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3화
제123편 항구도시 렌으로(2)
벌컥!
“형아!”
하아…… 저 자식.
황태자궁, 나의 침실.
테이블에 앉아 크산느와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던 나.
그런 나의 휴식을 방해하는, 위즐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나를 불렀다.
“칼론 이 자식아. 일 안 해?”
“……송구합니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칼론.
그런 칼론을 보며 내가 신경질을 부리자 칼론은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응? 형아 왜 그래…… 칼론 형 미안.”
그런 나의 말에 당황한 위즐리가 칼론을 향해 사과를 했고, 칼론은 괜찮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칼론 저 자식 때려.”
“네.”
꽁.
하지만 이어진 나의 명령에 칼론은 바로 위즐리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악!”
갑작스럽게 칼론에게 공격을 받은 위즐리.
녀석은 이마를 부여잡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들어오고, 문 닫아.”
“네.”
문밖에 있는 궁녀들.
슬쩍 우리를 훔쳐보는 궁녀들의 모습에 나는 칼론에게 말했고 칼론은 짧게 대답하고는 문을 닫았다.
“왜 왔냐?”
“형아, 앉아도 되지?”
조금 전에 장난으로 신경질을 부린 나,
그런 나의 물음에 위즐리는 조심스럽게 나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눈치를 살피며 묻는 위즐리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 자식 이렇게 나오니 또 불쌍해 보였다.
“앉아.”
“헤헤.”
나의 허락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앉는 위즐리.
나는 멀뚱히 서 있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너도 앉아.”
“네.”
나의 말에 고개를 숙인 칼론은 빈자리에 앉았고 나는 나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위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형, 렌 간다면서?”
찌릿.
움찔.
위즐리의 물음과 동시에 칼론을 째려본 나.
그런 나의 눈빛에 칼론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진짜 충직한 놈인데 이렇게 보면 충직한 것 같지도 않다.
뭐 하는 놈이지?
“나도! 나도 가고 싶어 형아!”
“기각.”
“아 왜에!”
위즐리의 말에 칼같이 거절한 나.
그런 나의 대답에 위즐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은 채 그런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내일 떠나는 코피아 때문이잖아.”
움찔.
정곡을 찔려 움찔거린 위즐리.
그런 위즐리를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냥 코피아 보고 같이 가자고 해.”
“……나 아직 화해 안 했어.”
그런 나의 말에 위즐리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위즐리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찬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도 같이 가신다고 하던데…… 그냥 가지?”
“형아.”
나의 말에 조용히 나를 부르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형아를 믿고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북부, 무서운 설인족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쟁터로 갔어. 성인들도 견디기 힘들다는 추위가 매일같이 이어지는 북부에.”
“…….”
“난 거기서 수많은 병사들을 치료했고, 형의 건강을 관리했어.”
아 거 자식…….
사람 미안한 마음 건드리네…….
“그것도 8살에. 5년 동안.”
거 참.
“어리다고 무시하는 수많은 귀족들, 그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나는 매일 같이 연구하고, 병자들을 돌보았어. 황태자인 형의 수하로 인정받기 위해.”
“아 씨. 알았어. 그만해.”
“아싸!”
위즐리 저 자식 많이 컸네.
감성팔이 하는 위즐리의 모습에 나는 결국 허락했고 위즐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환호했다.
“메이슨 형은?”
“안 간다.”
“흐음…… 알았어!”
환호하던 위즐리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고 나는 즉시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위즐리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슨, 그 녀석은 우리 할아버지 제자로서 수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칼론이 거둔 평민 3인방 또한 마찬가지로 수련에 매진할 것이며, 게슈레와 샌드 또한 마찬가지로 드라칸과 수련을, 그리고 나의 두뇌인 레헤튼 또한 황궁에 남아 업무를 봐야 한다.
렌에 다녀온다면, 나에게 2명의 시종이 생길 것이고, 다른 녀석들도 강해져 있을 것이다.
은근히 기대된다.
“주군, 오늘은 이만 주무시지요. 내일 아침 일찍, 하이아칸 왕국의 귀빈들이 떠납니다.”
“아…… 그렇군.”
“엘로나 누나는? 인사했어?”
칼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나를 향해 묻는 위즐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렌에 같이 갈 거다.”
* * *
이른 아침. 하이아칸 왕국의 귀빈들이 떠났다.
국왕인 카자르와 왕비인 코르.
어머니는 오늘 떠나는 코르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으나, 이내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그리고 죄인 트루히드 후작은 구속된 채 끌려갔다.
북부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떠날 때 대마법사인 갈은 마나 서클이 파괴되었고, 남은 생은 노예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가 저지른 비리와 영지민들의 학대, 기타 등등 온갖 더러운 죄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사형이었지만, 나는 그에게 더욱더 심한 벌을 주기를 원했고, 이런 벌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명문가였던 콜드 가는 하루아침에 멸문했다.
나의 손에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메이슨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고, 하이아칸 귀빈은 떠났다.
나는 두고 볼 예정이다.
트루히드 후작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말이다.
그리고 점심 먹고 오후.
이번에는 오스란 왕국의 귀빈들이 떠나게 되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코피아와 함께 오스란 왕국에 다녀오기로 한 선생님.
미소를 짓고 루틸루스와 함께 서 있는 선생님에게 내가 말하자 선생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걱정 마십시오, 전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지금.
선생님은 나에게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루틸루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제 벗이기도 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
나의 말에 루틸루스는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코피아를 잘 키워준 선생님을 은인으로 모시기로 한 루틸루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루틸루스에게 친구를 권하셨다.
그에 루틸루스는 진심으로 좋아했고, 이내 둘은 술 한 잔 주고받고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질투로 투덜거릴 정도로 말이다.
“사고 치지 말고.”
“네 오라버니, 위즐리는요?”
선생님의 옆.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는 아름다운 여인, 코피아를 보며 내가 말하자 건성으로 대답한 코피아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자친구랑 싸워서 방에서 울고 있다.”
흠칫.
그런 나의 농담에 흠칫한 코피아와 진한 미소를 짓는 루틸루스와 선생님.
“그 녀석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코피아의 친할아버지이자, 선생님에게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들은 루틸루스.
그가 아쉬움을 드러내며 말하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녀석이 준비가 되면 인사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웃으며 대답한 루틸루스.
그렇게 다른 귀족들과도 인사를 한 오스란 왕국의 귀빈들은 떠났다.
“하아. 이제 끝인가?”
“밀리언 쪽은 어떻게 한답니까?”
“아직 신혼이잖아.”
떠나는 오스란 귀빈들의 행렬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쉰 나.
그런 나를 향해 칼론이 묻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창 신혼인 실과 로리.
로리는 당분간 더 황궁에서 지내기로 했다.
신혼인 이유도 있지만,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름다운 호수, 스타폴의 매력에 빠진 로리를 위해 나는 스타폴이 잘 보이는 한적한 곳에 실과 로리가 지낼 저택을 선물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 그 저택은 한창 공사 중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로리는 그 신혼집을 직접 보고 공국에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기에 밀리언 귀빈들의 귀국을 조금 더 늦게 늦춘 것이다.
“위즐리는?”
“궁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자.”
나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칼론.
그런 칼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몸을 돌렸다.
잠시 후.
나는 나의 집무실에 도착했고 나를 기다리던 엘로나와 위즐리를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랜에 가는 것은 극비 상황이야.”
“…….”
“위즐리, 너 코피아 만나고 싶으면 모든 일이 끝나고 만나야 해. 알겠어?”
“응 알겠어.”
자주 보기 힘든 진지한 나의 표정.
그런 나의 표정에 위즐리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늘 가볍고 깐족거리는 위즐리이지만 할 때는 하는 놈이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엘로나.”
“응.”
“괜찮겠어?”
엘로나의 고향, 하이아칸과 달리 매일 더운 남쪽 오스란 왕국.
그것이 걱정스러운 내가 묻자 엘로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 친구가 누구인지 잊은 거야?”
아…….
잠시 잊고 있었다.
궁수이면서 정령사이기도 한 엘로나.
그의 친구, 고대 눈의 정령을 말이다.
“누나 잘 부탁해!”
그런 엘로나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숙이는 위즐리.
그리고…….
“잘 부탁드립니다.”
칼론 저 자식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자식들.
더운 남부가 걱정스럽긴 한가보단.
아무튼 그런 둘의 부탁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정령력을 사용한다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대충 이야기를 마친 우리 넷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황성의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 말을 타고 이동한다.
최대한 빨리 말이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렌.
하이아칸 왕국과, 밀리언 공국을 다녀온 나는 이제 내가 가보지 않은 곳,
대륙의 남부 오스란으로 떠난다.
새로운 신 미하일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 * *
“와아!!”
시원한 바닷바람.
코끝에서 느껴지는 바다 냄새와 쨍쨍한 햇빛, 그리고 구릿빛 피부의 사람들.
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위즐리는 소리 내며 감탄했고 나와 칼론, 그리고 엘로나 또한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남부 사람들의 피부는 갈색이고, 또 모두 근육질이라 하던데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흔하게 보이는 평범함 남자는 물론, 여자들 또한 몸에 근육이 있어 맵시가 살아났다.
정말, 모든 국민이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흐흐.”
옷차림새가 아주 개방적이었다.
아주 바람직하구만.
짧은 바지와 짧은 티셔츠.
호오.
갈색 피부와 화려한 노출.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확실히, 제국에서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더 신비로웠다.
“배고프네.”
우리 나와 위즐리, 그리고 칼론과 달리 주변을 둘러보던 엘로나는 맛있는 생선 냄새가 나는 식당을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저기 가서 배부터 채우자.”
잠시 후.
“어서 오십시오!”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선 우리를 갈색 피부의 건강미가 넘치는 여종업원이 맞이했다.
“조용한 자리로 가고 싶은데.”
“네! 이리로 오세요.”
은화 한 개를 내밀며 말한 나.
그런 나의 부탁에 종업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은화를 받아들이고는 우리를 가장 구석진 자리로 안내했다.
“추천 음식 있나?”
“네, 갓 잡은 생선찜과 구이, 그리고 튀김이 오늘 메인이랍니다.”
“네 명이서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전부 준비해줘. 아, 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네 잔.”
“알겠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게 로브를 깊게 눌러쓴 나의 주문.
초면인 종업원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상당한 실례이지만, 고급스러운 로브를 보고 내가 귀족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내가 반말을 해도 종업원은 그저 좋다는 듯 생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면 팁을 줘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