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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24화 (124/226)

제 124화

제124편 렌에서의 인연

-아주 바람직하군.-

그때, 나의 귀로 흐뭇한 크산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아닌 척하더니 오스란 왕국의 여인들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나는 큰 맥주잔 네 개를 들고 오는 종업원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새하얀 피부의 제국인들과 달리 오스란 왕국민들의 구릿빛 피부는 묘하게 섹시했으며, 건강미 넘치는 그녀의 몸매에는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엇이 있었으니 말이다.

“뭐해?”

“맥주 마실 거지?”

감탄하는 크산느를 이해하며 여종업원을 바라보던 나.

그때, 옆에서 엘로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리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본 엘로나.

나는 그런 엘로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니야. 맥주 마실래.”

나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은 엘로나.

이내 테이블에 올려진 맥주 한 잔을 집었다.

휴우, 다행이다.

맥주를 들어 목을 축이는 엘로나를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맥주잔 한 개를 집어 들었다.

꿀꺽꿀꺽.

그리고 그대로 들이켰다.

“키야. 시원하네 이거.”

시원하면서 톡 쏘는 맥주.

살짝 갈증이 있었던 나는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를 한 번에 비운 다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따~ 맛있다.”

나와 같이 큰 맥주잔을 한 번에 비운 위즐리.

저 자식, 자연스럽게 한 잔 들었군.

피식.

그런 위즐리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한 잔은 괜찮아.”

“아닙니다.”

시원한 맥주잔을 마시지도 않고 처음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둔 칼론.

그런 녀석을 보며 내가 말했지만 녀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피식 미소를 지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해 포기해 버린 것이다.

지가 원하면 알아서 마시겠지.

-요한-

<알아.>

그때,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음성.

나는 빈 맥주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조금 전,

문을 열고 들어온 한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여인.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느꼈다.

여인으로 추정되는 마른 체구.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을 말이다.

-저 정도면 너랑 비슷하군.-

<그러게, 성녀인가?>

그런 여인을 바라보던 크산느가 나를 향해 말하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레 물었다.

-그럴 수도.-

응? 진짜야?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크산느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 성녀가 있다고?

그때,

멈칫.

종업원을 따라 테이블을 걸어가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대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아니 전생, 현생을 통틀어 45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황금색의 눈.

맑고 깊었다.

“…….”

“…….”

잠시 서로 말없이 마주 본 우리.

이내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종업원이 안내해준 자리로 말이다.

“형. 막 파지직 하던데?”

“오버하지 마.”

그런 여인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짓던 나는 장난스레 말하는 위즐리를 보며 대답했다.

이 자식이, 엘로나가 오해하면 어쩌려고?

“왜? 보기 좋던데.”

흠칫.

역시나 차가운 엘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엘로나의 목소리에 나는 흠칫하고는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후후. 장난이야.”

휴우.

그런 나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엘로나.

미소를 짓는 엘로나의 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엘로나의 정령, 프루가 말해주었을 것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정체 모를 여인, 그녀의 몸에서 나와 비슷한 힘이 느껴진다고 말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오오!”

“어머…….”

잠시 후, 음식이 나오고.

여종업원이 테이블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내려놓자 위즐리는 환호하며 로브를 벗었다.

화아악!

그러자 한순간에 밝아진 식당 내부.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을 내려다보는 위즐리의 모습은 아름다운 조각품과 같았다.

하얀 피부, 청량한 미소와 어울리는 하늘색 머리와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하고, 공기를 맑게 했다.

아주 신기한 놈이다.

아무튼,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여종업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행동을 그대로 멈추고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이건 뭐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거대한 생선.

화악!

그것을 가리키며 순수한 미소를 지은 위즐리가 묻자 종업원은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찜이에요.”

“오오. 찜이라! 신기하구만!”

종업원의 대답에 위즐리는 아이처럼 환호하며 미소를 지었다.

제국에서는 보기 힘든 생선 요리.

그것을 찜이라는 기술에 접목한 것을 보고 놀라웠던 것이다.

물론, 나와 엘로나, 칼론 또한 놀라고 있는 중이다.

“아아…….”

어이고, 저러다 저 종업원 아주 죽겠다.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위즐리를 바라보며 종업원은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그리고 결정타가 날아갔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위즐리가 종업원의 두 눈을 마주하고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준 것이다.

휘청.

그런 위즐리의 인사에 여종업원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렸지만 위즐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녀석의 신경은 오로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형아 먹자!”

“그래 먹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포크를 든 위즐리.

그런 녀석이 나를 보며 말하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로브를 눌러쓴 채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관종인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모를 위즐리를 제외하고 말이다.

잠시 후.

벌컥!

“크하하하!”

한창 식사를 하던 우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큰 목소리로 웃는 한 덩치,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두 명의 사내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문이 부서질 듯 박차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괴상하게 웃는 덩치의 행동은 상당히 보기 흉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포크를 들었다.

저런 놈과 상종하기도 싫으니 말이다.

“빨리! 배고프다고!”

“죄송합니다…… 지금 자리가…….”

콰앙!

“그럼 마련해! 내가 누군지 몰라?”

식당 안으로 들어와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사내.

한창 음식을 나르던 종업원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내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지만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다음에 오시면 제가 서비스로 맥주를 드릴 테니…….”

그런 사내의 행동에도 여종업원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는 서비스를 약속했다.

저 정도면 아주 훌륭한 대처였다.

“이 X이!”

그때,

좋은 대처였던 여종업원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화가 난 사내는 손을 들어 올렸고 여종업원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사내의 거대한 손을 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덥석.

하지만 잠시 후.

사내의 거대한 손은 여종업원에게 닿지 않았다.

후드를 깊게 눌러 쓴 한 사내.

그가 사내의 손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넌 뭐야!”

자신의 손목을 잡은 사내를 보며 인상을 와락 찌푸린 덩치의 사내.

그런 사내의 물음에 우리 정의의 용사, 칼론은 로브를 벗었다.

“와아!”

그러자 보이는 붉은 머리 붉은 눈, 그리고 잘생긴 외모.

로브 속에 가려진 칼론의 외모에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사내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꽈악.

“크윽!”

사내의 손목을 잡은 칼론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사내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숙였다.

손목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고통에 자세를 바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꺼져.”

“이…… 두고 보자!”

사내의 손목을 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은 칼론.

그런 칼론을 보며 이를 갈던 덩치 사내는 이내 도망가면서 진부한 대사를 남겼다.

“와아!”

짝짝.

그런 칼론의 행동에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됐다. 맥주 세잔이나 더 줘.”

칼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여종업원.

칼론은 그런 여종업원에게 무심하게 말했고 종업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서비스로 드릴게요!”

“됐다. 그냥 줘.”

“하지만…….”

그런 종업원의 말에 가볍게 거절한 칼론은 이어진 종업원의 말을 무시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나의 앞에 서더니 나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멋대로 나셔서 죄송합니다.”

그러자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하아…….

이거 귀찮게 되었군,

칼론이 아까, 청량한 미남 위즐리와 일행이라는 것에 놀란 식당 내부의 사람들은 나를 보며 두 눈을 빛냈다.

저런 이들을 수하로 거둔 내 정체가 궁금했던 것이다.

“앉아 이 자식아.”

“네.”

그런 칼론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내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칼론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실례합니다.”

그때, 나와 같은 신성력을 지닌 여인의 일행인 사내가 우리 테이블에 다가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런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로브 속에 보이는 금색의 머리칼과 푸른색의 눈.

그런 사내를 보며 나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지?”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경계 어린 나의 대답.

나의 말투에 불쾌한 기색이 섞여 있는 것을 눈친 챈 사내가 정중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네었다.

예의 바른 사내의 행동에 기분이 조금 풀린 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오?”

조금은 풀린 음성으로 다시 묻자 사내는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아주 근엄하게 생긴 중년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중년 사내가 나를 향해 정중한 자세를 취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희는 타 대륙의 사람들입니다. 제국인으로 보이시는데…… 혹시 합석하실 수 있으십니까?”

“흐음…….”

칼론과 위즐리의 외모를 보고 우리가 제국인인 것을 눈치챈 사내.

바다와 맞닿아 있고, 해상 무역이 활발한 오스란 왕국과 달리.

우리 제국은 타 대륙과 교류가 없었다.

아니 제국은 타 대륙인들이 제국에 들어서는 것도 못하게 하였다.

왜냐고?

그 이유는 30년 전, 타 대륙인이 제국에 들어와 황권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선량한 우리 할아버지, 즉 전 황제는 그런 타 대륙인을 죽이지 않고 대륙으로 돌려보냈지만, 타 대륙에서는 오히려 고문을 했다며 항의 문서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에 분노했던 황태자. 지금의 황제는 타 대륙인들을 혐오했고, 황제가 되고 나서 타 대륙인들이 제국에 들어서는 것을 금지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일이 있었기에 저자들은 우리가 제국인인 것을 알고 흥미가 생겼나 보다.

거기에다가 칼론이 정의롭게 나서는 행동과 나를 향해 예를 지키는 것을 보고 내가 귀족이라고 생각되어 일부러 다가온 듯하다.

그런 사내를 보며 턱을 쓰다듬던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꾸벅.

그러자 나와 마주친 로브의 여인.

그녀의 신비로운 황금색의 눈빛이 나와 마주치자 그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에 나 또한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미하일의 신성력을 지닌 여인과 그를 호위하는 듯 보이는 근엄한 사내.

이 둘이 타 대륙에서 왔다는 소리는…….

타 대륙에서는 판게아 대륙처럼 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저쪽 대륙에서는 신을 믿는 듯하군.-

그리고, 크산느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였는지 나를 향해 말했다.

그에 나는 크산느의 말을 동의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내를 바라보았다.

“조금은 불편할 것 같군.”

흥이다 이 자식들아.

아직 너희들이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 조금 더 두고 보고 싶거든.

“하하. 알겠습니다. 식사하시는데 방해하여 죄송합니다.”

나의 거절에 살짝 당황하던 사내는 이내 소리 내 웃으며 다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사내는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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