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4화
제134편 성녀, 루멘(1)
“맛있어?”
“응.”
나의 앞에서 음식을 먹으며 환한 미소를 짓는 아름다운 엘로나.
그런 엘로나를 향해 내가 묻자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요한도 먹어봐.”
그러고는 포크로 음식 한 개를 찍어 나에게 건넸다.
훗.
내가 또, 이렇게 닭살스러운 행동 좋아하지.
합.
우물우물.
“맛있어?”
엘로나가 건넨 포크.
그것을 받아먹은 나를 보며 엘로나가 물었고 그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엘로나가 주는 건데 당연하지!”
“그럼 이것도 먹어.”
나의 대답에 엘로나 또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음식을 집어 나에게 건넸다.
합.
그리고 나는 거절하지 않고 받아먹었다.
“헤헤.”
그런 나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는지 엘로나는 미소를 지었다.
엘로나의 매력적인 미소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남은 버섯은 엘로나가 먹어.”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엘로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표정도 예쁘네.
아무튼 나는 그런 엘로나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전생에서 10년간 엘로나와 연애한 나다.
엘로나가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고, 전생에서 버섯이 나올 때마다 항상 나에게 먹였었다.
애정표현이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그것을 잘 아는 나였기에 엘로나에게 말했다.
이제 엘로나도 버섯 좀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나의 눈치를 살피던 엘로나는 확고한 나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찡그린 얼굴로 버섯을 집어 그대로 입으로 가져간 엘로나.
괴로운 표정으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엘로나를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나 버섯이 싫을까?
하지만 그 모습도 귀여웠기에 나는 좋았다.
벌컥.
그때,
누군가가 음식점 문을 강하게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민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 사람들의 의식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인물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나에게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나의 앞에 멈추어섰고 이내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보이는 근엄한 중년 사내.
며칠 전, 신성력을 지니고 있던 여인과 함께 있던 사내였다.
나에게 합석제한을 하고 차였던 인물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나는 나의 앞에 멈추어선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다급한 표정의 사내.
그런 사내를 보며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차가운 나의 음성에 흠칫한 사내가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제야 알아챘다.
자신이 다른 일반인들에게 무슨 민폐를 행했는지 말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여러분들의 귀중한 식사시간을 방해했습니다. 에일 한 잔씩 돌릴 테니 용서 부탁드립니다.”
근엄하게 생긴 중년 사내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고, 또 그와 함께 음료 한 잔씩 돌리겠다는 말에 그제야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소!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개중에는 호쾌한 목소리로 사내를 위로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런 손님들을 향해 눈인사를 다시 건넨 사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죄송하지만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말을 건네었다.
저번부터 느낀 건데…….
이 사람 조금 귀찮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사내의 물음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와 함께 있던 일행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황태자 전하께서는 신의 힘을 지니고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
사내의 낮은 목소리에 나는 서늘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아…… 저와 함께 있던 일행이 말해주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힘을 지니신 선구자라고…….”
“그래서. 내가 황태자인 것은?”
“일행이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흐음…….”
사내의 대답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나와 같은 신성력을 지니고 있고, 또 내 정체를 파악한 여인이라…….
뭐, 어차피 한번 만나볼 생각이었다.
잠시 놀러 온 기분을 느끼고, 또 드래곤 레어로 인해 뒤로 미뤘지만 이제는 만나봐야겠다.
“일행이 어디 있는지 느껴지십니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사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느껴지지. 그대의 이름은?”
“하인리히입니다.”
자연스러운 나의 하대에도 불구하고 정중하게 대답하는 중년 사내, 아니 하인리히.
나는 그런 하인리히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잠깐 기다려.”
“예?”
나의 말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묻는 하인리히.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다음 입을 열었다.
“우리 예쁜이가 밥 먹고 있잖아.”
“…….”
그리고 굳어지는 하인리히와 엘로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이 재밌어.
* * *
“누구십니까.”
수도 렌에 위치한 오스란 왕국의 왕성.
제국과는 달리 천장이 동그란 돔 식의 양식과 새하얀 벽이 인상적인 왕성의 정문을 지키던 기사가 로브를 깊게 눌러 쓴 사내를 보며 경계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제국의 기사들과 달리 바람이 잘 통하는 검은색에 긴 옷을 입고 있는 오스란 왕국의 기사.
그의 물음에 로브를 눌러 쓴 사내는 고개를 들었다.
흠칫.
로브 안으로 보이는 푸른색의 두 눈동자.
신비한 그 눈동자에 기사는 잠시 흠칫하다가 이내 손에 쥐어진 창을 강하게 쥐었다.
언제라도 싸울 수 있도록 말이다.
훌렁.
그런 기사를 보며 사내는 로브를 벗었다.
“고생이 많습니다.”
사내의 외모와 맑은 음성.
그에 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창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풀고 말았다.
청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
하늘색의 머리칼과 두 눈이 너무나도 시원하고 웃음이 맑아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사내였다.
그런 사내의 격려에 기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경계심이 가득했던 조금 전의 목소리와 확연히 다른 호의 어린 목소리.
그런 기사의 물음에 사내, 아니 위즐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자친구 보러왔습니다.”
* * *
“저것들 뭐하냐.”
신성력이 느껴진 곳으로 걸음을 옮긴 나와 엘로나, 그리고 하인리히.
근처의 산에 도착한 우리 셋은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짭새야, 조금 더 힘을 내!”
“넌 할 수 있다, 짭새!”
삐익!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는 작은 새와 그 새를 보며 두 손을 쥐고 응원하고 있는 칼론과 아름다운 여인.
백금발과 황금색의 눈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며 살짝 처진 눈초리가 부드러움과 자애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정말,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엘로나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인리히.”
“에? 예.”
나의 부름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하인리히.
그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고 나는 내 눈앞에서 새를 보며 응원하고 있는 두 명을 가리켰다.
“원래 저런 성격인가?”
칼론의 옆에서 환한 미소로 새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
그녀를 가리키며 내가 묻자 하인리히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처음 봅니다.”
“응?”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은…….”
나의 물음에 하인리히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최측근으로 보이는 하인리히가 처음 보는 표정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칼론이 저 여인에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가 된 것 말이다.
-칼론, 저 녀석. 바람피우는 것인가?-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대답하며 고개를 들어 칼론을 바라보았다.
<설마, 우리 칼론은 그런 애가 아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던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않나?-
굳어버린 나의 귀로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환한 여인의 옆에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칼론.
나는 보고 말았다.
새를 바라보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여인의 모습을 훔쳐보는 칼론을 말이다.
이거…… 큰일이다.
분명 전생에서 칼론은 레브를 사랑했다.
한데 이런 전개라니?
심지어 지금 칼론과 레브는 연애 중이지 않은가?
-솔직히, 최근 칼론은 한숨이 많아졌었다.-
<무슨 소리야?>
생각지 못한 크산느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칼론이 한숨이 많아졌었다고?
나는 전혀 몰랐는데?
정말 잘 때와 화장실에 갈 때 빼고는 칼론과 항상 붙어있었던 나다.
한데 칼론이 한숨이 늘어났다고?
그것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고?
-엘로나에게 정신이 팔려 친구를 버린 놈이잖아 너는.-
윽.
저 자식 정곡을 찌르니 아프다.
나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는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왠지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칼론과 이야기 좀 해봐. 최근에 힘들어 보였어.-
<충고 고맙다.>
크산느의 충고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크산느를 향해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크산느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시 나의 머리맡에 앉았다.
짜식, 부끄러워하기는.
아무튼 나는 아직도 새를 보며 응원하고 있는 두 남녀에게 걸어갔다.
“이야? 그림 좋은데?”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흠칫.
나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차려자세를 취하는 칼론.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마치 뒤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엄마에게 걸린 듯한 녀석의 모습이 웃겼던 것이다.
“성녀님!”
“아…… 단장님.”
흐음…… 성녀라…….
나는 옆에서 여인을 부르는 하인리히를 보며 묘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하인리히를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
저 여인이 미하일을 믿는 존재들에게 나랑 같은 위치이다.
나는 성자, 저 여인은 성녀.
그런 나의 눈빛을 느꼈을까?
성녀라고 불린 여인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처진 눈꼬리가 접혀 매력적인 눈웃음을 만들어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신성 교국의 성녀, 루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자애롭고 신비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트레이 교단의 성자, 요한이다.”
이 여인, 루멘의 앞에서는 황태자인 나의 위치보다는 성자라는 위치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
그런 나의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짓는 하인리히.
나는 그런 하인리히의 옆에서 여전히 그저 미소만 짓고 있는 루멘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째서 신의 힘을 지니고 있는 거지?”
인간에게 관심이 넘치지만 애정을 주지 않는 신들.
그것을 에르에게 직접 들었던 나였기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루멘을 바라보았다.
성물에서 얻어지는 힘이 아닌 이상 신에게 힘을 받을 수는 없다.
한데, 그녀의 몸 안에서는 순수한 신성력이 느껴졌다.
물건에 잠들어져 있던 신성력이 아닌 직접 내려온 순수하고 강한 신성력이 말이다.
그런 나의 질문에 루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성자님은 선택 받으신 거군요.”
“…….”
그녀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의 질문에 먼저 대답하라는 뜻이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루멘은 입을 열었다.
“장소를 옮기는 것은 어떨까요?”
루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귀찮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장소를 옮기는 것이 좋을 듯했다.
그리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하인리히 또한 거슬렸고 말이다.
“짭새, 이리로 와.”
삐익!
나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루멘이 자세를 낮추며 손을 내밀었고 그와 동시에 작은 새가 루멘의 손에 올라탔다.
삐익!
그리고 칼론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마치 아빠라고 부르는 듯한 새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칼론.
작은 새는 그런 칼론을 보며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삐익! 삐익!
아주 지X맞은 새였다.
계속해서 새가 울어대자 루멘이 칼론의 옆에 다가왔다.
그러고는 칼론의 얼굴 앞으로 손을 올렸다.
“인사해줘요.”
“……짭새, 말 잘 들어라.”
삐익!
나는 왜 대답하는 새의 목소리가.
‘네 아빠!’
라고 들리는 걸까?
-지랄 났군.-
크산느 또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나 보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
조금은 굳은 엘로나의 얼굴.
그녀의 얼굴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여인인 엘로나의 입장에서는 칼론의 지금 행동이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심지어 레브와 엘로나는 친한 사이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거, 아무래도 나중에 칼론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