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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119화 (119/226)

제 119화

제119편 선을 넘지 마세요

“재미있네.”

황궁 지하에 만들어진 감옥.

감옥 내부에 존재한 고문실에서 나는 간수장인 지켜 자작이 내민 작은 병을 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작은 병 안에 보이는 새하얀 액체.

그리고 그 액체에서 느껴지는 신성력.

흔하게 볼 수 없는 신성력이 가득 담긴 물을 보며 내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어깨에 있던 크산느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에르님의 힘이 아니야.”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떡.

“뭐?”

“예?”

생각지 못한 크산느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에르의 힘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의 힘이란 말인가?

그런 나의 행동에 가만히 있던 지켜 자작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전부 나가 있어.”

“네.”

나의 명령과 동시에 고개를 숙인 지켜 자작과 기사.

“칼론 너도.”

“알겠습니다.”

그리고 호위기사인 칼론도 내보내었다.

콰앙.

문이 닫히고, 조금은 좁은 고문실에 나와 크산느.

“크으…….”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 온몸에 흉터가 가득한 갈이 남게 되었다.

“무슨 소리야.”

모두가 밖에 나가고, 고문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갈을 무시하고 다시 자리에 앉은 내가 크산느를 보며 묻자 크산느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에르님은 마신, 그리고 에르님의 동생이자 천신인 미하일님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건 미하일이라는 신의 힘이다?”

-그래. 둘 다 주신이다.-

나의 물음에 크산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둘의 사이는?”

-아주 좋다.-

“그거 다행이군.”

크산느의 대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자식은 미하일의 신도인가?”

-그렇겠지.-

“신을 믿는 신도가 저렇게 미친놈이라고?”

-…….-

정곡을 찌르는 나의 물음에 크산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고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조금 변질한 것 같지?”

내가 그토록 경계하는 일.

바로 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멋대로 행하려 하는 사이비들.

그런 증상이 미하일의 신도인 갈에게서 보이자 내가 말했고 크산느가 그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벌떡.

그런 크산느의 대답에 한숨을 내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퍼억.

“일어나.”

그러고는 기절해 있는 갈을 깨웠다.

“크으윽…….”

나의 발길질에 정신을 차린 갈.

나는 그런 갈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리고는 그의 눈앞에 작은 병을 보여주었다.

“이거 누구한테 받았냐?”

“스…… 스르시드…….”

이빨이 전부 부서져 발음이 전부 새는 갈.

그런 갈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들지만 나는 누구를 겨냥하고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갈을 보호하다가 불리해지니 바로 꼬리를 자르고 버린 트루히드 후작.

그자의 이름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켜 자작!”

“예!”

“지금 당장 트루히드 후작을 압송하게.”

“…….”

나의 부름에 고문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고개를 숙이는 지켜 자작.

내가 그런 지켜 자작을 향해 명령을 내리자 지켜 자작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그런 지켜 자작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지켜 자작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것이…… 갈의 진술에 트루히드 후작을 압송하러 갔는데…… 증거가 없습니다.”

“뭐?”

“이미 조사도 다 마친 상태입니다만…… 도저히 접점이 없습니다.”

나의 말에 지켜 자작은 다시 황급히 입을 열며 대답했고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능구렁이 같은 트루히드 이 개자식.

이미 자신이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 두었나 보다.

“현재 후작의 위치는?”

“하이아칸 귀빈들에게 배정된 별궁에서 갇혀있습니다.”

“왕국에서 내리는 결정은?”

“죄송합니다. 알지 못합니다.”

나의 물음에 지켜 자작은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자네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이것은 내가 들고 간다.”

“알겠습니다.”

내가 작은 병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지켜 자작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나는 조용히 고문실을 나섰다.

“아.”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지켜 자작을 바라보았다.

“위즐리를 불러서 저 녀석을 치료시키고, 메이슨을 불러서 마음껏 고문하라고 해.”

당한 만큼 되돌려 줘야지 암.

그런 나의 명령에 지켜 자작은 고개를 숙였고 나는 고문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길을 따라 하이아칸 왕국의 귀빈들에게 배정된 별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엘로나는 어디 갔습니까?”

하이아칸 왕국의 국왕 카자르.

그의 앞에 앉은 내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어보자 카자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왕비와 함께, 대공비 마마에게 갔다.”

“그렇군요.”

카자르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무슨 일이냐.”

어린 시절부터 나를 봐왔던 카자르,

사적으로는 엘로나의 아버지이기도 한 카자르는 사석이기에 나에게 말을 편히 했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카자르의 물음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트루히드 후작은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영지에 감찰단을 보내도록 명령을 내렸다. 갈과 연관이 있다면 계급을 강등시키고, 벌금과 영토를 어느 정도 압수할 생각이다.”

“연관이 없다면?”

카자르의 말에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카자르를 바라보았고 카자르는 그런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죄겠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나의 물음에 카자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트루히드 후작에게 아주 관대하십니다.”

귀족파의 수장이며 사사건건 대립하는 트루히드 후작.

이상하게 그에게 관대한 카자르를 보며 내가 말하자 카자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은 신하이지.”

“국왕의 자리를 탐내는 하이에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쾅!

“말이 심하군.”

나의 말이 끝나자 테이블을 내려치며 분노 어린 표정을 짓는 카자르.

나는 그런 카자르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기다리겠습니다.”

“무엇을?”

“결과를요.”

나의 대답에 그제야 카자르는 분노 어린 표정을 풀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믿고 기다리거라.”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제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뭐라?”

하지만, 이어진 나의 말에 카자르의 얼굴은 다시 일그러졌다.

“제 성격 아시잖아요? 눈에 뵈는 거 없는 거.”

“협박이냐?”

“설마요.”

카자르의 물음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설마, 엘로나의 아버지인 카자르를 협박하겠는가?

“그것만 알아주십시오.”

“무엇을?”

“엘로나 때문에 제가 정말 참고 있다는 것을요.”

엘로나의 나라만 아니었다면 진작 뒤집어엎어 버렸을 테니 말입니다.

“많이 컸구나.”

그런 나의 대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카자르.

그런 카자르가 기세를 끌어올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쿵.

그리고 테이블을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카자르의 기세는 사라졌고 소드 마스터인 카자르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기세를 한 번에 없앤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이십니까?”

“…….”

“저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드립니다. 그러니 선을 넘지 마십시오.”

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카자르.

나는 그런 카자르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해 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물러 가보겠습니다, 장인어른.”

“…….”

“그럼 쉬십시오.”

저 양반, 내 인사에 대답도 안 해 주냐.

나는 대답 없는 카자르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인 다음 물러났다.

“칼론.”

별궁을 벗어난 나는 고개를 돌려 항상 나의 뒤에 있는 칼론을 불렀고, 나의 부름에 언제나 그렇듯 칼론은 고개를 숙였다.

“드라칸에게 전해, 하이아칸 왕국 귀족파의 인물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아보라고.”

“알겠습니다.”

나의 명에 칼론은 고개를 숙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하이아칸 왕국, 조만간 한 번 뒤집어야 할 것 같았다.

* * *

“오랜만이군.”

황궁에서 한가한 녀석들을 데리고 바람이나 쐬러 나온 나는 익숙한 풍경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넓은 호수.

밤에는 수많은 가게들로 아름다운 야경을 이루는 제국 최대의 번화가.

팔센의 내부에 있는 호수 스타폴이었다.

내가 전생에서 죽은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문득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를 죽인 그 귀족가의 도련님이 떠올랐다.

이제 시간은 흘러 내 기억에 남은 그 얼굴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찾아봐야지.

나를 죽인 놈인데 그냥 놔두면 안 되지.

“형 그 미소 뭐야?”

전생에서 그 죽일 놈을 떠올리던 나는 미소를 지었고, 그런 나의 미소에 위즐리가 흠칫하며 물었다.

“시끄러 인석아. 메이슨, 가보고 싶은 데 있냐?”

그런 위즐리에게 살짝 말한 나는 고개를 돌려 메이슨을 보며 물었고 메이슨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이런 번화가에서 노는 건 처음이지?”

“예…….”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내가 씨익 웃으며 묻자 메이슨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형아 괜찮아. 우리도 처음이야.”

“응?”

그런 메이슨을 위로하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이렇게 놀러 나온 것이 처음이라고?

“우리 인생 참, 재미있었지?”

나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짓는 위즐리.

나는 그런 위즐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 녀석. 생각해보니 8살의 나이에 나를 따라 북부 전쟁터에 간 녀석이다.

그 어린 나이에 말이다.

“일로와.”

흠칫.

그런 위즐리를 보며 미안해진 나는 인상을 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고 위즐리는 흠칫하며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형이 잘해줄게 이리로 와.”

“아 싫어!”

그런 위즐리를 향해 다시 부드럽게 내가 말하자 위즐리 저 자식은 경기를 일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자식.

예뻐해 주려고 하니 튕기네.

그런 위즐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밥부터 먹을까?”

“형아 나 술!”

“시끄러.”

미성년자인 위즐리가 손을 번쩍 들며 말하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런 위즐리에게 말했다.

솔직히 판게아 대륙에서는 굳이 성인이 아니더라도 술을 마실 수 있다.

당장 술집에서, 어느 정도 10대 중반으로 보이면 술을 파니 말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제지도 없었기에 위즐리는 술을 마셔도 되지만 나는 괜히 싫었다.

뭐랄까…….

“심술쟁이.”

그래 심술이었다.

나를 보며 입술을 삐죽인 위즐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는 칼론과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뭐하냐?”

“아…….”

그런 나의 물음에 칼론과 레헤튼이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

그리고 나는 그들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우.”

-호오?-

그러자 보였다.

수많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처럼 깨를 볶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 바로 실과 로리가 말이다.

씨익.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고 위즐리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형아 가자.”

“그래 가자.”

역시 이 자식은 나랑 마음이 잘 통해.

미소를 지은 위즐리가 나를 향해 말하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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