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화
제100편 아카데미 경쟁전(1)
쉬잉~
콰콰쾅!
“와아!”
수많은 백성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대축제, 아카데미 경쟁전.
화려한 폭죽을 시작으로 거리에서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며 아카데미 경쟁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그에 축제 시작을 기다리던 수많은 백성들은 기쁜 마음으로 환호하며 하늘 위,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불꽃들을 바라보았다.
대륙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축제답게 각 왕국의 국왕과 귀빈들이 참가하였으며, 은퇴한 기사와 유명한 용병,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대마법사와 소드 마스터 등. 대륙에서 유명한 인사들 또한 이 축제를 위해 팔센에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가뜩이나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제국의 수도 팔센은 발걸음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붐비게 되었다.
이번 축제의 주인공이자, 축제 시작에 설레는 백성들을 즐겁게 해줄 아카데미 학생들은 경쟁전이 벌어질 거대한 콜로세움 아래 마련된 선수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대기실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금발의 미남자.
그 남자의 영향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학생들 또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선수 대기실은 자연히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런 분위기를 만든 미남자는 팔짱을 낀 채 대기실 구석을 바라보았고 이내 가볍게 혀를 찼다.
“쯧.”
미남자가 혀를 차자마자 옆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갈색 머리의 학생이 헤픈 미소를 지으며 미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왜 그래 게슈레? 목말라?”
아첨을 하는 간신 같은 목소리의 학생.
그런 학생의 물음에 미남자, 아니 게슈레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수하와 같은 한스를 바라보았다.
“저 새끼들. 치워.”
벽 한쪽 구석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명령을 한 게슈레.
그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인 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슈레는 단 2명뿐인 제국의 근위 기사단 부단장 중 한 명인 램 백작의 아들이자, 검술천재로 유명했으며, 인스티오의 무술 수석졸업학생이다.
몰락한 귀족가의 자제인 한스는 그의 말을 잘 들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이 살아갈 길이 보장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내키지 않지만 한스는 게슈레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모여있는 3명의 학생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는 위압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이 꺼져.”
“…….”
한스의 목소리에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한스를 올려다본 3명의 학생.
그에 한스는 미안한 맘이 들었지만, 이내 수도 낡은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동생들을 떠올리며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꺼지라고 쓰레기들아.”
모욕적인 한스의 언사에 욱했는지 앉아 있던 학생 중 한 명의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찔.
한스보다 훨씬 큰 덩치를 지닌 거구의 학생.
아니, 몬스터인 오크보다 더욱더 거대한 덩치를 지닌 거구의 학생이 한스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은 공공시설입니다.”
“…….”
학생의 덩치와 기세에 눌린 한스가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뒤에 있던 게슈레가 혀를 한번 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거구의 학생 앞에 섰다.
퍼억.
“크윽.”
그대로 학생의 정강이를 걷어찬 게슈레.
갑작스레 정강이를 걷어차인 학생은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정강이를 부여잡았고 게슈레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런 학생을 내려다보았다.
“평민이면 눈치가 있어야지. 너희 셋 때문에 이곳에 있는 귀족들이 불편해하지 않나?”
“저희는 조용히 있었습니다.”
정강이를 차인 거구의 학생을 대신해 앞으로 나선 단신의 학생.
그의 대답에 게슈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숨.”
“……?”
게슈레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가 나오자 단신의 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학생을 보며 게슈레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들이 여기서 숨을 쉬고 있지 않느냐!”
그러고는 단신의 학생을 향해 손을 치켜들어 올렸다.
건방진 평민, 단신의 학생 뺨을 때리기 위해서였다.
덥석.
하지만 게슈레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게슈레의 손목을 잡았던 것이다.
“누구야!”
자신의 손목이 잡힌 것에 분노한 게슈레는 언성을 높이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손목을 잡은 건방진 놈의 면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흠칫.
그리고 게슈레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불타오를 듯 붉은 머리칼과 두 눈동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기세에 게슈레는 순간 기가 눌린 것이었다.
“이것 놓아라! 네놈은 누구냐!”
그것도 잠시, 처음 보는 놈 때문에 흠칫한 자신을 상기한 게슈레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욱더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고 그에 붉은 미청년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살짝 고개를 돌려 단신의 학생을 바라보았다.
“렌. 괜찮나?”
“예, 칼론 님.”
단신의 학생, 아니 렌의 대답을 들은 주변의 학생들은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염의 기사다!”
그때, 그의 이름을 기억해낸 한 학생이 육성으로 칼론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한스는 물론 게슈레까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미청년, 아니 칼론을 바라보았다.
“이봐.”
후작가의 후계자이며, 자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귀족인 칼론.
제국의 실세이자 이인자인 황태자의 호위기사이며, 황태자의 오른팔이라고도 불리는 화염의 기사다.
그의 부름에 게슈레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뛰어난 자신은 위대한 황태자의 수하가 될 것이고, 그러면 그는 자신의 선배가 될 테니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램 백작가의 게슈레라고 합니다. 이것 놓아주시겠습니까?”
칼론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린 게슈레.
그가 아직도 칼론의 손에 잡혀 있는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부탁하자 칼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렌, 그리고 무커에게 사과해라.”
“예?”
칼론의 차가운 목소리에 게슈레는 마지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귀족가의 자제인 자신이 왜 평민 따위에게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
“사과하라고.”
“제가 왜……?”
게슈레의 되물음에 다시 말한 칼론.
그에 게슈레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칼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런 칼론의 모습에 게슈레 또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화염의 기사는 자신에게 농담을 던진 듯했다.
콰득.
“크윽!”
그 순간 칼론은 미소를 짓는 게슈레의 목을 틀어쥐었다.
갑작스러운 칼론의 공격에 당황한 게슈레는 그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칼론의 손에 목이 잡혔고, 이내 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
그런 칼론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 주변 학생들.
칼론은 그런 학생들을 무시한 채 자신의 손에 붙잡혀 괴로워하는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 내가 지켜보지.”
털썩.
차가운 한마디와 동시에 게슈레를 놓아준 칼론은 쓰러진 게슈레를 무시하고는 평민 3명의 학생을 바라보았다.
“잘하고 와라.”
인스티오 출신의 평민 학생.
단신 렌과 거구의 무커, 그리고 보기 좋은 비율을 지닌 아델.
그들 셋을 보며 칼론이 말하자 셋은 정중하게 칼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끄덕.
그런 셋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여 받아준 칼론은 대기실을 벗어났다.
“게슈레…….”
그리고 기절한 게슈레를 깨우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한스의 목소리가 대기실을 울렸다.
* * *
“애들 보고 왔냐?”
경쟁전이 치러지는 거대한 콜로세움.
그곳에 마련된 귀빈석 중 가장 상석에 앉은 나는 돌아온 칼론을 보며 말을 건넸다.
“예. 잠시 보고 왔습니다.”
“그래.”
칼론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호위기사인 칼론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자신의 주변에 귀빈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 말이다.
“오? 이분이 바로 화염의 기사입니까?”
그런 칼론을 알아본 한 노인.
갈색 피부가 인상적이며 터질 듯한 근육을 지닌 노인이 칼론을 보며 반가운 표정으로 묻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제국이 자랑하는 천재기사이기도 하지요.”
호승심이 강한 남부의 전사.
그들의 수장이자 국왕인 노인, 루틸루스의 마음을 이해한 내가 대답하자 루틸루스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칼론을 바라보았다.
“반갑네.”
“붉은 사신, 스피어 마스터 루틸루스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루틸루스의 인사에 칼론은 선배 기사에게 취하는 예를 취하며 인사를 올렸다.
그런 칼론의 행동에 루틸루스는 마음에 든다는 듯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래! 반갑네, 후배!”
그는 국왕이기 이전에 전사다.
대륙을 누비며 남부의 야만족과 싸워온 전사였기에 칼론의 인사가 마음에 들었고 칼론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 물론 칼론 또한 알고 있었다.
루틸루스, 그가 코피아의 친할아버지라는 것을 말이다.
“오랜만이군.”
아무튼, 루틸루스와 칼론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도중,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겨울의 군주이신 카자르 전하를 뵙습니다.”
웃는 어조로 인사를 건넨 카자르.
그의 인사에 칼론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전쟁터에서 5년을 함께한 카자르다.
어찌 그가 반갑지 않겠는가?
칼론의 반가운 음성에 카자르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많이 컸군.”
“감사합니다.”
카자르의 말에 고개를 숙인 칼론.
그런 칼론을 보며 카자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모두 앉으시지요.”
칼론과 인사를 나누는 둘을 보며 내가 웃는 낯으로 말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 둘이 자리에 앉자마자 콜로세움 정중앙에 나타난 한 중년인.
“자!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리셨습니다! 아카데미 경쟁전 사회를 맡은 리턴 자작이라고 합니다!”
“와아아!”
비싼 마도구인 마이크를 손에 쥔 중후한 남성이 콜로세움 정중앙에서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리턴의 소개에 관중들은 환호하며 그를 맞이했고,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잠시 들은 리턴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자. 시작하기에 앞서, 먼 곳에서 직접 귀한 발걸음을 옮겨주신 귀빈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판게아 대륙의 신궁! 밀리언 공국에서 하이엘프, 클로리터스 공왕께서 오셨습니다!”
리턴의 부드러운 소개와 함께 귀빈석에 앉아 있던 로리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우아한 자세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아~”
최근, 꽃가마 사건으로 인해 엘프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아진 로리.
그녀를 향해 관중들은 환호했고 로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조금 다행이었다.
엘프들에게 악감정이 많은 관중들이 혹시나, 로리에게 환호는커녕 야유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응을 보니 다행히, 꽃가마 작전이 잘 통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