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5화
제115편 메이슨의 울분(2)
“뭐?”
그런 메이슨의 말에 트루히드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메이슨은 지지 않겠다는 듯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왕국에서 저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곳에는 제국의 귀족은 물론, 오스란 하이아칸 왕국의 귀족, 그리고 그 귀족가의 자제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심지어 밀리언 공국의 엘프들 또한 이곳에 참가해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전 세계 귀족들 모두가 이곳에 모여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곳 한가운데서 메이슨이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트루히드 후작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에 당황한 트루히드 후작은 고개를 돌려 갈을 바라보았다.
갈 또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메이슨을 바라보고 있었기 거기에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공자. 일단 목소리를 낮추지.”
그러고는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곳에서 서로 떠들어봤자 좋을 것이 없으니 일단 화해의 말을 건넨 것이다.
메이슨이 이렇게까지 나와 자폭해버리면 자신들도 곤란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메이슨은 포기했다.
만약 황태자인 요한이 부모님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메이슨은 부모님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도.
그렇기에 지금 메이슨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놈은 정말 무서웠다.
“서자의 자식인 저를 후계자로 앉히고! 부모님의 목숨으로 협박하며 저를 키운 콜드 가와 그것을 암묵적으로 묵인한 왕국에서 무엇을 해 주었단 말입니까!”
웅성웅성!!
결국, 메이슨의 서러움과 울분이 폭발하고 말았다.
언성을 높이며 소리치는 메이슨의 행동에 갈과 트루히드 후작의 인상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웅성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재 메이슨이 폭로한 이야기는 귀족가로서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비윤리적인 이야기이니 말이다.
“이보게 일단 진정을…….”
주위 귀족들의 웅성거림에 퍼뜩 정신 차린 트루히드 후작이 서둘러 이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이미 메이슨의 두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더 이상 콜드 가의 후계자로 살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왕국의 인형으로 살지 않겠습니다!”
“이보게! 근거 없는 모함으로 왕국을 모욕하지 말게!”
메이슨의 소리침에 결국 트루히드 후작은 언성을 높였다.
“왕국이 그것을 묵인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그리고 콜드 가에서 자네 부모님의 목숨으로 협박을 해? 대마법사인 콜드 후작이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맞습니다! 저는 결코 그런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트루히드 후작의 호통과 갈의 부정.
그 둘의 부정에 주위 귀족들은 웅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법사인 갈이 그런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사락.
“꺄악!”
그때.
그런 둘의 모습과 귀족들의 행태에 인상을 찌푸리던 레헤튼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두 눈을 크게 떴다.
모든 귀족의 이목이 쏠린 이곳에서 갑자기 웃옷을 벗어버린 메이슨의 행동.
그 행동으로 인해 여인들은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얼굴을 굳혔다.
여인들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귀족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명문가의 후계자인 몸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새하얀 메이슨의 상반신 전부를 뒤덮고 있는 끔찍한 흉터 때문이었다.
“이것은 제가 7살 때, 2 서클에 오르지 못해 부모님의 앞에서 채찍으로 맞은 흉터입니다.”
웃옷을 벗은 메이슨이 자신의 가슴에 있는 기다란 흉터를 가리키며 조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마나를 끌어올려 파티 홀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다음 다시 흉터를 가리킨 손가락을 오른쪽 어깨로 옮겼다.
그런 메이슨의 행동에 귀족들의 시선은 메이슨의 오른쪽 어깨, 끔찍한 화상 흉터가 남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것은 14살, 인스티오 입학 모의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해 지져진 흉터입니다.”
그것을 가리킨 메이슨은 이번에도 역시, 무덤덤한 어조로 설명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 눈앞에서 고문을 당한 부모님의 흉터는 더 심각합니다.”
“갈 후작!”
“그대가 사람이오!”
메이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으로 나서며 호통을 친 보스와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는 제국의 귀족들.
그런 귀족들의 행동에 오스란 왕국의 귀족들 역시 경멸 어린 표정으로 갈을 노려보았다.
“…….”
그런 귀족들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린 트루히드 후작.
트루히드 후작은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귀족이 갈을 경멸 어린 표정으로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후작님…….”
그때, 후작의 뒤에서 들려오는 갈의 목소리.
트루히드 후작은 조용히 몸을 돌려 그런 갈을 바라보았다.
간절한 눈빛의 갈.
트루히드 후작은 그런 갈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것이 정말이오? 정말이라면 그대는 왕국 귀족의 수치로써 벌을 받게 될 것이오!”
대마법사라는 좋은 카드였던 갈.
그를 버리기로 했다.
“!!!”
생각지 못한 후작의 호통에 갈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트루히드 후작은 서둘러 주변에 있던 왕국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저 죄인을 끌고 가라!”
“예!”
후작의 명령과 동시에 달려와 갈의 팔을 잡은 기사들.
그리고 갈의 입도 막아버렸다.
더 이상 이곳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말이다.
벌컥.
“아니.”
그때.
조용히 닫혀있던 파티홀의 문이 열리고 낮은 목소리가 파티홀에 울려 퍼졌다.
뚜벅, 뚜벅.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파티홀.
그리고 그곳의 정중앙, 레드 카펫이 깔린 곳을 당당하게 걸어오는 사내를 보며 레헤튼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 전하!”
그리고 반가운 그 이름을 불렀다.
제국의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
그가 등장한 것이다.
“안 춥냐?”
메이슨의 앞으로 걸어와 웃옷을 벗고 있는 그의 모습에 요한은 예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메이슨은 예의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런 메이슨을 잠시 바라보던 요한은 시선을 내려 메이슨의 흉터를 바라보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끔찍한 흉터에 요한은 조용히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요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옷 입어라.”
“네.”
요한의 명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메이슨은 다시 옷을 입었고 요한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런 메이슨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간 고생했다.”
울컥.
요한의 한마디와 동시에 울컥한 메이슨.
그는 붉어진 두 눈으로 요한을 바라보았다.
끄덕.
그리고 요한은 그런 메이슨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뚜욱.
그와 동시에 메이슨의 두 눈에서 떨어진 물방울.
요한은 그것을 애써 못 본 척하며 몸을 돌렸다.
그런 다음 갈을 포박하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풀어라.”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 요한.
그런 요한의 명령에 움찔한 기사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이것은 왕국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막은 트루히드 후작의 행동에 기사들은 다시 갈의 입을 막았다.
“이곳은 제국입니다.”
“그것은 송구합니다. 적절한 보상을 할 테니, 왕국의 죄인인 갈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요한의 싸늘한 한마디에 트루히드 후작은 능글맞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제국의 파티를 망친 보상을 할 테니 왕국의 일은 관여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피식.
그것을 알아들은 요한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들어 메이슨을 가리켰다.
“쟤, 제 것입니다.”
“!!!”
메이슨을 가리키며 말하는 요한의 모습에 주변 귀족들은 두 눈을 크게 떴고 트루히드 후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 요한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는 입을 열었다.
“왕국의 인재를 뺏어가시는 것입니까?”
“저 녀석이 온 것입니다만.”
“저자는 왕국을 빛나게 할 인재입니다. 아무리 제국이라 하여도 뺏을 수는 없습니다!”
요한의 대답에도 트루히드 후작은 듣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트루히드 후작의 말도 맞았다.
갈에게 죄가 있든 없든, 메이슨은 하이아칸 왕국의 대표적인 인재이다.
그런 인재를 제국에서 채간다는 것은 보기 안 좋은 일이며, 이곳에 있던 오스란 왕국의 귀족들 또한 좋지 않은 시선으로 요한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로 인해, 오스란 왕국의 인재 또한 채갈 수도 있기 때문에 경계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었습니까?”
“뭐요?”
그런 귀족들의 시선에 가슴을 내밀며 요한을 바라보던 트루히드 후작.
이어진 요한의 물음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우리는 강요한 적 없습니다, 왕국에서 제대로 지원을 하지 못한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그 인재에 맞는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일 뿐 선택은 오로지 본인이 합니다.”
“그…… 그렇다 해도! 왕국의 인재에게 그런 제시를 한다는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요한의 말에 트루히드 후작은 당황하다가 이내 다시 소리쳤고 그런 후작의 모습에 요한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후작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요?”
요한의 입에서 나온 싸늘한 한마디.
그 한마디에 트루히드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고, 요한은 그런 후작의 앞으로 걸어갔다.
덥석.
그러고는 후작의 멱살을 잡았다.
“요한!”
“전하!”
갑작스러운 요한의 행동에 보스와 레헤튼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지만 앞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그들의 앞에 어느새 나타난 칼론이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 * *
이 새끼가 사람 돌게 만드네.
나는 나의 손에 멱살을 잡힌 트루히드 후작을 노려보았다.
씨익.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야.”
“…….”
나의 손에 멱살이 잡힌 채 그대로 굳어버린 트루히드 후작.
나는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조금 거두어들이고는 뒤에 있는 메이슨을 가리켰다.
“저 자식 상처 봤잖아.”
“…….”
“그런데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너도 사람이잖아?”
“무…… 무엇이 말이오!”
거두어들인 나의 기세 덕분일까?
이 짜증 나는 자식은 다시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모르쇠라는 전법을 사용하며 말이다.
퍼억.
그리고 나는 그런 녀석의 얼굴을 한 대 후려쳤다.
콰쾅!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음식이 있던 테이블을 쓰러뜨리며 겨우 멈추어 선 트루히드 후작.
나는 음식물을 머리에 뒤집어쓴 트루히드 후작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인재를 구한 것뿐이다. 불만인가? 정식으로 제국에 항의해. 우리 제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아. 인재를 구한 것뿐. 단 그것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전쟁하든지.”
“!!!”
나의 입에서 나온 폭탄 발언.
그 발언에 홀에 있던 모든 귀족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파티홀의 공기가 달라졌던 것이다.
그런 귀족들을 둘러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불만 있는 자 있습니까?”
하이아칸 왕국의 재상을 폭행하고 주변 귀족들을 둘러보며 당당하게 묻는 나의 모습.
그런 나의 모습에 나와 눈이 마주친 귀족들은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당장 지금은 나한테 할 말이 없겠지.
뒤에서 나불거려라, 겁쟁이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