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21화 (121/226)

제 121화

제121편 찾았다, 이 새X야

“아! 배부르다!”

“잘 먹었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공작님.”

모든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온 우리.

위즐리는 볼록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칼론과 레헤튼, 그리고 메이슨은 오늘 맛있는 식사를 하게 해준 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하아…… 꺼져 이것들아.”

얇아진 돈주머니에 기분이 좋지 않던 실은 그런 셋에게 어서 가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거 참, 삼촌도 돈 많잖아요.”

성인이 되고 약 10년간 북부 전쟁터에서 보낸 실이다.

그에게 내려진 보상금과 봉급이 얼마인지 아는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값이다.

“시끄러, 이제 나도 가정이 생겼는데 돈은 많을수록 좋지.”

“제가 좋은 영지랑 집 내려드리죠.”

“……거절 안 하마.”

훗.

저 양반도 진짜 변했군.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멈칫한 실이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 10년간 전쟁터에서 고생한 양반인데 그 정도도 못 해주겠는가?

이제 더 이상 북부에 있을 필요도 없어졌다.

설인족들은 그들이 만든 술과 그들이 사냥한 북부 몬스터의 가죽 등.

북부에서만 나는 특산물로 이미 대륙의 모든 사람에게 조금은 친숙한 이미지가 생겨났다.

그렇게 5년.

그 시간 동안 설인족들은 익숙해졌고 더 이상 하이아칸 왕국과의 중재자 역할을 했던 실은 필요 없게 되었다.

“7군단도 이제 돌아와야겠습니다.”

“그렇군.”

나의 말에 실은 살짝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있어서 전쟁터는 집이었으며,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고향이었다.

그런 곳을 떠나게 되었으니 분명 섭섭하기는 할 것이다.

“걱정 마세요, 또 전쟁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멈칫.

“하하. 어서 갑시다.”

장난스러운 나의 음성.

하지만 나의 말에 포함된 내용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실이 멈칫하고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소리 내 웃으며 그런 실을 지나쳤다.

아직은 확실시된 것은 없으니 말이다.

퍽.

“아씨! 똑바로 안 보고 다녀?”

앞장서서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옮기던 위즐리.

녀석은 아름다운 스타폴의 야경에 정신이 팔려 계속 주위를 둘러보며 걸었고 결국,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한 청년과 부딪혔다.

위즐리와 부딪혀 뒤로 넘어진 한 청년.

그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

일어나 욕을 하는 청년을 빤히 바라보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청년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멈칫.

그러다가 이내 위즐리의 고급스러운 외모와 옷차림에 흠칫하더니 바로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흐흠. 어디 귀족가의 공자이신지 모르나, 조금은 조심해주셨으면 하오.”

“아 미안합니다.”

그제야 살짝 미소를 지은 위즐리.

녀석이 상큼하게 사과하자 청년은 불쾌한 표정을 지우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잠깐.”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려는 청년.

나는 그런 청년을 불러세웠다.

“……?”

그런 나의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린 청년.

그 청년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나의 얼굴을 가린 로브를 벗었다.

“!!!”

로브를 벗자 보이는 흑발에 붉은 눈.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시끄럽던 스타폴이 일순간 정지한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나를 바라보는 청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화……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그런 청년의 인사와 동시에, 스타폴에 자리하고 있던 백성 모두가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생선값을 깎기 위해 흥정하던 아낙네도, 술에 취해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며 노래를 부르던 사내도, 사랑스러운 여인과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던 사내도, 그 누구도 빠짐없이 모두가 말이다.

뚜벅뚜벅.

그리고, 황태자인 나는 그들의 인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위즐리와 부딪혔던 청년의 앞으로 말이다.

“고개를 들라.”

“…….”

낮게 깔린 나의 음성.

그런 나의 명령에 청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싱긋.

그리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이 새X야.

전생에서 나의 가슴팍을 찌른 놈.

술에 취했다 하더라도 감히 황태자인 나를 시해했으며, 나에게 무례한 언사를 내뱉은 놈이었다.

잠시 후.

생계를 위해 삶을 살아가는 상인들과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스트레스를 푸는 백성들을 위해 서둘러 그곳을 벗어난 나는 곧장 황궁으로 들어섰다.

“아악.”

나의 손에 목덜미를 잡힌, 나를 죽인 놈과 말이다.

-이 녀석이야?-

<그래.>

어느 정도 눈치로 알아차린 크산느.

녀석이 나를 향해 물었고 나는 마나 마우스로 대답해주었다.

-어쩌려고? 이 녀석은 전생에서 너를 죽였던 놈이 아니야.-

그런 나의 대답에 크산느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솔직하게, 갓 환생했을 때는 이놈을 잡자마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정확히 삼족을 멸할 생각이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놈은 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내가 전생에서처럼 이 녀석에게 죽을 일도 없고 말이다.

그것을 잘 아는 나였기에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이 녀석한테 딱히 악감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짜증 나는 건 짜증 나는 거잖아?>

아무리 그렇다 해도 말이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인가.

이 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짜증을 느꼈다.

그런 나의 대답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 녀석을 죽일 마음은 없다는 것에 안도한 것이다.

“형아. 그자는 왜?”

황태자궁 내에 있는 나의 집무실.

그곳에 녀석을 끌고 오자 위즐리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위즐리의 의문은 당연했다.

오늘 처음 본 녀석을 다짜고짜 이곳으로 끌고 왔으니 말이다.

“죽일까요?”

스릉.

“히익!”

그런 나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칼론.

녀석이 자신의 검을 살짝 뽑으며 나에게 묻자 나에게 목덜미를 잡힌 놈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두 손이 발이 될 정도로 싹싹 빌었다.

“송구하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부디 선처를…….”

“전하. 일단 그자를 놓아주시지요.”

가만히 이 상황을 살펴보던 레헤튼.

녀석이 외알의 안경을 한번 만지며 나에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퍼덕.

“에고고.”

그리고 녀석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나의 손길에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 청년.

나는 그런 놈을 지나쳐, 집무실에 위치한 나의 의자에 앉았다.

샤삭!

호오 저 녀석 보게?

그런 나의 모습에 황급히 정신을 차린 놈은 서둘러 무릎을 꿇으며 자세를 바로 했고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갑자기 나한테 붙잡혀 이곳에 왔으니 말이다.

한데 눈치껏 바로 무릎을 꿇으며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 쓸만한 놈 같았다.

“자기소개.”

“예! 라컨 남작가의 장자, 샌드라고 합니다!”

“호오?”

전생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어 막대한 부를 이룬, 변방 귀족 라컨 남작가의 소속이었나?

얼마 전 나와 인사를 나누었던 라컨 남작을 떠올린 나는 피식 웃고는 샌드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나에 대한 생각은?”

“역대급 천재! 영웅! 제가 바라던 이상향! 완벽한 롤 모델이십니다.”

이 자식.

뭐하는 놈이지?

나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대답하는 청년, 아니 샌드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주변에 있던 레헤튼과 칼론 또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전공은?”

“뭐하나 잘난 것 없습니다. 그냥 눈치가 빠릅니다.”

하 이 새끼.

내 스타일이데?

전생에서 나를 죽인 천인공노할 놈.

그런데 멀쩡한 놈의 모습을 보니 나는 피식 미소를 나왔다.

당당하게 잘난 것 없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놈.

흔치 않다.

그것도 제국의 황태자인 나의 앞에서 말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자신을 어필하면서 어떻게든 나에게 잘 보이려 할 텐데 이 녀석은 다르다.

“남작가의 후계자인가?”

“아닙니다. 제 능력을 잘 알고 동생한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

“저는 그냥 수도에 놀러 온 것뿐입니다. 다행히 최근에 저희 가문에 돈이 많아져서…….”

약 일주일 전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라컨 남작가.

그것을 예로 들며 샌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계획은?”

“돈 많은 백수입니다.”

하 이 새끼.

괴롭히고 싶어지네.

나의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하는 샌드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했다.

나를 죽이지 않은 이 시대의 샌드에게 내릴 벌을 말이다.

“너 내 밑에서 일해라.”

백수는 꿈도 못 꾸게, 존X 일 시켜줄게.

“!!!”

그런 나의 명령에 마치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은 놈처럼 그대로 굳어버린 샌드.

-크하하! 야! 이거 기가 막히는데?-

좀생이처럼 보이지도 않는 샌드에게 맞춤형 복수였다.

그것을 알아챈 크산느는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레헤튼.”

“예 주군.”

“이 녀석 오늘부터 내 시종이다.”

“게슈레는……?”

그런 나의 명령에 레헤튼이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물었다.

“녀석도 내 시종. 내 시종은 2명이다. 이 녀석도 드라칸한테 보내.”

“알겠습니다.”

나의 설명에 레헤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당사자인 샌드는…….

“아이고!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대성통곡하듯 나를 향해 바짝 엎드렸다.

“왜? 황태자인 나의 밑에서 일하는데? 모든 귀족이 원하는 거지 않나?”

“아이고 전하. 저는 능력도 없습니다, 역대급 천재이시자 영웅인 황태자 전하께서 저 같은 놈을 쓰시다니요? 절대 아니 되옵니다!”

저 자식 말은 아주 청산유수구만.

자신을 낮추며 나를 띄우는 샌드.

그러면서 제발 자신에게 내린 명을 거두어 달라고 간청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레헤튼!”

“예! 알겠습니다.”

“내가 도와줄게. 헤헤.”

나의 부름에 레헤튼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엎어진 샌드의 팔을 잡았고 위즐리는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나머지 샌드의 팔을 잡았다.

질질.

“아이고 전하! 저는 부족한 놈입니다!”

질질 끌려가면서도 자신은 부족하다고 소리치는 샌드.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콰앙.

그렇게 샌드가 사라지고.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던 메이슨이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저자…… 황태자 전하께서 쓰시기에는…….”

나의 물음에 메이슨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고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쓰기에는 부족하다고?”

“……기품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청년입니다.”

“됐어. 나는 그냥 저놈을 괴롭히고 싶을 뿐이야.”

“저자에게 안 좋은 감정이라도……?”

“그만. 사생활이다.”

자세히 캐묻는 메이슨을 보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메이슨은 서둘러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런 메이슨을 한번 바라본 나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