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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33화 (133/226)

제 133화

제133편 성녀와 칼론

짹짹!

찌르르!

해상도시 렌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작은 동산.

그곳에 올라선 루멘은 듣기 좋은 새소리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루멘을 호위하는 성기사단장 하인리히는 렌에 있는 다른 사제들을 격려하기 위해 잠시 걸음을 옮겼고 루멘은 그 틈에 순백색의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여관을 벗어난 것이다.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칠 행동을 하는 것은.

하지만 루멘은 느꼈다.

오늘을 그래도 된다고.

이것 또한 신의 인도라고 말이다.

그에 루멘은 이후의 일은 걱정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삐익!

그때, 성녀인 루멘의 귀에 들렸다.

괴로워하는 작은 생명체의 소리가 말이다.

구원을 바라는 목소리를 향해 걸음을 옮긴 루멘은 소리가 들리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삐익! 삐익!

나무 아래.

홀로 떨어진 작은 새.

높은 나뭇가지에 있는 둥지를 올려다보며 울고 있는 작은 새를 발견한 것이다.

그에 루멘은 슬픈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새를 손바닥에 올리고는 들어 올렸다.

“아프겠다…….”

아직 새끼이기에 새는 덩치가 너무나도 작았다.

그 덩치에 맞게 작은 발은 휘어지면 안 될 방향으로 휘어져 있었다.

아마, 둥지에서 먹이를 받아먹다 다른 새끼들에게 밀려 둥지에서 떨어졌고, 또 그에 다리가 부러졌을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렴.”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작은 새.

그 새를 내려다보며 루멘은 따뜻한 목소리로 새에게 말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새의 울음소리는 멈추었다.

우웅.

새의 작은 다리 위.

그곳에 손을 살포시 얹은 루멘.

그와 동시에 루멘의 손에서는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새의 다리는 원래의 방향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삐익!

고통이 멈춘 듯, 방금과는 사뭇 다른 높은 새 소리.

마치,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에 루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아이를 저 둥지 위에 올려놓아야 했다.

스윽.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멘은 자신의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신성력을 사용하는군. 타 대륙에서 넘어온 것인가?”

굳어버린 루멘의 귀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또렷한 목소리에 낮은 중저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감정을 들게 해주는 좋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성녀인 루멘은 느꼈다.

그의 목소리,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가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에 루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윽.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움찔.

루멘이 몸을 돌리자 그녀의 목에 가느다란 실선이 생겼고 이내 붉은 피가 그녀의 목에서 흘러내려 순백색의 로브를 적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검을 겨누었던 사내는 움찔했지만 검을 내리지 않았다.

아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루멘을 바라볼 뿐이었다.

스르륵.

그리고 잠시 후.

그 사내의 두 눈이 커졌다.

붉은 실선이 생긴 루멘의 목.

그녀의 목이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하더니 이내 상처가 사라진 것이다.

흉터 없이 완벽히 치료가 된 것이었다.

그 경악스러운 재생력에 사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다시 표정을 고쳤다.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그에 루멘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

이 능력으로 인해 마녀로 몰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화형을 당할 뻔했던 루멘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보며 놀라워했고, 또 두려워했다.

자신들과 너무나도 다른 자신을 괴물 취급하듯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내는 달랐다.

물론, 처음에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전과 다름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대해주었다.

이런 사내는 처음 이었다.

“물었다. 대답해라.”

그런 루멘의 귀에 들려오는 차가운 사내의 목소리.

그에 루멘은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이 괴상한 능력보다는 조금 전 했던 질문이 우선인 듯했다.

그에 루멘은 입을 열었다.

“신이 내려주신 이 힘, 신성력이라 칭하시는군요.”

그리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을 겨누고 차가운 표정을 짓는 사내.

루멘은 그런 사내를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와 붉은 눈이 인상적인 보기 힘든 잘생긴 사내였다.

그 사내의 모습에 루멘은 떠올렸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던 선구자, 그의 일행이며 주점에서 일하던 여급을 구해주었던 정의로운 사내를 말이다.

사내, 아니 칼론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루멘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 미안해요.”

그런 칼론의 표정에 루멘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허리를 바로 세우고는 로브를 벗었다.

훌렁.

그러자 보였다.

대륙에서 보기 힘든 백 금발.

마찬가지로 보기 힘든 황금색의 두 눈동자.

그 신비로운 모습에 칼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갑습니다. 미하일 님의 자녀이며, 타 대륙 신성 교국의 성녀 루멘입니다.”

그리고 그런 칼론을 향해 루멘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루멘의 소개에 칼론은 검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기사 칼론입니다.”

담백한 칼론의 소개.

가문과, 누구를 모시고 있는지 소개하지 않았다.

이것은 타 대륙인 신성 교국에서도 상당한 무례였지만 루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 칼론.

그의 모습은 더없이 진중했기 때문이다.

“조금 전의 실례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런 루멘을 향해 칼론은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주군과 같은 힘을 사용하는 여인을 향해 무작정 검을 들이밀었다.

이것은 자신의 실수이다.

그리고 그 실수는 주군인 요한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칼론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루멘은 그런 칼론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저, 초면에 죄송합니다만…… 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루멘의 대답에 고개를 든 칼론.

칼론은 자신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루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도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물론, 그 기사도는 요한에 의한 기사도이다.

아무튼, 칼론의 대답에 루멘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칼론은 느꼈다.

마치 세상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말이다.

“이 아이를 집으로 올려주세요!”

루멘의 손바닥에서 가만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작은 새.

칼론은 자신의 앞으로 들어 올린 작은 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삐익!

마치 자신을 향해 뭘 보냐는 듯 따지는 새의 모습.

그런 새의 모습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건방진 새를 보니 왜 자신의 주군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어……? 웃었다.”

그때 칼론의 귀에 놀란 루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칼론은 미소를 지우고는 루멘을 바라보았다.

“안 웃었습니다.”

루멘의 황금색 두 눈을 바라본 칼론이 정색을 하며 대답했고, 그런 칼론의 대답에 루멘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만, 이 아이는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

“네……?”

그런 루멘을 향해 다시 차갑게 입을 열며 대답한 칼론.

차가운 칼론의 대답에 루멘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슬픈 표정을 짓는 루멘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느낀 칼론이 다시, 서둘러 입을 열었다.

왜 돌려보낼 수 없는지 이유를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자세히 설명을 안 해 주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왠지…… 이 여인이 슬픈 것이 이상하게 싫었다.

“이 아이는 맹금류 중 하나입니다. 푸른 매. 모르십니까?”

푸른 매.

맹금류에 소속되어 있는 동물이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동물이 아닌 몬스터라고 말이다.

“아…….”

“푸른 매는 어린 시절 둥지에서부터 형제들과 싸움을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패배한 형제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미 또한 패배한 자식에게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푸른 매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아…….”

칼론의 자세한 설명에 루멘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삐익.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작은 새를 어루만졌다.

“힘들겠구나.”

너무나도 불쌍했다.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태어나자마자 하는 것이 부모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피와 살을 나눈 형제들과의 경쟁이라니.

“버리십시오. 성체가 되면 어린아이의 키만큼 자라며, 인간을 공격하는 사나운 동물입니다.”

삐익!

그런 루멘을 보며 차갑게 말한 칼론.

그와 동시에 작은 새는 칼론을 보며 소리 질렀다.

마치 닥치라는 듯 말이다.

그런 새의 모습에 칼론은 조용히 새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건방지다.

삐익.

조금은 강해진 칼론의 눈빛.

그에 새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본능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칼론이 자신보다 강자인 것을 말이다.

“어떻게 버릴 수가 있나요? 이미 저와 만난 운명인 것을.”

차가운 칼론의 말에 루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 가져다 대었다.

총.

그러자 새는 루멘의 어깨로 건너가더니 그대로 앉았다.

마치 자신의 둥지를 찾은 듯 편안한 자세였다.

“저에게 아주 좋은 친구가 될듯해요.”

그런 새를 가만히 바라보던 칼론.

그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루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주군과 같으면서도 다른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른 신을 믿는 존재이다.

이 여인은 자신의 주군의 앞길을 막는 존재일까? 아니면 도움을 주는 존재일까?

아직은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칼론은 마음속으로 바래었다.

부디 이 여인이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를 말이다.

“짭새, 어떤가요?”

“……?”

그런 칼론의 귀에 들려오는 괴상한 단어.

칼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 루멘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 이름이요.”

삐이익!!

그런 칼론을 보며 대답한 루멘.

그와 동시에 작은 새는 칼론을 보며 소리 질렀다.

마치 제발 살려달라는 듯 말이다.

피식.

그런 둘의 모습에 칼론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루멘을 바라보았다.

“그거 좋네요.”

삐이익!!

센스가 너무나도 없는 둘로 인해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이름이 짭새가 되어버린 작은 새는 울부짖었다.

* * *

“누나!”

“한스! 어서 앉아!”

제국의 궁녀인 레브.

그녀는 성스러운 기도 시간에 일어나서 뛰어다니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히잉…….”

그런 레브의 모습에 아직은 어린 한스는 울상을 지었다.

그러고는 레브를 바라보았다.

“나는 하기 싫어!”

빨리 나가서 친구들이랑 뛰어놀고 싶었다.

왜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가?

그에 레브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짜악!

그리고 그런 한스의 등을 내려쳤다.

“말조심해! 그분께서 듣고 우리를 벌하실지도 몰라!”

“히잉…….”

무서운 표정으로 무서운 소리를 하는 레브.

그녀의 모습에 결국 한스는 다른 형 누나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자 기도를 올리자.”

오랜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레브의 어머니.

그녀가 조금은 건강해진 모습과 따뜻한 목소리로 레브와 동생들에게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앞에 놓여 있는 작은 동상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유일신이며, 전지전능하신 미하일이시여…….”

타 대륙의 인간들이 믿는 천신, 미하일을 향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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