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화
제106편 황태자의 첫 공식 석상
오전의 스페셜 대련이 끝이 나고 시간이 흘러 오후.
관중들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식사하는 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 무커가 부수어 놓은 대련장은 그 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대련장의 한가운데.
무술 경쟁의 우승자 무커.
마법 경쟁의 우승자 메이슨.
지식 경쟁의 우승자 하얀.
이번 아카데미 경쟁전의 주인공이자 최고의 영광을 누린 세 명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 드십니다!”
그때.
콜로세움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리턴의 음성과.
“와아아아!!”
“꺄아아악!”
“황태자 전하 만세!”
황태자인 나를 맞이하는 관중들의 환호와 만세 소리가 나의 가슴을 울렸다.
저벅저벅.
콜로세움 아래.
거대한 문에 대기하고 있던 나는 관중들의 환호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와아아!”
내가 관중들에게 모습을 비추자 관중들은 더욱더 큰 목소리로 나를 환호했으며 그에 화답하듯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한 모습으로 걸음을 옮겼다.
띠링!
32. 황태자의 위엄.
제국의 위상을 드높인 영웅 요한 카르미언 듀크.
그는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웅이었으며 닮고 싶고, 뒤따라가고 싶은 인물이다.
그리고 모든 백성에게 사랑을 받으며 존경받는 존재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황태자는 나이를 떠나 강하며, 멋있고, 자신들을 돌봐줄 존재이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시오.
멋지게 등장하여 백성들에게 황태자의 자격을, 나라의 기둥이 될 인재들에게는 황태자의 뒤만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이 틀리지 않게 위엄을 보이시오.
성공보상 : 위엄 +10.
미치겠군.
오랜만에 들리는 반가운 알림 소리와 함께 나의 눈앞에 생겨난 반투명한 창.
임무에서 보여주는 나의 위상에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이 정도로 존경을 받고 사랑받는 인물이라고?
전생에서 손가락질받으며 건방진 귀족의 자식한테 칼 맞은 놈이?
능력이 없어서 수하들의 뒤에 숨어 타고난 핏줄로 배불리 먹고살았던 나 같은 놈이?
반투명한 창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자책을 하던 나.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며 갑자기 나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래가 두려워졌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를 믿고 따라오는 수하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죽게 하지 않고, 지킬 수 있을까?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의문. 그에 드높던 나의 자존감은 천천히 추락했다.
땅끝까지 말이다.
-넌 자격이 있다.-
멈칫.
그렇게 심란한 나의 귀에 크산느의 확신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주군……?”
그런 나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보는 칼론.
나는 그런 칼론을 무시하고는 나의 어깨에서 벗어나 파닥거리며 허공에 떠 있는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정말?>
-물론.-
나의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크산느.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칼론만큼이나 나와 함께 세월을 보냈으며,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벗인 크산느다.
제국의 수호룡이자 건국황제 에펜하르트의 친구였던 녀석이 나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를 인정하고 있었다.
녀석의 진심이 나의 가슴에 닿았고 나는 느껴지는 녀석의 마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파앗!
그 순간.
나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스릉!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칼론은 검을 뽑고 긴장하며 주위 기사들에게 눈치를 주었고 주위의 기사들은 서둘러 나를 에워쌌다.
혹시나 있을 변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펄럭.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대한 날갯짓 소리가 콜로세움을 울렸다.
채챙.
“어…… 어찌…….”
거대한 한 쌍의 검은 날개.
붉은 루비처럼 아름다운 두 눈동자에 멋있게 뻗은 뿔, 광택이 흐르는 검은 비늘을 지닌 거대한 덩치.
믿기지 않는 존재의 등장에 칼론은 그만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고 주변 근위 기사들은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수…… 수호룡!”
멍한 표정을 짓던 관중들.
그중 한 명이 나의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블랙 드래곤. 제국의 수호룡 크산느를 알아보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꿇어라.”
그리고 거대한 콜로세움에 낮은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털썩.
나의 목소리가 드넓은 콜로세움에 울려 퍼지자 모든 관중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고 귀빈석에서는 루틸루스와 카자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초인의 경지를 넘지 못한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예를 갖추어라.”
당황한 표정으로 귀빈석에 앉아 있는 루틸루스와 카자르.
나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둘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내가 황태자라지만 한나라의 대표이자 국왕이 나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위엄을 내뿜고 있다.
어찌 저들은 나의 앞에서 허리를 펴고 나를 내려다본단 말인가?
“꿇어라.”
키야아아!
나의 몸에서 뿜어지는 폭발적인 기세.
그리고 크산느의 몸에서 뿜어지는 폭발적인 드래곤 피어.
그 두 개가 합쳐져 루틸루스와 카자르를 덮쳤고 결국.
털썩.
국왕인 둘은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저벅저벅.
펄럭!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고 크산느가 날갯짓을 하며 허공에 날아올랐다.
크아아아!
그리고 허공에서 울부짖으며 나의 등장을 알렸다.
에펜하르트의 후손.
위대한 건국황제의 피를 이은 영웅, 나의 등장을 말이다.
“무커.”
“예 전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 명의 앞에 등장한 나는 조용히 무커를 불렀고 무커는 고개를 숙이며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원하는 것이 있느냐?”
“전하의 뒤를 따르고 싶습니다.”
“그건 당연하다.”
무커의 대답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무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미 받은 것으로 넘칩니다.”
“그래.”
무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메이슨의 앞에 섰다.
흠칫.
내가 녀석의 앞에 서자 녀석은 흠칫하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가만히 그런 메이슨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것이 있느냐?”
“…….”
“없는 것이냐?”
나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메이슨.
그에 내가 다시 묻자 메이슨은 나를 올려다보았다.
복잡한 눈빛의 메이슨.
그리고 그 복잡한 눈빛에서 나는 절실함을 느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든지 말하라. 도와주겠다.”
“!!!”
나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뜬 메이슨.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직감했다.
지금 이 녀석은 도움이 필요한 녀석이라고.
“아닙니다…….”
하지만 녀석은 결국 나의 도움을 거절했다.
녀석의 거절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나를 거절한 녀석에게 굳이 도움을 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하얀.”
“예 전하.”
나의 부름에 깊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하얀.
나는 그런 하얀을 보며 조금 전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원하는 것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래.”
하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쳤다고 나의 앞에서 대 놓고 원하는 것을 말할까?
당연히 없다고 예의상 거절할 테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칼론.
나는 그런 칼론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칼론.”
“예 전하.”
나의 부름에 칼론이 대답하자 나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었다.
우웅.
그리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마나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반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이내 대검, 겔루 칼립스가 소환되었다.
“우승자에게 무슨 상품이 내려지지?”
“상금 100만 골드와 황실 창고에서 원하는 물건 하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륙의 모든 보물이 잠들어 있다고 할 정도로 귀중한 황실 창고.
그곳에서 한 개의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영광을 쥔 3명.
칼론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겔루 칼립스를 들어 무커의 어깨에 얹었다.
“무커.”
“예 전하.”
“지금 당장은 그대에게 정식작위를 내려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사서임은 가능하다.”
“…….”
“그대를 황태자인 나의 직속 기사단으로 임명하며 이자크라는 성을 내리겠다.”
“황공하옵니다!”
평민에게 내려진 기사 직위.
기사는 준남작에 버금가는 직위를 가지며 성을 가질 수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무커에게 성을 내려주었다.
제국의 황태자, 황제가 될 내가 직접 말이다.
그에 무커는 기뻐하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다시 걸음을 옆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메이슨.”
“예 전하.”
턱.
“……?”
나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대답한 메이슨.
나는 그런 메이슨을 향해 품속에서 작은 패를 꺼내 던졌다.
메이슨의 앞에 떨어진 금색의 동그란 패.
나는 가만히 그런 패를 내려다보고 있는 메이슨을 향해 입을 열었다.
“황태자를 상징하는 용각패다.”
“!!”
“원할 때 찾아오라.”
도와줄 테니 그냥 찾아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메이슨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얀.”
“예 전하.”
“그대에게 컬트라는 성을 내리고 싶은데 어떻지?”
“가문의 영광이옵니다!”
기사라는 직위는 얻지 못하지만 재상부에서 일하게 될 하얀이다.
부재상이며, 황태자의 최측근인 레헤튼의 밑에서.
평민 출신이기도 한 그에게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하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경쟁전의 우승자인 3명을 지나쳐 대련장의 정중앙에 도착한 나.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렇기에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크산느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짜식. 저렇게 보니 멋있네.
늘 나의 어깨나 머리에 앉아 있던 귀여운 외모의 크산느의 본체화는…… 솔직히 내가 봐도 멋있었다.
그에 미소를 지은 나는 조용히 손에 쥐어진 겔루 칼립스를 들었다.
콰콰쾅!
그리고는 그대로 대련장 바닥에 박아 넣었다.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위엄과 위협적인 폭발음.
그에 관중들은 두 눈을 감았고 기사들은 움찔하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작은, 미세한 움직임마저도 느껴졌다.
이 공간의 지배자이자, 저들의 지배자인 나이기에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입을 열었다.
“두려워하지 말라.”
공포감을 지닌 백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까 긴장하는 귀족들에게.
“자존심 상해 하지 말라.”
나에게 무릎을 꿇어 자존심 상해하는 국왕들에게.
그들 모두에게 한마디를 건넨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박힌 겔루 칼립스를 뽑아 들었다.
“나는 황태자다.”
화르륵!
나의 한마디와 동시에 나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
넘실넘실 타오르는 오러가 아닌, 깔끔하게 잘 정제된 오러 블레이드였다.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초인의 경지,
소드 마스터의 상징 그 오러 블레이드 말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서 모두에게 확실하게 공표한 것이다.
그 어떤 기록에도 없는 전무후무한 일.
20살의 나이에 인간을 초월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말이다.
그와 동시에.
화르륵.
나의 왼손에서 보라색의 신성력이 뿜어져 나와 회오리를 만들었다.
“아아…….”
왼손에서 뿜어져 나온 신성력.
그로 인해 주변이 따뜻해졌으며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포근한 기운에 관중들은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두 개의 힘을 들어 보인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대들의 군주가 될 존재이다. 걱정하지 말라. 그대들은 내가 돌보아줄 테니.”
화악!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콜로세움 전체에 뿜어진 나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검 겔루 칼립스와 나의 왼손에 있던 신성력 또한 사라졌다.
자신들을 옥죄던 기운이 사라지자 정신을 차린 백성들은 흥분으로 인해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와아아아아!!
그리고 뱃심에서부터 올라오는 환호를 나에게 보내었다.
짝짝짝짝!
수많은 박수 소리와 함께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 그들에게 보였다.
나의 각오, 나의 경지, 내가 나아갈 길을 말이다.
이제 저들은 선택할 것이다.
나를 두려워하여 배척할 것인지, 나의 등을 믿고 나의 뒤를 따라올지 말이다.
띠링!
임무에 성공하였습니다.
위엄 + 10.
몸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과 알림 완료소리.
나는 그 소리와 기운을 느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저벅저벅.
그러고는 연무장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