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1화
제131편 요한, 칭송받다
내 이름은 칼론.
대륙이 낳은 천재이자 제국의 자랑이며 북방의 영웅인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 님의 호위기사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은혜를 받았고, 나는 그분의 검이 되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검이 된 것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그리고 오늘.
나는 우리 주군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자네 들었나?”
“무엇을?”
옆에서 들려오는 술 취한 사내의 목소리.
주점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던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글쎄! 제국의 황태자 전하께서 드래곤 레어 보물 지도를 불태워 버렸다는군!”
“뭐? 용병왕, 전갈 도적단, 정보 길드 모두가 노린다는 그 지도?”
“그래! 그 지도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자 가만히 있던 황태자가 나서서 지도를 불태워 버리고 상황을 정리했다는군!”
“허어! 대단하군. 욕심도 없는 건가?”
사내의 말에 다른 사내가 감탄하며 말하자 정보를 알려주던 사내가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용병왕, 그리고 사막의 제왕 미라를 제압한 것이 더 놀랍네.”
“듣자 하니 그들에게 탐욕스러움을 부끄러워하라며 일침을 가하셨다며?”
사내의 말에 또 다른 사내,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사내가 말하자 또 다른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태자 전하께서 일침을 가하자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던 용병왕은 무릎을 꿇고 사죄한 다음 물러났다는군!”
“하긴, 이번에는 용병왕이 너무 쓰레기였어.”
“욕심 때문이지, 욕심 때문이야.”
나는 나의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에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솔직히 과장된 이야기다.
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였기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느꼈다.
자신의 주군, 황태자 요한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드래곤 레어에 직접 들어갔으면서도, 뛰어난 장인의 종족, 드워프 라칸을 얻기 위해 수많은 보물과 마도구를 포기하셨다.
어느 인간이 그런 것이 가능할까?
우리 주군은 미래를 보고, 그에 맞게 보물보다는 인재를 더 중요시하는 뛰어난 분이다.
아! 이 얼마나 욕심 없고 완벽한 주군이란 말인가?
거기에다가 강하기도 하다.
솔직히 최근의 주군을 보면, 자신의 주군 엘리멘탈 소드마스터, 실 공작보다 더 강한 듯하다.
어쩌면 제국의 검은 카르미언 대공 전하가 아니라 주군이 아니실까?
“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다시 감탄하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형.”
그때.
나의 앞에 미소년, 위즐리가 앉으며 나를 불렀다.
“왜?”
위즐리의 부름에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내가 대답하자 위즐리가 예의 청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형아가 불러.”
벌떡.
주군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인가?
위즐리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왜 이렇게 비장해?”
그런 나를 보며 위즐리가 쓸데없는 말을 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어서 빨리 자랑스러운 우리 주군에게 가야 한다.
위즐리를 지나친 나는 주군께서 빌리신 별채로 걸음을 옮겼다.
이 주점은 상당히 커 뒤에 귀한 손님들을 위한 별채도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곳으로 걸음을 옮긴 나는 주군의 방 앞에 섰다.
스윽.
노크를 하기 위해 손을 올린 나.
“들어와.”
그때, 방안에서 주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우리 주군은 뛰어나다.
노크를 하기도 전에 내가 온 것을 알아채고 말씀하시니 말이다.
끼이익.
아무튼, 나는 그런 주군의 명에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 다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어. 여기 앉아.”
나의 정중한 인사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킨 주군.
아…….
우리 주군은 건성으로 대답해도 어찌 저렇게 품위가 넘치고 멋지실까?
나는 마음속으로 감탄하며 주군께서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
상석에 앉은 주군과 그 옆에 마련된 소파에 앉은 나.
“왕녀님께서도 계셨군요.”
나는 나의 맞은편에 앉은 청은발의 미녀.
엘로나에게 인사를 건넸고 엘로나 또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네. 요한이 불러서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엘로나.
아주 아름다웠다.
역시 우리 주군에게 어울리는 여인이다.
“둘 다, 최근 들어 경지가 더 이상 오르지 않아 초조하지?”
“……?”
“…….”
갑작스러운 주군의 말.
나는 그런 주군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주군은 소드 마스터, 즉 초인의 경지에 올라섰지만 나는 아직이다.
주군의 검으로써 어찌 이렇게 약할 수 있단 말인가?
주군께서는 상관없다고, 너는 충분히 강한 것이라며 괜찮다 하셨지만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약하기에 당당하게 주군의 검을 자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더 강해지고 싶었다.
“자.”
그때.
주군께서 품속에서 작은 병 두 개를 꺼내어 나와 엘로나의 앞에 놔두었다.
붉은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병.
오러 나이트인 나의 눈에는 보였다.
작은 병 안에 있는 붉은 액체에서 엄청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말이다.
“……?”
나는 물론이고 엘로나 또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군을 바라보았다.
이 엄청난 마나를 지닌 액체.
도대체 이것을 어디에서 구한 것인가?
“어디일 것 같아?”
“…….”
모르겠다.
웃으면서 묻는 주군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묻는 것을 보면 내가 아는 곳에서 얻으신 것일까?
“레어?”
“정답!”
그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엘로나가 웃음기 섞인 미소로 물었고 주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나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레어에서 가져오셨다고?
분명 드워프인 라칸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셨지 않은가?
“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주군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표정에 주군은 인상을 찌푸리셨다.
그런 주군의 말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물과 마도구, 모든 것을 포기하신 것 아닙니까?”
“뭔 개소리야.”
나의 물음에 인상을 찌푸리는 주군.
나는 그런 주군의 대답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라는 것인가?
“야, 거기 있는 보물로 너희들을 강하게 하고 내 백성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것을 왜 포기해?”
아아…….
우리 주군의 혜안은 어디까지이신가…….
수하들은 물론 백성까지 생각하시는 저 넓은 마음!
나는 우리 주군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 * *
저 새X 뭐지?
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칼론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그냥 마시면 되는 거야?”
“응. 마시고 마나를 운용해.”
그때, 아름다운 엘로나의 음성이 들리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의 대답에 미소를 지은 엘로나는 앞에 놓인 병을 집어 들었다.
“바로 해볼게.”
“응.”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로나.
그녀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
엘로나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안 나가냐?”
아직까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칼론.
그런 녀석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녀석은 자신의 앞에 놓인 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각오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주군에게 부끄럽지 않은 수하가 되겠습니다!”
정신 나간 놈.
당당하게 소리치는 칼론을 보며 나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자식은 갑자기 왜 저렇게 의욕 만땅인 거야?
아무튼, 칼론 또한 나의 방을 나갔다.
이제 홀로 남게 된 나.
나는 가만히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야. 너 이제 대륙에서 제일 부자다.-
그때, 옆에서 크산느의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식.
그래, 크산느의 말 그대로였다.
나는 겔루 칼립스를 얻었을 때 챙겼던 마나 스톤을 아직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드래곤 레어에 있는 수많은 보물들과 마도구들을 챙겼다.
이제 나는 대륙에서 제일가는 부자이다.
“다른 드래곤 없냐?”
레어 다 털어버리게.
나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스란, 그 녀석이 가만히 있을까? 그래도 드래곤 로드인데.-
“쩝.”
크산느의 말에 나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포기했다.
아직, 선생님에게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똑똑.
그때, 나의 귀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밖에서 느껴지는 짧은 존재의 기척.
나는 바로 그 존재가 라칸인 것을 알아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들어와.”
“크흠.”
방문을 열며 헛기침을 하는 라칸.
나는 그런 라칸을 보며 옆에 있는 소파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앉아.”
“실례하겠네.”
나의 말에 살짝 고개를 숙인 라칸은 이내 소파에 앉았다.
“황태자였나?”
소파에 앉자마자 나를 향해 묻는 라칸.
나는 그런 라칸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그대는 정말 나와 약속을 지킬 수 있겠군.”
나의 긍정에 라칸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삐딱한 표정으로 라칸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거짓말인 줄 알았나?”
“솔직히 믿기 힘들었네.”
나의 물음에 한숨을 내쉬고 대답한 라칸.
나는 그런 라칸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내 제안은 왜 수락한 건데?”
“그대는 좋은 사람이니까.”
“개뿔.”
라칸의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지나가는 개가 웃을 것이다.
“정말이네. 그대에게서 좋은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네, 아버지 같으면서도 어머니 같은…… 그런 기운이.”
신성력을 느낀 것인가?
라칸의 말에 나는 라칸이 느낀 기운이 신성력인 것을 바로 알아챘다.
한데 의외였다.
드워프도 신성력을 느낀단 말인가?
-드워프는 신의 사랑을 받았던 종족이다.-
그렇군.
나는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설명에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인 라칸.
그가 본능적으로 신성력을 느꼈고 또 기운에 친근감을 느낀 것이다.
“그래, 그거 물어보려고 찾아온 거야?”
“나에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네.”
나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은 라칸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말했다.
그런 라칸의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다 책임진다니까?”
“조금 많네.”
나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짓는 라칸.
그에 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라칸을 바라보았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매운 것인가…….”
“응?”
나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라칸.
그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라칸을 바라보았다.
“몇 명인데?”
“크흠…….”
나의 물음에 어색한 표정을 짓는 라칸.
그런 라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도대체 애를 얼마나 싸질렀기에…….
나의 눈빛에 라칸은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에 나는 피식 웃었다.
“다섯 명? 애가 네 명이야?”
부인을 제외하면 네 명.
그것을 보며 내가 웃으며 물었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맵다.
네 명이라니. 힘이 좋군.
아무튼 나의 말에 라칸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애만 다섯 명이라고……?”
“나는 부족장이네, 총 500명의 드워프를 책임지고 있네.”
오 마이 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