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7화
제127편 드래곤 레어(1)
석상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오러 나이트 상급 정도의 기운이었다.
일반인들이 이곳에 들어서려 했다면 분명 죽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가벼운 상대였기에 나는 가볍게 파괴해버렸다.
근데…… 전생에서의 주인공이었던 소년은 어떻게 안으로 들어간 것이지?
그에 의문이 들었던 나였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렴 어떤가.
이번 생에서는 내가 모두 먹을 텐데 말이다.
“오우 박력.”
석상을 그대로 파괴해버린 나를 보며 위즐리는 조용히 중얼거렸고 나는 그런 녀석을 무시한 채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가자.”
스윽.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은 엘로나는 손을 내밀었다.
덥석.
그러고는 나의 손을 잡았다.
“형 우리도…….”
“…….”
그런 우리의 모습에 위즐리가 장난스레 칼론에게 손을 내밀었고 칼론은 정색하며 무시했다.
하여간 웃긴 놈들일세.
속으로 피식 웃은 나는 부드러운 엘로나의 손을 잡고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파앗!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자동으로 불을 밝혀주는 동굴 내부.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동굴 내부가 횃불을 켜듯 밝아져 아주 잘 보이게 되었다.
“형…….”
“그래 마나 스톤이다.”
겔루 칼립스를 얻었을 때 보았던 마나 스톤.
그것을 가리키며 위즐리가 놀란 음성으로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벽에 박힌 무수한 마나 스톤.
부르는 게 값인 마나 스톤이 이곳에 널려있었다.
5년 전 그때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가져갈 거냐?-
그때, 나의 귀로 빈정거리는 듯한 크산느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게 얼마짜리인데.
-크큭-
나는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웃음소리를 무시한 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허리춤에 있는 작은 가방.
이것은 대륙에 하나밖에 없는 아공간 가방이다.
그 어떠한 물건이라도 무한으로 담을 수 있는 가방.
고대유물이며 대륙에서도 이 가방의 존재는 전설로 치부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들고 있다.
왜냐?
황궁 보물창고 한번 털었거든.
황태자가 되고 나서 황제는 나에게 보물창고에 들어가 한 개를 가져올 기회를 주었고 나는 크산느의 도움으로 이 사기적인 가방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이곳에서 그 어떠한 보물이 나오더라도 한 번에 다 들고 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 있는 보물 내가 다 털어버려야지!
“크흐흐…….”
“……?”
상상만 해도 좋은 이 기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와버렸다.
음흉하게 웃는 나의 모습에 엘로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는 서둘러 미소를 지웠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쁘다.”
“그러게.”
나의 말에 벽에 박힌 마나 스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엘로나.
나는 그런 엘로나의 옆모습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엘로나가 말이야.”
“우웩.”
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엘로나와 뒤에서 헛구역질하는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마치 없는 존재처럼 말이다.
“뭐야.”
퍽.
그리고 엘로나도 그런 위즐리를 무시했다.
얼굴을 붉히며 나의 어깨를 가볍게 치는 엘로나.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는 엘로나가 배시시 미소를 짓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 여자친구인지 몰라도 아주 예쁘다.
잠시 후.
“와아!”
우리는 기나긴 복도를 한참 걸어, 넓은 공동이 나오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장이 보일지 않을 정도로 높고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사람들이 들어와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동.
그 압도적인 넓이에 위즐리는 소리 내 감탄했고 나는 물론, 엘로나 칼론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형적인 드래곤 레어군.-
그리고 크산느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걸음을 옮겼다.
“…….”
거대한 공동 정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비석.
나는 조용히 그 비석 앞에 섰다.
띠링!
33. 레드 드래곤 니코의 안식.
수 천 년 전 레드 일족을 이끌었던 고룡 니코.
그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생전 인간을 좋아했던 니코였으나, 끝이 없는 인간들의 탐욕에 실망하여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혈질에, 전투적이 레드 일족의 특성과 달리 모든 종족을 너그럽게 보살펴주었던 따뜻한 드래곤 니코.
그의 안식처인 레어를 인간들의 탐욕에서 구해내고 파괴하라.
성공보상 : 위엄+5, 매력+5, 힘+5, 민첩+5, 드워프들의 절대적인 충성. 스킬 : 화(fire)속성 내성 획득.
그와 동시에 나의 귀에 울려 퍼진 반가운 알림음과 나의 눈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홀로그램.
나는 오랜만에 보이는 진척도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그리고 맨 마지막.
성공보상을 확인한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스탯 상승은 그렇다 치고, 드워프들의 충성과 스킬 화 속성 내성……?
이미 나는 냉 속성 내성으로 내성이라는 스킬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몸소 깨달은 바가 있다.
한데 이번에는 화 속성이라고?
그렇다면 불꽃에도 강한 내성이 쌓인다는 뜻이 아닌가?
눈이 돌아가는 보상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임무.
무조건 완료해야 한다.
드래곤 블러드?
솔직히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 없다.
왜냐?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대륙의 천재, 세계수의 수호자.
힘 +60 민첩 60
체력 62 마나 75
행운 56 위엄 103
매력 +108 신성력 15
시뮬레이션 진척도
33/50
나는 대륙의 천재니까 말이다.
“푸하하하!!!”
결국,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지도 못한 회귀 전의 기연.
그것을 가로채러 왔다가 정말 엄청난 기연을 만나고 만 것이다.
-요한.-
“왜!”
나를 부르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나는 육성으로 대답했다.
-인간들에게서 레어를 지키고 파괴하라고 했지, 네가 가져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다.-
뚝.
“……?”
생각지 못한 크산느의 말에 나는 웃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표정에 크산느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는 여기에 있는 보물을 취해도 된다는 뜻이다.-
“…….”
-축하한다. 대륙 제일의 부자가 되겠구나.-
크산느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은 나.
그런 나를 보며 크산느가 파닥거리며 못을 박았다.
그에 나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와락!
“어머!”
그러고는 옆에 있던 엘로나를 덥석 안아버렸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뜬 엘로나.
나는 그런 엘로나의 귓가에 들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결혼식 겁나 화려하게 하자.”
그런 나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은 엘로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나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나는 너만 있으면 돼.”
하아…….
신인 에르님이시여.
이런 여인이 태어나게 해주어서 고맙소이다.
엘로나의 대답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짓고는 이내 엘로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말이다.
“하아…… 진짜 적당히를 모르네.”
“…….”
가만히 그런 우리 둘을 지켜보던 위즐리.
녀석이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옆에 있던 칼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 형 여자친구는 잘 지내?”
“그래.”
“연락 잘하고 있어?”
“꾸준히 하고 있다.”
위즐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칼론.
위즐리는 그런 칼론을 보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형 관리 잘해. 우리 중에서 형이 여자친구와 가장 못 만나잖아.”
“…….”
“후후후. 조심하라고.”
위즐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칼론.
위즐리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그런 칼론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야. 이리로 와봐.”
엘로나를 놓아준 나는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명을 불렀고 이내 위즐리와 칼론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 글 읽을 수 있어?”
나의 옆에 선 칼론과 위즐리.
그런 녀석들을 향해 나의 앞에 있는 비석을 가리키며 묻자 칼론과 위즐리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고대 글씨를 아는 게 이상하니 말이다.
“연구하고 있어.”
“예?”
“응?”
그런 둘을 향해 내가 명령을 내리자 둘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읽지도 못하는 고대 글을 연구하라면 나라도 벙찔 것이다.
“연구하라고.”
하지만 나는 바쁘다고.
내가 정색을 하며 다시 말하자 둘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다가 이내 비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더 둘러보고 올게.”
그런 둘의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말한 나는 걸음을 옮겼다.
“같이 가?”
“아니, 편하게 구경해.”
그런 나를 향해 엘로나가 묻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벽에 그려진 고대 그림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나는 이제 이 레어의 보물을 털러 가볼까?
아이 신난다.
* * *
“크윽!”
깊은 산 속.
수많은 적습을 지나 겨우 산에 도착한 폭스 용변단장 엘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단장 괜찮아?!”
그런 엘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 부단장 크리스.
그가 놀란 표정으로 엘에게 묻자 엘은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우연히 지도를 습득하고 신이 난 나머지 용병 길드에서 자랑해버리고 만 크리스.
그로 인해 수많은 용병들, 또 귀족, 심지어 왕족들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되었기에 크리스는 자신을 원망했다.
그런 자책 어린 크리스의 말에 엘은 인상을 더욱 찌푸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닥치고, 빨리 가자.”
“응…….”
수많은 적습을 피해 여기까지 오면서 수많은 피해를 봤다.
단원이었던 8명의 동생은 모두 죽었고, 자신들과 친했던 사람들은 귀족들에게 잡혀 우리를 협박했다.
끔찍함의 연속이었다.
드래곤 레어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단지 그 이유 하나로 폭스 용병단은 인간의 추악함의 끝을 보게 되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보물이 그렇게나 갖고 싶은 것일까?
꽈악.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엘은 품속에 있는 지도를 강하게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이 지도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 찢게 된다면 단원들의 죽음이 헛되게 된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자신을 위로한 엘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엘은 몰랐다.
자신 또한 자신을 압박하는 추악한 인간들과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늦었군.”
“!!!”
엘은 넓은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서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선두에 있는 붉은 머리의 중년인이 엘을 보며 말하자 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나에게 지도를 넘기거라. 너는 내가 지켜줄 터이니.”
용병계의 전설, 용병왕이라고 불리는 소드 마스터 할간.
그가 피를 흘리는 엘을 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자 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용병왕이라는 작자가 용병인 자신의 물건을 탐하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허어. 그건 불가능하군. 이곳은 왕국의 영토. 모든 것이 국왕 전하의 것이다. 백성인 그대들이 왜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 것인가?”
그런 할간의 말에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를 한 백발의 노인.
오스란 왕국의 두 번째 초인이자 소드 마스터인 헤이 공작.
그의 근엄한 한마디에 할간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용병이 입수했소. 이것은 우리 용병 자체의 일인데 귀하신 귀족이 왜 나서는 것이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국왕 전하의 것인데 내가 나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할간의 물음에 헤이 공작이 당당하게 대답하자 할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