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8화
제108편 비운의 천재 메이슨(2)
“아이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동생분께서 주신 돈으로도 충분합니다.”
그에 화들짝 놀란 노인이 손사래 치며 거절했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노인의 손에 금화를 쥐여주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 꼬치는 금화가 아깝지 않은 꼬치일세.”
“…….”
“고맙네. 잘 먹겠네.”
그런 노인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준 나는 이내 몸을 돌렸고 노인은 우리를 향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잘 먹겠습니다.”
4개의 꼬치를 들고 돌아온 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다음 손을 내미는 칼론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그에 당황한 칼론.
나는 그런 칼론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가 사 먹어.”
그러고는 보란 듯이 4개의 꼬치를 한입 물었다.
“앗 치사하게!”
그런 나의 행동에 칼론과 함께 손을 내밀고 있던 위즐리가 언성을 높였고 칼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물오물.
아 이거 진짜 맛있네.
한 번에 4개의 고깃덩이가 나의 입으로 들어왔고 그것을 씹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는 부드러웠고 양념은 고기 안까지 잘 배어 있어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맛있냐?-
그런 나를 보며 크산느가 물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존X 맛있다.>
-…….-
그리고 세상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아. 치사해.”
4개의 꼬치를 한번에 먹는 나를 보며 위즐리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더 사 먹어.”
“씨…… 내가 참아야지.”
얄미운 나의 말에 열 받은 위즐리가 이내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런 기특한 행동에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런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많이 컸네. 연애해서 그런가?”
“거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레헤튼의 놀림에 발끈한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칼론 또한 재미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뽀뽀는 잘했어? 우리 위즐리. 다 컸네.”
“아 형!”
칼론의 놀림에 새하얀 위즐리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졌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 위즐리의 모습에 나와 칼론, 그리고 레헤튼이 소리 내 웃었다.
“우씨.”
그런 우리의 행동에 열이 받았을까?
위즐리는 애꿎은 바닥을 발로 밟으며 신경질을 부렸다.
귀여운 녀석.
-요한-
<응?>
-그때, 그 마법사다.-
그때, 나를 부르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대답한 나는 크산느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익숙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백발에 차가운 표정이 인상적인 미남.
마법 경쟁에서 우승한 천재 마법사 메이슨이었다.
“어? 그 마법사 형이네?”
내가 그곳을 바라보자 시선을 돌린 3명.
위즐리가 메이슨의 얼굴을 알아보고 말하자 칼론은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이 왜 저런 겁니까?”
입술이 터져 피딱지가 앉은 메이슨.
그의 얼굴에 칼론이 인상을 찌푸리자 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모르니 말이다.
“형아. 왠지 도와달라는 분위기이지 않아?”
우울한 표정, 힘없는 어깨, 초점 없는 두 눈동자.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위즐리가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은 나의 도움을 거부한 녀석이다.
괜히 도움을 주어봤자 방해만 될 테지.
-요한. 가보는 게 좋을 거 같다.-
<내가 왜?>
그런 나를 향해 크산느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내가?
-저 녀석. 아무래도…… 자살하려고 하는 것 같다.-
멈칫.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크산느의 말에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전생에서 24살까지 살아갔던 메이슨이 자살하려고 한다고? 왜?
-네가 무커에게 장갑을 주었잖아.-
<그게 왜?>
-그래서 저 녀석이 우승을 하지 못했지, 전생에서는 저 녀석이 우승을 했었지?-
<…….>
크산느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고작 그 작은 행동 하나로 이렇게 결과가 바뀐다고?
-나비효과 모르나?-
왜 모를까?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대륙 끝에서는 태풍이 된다는 말.
작은 행동 하나가 시간이 흐르고, 영향을 받아 거대한 재앙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크산느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서 가봐.-
나는 패륜아를 싫어한다.
진심으로 정말 싫다.
하지만…… 자살하는 놈도 싫다.
전생에서 내가 자살하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생에서 나는 구원받았다.
사랑스러운 여인 엘로나에게.
나는 그 감사함을 느낀 적이 있고, 또 다른 나와 같은 사람에게 그 감사함을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멀어져가는 메이슨의 뒤를 밟으며 말이다.
그런 나의 행동에 위즐리와 칼론, 그리고 레헤튼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의 뒤를 따랐다.
* * *
“여기 맥주 한잔.”
허름한 주점에 들어선 메이슨.
그가 자리에 앉고는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인에게 주문했다.
“네.”
메이슨의 주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여인.
그녀는 이내 큰 맥주잔을 가져다 메이슨의 테이블 앞에 둔 다음 다시 몸을 돌렸다.
주문이 많이 밀려있기 때문이었다.
메이슨은 그녀가 내려놓은 맥주잔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맥주를 잡아 들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하하!”
대낮부터 붉어진 얼굴로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내.
“이 자식이!”
잘 놀다가 흥분한 친구와 싸우는 사내.
“호호.”
남편으로 보이는 자와 함께 술 한잔하며 축제를 즐기는 중년 여인.
“엄마. 나도 나도.”
그리고 그 옆에서 술이 궁금한 호기심 가득한 아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5년 전 추억을 떠올렸다.
‘하하!’
‘호호!’
‘헤헤.’
친구 같던 아빠와 따뜻했던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어린 자신.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부모님과 다시 아무 근심 없이 미소 짓고 싶었다.
대화를 하고 싶었다.
20살이 된 자신이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자신이 잘못하면 부모님은 고문을 받아야 했다.
자식인 자신의 눈앞에서 말이다.
“하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메이슨은 다시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종이를 펼쳐 안에 들어있는 가루를 자신의 맥주잔에 넣었다.
“…….”
맥주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진 하얀 가루.
그것을 가만히 바라본 메이슨은 잠시 후.
다시 맥주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감았다.
부디, 다음 생에서는 자신의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는 기도와 함께…….
맥주를 입가로 가져다 대었다.
덥석.
그때, 누군가가 메이슨의 손목을 잡았고 메이슨은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손목을 잡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깊은 로브를 둘러쓰고 있는 한 사내.
그 사내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메이슨은 이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브 안으로 보이는 붉은 색의 두 눈.
그리고 얼핏 보이는 검은 머리와 얼굴 윤곽은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다.
최근 들어 괜히 신경 쓰이고…… 따라가고 싶었던 존재.
바로 제국의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였다.
* * *
허름한 술집.
평민이나 갈법한 술집에 들어서는 메이슨을 보며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외네요.”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레헤튼이 살짝 놀란 음성으로 말하자 나와 칼론, 위즐리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아칸 왕국의 마법 명문가 콜드 가의 후계자인 메이슨이다.
귀족으로서 갖은 교양 수업을 받아왔을 메이슨인데 평민들이나 갈법한 저런 주점에 들어서다니?
“가보지.”
나는 그런 메이슨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일행들에게 말한 나는 앞장서서 주점 안으로 들어섰고 나의 뒤로 3명이 따라 들어섰다.
“맥주 4잔.”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인에게 가볍게 주문한 나는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고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메이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불안한 상태야.”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손.
연신 주변을 살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메이슨의 모습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발견한 위즐리가 나에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불안해하는 거지?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귀족가의 자제인 녀석이다.
뭐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녀석일진대 왜 저렇게 불안해 보인다는 말인가?
“약을 하는 것은…….”
“조용.”
혹시나 하는 음성으로 칼론이 조용히 말하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칼론에게 경고했다.
그에 칼론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금 메이슨은 누가 봐도 아프고 심각한 상태이다.
저런 자를 마약에 취해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메이슨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때.
종업원으로 보이던 여인이 메이슨의 앞에 맥주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다가와 4개의 맥주를 내려놓았다.
“고마워.”
그런 여인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준 위즐리.
여인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다음 물러났고 나는 맥주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도 메이슨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맥주잔을 들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메이슨.
주점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뭐지?”
그런 메이슨의 모습에 위즐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옆에 있던 레헤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만 보고 있다.”
그렇다.
레헤튼의 말 그대로였다.
맥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는 메이슨.
그는 사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부럽다는 듯 말이다.
그런 레헤튼의 말에 우리는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메이슨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잠시 아련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다시 맥주잔을 내려놓고는 품속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 들었다.
스르륵.
그리고 종이 안에 있는 가루를 자신의 맥주잔에 넣었다.
“형, 독이야.”
곱게 접혀있던 종이를 펴자 느껴지는 미세한 향.
그것을 캐치한 위즐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덥석.
맥주잔을 입가에 가져다 댄 메이슨의 손목을 잡은 나.
갑작스러운 불청객에 메이슨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녀석의 두 눈이 커졌다.
황태자인 나를 알아보고 놀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메이슨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묻는다.”
“…….”
나의 말에 놀란 눈빛 그대로 굳어 버린 메이슨.
나는 녀석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한가?”
“…….”
낮은 나의 음성.
나의 물음에 메이슨은 떨리는 두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처량해 보였다.
누가 보아도 길가에 내놓은 어린 고양이 같았다.
그에 나는 다시 물었다.
“필요한가?”
반복된 나의 물음에 떨리는 메이슨의 두 눈동자가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뚜욱.
그러고는 떨리지 않는 메이슨의 눈동자에서 한 방울 물이 떨어졌다.
“도와주십시오…….”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당황한 나.
그리고 그런 나의 귀에 간절한 메이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도와주겠다.
너를.
“맥주 한잔 다시!”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