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화
제101편 아카데미 경쟁전(2)
“자. 다음은 사막의 붉은 사신! 최초로 스피어 마스터라는 경지를 개척한 루틸루스 국왕께서 참가하셨습니다!”
“와아아~”
리턴의 소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루틸루스.
오스란 왕국의 특산물인 화려한 비단.
그 비단으로 만들어진 긴 옷을 입고 금색의 깃털이 달린 터번을 쓴 루틸루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대륙에 몇 없는 초인이자, 검이 아닌 창으로 초인의 경지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창을 사용하는 무인들에게 있어서 그의 인기는 최고였으며, 오스란 왕국에서 온 관중들도 많았기에 그의 환호 소리는 대단했다.
“자! 다음은, 북부 겨울의 군주! 하이아칸 왕국의 소드 마스터, 카자르 국왕께서 참가하셨습니다!”
“와아!”
리턴의 말이 끝나자 카자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역시, 환호 소리는 대단했다.
제국과 우호적인 국가이며 모든 나라와 사이가 좋은 겨울의 나라 하이아칸.
그곳의 국왕이며 25년 전 아카데미 경쟁전의 우승자이기도 한 카자르였다.
그의 신위를 잊지 못한 사람들은 그를 환호했고 카자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카자르의 인사가 끝이 났다.
자. 이제 다음은 내 차례인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옷을 살짝 정리하며 사회자 리턴을 바라보았다.
자! 나의 이름을 부르거라!
내가 리턴을 바라보자마자 마이크를 들어 입으로 가져다 댄 리턴.
그가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와아아아!!!”
“꺄아아악!”
방금까지 들려오던 환호 소리와 비교가 안 되는, 콜로세움이 떠나갈 듯한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인지 소개도, 아니 사회자가 채 말도 하기 전에 말이다.
다음 소개를 하려던 리턴은 말도 하지 않았는데 들려오는 엄청난 환호 소리에 당황한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
축제나, 행사의 사회자로서 베테랑인 리턴, 그가 사회자로서 있을 수 없는, 말문이 막힌 채 뜸을 들이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의 환호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환호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린 듯한 리턴은 역시, 베테랑답게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법이군.’
나는 그런 리턴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고 리턴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만 조용해 주십시오. 이러시면 제가 소개를 못 합니다.”
그리고 흥분한 관중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제야 조용해진 관중들.
그에 리턴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방금 하지 못했던 말을 끝맺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제국의 자랑! 역대급 천재! 북부의 영웅! 15살의 나이에 북부의 설인족들을 굴복시켰으며, 대역죄인 더 패론 후작의 목을 베고 더러운 사회의 악 카르텔을 청소시킨 전설! 바로 요한 카르미언 듀크 황태자님이십니다.!”
길고도 길군.
리턴의 말이 끝이 나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아아아!!”
“꺄아아악!”
“황태자 전하 만세! 만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다시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앞서 소개한 국왕들과 비교될 정도로 큰 환호 소리였다.
-미안하겠군.-
그런 관중들의 환호에 나의 어깨에 있던 크산느가 피식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안하기는 개뿔.
내가 잘나서 그러는 것인데 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가?
“와아아!”
“꺄아악!”
나의 손짓에 다시 환호하며 기뻐하는 백성들.
그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란 존재를 이렇게 찬양하고 좋아하는 백성들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전생에서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졌던 이 상황.
나는 현실에서 벌어진 이 상황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야 너무 웃었다.-
<아. 고마워.>
그때, 나의 귀로 크산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나는 황급히 입꼬리를 내렸다.
그러고는 크산느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없어 보이니 말이다.
아무튼, 나의 소개가 끝이 나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인기가 대단합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루틸루스가 호탕한 음성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왔다.
그리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에게 과분하지요.”
아주 겸손하게 대답했다.
-우웩.-
나의 귀로 빈정거리는 크산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에 루틸루스는 소리 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겸손이 심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시기심 없는 듯한 루틸루스의 말투.
나는 그런 루틸루스에게 호감을 느끼며 그를 향해 감사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곧 경쟁이 펼쳐질 대련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아카데미 경쟁전이 시작되니 말이다.
그리고 루틸루스와 카자르 또한 웃음을 지우고 대련장을 바라보았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오스란 왕국의 인재, 그리고 하이아칸 왕국의 인재도 이곳에 참가한다.
국왕인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솔직히 말해서 아카데미 경쟁전은 나라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자국의 인재가 타국의 황족, 왕족 그리고 귀족들과 평민들이 지켜보는 이곳에서 뛰어난 신위를 내보이고, 타국의 인재를 이긴다면 그것만큼 자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왕만이 아닌 귀족, 그리고 평민들도 자국의 인재가 우승하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의 나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배고프다.>
관심 하나도 없었다.
나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크산느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굳이 오늘 왜 참가한 거야?-
<심심하잖아.>
크산느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크산느의 말대로 나는 오늘 참가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마지막 날만 참가하여 상만 줘도 아무 상관 없지만 나는 나의 의지로 오늘 참가했다.
<그리고…… 미래에서 유명해질 놈들도 미리 봐두려고.>
전생에서 25살의 나이까지 산 나다.
앞으로 남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이 유명해지는지 잘 알기에 아는 그들을 보기 위해 오늘 참가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이해를 한 크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영입하려고?-
<보고.>
크산느의 물음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정곡을 찌른 크산느의 물음이 웃겼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마음과 반대로 대답했고, 그에 흥미를 잃은 크산느가 나의 머리 위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내 편한 자세로 누웠다.
이 자식.
가끔 보면 이 녀석은 나를 침대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건방진 자식.
그렇게 내가 딴생각을 할 때 대련장에서는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다.
하이아칸 왕국 출신의 학생과 오스란 왕국 출신의 학생.
그 둘이 서로 검을 맞대며 마주 보고 있었고 관중들은 각 왕국의 소속 학생을 응원했다.
“그렇지!”
그리고 카자르와 루틸루스 또한 그들을 응원했다.
오스란 왕국의 학생이 하이아칸 왕국 학생의 빈틈을 발견하고는 찔러 승리를 거두었고 루틸루스가 그런 학생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허허. 운이 좋았군.”
그러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카자르에게 말을 건넸다.
방금까지 좋아하는 티를 다 내고는 마치 별로 안 좋아하는 듯 말이다.
아무튼 그런 루틸루스의 말에 카자르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스란의 미래가 밝습니다.”
아 저 양반 화났다.
올라간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캐치한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존심 엄청 상했나 보다.
아무튼 첫 번째 시합은 빨리 끝이 났고 곧바로 이어서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합에 참가한 학생 중 한 명은 내가 아는 놈이었다.
“인스티오 아카데미의 수석. 제국의 게슈레와 수블라오 아카데미의 차석. 오스란의 램입니다!”
인스티오의 수석과 수블라오 차석의 시합.
그리고 듀크 제국과 하이아칸 왕국의 시합이다.
리턴의 소개와 함께 대련장에 등장한 게슈레와 램.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올라온 게슈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그런 나의 행동에 뒤에 있던 칼론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 자식.
3년 후에 귀족 암살자로 악명을 떨치는 인물이거든.
아무튼, 나는 반가운 놈을 발견하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자식이 이곳에서 나올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드라칸에게 말해서 게슈레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해오도록.”
“알겠습니다.”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 칼론을 향해 내가 명령을 내리자 칼론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물러났다.
나의 명령을 직접 수행하러 간 것이다.
그런 칼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련장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리고 수블라오 차석 학생의 목에 검을 얹은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저 자식.
내가 조금 키워봐야겠다.
수블라오 차석의 시합이었으나 시합은 순식간에 끝이 났고 관중들은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역시 수블라오는 인스티오에게 안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시합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어느덧 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었다.
“일은?”
“여기 있습니다.”
오후가 돼서야 돌아온 칼론.
내가 그런 칼론을 보며 묻자 칼론은 품속에서 서류를 꺼내 건네었다.
“…….”
그리고 나는 그런 서류를 받아 들어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드라칸, 그리고 제국의 정보조직 블랙 문이었다.
오늘 입은 속옷 색깔까지 적혀있는 정보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서류를 다시 칼론에게 건네었다.
그러고는 다시 대련장에 오른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저 자식.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놈이었다.
아…… 어서 괴롭히고 싶다.
* * *
“평민 버러지군.”
대련장에 오른 게슈레는 익숙한 거구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시합이 시작되기 전.
선수 대기실에서 게슈레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인 거구의 학생, 바로 무커였다.
그런 무커를 향해 게슈레가 가소롭다는 듯 말하자 무커는 가만히 그런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뭘 봐.”
건방진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커의 행동에 게슈레는 인상을 찌푸렸고 무커는 그런 게슈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듯합니다.”
“뭐?”
무커의 물음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게슈레.
그런 게슈레의 모습에 무커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무기인 철 장갑을 꺼내 들었다.
거구의 학생 무커는 대륙에서 보기 힘든 그래플러였던 것이다.
“웃기는군.”
장갑을 꺼내 손에 끼는 무커의 모습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은 게슈레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검 끝을 무커를 향해 겨누었다.
“쓰레기 같은 그래플러. 검의 위대함을 알려주마.”
대륙에서 알게 모르게 천대받는 그래플러.
그 이야기를 콕 집어 게슈레가 말하자 무커는 얼굴을 굳혔다.
두 주먹을 사용하는 거에 있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무커에게 방금 게슈레가 한 말은 크나큰 모욕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타앗!
그렇게 둘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