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1화
제141편 준비(1)
“왔니?”
“응.”
판게아 대륙의 3분의 2를 지배하고 있는 듀크 제국.
그리고 최근 밀리언 왕국을 속국으로 받아들여 더욱더 강성해진 제국의 주인 황제의 집무실.
황제는 자신의 부름에 찾아온 막냇동생, 실을 보며 미소로 반겨주었고 실은 대충 고개를 까딱인 다음 집무실의 소파에 앉았다.
만인지상의 존재 황제에게 하는 행동으로써 너무나도 무례했지만 황제는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런 실의 앞에 앉았다.
“왜 부른 거야?”
황제가 소파에 앉은 채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실을 바라보자 실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런 막냇동생의 모습이 귀여운지 황제는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신혼생활 방해해서 화난 거야?”
“뭐래.”
황제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린 실.
황제는 그런 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살 빠졌다?”
“그래?”
황제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을 만지는 실.
황제는 그런 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들어?”
“…….”
“내 동생이 낮이밤…….”
“조용히 해.”
싸늘한 실의 목소리에 황제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삼 형제 중 가장 강한 막냇동생이 한 번씩 무서웠기 때문이다.
“놀리려고 부른 거야?”
그런 황제를 보며 실이 인상을 찌푸린 채 말하자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요한이가 오스란에 있어.”
“들었어.”
“마적 토벌한다네.”
“근데?”
황제의 말에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은 실.
황제는 그런 동생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도와달라 하더라.”
“아! 싫어!”
황제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 실.
역시 황제가 불렀을 때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나 보다.
기다렸다는 듯이 거절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런 막내의 모습에 황제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비밀인데…… 드래곤 레어를 발견해서 보물을 얻게 되었다더라.”
“뭐야? 그 자식 오스란에 가서도 사기 친 거야?”
오스란 왕국에서 들려오던 요한의 칭송.
그 소문을 들은 실이었기에 황제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신의 조카였다.
챙길 거 다 챙겨놓고 인명을 중요시하는 척 가식을 떨며 명예란 명예는 다 얻었다.
어휴 소름 돋는 놈.
자신의 조카를 떠올리며 실은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에서 칼럼을 발견했다 하더라.”
흠칫.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요한을 마음속으로 욕하던 실은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황제의 목소리에 흠칫했다.
그러고는 떨리는 눈동자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칼럼 알지?”
끄덕.
황제의 물음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실.
황제는 그런 막내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우리 막내 많이 컸네.”
“정말 그 녀석이 가지고 있다고?”
황제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실이 되물었고 황제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게.”
“병사는…….”
“7군단 데려간다.”
“알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적 토벌을 수락한 실.
황제의 물음에 실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고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 천명이지만 전원이 소드 익스퍼트인 제국 최고의 정예 7군단이라면 무리 없을 것이다.
“언제 출발하려고?”
“지금. 큰형 나 간다.”
황제의 물음에 몸을 돌린 실이 손을 흔들고는 집무실을 나섰다.
“…….”
그리고 황제는 그런 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칼럼.
그것은 대륙에서 사라진 희대의 영약이다.
모든 남성이 원하는 꿈의 영약.
고대시대 그것을 섭취하고 20명의 부인에게서 100명의 아이를 봤다는 그 전설의 영약이다.
아무래도 신혼인 실에게 그 영약이 필요한가 보다.
“녀석.”
오늘따라 뭐든지 잘났던 막내가 안쓰러운 황제였다.
* * *
“뭐 하는 거죠?”
“죄인들을 잡아들이는 것입니다.”
블랙 기사단의 기사들과 함께 마을 사람들을 포박하던 칼론.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에 상투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주군인 요한이 이곳 마을 사람들을 모두 포박하고, 루멘에게 했던 모든 행동과 루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이러지 마세요.”
“하아…… 성녀.”
루멘의 말에 한숨을 내쉰 칼론.
그는 몸을 돌려 성녀인 루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 칼론의 모습에 칼론의 두 눈을 바라보는 루멘.
칼론은 그런 루멘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기사입니다. 주군께서 내린 명령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대의 입장을 생각해주어 지금까지 기다려 준 것입니다.”
“…….”
칼론의 말에 루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칼론의 붉은 두 눈을 바라보았다.
칼론의 붉은 두 눈과 루멘의 황금색 두 눈이 잠시의 시간 동안 서로를 향해 집중했다.
주변의 모든 것에 벗어나 서로에게 집중한 것이다.
“드디어 저의 두 눈을 봐주네요.”
그리고 루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짹!
루멘의 말이 끝나자 칼론은 고개를 돌렸고 그런 칼론이 마음에 안 드는 듯 루멘의 어깨에 있던 짭새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
그럼에도 칼론은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저 마을 주민들을 포박하고 인솔할 뿐이다.
“…….”
그런 칼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멘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카울의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꽈득.
루멘이 카울의 집 안으로 들어간 소리가 들리고.
칼론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밧줄을 강하게 잡았다.
정말…… 짜증 났다.
“아파요…….”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들려오는 약한 소리에 다시 손에 힘을 뺐다.
이곳에 죄 없는 사람도 있으니 절대 함부로 굴면 안 되었다.
그리고, 함부로 굴고 싶지 않았고 말이다.
* * *
“왜 그러느냐?”
하인리히와 이야기 중이던 카울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루멘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에요.”
그런 카울의 물음에 루멘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카울을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마을 사람들을 다 잡아가는 듯하구나.”
“영주성에 가서 심문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루멘을 바라보며 카울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대답은 뒤쪽.
하인리히에게서 나왔다.
그런 하인리히의 대답에 카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게 맞는 것이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하인리히.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카울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 하인리히의 인사에 카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 조사해서, 벌을 받아야 할 인물들에게 벌을 주십시오.”
“그건 칼론 경이 알아서 잘할 것입니다.”
“붉은 기사님 말입니까?”
하인리히의 말에 창밖 너머로 보이는 칼론을 보며 카울이 물었고 하인리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염의 기사라는 이명이 있더군요.”
“아…… 황태자 전하의!”
건국 영웅 게르만의 뒤를 이어 화염의 기사라는 이명을 얻은 황태자의 호위기사.
10년 전 어린 기사로도 유명했던 칼론은 유명했다.
이 시골 마을의 촌장인 카울이 알만큼 말이다.
마을 아이들에게서 칼론과 같은 기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카울은 알고 있었고 하인리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사도 황태자 전하의 명령으로 하는 것입니다.”
“허어…….”
생각지 못한 거물의 등장에 카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황태자의 명령이라니.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위대한 존재가 자신의 마을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할아버지.”
“그래.”
“저와 함께 가요.”
루멘의 부름에 인자한 미소를 짓던 카울.
이어진 루멘의 말에 카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나는 이 마을에서 죽고 싶구나.”
이 마을에서 태어나 이 마을에 평생을 바친 카울이다.
그는 인생의 끝도 이곳에서 끝내고 싶었다.
그런 카울이었기에 루멘의 제안을 거절했고 루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자주 놀러 올게요.”
“그래, 고맙구나.”
너무나도 착한 루멘의 대답에 카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친 나는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응접실을 벗어났다.
-어쩌면, 전쟁을 하지 않고 세계정복이 가능하겠군.-
“그러게 말이야.”
진짜 재수다.
크산느의 말에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자진해서 속국으로 들어오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황태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었다.
-아마 네가 두려운 거겠지.-
“뭐가? 내가 무슨 악마냐.”
크산느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장난스레 대답했다.
내가 무슨 악마도 아니고 내가 두려워서 속국으로 들어온다고?
말도 안 된다.
-20살의 나이에 초인의 경지에 오른 천재. 아마 초인 위의 경지.
마도 시대에서 나온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최초의 인물이 되겠지. 그리고 그런 네가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황태자이며 야망이 넘치는 인물. 어느 누가 두렵지 않을까?-
“칭찬하지 마 소름 돋으니까.”
말도 안 되는 칭찬을 하는 크산느를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크산느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는 아직 너의 대단함을 모르는군.-
“아가리 다물어!”
-이 자식이!-
계속해서 오글거리는 크산느를 보며 나는 결국 소리를 질렀고 크산느 또한 신경질을 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형!”
그때.
저 멀리서 위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래.”
나를 향해 달려온 위즐리.
나는 나의 앞에 멈춰선 위즐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뭐야? 인사가 왜 그래?”
이 자식이.
인사가 뭐 어쨌다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위즐리를 가볍게 무시한 나는 발걸음을 옮겨 그런 위즐리를 지나쳤다.
“선생님.”
그리고 저 멀리.
엘로나, 코피아와 함께 서 있는 선생님을 부르며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야기는 끝난 것이냐?”
“넵. 차라도 한잔하실까요?”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장난스레 대답한 다음 말했고 선생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갈래?”
“아니, 나는 코피아랑 밀린 이야기 좀 할게.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
“허허.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나의 물음에 엘로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하자 선생님은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기품 넘치고 아름다운 엘로나가 코피아와 잘 어울리는 것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흐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엘로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코피아와 팔짱을 끼며 걸음을 옮겨 이곳에서 벗어났다.
“형아 같이…….”
멀어지는 코피아를 빤히 바라보던 위즐리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무시했다.
“가자꾸나.”
선생님이 앞장서서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
졸지에 홀로 남게 된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안 오냐?”
활짝!
나의 물음에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은 위즐리.
환한 미소를 지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달려왔다.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