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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36화 (136/226)
  • 제 136화

    제136편 성녀, 루멘(3)

    듀크 제국의 남부.

    몬스터의 습격도 없고, 현명하고 자비로운 영주로 인해 평화로운 삶을 보내는 작은 마을.

    깨끗한 물이 흐르고, 뒤에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이 있는 이상적인 시골 마을이 있었다.

    2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로브를 깊게 눌러쓴 한 소녀가 들어섰다.

    우뚝.

    소녀가 들어서자 한창 대화를 하고 있던 여인들, 뛰어다니며 놀고 있던 아이들이 행동을 멈추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마을에서 마녀의 아이로 소문난 소녀.

    그 소녀의 등장에 여인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소녀와 눈도 마주치기 싫었던 것이다.

    저벅저벅.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걸음을 옮기는 소녀.

    퍼억!

    “…….”

    그때, 소녀를 향해 작은 돌멩이가 날아왔고 무방비였던 소녀는 돌멩이에 맞아 쓰러졌다.

    “저리 가 마녀야!”

    쓰러진 소녀의 앞에 나타나 허리에 손을 얹으며 소리를 치는 소년.

    “대장!”

    “조심해!”

    “마녀라고!”

    그 소년의 뒤로, 또래의 아이들로 보이는 소년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에 대장이라 불린 소년은 씨익 웃고는 보란 듯이 들고 있던 나뭇가지로 소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

    신음도 내지 않고 소년의 공격을 허용한 소녀.

    그런 소년의 공격에 깊게 눌러쓰고 있던 로브가 벗겨졌다.

    그러자 화려한 백금발에 황금색 눈동자를 지닌 미소녀가 나타났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얼굴을 살짝 붉힌 소년은 이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 내가 더 세다고!”

    “와아!”

    “역시 대장!”

    소년의 우쭐거림에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대장 소년은 힐끔거리며 뒤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 소녀는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멋있게 볼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소녀는 소년이 너무나도 싫었고 원망스러웠다.

    너무 아팠고 누군가가 도와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던 어른들은 소녀를 도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더러운 것을 본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잘못된 행동을 행하는 소년.

    그리고 그것을 모른 척 묵인하는 어른들.

    소녀는 이 세상에서 자신만 고립된 것만 같았다.

    “이놈!”

    그때.

    “도망쳐!”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고 호통을 치며 달려오는 한 노인.

    이 마을의 촌장이자 대표인 노인의 등장에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도망쳤다.

    “저런 썩을 놈들!”

    피를 흘리는 소녀의 앞에 멈춰 언성을 높이며 도망가는 아이들을 노려보는 촌장.

    한참을 노려보던 촌장은 쓰러져 있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거라.”

    “…….”

    촌장이 손을 내밀자 소녀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촌장을 바라보았다.

    이 손을 잡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괜찮으니 어서.”

    소녀의 마음을 알았을까?

    촌장이 손을 내밀며 다시 말했고 그제야 소녀가 손을 들어 촌장의 손을 잡았다.

    “촌장님!”

    “그 아이는 마녀의 아이입니다!”

    그런 촌장의 행동에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어른들이 언성을 높이며 촌장에게 말하자 촌장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그런 어른들을 노려보았다.

    “못난 사람들.”

    촌장의 뼈있는 한마디.

    그 한마디에 나머지 어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주받을 것입니다.”

    “닥치게!”

    한 사내의 말에 촌장은 언성을 높이며 사내에게 경고했다.

    “아이야. 가자.”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소녀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끄덕.

    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소녀.

    소녀는 그렇게 촌장의 손을 잡고 촌장의 집에 들어섰다.

    촌장의 집에 들어선 소녀는 촌장이 권한 의자에 앉았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끄덕.

    촌장의 따뜻한 말에 소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소녀의 앞에 먹음직스러운 감자가 나타났다.

    “먹거라.”

    소녀의 앞에 내려놓으며 촌장이 말하자 소녀는 촌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표정이었다.

    “쯧쯧. 어여 먹거라.”

    그런 소녀가 안쓰러웠던 촌장은 혀를 한두 번 더 차고는 이내 소녀에게 감자를 권했다.

    그제야 감자를 집어 든 소녀.

    촌장은 그런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불쌍한 소녀였다.

    3년 전.

    한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이곳에 온 소녀였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소녀의 엄마였던 젊은 여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미모가 결국 사달을 내고 말았다.

    여인을 좋아하던 순수한 청년.

    그 청년이 여인을 위해 사냥을 나갔다가 그만 몬스터에 의해 죽고 만 것이다.

    이 시골 마을에는 몬스터가 없다.

    한데 몬스터에 죽었다.

    여인이 나타나고 나서 몬스터가 이곳에 나타났고 사람들은 그 책임을 아무 죄 없는 여인에게 돌렸다.

    여인들은 질투심에 눈이 멀었고 사내들은 원망할 대상자가 필요했다.

    결국 여인은 그렇게 마녀가 되었다.

    한순간에 고립되어버린 여인. 그리고 작은 소녀.

    촌장은 그 모녀가 너무나도 안쓰러워 몰래 도와주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

    한 개의 감자를 먹고 남은 두 개의 감자를 품속에 넣는 소녀.

    그런 소녀의 모습에 촌장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미에게 가져다 줄 것이냐?”

    끄덕.

    촌장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

    그런 기특한 소녀의 모습에 촌장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귀엽고 착한 소녀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따로 싸줄 테니 먹거라.”

    “!!”

    촌장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며 촌장을 바라보는 소녀.

    촌장은 그런 소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다. 어서 먹거라.”

    “감사합니다.”

    촌장의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은 소녀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미소를 지은 소녀의 모습은 더 아름답고 귀여웠다.

    마치 천사 같았다.

    이렇게 웃는 모습이 예쁜 아이인데 웃지를 못하다니…….

    소녀가 너무나도 안쓰러운 촌장이었다.

    잠시 후.

    소녀는 촌장이 싸준 감자를 품에 고이 간직하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따뜻한 감자가 식기 전에 서둘러 어머니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은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산속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에 도착한 소녀.

    “……?”

    소녀는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세 명의 사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흠.”

    그런 소녀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며 눈길을 피한 사내들.

    이내 그들은 소녀를 지나쳤다.

    헐렁한 허리춤을 추스르며 말이다.

    “…….”

    가만히 그런 사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몸을 돌렸다.

    벌컥!

    “엄마!”

    그러고는 문을 열고는 집안에 들어섰다.

    “엄마……?”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어머니.

    그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안 추워?”

    나체로 있는 여인의 모습에 소녀는 서둘러 여인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여인의 머리맡에 앉았다.

    “엄마 나 감자 가져왔어.”

    품에서 아직 식지 않은 감자를 꺼내 보이며 말하는 소녀.

    하지만 여인에게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많이 피곤한 듯했다.

    “엄마 잘 거야?”

    “…….”

    소녀의 물음에 대답이 없는 여인.

    소녀는 그런 여인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여인의 옆에 누웠다.

    “차가워…….”

    평소와 달리 차가운 여인의 품.

    그에 소녀는 여인에게 더 안겨들었다.

    그러고는 여인을 꼬옥 안아주었다.

    “우리 엄마 따뜻해져라!”

    소녀의 기특한 행동에도 여전히 미동도 없는 여인.

    소녀는 계속해서 여인을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엄마 잠 많이 자네…… 배 안 고파?”

    그 다음 날.

    “엄마 몸에서 냄새난다. 내가 닦아줄게.”

    또 그 다음 날.

    “엄마…… 감자 나 안 먹고 있어. 엄마 먹어야지…….”

    또 그 다음 날.

    소녀는 쓰러졌다.

    차가워진, 조금씩 썩어 냄새가 나는 여인의 옆에서.

    “…….”

    신성기사단의 수석기사인 하인리히.

    그는 성녀 후보를 찾기 위해 대륙을 건너왔고, 처음 보는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성물이 가리키는 곳으로 인도받은 하인리히.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썩기 시작해 끔찍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시체.

    그리고 그 옆에 잠들어 있는 작은 소녀.

    하인리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스윽.

    그리고 소녀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딸깍.

    품속에서 붉은색의 포션을 꺼내 든 하인리히는 뚜껑을 열었고 이내 소녀에게 먹였다.

    그러고는 소녀를 안아 들고는 오두막을 나섰다.

    “…….”

    오두막을 나서자 보이는 20여 명의 기사.

    하인리히는 가만히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죽여라.”

    “네.”

    * * *

    “그래서. 백성들을 죽였나?”

    “…….”

    루멘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루멘을 바라보았다.

    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루멘.

    나는 그런 루멘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죽였나?”

    “…….”

    “타 대륙의 인물들이 나의 백성을 죽인 것인가?”

    대답이 없는 루멘을 보며 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루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저도, 전하의 백성이었습니다.”

    “…….”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황금색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두 눈동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다.”

    그러고는 루멘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나의 사과에 놀란 것일까?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당황스러울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제 멋대로인 내가 고개를 숙이니 당연히 놀랄법하다.

    하지만 말이다.

    이것은 내가 잘못한 거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백성이었던 그대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황태자로서 너를 괴롭게 만든 백성들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겠다. 그리고. 다시는 너와 같은 백성들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내가 지배할 땅.

    그곳에서 태어나 최악의 기억을 가지고 만 소녀.

    상처가 가득한 소녀를 향해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용서를 구했다.

    “제발…… 용서해다오.”

    진심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

    나의 사과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루멘.

    그런 루멘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계속해서 숙이고 있었다.

    그녀가 용서할 수 없다면 나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럼에도 용서를 할 수 없다면 나는 용서를 받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용서할 수 있게 된다면 기꺼이 무엇이든 말이다.

    그런 나의 진심을 느꼈을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고개를 드세요.”

    나의 귀로 웃음기 섞인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멘의 말에 고개를 든 나는 볼 수 있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말이다.

    “고맙다.”

    그런 루멘의 모습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나의 인사에 루멘 또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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