에 턱을 짚으며 고민하던 튜라칸은 이어진 수하의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우웅!

그리고 느껴졌다.

막사 밖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이.

“취익!”

그 기운이 느껴짐과 동시에 수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고 튜라칸은 얼굴을 굳혔다.

저벅.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기세만으로 오크들을 제압한 강자가 말이다.

막사를 나선 튜라칸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천성적으로 호전적이며 전투를 즐기는 오크.

자신의 수하인 오크들 모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마치 공포스러운 존재가 등장한 듯 말이다.

그런 수하들의 모습에 튜라칸은 절망했다.

이미 사기가 꺾일 대로 꺾여버린 지금.

이번 전투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너인가?”

그때, 튜라칸의 귀에 들려왔다.

머리를 울리는 듯한 낮은 매력적인 음성.

그 음성에 튜라칸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대검을 바닥에 찍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흑발의 한 인간을 말이다.

“크군.”

“크윽!”

그때, 인간의 한마디와 동시에 튜라칸은 이 세상의 모든 중력이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호오?”

하지만 튜라칸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자신을 짓누르는 중력의 힘에 대항한 것이다.

그런 튜라칸의 모습이 재미있었을까?

인간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미…… 있나?”

흥미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에 열을 받은 튜라칸.

그가 분노 어린 목소리로 묻자 인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튜라칸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재미있는 놈이구나. 인간과 혼종?”

“닥쳐라!”

인간의 한마디.

그 한마디에 튜라칸은 분노하며 기세를 내뿜었다.

“취익!”

튜라칸이 기세를 내뿜자 조금씩 밀려나는 인간의 기운.

그와 동시에 머리를 감싸고 있던 오크들이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튜라칸의 기운이 인간의 기운을 밀어내면서 오크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취익! 로드! 취익! 같이! 죽자!”

정신을 차린 수하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집어 들고 큰 목소리로 외치며 튜라칸의 뒤가 아닌 옆에 섰다.

“뒤로.”

“취익! 싫다! 오크는! 물러나지! 않는다!”

취이이익!

자신의 옆에 서는 수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튜라칸이 얼굴을 찌푸리며 명을 내렸다.

하지만 수하인 칸이 큰 목소리로 거절했고, 칸의 말에 동의하듯 모든 오크가 콧소리를 강하게 냈다.

그런 오크들의 모습에 인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군. 확실히 보통 오크와 달라.”

보통 오크와 달리 언어를 사용하는 튜라칸의 수하들.

그런 오크들을 보며 인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튜라칸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4명이 온 것인가?”

“그렇다면?”

튜라칸의 물음에 인간이 고개를 삐딱하게 세우며 대답하자 튜라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대가 강하더라도 우리는 천 명이다.”

“명이라…… 마리가 아니고?”

“닥쳐라!”

인간의 빈정거리는 대답에 튜라칸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에 인간은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그것도 잠시.

뚝.

거짓말처럼 웃음을 멈춘 인간은 차가운 눈빛으로 튜라칸을 바라보았다.

“야.”

“…….”

차가운 인간의 목소리.

그의 부름에 튜라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인간을 노려보았다.

“너 인간이냐 오크냐?”

“자랑스러운 오크다!”

이어진 인간의 물음에 튜라칸은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런 튜라칸의 대답에 인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튜라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씨익.

“그럼 사냥해야지.”

* * *

-요한! 죽이면 임무 실패다!-

오크 로드라는 튜라칸을 바라보며 내가 씨익 미소를 짓자 어깨에 앉아있던 크산느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말렸다.

<알아.>

그리고 나는 그런 크산느에게 대답해주었다.

솔직히, 임무 실패 시 왕국 멸망, 엘프 멸족 이거 너무하지 않은가?

나는 저 자식을 죽이고 싶었다.

까불거리던 한스, 그리고 나를 진심으로 따르던 7군단의 병사들을 죽인 놈들이다.

나의 것을 건드린 놈을 왜 살려두어야 하는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요한…… 제발…… 지금 참지 않으면 더 많은 생명이 죽게 될 것이다.-

그런 나의 살심을 읽었을까?

크산느가 간절한 어조로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다 X까라 그래. 왕국 멸망, 엘프 멸족. 다 내가 막을 거니까.>

나 그런 능력 있는 남자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미친 X.-

그런 나의 대답에 크산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포기한 듯싶었다.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수욱.

그러고는 바닥에 꽂혀있던 나의 검.

겔루 칼립스를 들었다.

우웅!

내가 검을 뽑자 엘로나는 거대한 얼음 활, 코르누를 소환했고 할버드는 자신의 무기, 메이스를.

위즐리는 품속에서 작은 침을 꺼내어 모든 손가락에 끼웠다.

이로써 우리 모두가 전투 준비가 완료되었다.

이 넷이라면 오크 천 마리.

힘들겠지만 조금 무리하지 뭐.

그런 우리 넷의 기색을 읽었을까?

오크들 또한 모두 무기를 우리에게 겨누었다.

“잠깐.”

그때.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튜라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냐?”

갑작스러운 튜라칸의 행동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튜라칸은 자신의 검을 내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만 죽일 수는 없나?”

저 자식 뭐야?

오크라면서 왜 수하들을 살리려고 해?

지능이 없고, 본능적인 몬스터들에게 나올 수 없는 의리.

그런 튜라칸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인간의 피가 섞여 있단 말인가?”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튜라칸의 모습에 내가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튜라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의 아버지는 인간이었고, 스승님은 인간이었다.”

“…….”

“하지만 나는 인간을 증오한다.”

“그렇군.”

복잡해 보이는 튜라칸의 이야기.

그런 튜라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저 녀석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증오한다.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선의라는 가면을 쓰고 온갖 추악한 짓을 행해오고 같은 인간을 짓밟으며 자신의 위치를 즐기는 타락한 인간들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또한 인간을 좋아한다.

순수하고, 사람을 믿어주고 함께 기뻐해 주며 응원해주는 인간을 말이다.

그런 나이기에 나는 튜라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튜라칸은 나와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웅.

“형아……?”

그런 튜라칸을 보며 나는 겔루 칼립스를 거두어 들었고, 반지로 돌아가는 겔루 칼립스를 보며 위즐리가 나를 불렀다.

“집어넣어.”

“쩝.”

손가락으로 작은 침을 굴리던 위즐리는 나의 명령에 입맛을 다시며 품속으로 집어넣었고 할버드와 엘로나 또한 무기를 거두었다.

“모두 무기를 거두어라!”

“취익!”

그런 우리들의 행동에 튜라칸 또한 오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오크들은 다시 콧소리를 내며 무기를 거두어 들었다.

한순간에 진정된 이 상황.

튜라칸은 조금은 풀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겠나?”

“아니.”

튜라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튜라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면 여기서 내 이야기…….”

“그 전에.”

튜라칸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

내가 녀석의 말을 끊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 한판 붙어야지?”

“…….”

“오크잖아? 호전적이지 않나?”

“반은 인간이다.”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튜라칸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까 오크라며?”

“내 뿌리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인간 싫다며?”

“아까도 말했지만 나의 아버지와 스승님은 인간이었다.”

“증오한다며?”

“증오해야 할 인간만 증오한다.”

저 자식 저거.

오크 아니네.

어떻게든 나와 싸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답하는 튜라칸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 덤벼 새꺄.”

“싫다. 나는 의미 없는 싸움…… 꾸에엑!”

퍼억!

“말이 많아.”

짜식이. 남자는 주먹으로 우정을 주고받고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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