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2화
제132편 미하일의 추종자들
“성녀님.”
해상도시 렌, 그곳의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
그곳에는 바다 건너 존재하고 있는 타 대륙의 인물들이 묵고 있었다.
판게아 대륙보다는 작지만, 단 하나의 교국으로 이루어진 통일대륙.
그곳에서 건너온 하인리히는 자신의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앉아있는 성녀, 루멘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런 하인리히의 부름에 성녀는 고개를 돌려 하인리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단장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청아한 목소리.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애로운 말투와 목소리에 하인리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국의 황태자, 요한의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네.”
하인리히의 물음에 루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하인리히는 감탄 어린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자입니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사람의 목숨을 선택하다니…… 분명 선한 인물일 것입니다.”
“그렇지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황태자의 이야기를 듣고 감탄한 하인리히.
그가 성녀, 루멘의 앞에서 말하자 루멘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곳에 있는 듯한데…… 한번 접촉해볼까요? 어쩌면, 미하일 님의 이야기에 관심이…….”
“하인리히 단장님.”
루멘의 반응에 흥분한 하인리히가 말을 하자 루멘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하인리히의 말을 가로막았다.
“……?”
평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녀답지 않게 자신의 말을 막자 하인리히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루멘을 바라보았다.
그에 루멘은 따사로운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이미 만났습니다.”
“예……?”
생각지 못한 루멘의 대답.
그녀의 대답에 하인리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와서 남들과 대화를 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미 만났다니?
“아! 설마……?”
그때, 하인리히의 머릿속에 흥미롭던 제국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떠올린 하인리히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루멘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제야 확신한 하인리히.
그가 아쉽다는 듯 탄식하자 루멘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곧 만날 것입니다.”
“네?”
의미 모를 루멘의 말.
그녀의 말에 하인리히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멘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태양에 미소를 지었다.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선구자입니다. 필히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 * *
“가관이군.”
깊은 지하 감옥.
그곳에 멍하니 앉아있던 트루히드 후작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말을 건 사내를 바라보았다.
와락.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트루히드 후작의 얼굴이 종잇장 구겨지듯 구겨졌고 그것을 지켜본 사내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성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
사내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채 가만히 있는 트루히드 후작.
사내는 그런 트루히드 후작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콰득!
그리고 그대로 후작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크윽!”
갑작스러운 고통, 그리고 쉬어지지 않는 호흡에 괴로워하는 트루히드 후작.
사내는 그런 후작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교황 성하의 말씀이다, 예를 갖추어라.”
“아…… 알겠…….”
털썩.
“크윽!”
후작의 대답에 그제야 손에 힘을 푼 사내.
후작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부족한 공기를 보충하기 위해 가쁘게 호흡했다.
“교황 성하의 말씀이다.”
“…….”
다시 들려오는 사내의 차가운 목소리.
트루히드 후작은 괴로운 와중에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트루히드 후작은 들으라. 전지전능하시며 창조주이신 미하일 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그대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이단아다. 그에 이단 심판관장인 아비뇽을 보낸다.”
“!!!”
갑작스러운 사내, 아니 아비뇽의 말.
그에 트루히드 후작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퍼억!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대한 메이스가 후작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대로 머리가 터져 죽어버린 트루히드 후작.
아비뇽은 그런 후작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메이스를 내려놓고 조용히 두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모두, 전지전능하신 미하일 님의 뜻이다.”
하이아칸 왕국, 귀족파의 수장이자 거대한 야망을 지니고 있던 트루히드 후작.
그에 맞게 뛰어난 능력으로 왕국의 이인자에 올랐던 후작은 그렇게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타 대륙, 신성 교국의 이단 심판관에 의해 말이다.
* * *
“부족원이 500명이라고?”
“그렇소, 모두 산속에 숨어서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소.”
생각지 못한 대박에 화들짝 놀란 나.
그런 내가 조심스럽게 다시 묻자 라칸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드워프가 500명이다.
장인의 종족! 보석 세공, 장신구는 물론 무기와 방패, 그리고 갑옷까지 무엇이든 완벽하게 만드는 드워프가 자그마치 500명!!
“역시…… 부담스러운가 보군……?”
그런 나의 표정에 라칸 이 녀석이 착각한 듯싶었다.
힘없는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는 라칸.
나는 그런 라칸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다 데리고 와. 더 없어?”
“응?”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
격하게 환영하는 나의 반응에 라칸은 놀라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타 부족과 교류 중이긴 한데…….”
“다 데리고 오라고!”
더 있구나!
아아! 오스란 왕국.
대륙의 남부에 위치한 이 국가.
완전 보물덩어리 왕국이다.
잠시 후.
나는 라칸과 이야기를 끝냈다.
타 부족을 합치면 모든 드워프의 수는 약 700명.
라칸은 타 부족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떠났고 나는 가만히 소파에 앉은 채 멍을 때렸다.
-뭐하냐?-
“두뇌 휴식.”
최근 들어 상당히 바빴던 나.
그런 나에게 상을 내리는 중에 크산느가 물었고 나는 멍한 표정 그대로 대답만 했다.
진짜 방해 안 했으면 좋겠다.
-임무는?-
“진작 완료지.”
그런 나를 향해 크산느가 묻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 멍 때리는 것 그만두게 되었네.
아무튼 미소를 지은 나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스킬창.”
오랜만에 펼치는 스킬창.
나의 한마디에 나의 눈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생성되었다.
스킬창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검술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검술.
광오하다, 오만하다. 검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제의 위엄에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황제의 허락이 없으면 숨도 쉴 수 없다.
공간장악 검술이다.
성취도 9/12
디위니타스 (dīvínĭtas) 심법 (SSS)
건국황제 에펜하르트가 만든 심법.
디위니타스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심법이다.
자연의 친구 마나?
개 소리다. 마나를 제압. 마나를 굴복시키는 패도적인 심법이다.
성취도 9/12
냉(ice) 속성 내성(S)
그 어떤 추위, 얼음 마법에 내성이 쌓인다.
성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성이 강해져 나중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얼음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성취도 12/12
화(fire) 속성 내성(S)
그 어떤 열기, 불 마법에 내성이 쌓인다.
성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내성이 강해져 나중에는 열기를 느끼지 못하고 불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성취도 1/12
크으!
새롭게 생성된 S클래스의 스킬!
화 속성 내성에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서 성취도나 올려야지.
아 그전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상태창.”
스킬 창을 봤는데 상태창을 보지 않으면 섭섭하니 말이다.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대륙의 천재, 세계수의 수호자.
힘 +65 (+5) 민첩 65 (+5)
체력 62 마나 75
행운 56 위엄 108 (+5)
매력 +113 (+5) 신성력 15
시뮬레이션 진척도
34/50
나의 말과 동시에 생성된 반투명한 홀로그램.
나는 그런 상태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임무완료로 인해 힘과 민첩, 그리고 매력과 위엄이 5씩 올랐다.
그리고 진척도도 34가 되었다.
이제 16개 정도 남은 것인가?
그제야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이때까지 몰랐을까?
“크산느.”
-응?-
나의 부름에 노곤한 표정으로 대답한 크산느.
나는 그런 크산느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임무 50개 모두를 달성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시뮬레이션은 끝이다.-
“…….”
역시 그런 건가.
나는 나의 예상과 같은 크산느의 대답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뮬레이션이 끝이 난다면 나는 상당히 아쉬울 것만 같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나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그것은 당연한 거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그런 나를 향해 묻는 크산느.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양초를 집어 들었다.
-뭐하려고?-
“내성 쌓아야지.”
다시 이어진 크산느의 물음.
그에 내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짐작한 듯하다.
타탁.
책상 위에 위치하고 있던 성냥에 불을 붙인 나.
그 성냥을 들어 양초의 심지에 붙인 나는 성냥을 끄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고는 양초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아아…….”
그리고 검지를 불이 붙은 심지에 올렸다.
그러자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
나는 마나를 끌어올리지 않고 순수한 손가락 그 자체로 열기를 느꼈다.
치직.
그와 동시에 나의 손가락에서 연기가 났으며 동시에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더 더!”
느껴진다.
불 속성 내성이 올라가는 소리가!
그에 흥분한 나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미친…….-
그런 나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짓는 크산느.
하지만 나는 녀석을 무시했다.
“아아!”
그저 불을 느낄 분이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열기!
점점 검지의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양초 세네.
“아!”
띠링,
화 속성 내성이 1 오릅니다.
벌컥.
“형아……?”
그리고 내성이 올랐다.
그리고…….
“…….”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위즐리가 경악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은 덤이다.
“음…… 그게…….”
“…….”
그런 위즐리를 보며 살짝 당황한 나는 조용히 양초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려고 했다.
쾅.
하지만 열지 못했다.
저 망할 위즐리 놈이 문을 닫은 것이다.
타다닥!
그리고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자식…… 뭘 저 정도로 오버하냐…….
그나저나 너무 노크를 안 하네.
평소 같았으면 위즐리의 기척을 느꼈겠지만 불길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내가 잠시 놓쳤나 보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노크를 하도록 주의를 주어야겠다.
“쩝.”
뭔가…… 씁쓸해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