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6화
제126편 장인의 종족, 드워프(2)
“코피아 앞에서 하던 것처럼 행동해.”
코피아의 앞에서는 애교는 개뿔, 상남자가 되어버리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를 떠올리며 내가 말하자 위즐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걔는 나를 잘 아니까.”
“나도 아는데?”
위즐리의 대답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위즐리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형은 형이잖아.”
“하여튼, 성격이 두 개야.”
위즐리의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이중인격 자식.
다행히 옛날의 잔인한 심성은 많이 죽었지만 성격은 그대로였다.
아직 완벽하게 잔인한 심성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는 녀석이 걱정스러웠지만 일부러 티를 내지는 않았다.
티를 내면 위즐리는 자존심 상해 할 테니 말이다.
“거절하겠소.”
나와 위즐리의 대화가 끝이 나고.
라칸이 정중한 어조로 나를 향해 말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나는 모시는 존재가 있소.”
“…….”
이런, 이건 생각 못 했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말하는 라칸의 모습에 나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모시는 존재가 있다는 것.
나는 이미 늦었나 보다.
“그렇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라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라칸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
“포기하는 것이오?”
그런 라칸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나.
그런 나를 보며 라칸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모시는 사람 있다며.”
“그렇소만…….”
나의 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칸.
나는 그런 라칸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내가 포기해야지. 내가 늦었다, 인연이 아니었군.”
“흐음.”
나의 말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라칸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그냥 주겠소.”
“……?”
옆에 있던 보따리를 들어 테이블에 올려놓은 라칸.
라칸이 그런 보따리를 나에게 내밀며 말하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왠지 그대라면, 이 무기를 잘 쓸 것 같아서 말이오.”
“내 수하 중에, 방패기사가 있다.”
“하핫!”
나의 대답에 소리 내 웃은 라칸.
한참을 소리 내 웃던 라칸이 보따리를 다시 나를 향해 밀었다.
“우리 아버지 또한 방패기사처럼 무기를 사용하셨소.”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방패기사의 전투방식은 드워프들의 전투방식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잘 써주기를 바라오.”
“……그러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향해 말하는 라칸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라칸은, 공갈협박해서 맥주를 얻어먹는 놈이 아닌, 장인이었다.
자신이 만든 무기가 알맞게 쓰이기를 원하는 장인 그 자체 말이다.
“고맙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장인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우리는 헤어졌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떠난 라칸.
나는 그런 라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형아. 저 사람 정체가 뭔데? 형이 왜 탐내는 거야?”
멀어지는 라칸의 뒷모습을 보며 아까부터 참아왔던 위즐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물었다.
“드워프.”
그리고 나는 짧게 대답했다.
“!!!”
“……!!”
“형아! 내가 가서 잡아올게!”
나의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짓는 엘로나와 칼론. 그리고 팔을 걷으며 소리치는 위즐리였다.
그런 셋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버려 둬.”
“왜? 드워프라며? 멸족된 장인의 종족.”
“모시는 사람이 있다잖아.”
“하지만…….”
나의 대답에 위즐리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나도 이해한다.
아깝겠지, 인간으로서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실력을 지닌 드워프다.
게다가 현재 멸족되었다고 알려져 거의 전설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이다.
그런 뛰어난 이를 거둘 기회가 있었는데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나는 저 녀석의 마음을 무시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와 인연이 아닌 것을.
억지로 데려가 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을 강제로 시키면 시키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서로 손해이니 말이다.
“…….”
그런 나의 모습에 위즐리, 칼론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눈 깔아.”
그리고 이어진 나의 말에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잘했어.”
토닥.
그때, 따뜻한 말과 함께 나의 어깨를 다독여준 엘로나.
나는 그런 엘로나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러면 된 것이다.
* * *
“왔어?”
해상도시 렌에서 벗어나 한참을 걸은 라칸.
그가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집에 도착하자 자신과 비슷한 키를 지닌 여인이 반겨주었다.
“응.”
“물건은 팔았어?”
“아니 줬어.”
여인, 부인의 물음에 라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그런 라칸의 대답에 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줬다니?
“무구의 주인을 찾았거든.”
“그래서 그냥 주고 왔어?”
라칸의 대답에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리고 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퍼억!
그와 동시에 부인의 주먹이 날아왔다.
“으이구! 이 화상아!”
“…….”
아무리 드워프라도 인간과 같았다.
남편은 사고를 치고, 부인은 화를 내고.
라칸의 행동에 분노한 부인은 철없는 라칸에게 주먹을 날렸고 라칸은 조용히 부인의 주먹을 맞았다.
피하면 더 혼날 테니 맞는 것이 답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부인에게 한 시간가량 혼이 난 라칸이 깊은 동굴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우웅!
라칸이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마나가 공명하더니 이내, 동굴을 지키고 있던 석상이 움직여 들고 있던 창을 라칸에게 겨누었다.
“오랜만일세.”
-라…… 칸인가.-
철을 긁는 듯한 기괴한 목소리.
석상의 물음에 라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라칸의 대답과 함께 다시 마나가 공명했고 이내 석상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창을 일자로 든 채 무서운 표정으로 동굴 입구를 지키는 석상.
예술품으로 말이다.
“…….”
라칸은 그런 석상을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모시는 존재.
아니 모셨던 존재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말이다.
* * *
“주군.”
“그래.”
엘로나와 위즐리는 시장을 더 둘러보기 위해 나갔고 나는 작은 주점에 들어서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칼론이 조용히 불렀고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있어도…… 괜찮습니까?”
처음 이곳에 오기로 한 의도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술만 마시는 내 모습이 이상했을까?
칼론이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칼론.
나는 그런 칼론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다시 술잔을 집어 들었다.
“자네 그거 들었나?”
“뭐?”
그때, 새로 들어온 두 명의 사내가 나의 옆에 앉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에 나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시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잘 마셨소.”
은화 한 개를 올려놓은 나는 몸을 돌렸다.
“죽은 드래곤 레어의 지도가 나타났다더군.”
멈칫.
막 가게 문을 나서려던 나의 귀에 들리는 사내의 목소리.
그런 사내의 말에 친구로 보이는 사내가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 드래곤이 어디 있는가?”
“정말이네. 폭스 용병단 알지?”
“알지,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유명한 용병단 아닌가?”
현재 렌에서 위명을 떨치고 있는 폭스 용병단.
나도 들어본 적이 있는 놈들이었다. 전원 30세 전의 나이로 최소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상으로 이루어진 용병단이었기에 제국에서도 유명했다.
“그 용병단의 단장, 붉은 여우가 드래곤 레어의 보물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군!”
29의 나이에 오러 나이트 하급에 오른 천재 검사 붉은 여우.
그녀를 언급하며 사내가 말을 하자 친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어! 그 여인도 불쌍하군.”
“그러게 말이야. 이미 왕국 정규군은 물론, 마적들까지 움직였다는 소문이 있어.”
친구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주군……?”
가만히 그런 둘의 이야기를 듣던 나.
그런 나를 본 칼론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묻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 정말 바보인 것 같았다.
왜 이것을 까먹고 있었을까?
평범한 산골 소년을 소드 마스터로 만들어준 희대의 영약.
드래곤 블러드.
내가 시뮬레이션 기연을 얻기 전 최우선 목표였던 기연을 떠올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기왕 회귀했는데 기연은 내가 다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자 칼론.”
진한 미소를 지은 내가 힘찬 걸음으로 움직이며 말하자 칼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러고는 힘 있는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나의 뒤를 따랐다.
* * *
“여기가 어디야?”
해상도시 렌에서 벗어나 한적한 거리를 지나서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으로 들어선 우리.
가만히 나를 따라오던 위즐리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보물산.”
그리고 나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여기 뭐라도 있는 거야?”
그런 나의 대답에 이번에는 엘로나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산 깊은 곳.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나무와 풀이 아무렇게나 자란 동굴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런 데는 어떻게 아는 거야?”
동굴 앞.
무서운 표정으로 창을 든 채 입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석상.
그것을 올려다보며 엘로나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하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회귀해서 다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크산느가 알려줬어.”
-하. 저 자식.-
나의 대답에 가만히 있던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무능의 정점을 찍었던 나는 20살이던 때 나의 귀에 들려온 소문에 두 눈을 반짝였다.
평범한 산골 소년이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엄청난 소문.
그에 부러움을 느낀 나는 직접 조사를 했기에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다 죽어가는 여인을 살리고 지도를 얻게 된 소년.
아무 생각 없이 그곳을 방문했던 소년은 드래곤 블러드를 얻었고, 죽은 드래곤이 남긴 유산 모두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부러움을 느낀 나는 직접 이곳에 찾아와보기도 했다.
혹시 뭐 하나라도 건질 게 있을까 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랬던 나였기에 나는 이곳을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말할 수 없었기에 우리의 만능 존재 크산느의 이름을 팔았고 말이다.
“와아…….”
“좋겠다.”
아무튼, 그런 나의 대답에 엘로나는 놀란 표정을, 위즐리는 부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런 일행들의 시선을 무시한 나는 걸음을 옮겼다.
동굴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웅!
“모두 물러나!”
엄청난 마나가 공명을 했고 나는 서둘러 일행들에게 경고했다.
스윽.
<누…… 누구냐…….>
어느새 들고 있던 창을 내 목에 겨누고 괴상한 목소리로 묻는 석상.
나는 그런 석상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멋진 요한님.”
“아 왜 저래.”
나의 대답에 뒤에서 자신의 무기, 얇고 가느다란 침을 들고 있던 위즐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넌 죽었어.
<치…… 침입자!>
우웅!
그런 나의 대답에 또 쇠를 긁는듯한 괴상한 목소리로 말한 석상이 창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나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죽이려고 하는 듯하다.
콰강!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겠는가?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반지에 마나를 실었고 소환된 겔루 칼립스로 석상을 부숴버렸다.
나의 공격과 동시에 박살 난 석상.
나는 그렇게 부서진 석상을 내려다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까불고 있어.”
별것도 아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