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0화
제110편 황태자, 허락받고 사고 치다(2)
“헤헤. 크산느 님 잘 부탁해요.”
-시끄럽다.-
해맑게 웃으며 크산느에게 인사를 건넨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인사에 크산느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크산느의 대답에도 위즐리는 그저 좋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본체화 한 크산느의 모습은 모두가 볼 수 있었고, 그의 목소리를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즉, 다른 녀석들과 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에 나는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녀석이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나 말고 다른 존재와 대화를 할 수가 없기에, 정말 외로워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녀석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지 않은가?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위즐리의 인사를 퉁명스럽게 받아친 크산느는 자신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알겠다, 재미없는 놈아.-
“…….”
크산느의 말에 얼굴을 굳힌 칼론.
나는 그런 둘을 보며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었다.
칼론 저 녀석, 정말 재미없는 성격인데, 또 눈치 없는 게 정말 재미있는 놈이다.
그것을 크산느 또한 잘 알고 말이다.
크산느 저 녀석,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원래 크산느의 성격이라면 귀찮아서 아예 대답도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메이슨.”
“예 전하.”
아무튼, 그런 둘을 보며 실실 웃던 나는 고개를 돌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슨을 불렀다.
그런 나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메이슨.
나는 그런 메이슨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걱정 마. 내가 구해올 테니.”
“예. 믿습니다.”
나의 말에 메이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자식.
맨날 무표정만 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미소를 지으니 진짜 잘생겼잖아?
장난이 아니라, 남자다운 칼론과 청량한 위즐리와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마치,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이며, 고독해 보이는데 미소를 지으니 지켜주고 싶을 정도로 순수해 보인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매력이 있다.
“가자.”
“예.”
“응!”
그런 메이슨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며 말한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칼론과 위즐리는 나의 뒤를 따랐고 이내, 우리 셋은 크산느의 넓은 등 위에 올랐다.
-꽉 잡아라.-
크산느의 몸을 장식하고 있는 검은색의 아름다운 비늘.
그것을 잡으며 나는 장난스레 물었다.
“비늘 뽑히는 거 아니지?”
-하늘에서 떨어지고 싶나?-
“미안.”
그리고 나는 바로 사과했다.
짜식…… 농담도 못 하나.
펄럭.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출발했다.
북부에 있는 겨울의 나라, 하이아칸으로 말이다.
* * *
“실망이 큽니다.”
“염치없습니다. 재상.”
하이아칸 왕국의 별궁.
집무실에 앉은 청년, 트루히드 후작의 말에 대마법사이자 콜드 가의 가주인 갈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하. 아닙니다. 가주의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 손주 놈이 부족한 탓입니다.”
갈의 사과에 트루히드 후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지만 갈은 더욱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트루히드 후작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마법 경쟁에서 메이슨 공자가 우승해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뭐, 스페셜 대련에서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
트루히드 후작의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갈의 모습.
후작은 그런 갈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메이슨을 잘 지켜보세요.”
“예?”
평소에 하지 않는 말을 하는 후작의 행동에 갈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후작을 바라보았다.
트루히드 후작은 그런 갈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식이 늦군요.”
“…….”
“그 어떤 소식이든 귀를 기울이세요. 정보가 가주의 마법보다 더 강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국에서 여덟뿐인 대마법사에게 대 놓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트루히드 후작.
그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갈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으면 경악할법한 행동이었지만 트루히드 후작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황태자가 메이슨에게 접근했습니다.”
“!!”
“황태자가 인재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은 알고 계시지요?”
트루히드 후작의 물음에 놀란 표정을 지은 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모르겠는가?
지금 당장 황태자인 그의 곁에 있는 인재들이 대륙을 울리는 천재들인데 말이다.
“단속 잘하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갈을 향해 트루히드 후작이 엄한 표정을 지으며 경고하자 갈은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메이슨의 부모는 콜드 가의 지하 감옥에 있으며, 그 감옥을 지키는 마법사와 기사들은 각각 6 서클과 오러 나이트다.
그리고 대마법사인 자신이 건물마다 기관들을 직접 설치했다.
소드 마스터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허락 없이 들어가지 못한다.
아니 소드 마스터라 해도 무리다.
그 이상의 경지를 개척했거나, 소드 마스터가 2명이 아닌 이상 말이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지닌 존재가 콜드 가의 감옥에 갈 일이 있겠는가?
메이슨이 아무리 도움을 요청해봤자 오러 나이트가 한계겠지. 절대 무리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갈은 더욱더 자신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거 다행이군요.”
그리고 그런 갈의 모습에 트루히드 후작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안심했다.
왕국 최고의 인재를 뺏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윽.
미소를 지은 후작은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어 갈에게 건네었고 갈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후작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성수입니다.”
포근한 기운이 흐르는 작은 병.
그것을 보며 갈이 묻자 후작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갈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모아 작은 병을 향해 기도했다.
“미천한 종인 갈이, 미하일 님의 은덕에 감사드립니다.”
“이것이라면 당분간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포근한 기운이 흐르는 작은 병.
그 병을 집어 든 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보라는 뜻이었다.
후작의 축객령에 갈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고 홀로 남게 된 트루히드 후작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병X같은 놈.”
주신 미하일의 신자라며, 미하일의 힘을 탐내는 자.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갈을 떠올린 미하일은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일을 해야 기다리던 대계가 빨리 올 테니 말이다.
* * *
“괜찮으십니까?”
“예…… 괜찮아요, 선생님.”
달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감옥.
그곳에 괴로워하며 쓰러져 있는 사내와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한 청년.
청년의 부드러운 물음에 사내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청년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사내를 바라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두 손을 올렸다.
화악!
그 순간.
사내의 상처에 닿은 청년의 손에서 보라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에르님이시여…….”
그러자 같은 옥에 있는 죄수들은 물론 주변의 다른 옥에 있던 죄수들까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인생을 포기하고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돼준 에르.
그를 애타게 부르며 말이다.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통했을까?
청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의 빛이 더욱더 강하게 빛나더니 이내.
파앗!
쓰러진 사내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찢어진 살에서는 새로운 살이 돋아났고, 부러진 뼈는 제자리를 찾았으며, 푸른 피멍은 이전과 같은 살색의 피부로 돌아갔다.
“아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기적과도 같은 모습에 죄수들은 감탄하며 고개를 숙였고 옆에 있던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청년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그런 여인의 감사인사에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쓰러진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정신이 좀 차려지십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눈을 하며 애써 괜찮다고 대답하던 사내,
그가 눈에 힘을 주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청년을 향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청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사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그 자세로 고개를 깊이 숙인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그저 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에르님의 은덕이지요.”
사내의 진심 어린 감사인사에 청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다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내를 일으켜 주고는 사내의 두 손을 잡았다.
“모두 에르님께 기도를 올립시다. 그렇다면 그분의 뜻을 전해 받은 성자님께서 나타나 그대들에게 빛이 되어주실 것입니다.”
“아아…… 에르님이시여…….”
두 눈을 감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청년이 말하자 모든 죄수는 두 눈을 감으며 청년이 말하는 신.
에르를 애타게 불렀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제발 억울하게 갇힌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말이다.
* * *
“긴장됩니까?”
“조금.”
파티 홀에 들어서기 전.
외알의 안경을 쓴 레헤튼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묻자 메이슨은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닙니다.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전하는 괜찮으시겠지요?”
그런 메이슨을 보며 다독이던 레헤튼은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메이슨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전하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확신 어린 레헤튼의 모습에 메이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저렇게 확신을 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전하라면 잘 처리하고 오실 것입니다. 뭐, 안되면 전쟁하면 되지요.”
그런 메이슨의 시선을 느꼈는지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레헤튼의 대답에 메이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쟁이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 저렇게 가볍게 언급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 메이슨의 시선에 레헤튼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갑시다. 내 뒤만 따라다니세요.”
“알겠습니다.”
돌아서며 앞장서는 레헤튼,
그의 말에 메이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
레헤튼과 함께 들어선 메이슨.
그는 파티 홀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향한 시선에 인상을 굳혔다.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쩜…….”
“정말 얼음이네요.”
“매력 있어요.”
그런 메이슨의 마음을 모르는 귀부인들과 영애들은 차가운 메이슨의 매력에 얼굴을 붉혔고 레헤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런 메이슨을 부드럽게 이끌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여러 귀족을 스쳐지나 제국의 실세이자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 카르미언 대공의 곁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