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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98화 (98/226)

제 98화

제98편 시우 공작의 사죄

너무나도 자세하고 또 완벽하게, 그리고 향후 10년 후의 모습도 예측하며 보고하는 칼론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디 아프냐?”

“사실 제가 인재를 뽑고, 신상명세서를 레헤튼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레헤튼이 정리해서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내가 칼론을 바라보며 묻자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칼론의 대답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유능한 나의 꼬봉들을 둘러보았다.

굳건한 눈빛의 칼론.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의 레헤튼.

해맑으면서도, 섬뜩한 눈빛의 위즐리.

그런 녀석들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이 자식들아.”

내가 명령하지 않아도 이미, 90% 일을 처리한 너희들.

정말 자랑스럽다.

“헤헤.”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의 칭찬에 그저 좋아하는 세 명이었다.

* * *

“왔는가.”

“예 어르신.”

에스란 후작의 별궁.

에스란은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사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란의 말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붉은 머리의 중년 사내.

바로 오스란 왕국의 공작. 시우였다.

에스란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잘 알고 있는 시우.

그의 정체가 위대한 존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시우였기에 에스란의 눈치를 살피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앉게.”

에스란은 그런 시우의 마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굳이 편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도록 자리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에스란의 권유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시우는 이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에스란은 그런 시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차 마시겠는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에스란의 물음에 황송하듯 손사래까지 치며 거절하는 시우.

에스란은 그런 시우의 행동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 아카데미 졸업식에 오스란 왕국의 국왕이 온다지?”

“예.”

“그자가 코피아의 할아버지인가?”

“……그렇습니다.”

무미건조한 에스란의 음성에 시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위대한 존재.

그가 분노한다면 자신의 왕국은 멸망한다.

그렇기에 시우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에스란의 입에서 국왕을 그자라고 표현해도 시우는 감히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은 물론, 국왕, 그리고 국민들까지 죽게 될 테니 말이다.

“코피아에 대해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어르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에스란의 물음에 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솔직히 모든 것을 다 말하여 제자리로 돌리고 싶지만…… 코피아가 받을 상처와 에스란의 분노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렇기에 시우는 마음 편하게 에스란이 정해주었으면 했다.

그런 시우의 마음을 알았을까?

에스란은 그런 시우를 바라보며 가만히 테이블을 두드렸다.

툭. 툭. 툭.

“…….”

에스란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릴 때마다 시우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한줄기씩 흘러내렸다.

저 손가락이 언제 자신의 목을 조를지 모르기에 두려웠던 것이다.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 시우.

그런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려고 했던 에스란이다.

시우는 그가 너무나도 두려웠고 공포스러웠다.

꿈에 나올 것처럼 말이다.

그런 시우의 마음을 모르는 에스란은 계속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러기를 잠시.

에스란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모두 밝히게.”

“예……?”

생각지 못한 에스란의 말에 시우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묻었다. 에스란은 그런 시우의 두 눈을 바라보며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자네가 직접. 모든 것을 밝히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런 에스란의 말에 시우가 조심스럽게 묻자 에스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시우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것이…….”

에스란의 물음에 눈치를 살피며 망설이는 시우.

에스란은 그런 시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코피아는 누가 뭐라 해도 내 손녀다. 그것은 변함없으니 닥치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명을 받듭니다!”

조금은 격한 에스란의 명령에 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자신의 주군인 오스란 국왕에게 하듯 말이다.

그렇게 시우는 에스란의 명령을 받고 나갔고 홀로 남게 된 에스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했어.-

그때,

창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에스란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엿듣기는 악취미다.”

그러고는 창에 걸터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색의 드래곤, 크산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에스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와 에스란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요한의 말이 효과가 있었나 보군.-

“…….”

-보기 좋다.-

“닥쳐.”

-감수성 풍부한 드래곤 로드…… 아주 좋구만.-

이를 가는 에스란을 더 놀린 크산느는 이내 날개를 파닥이며 사라졌고 홀로 남게 된 에스란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코피아를 믿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코피아가 자신을 버리고 친할아버지를 따라간다면?

“…….”

그러면 아주 슬플 것 같았다.

* * *

“헤헤.”

오늘도 위즐리의 연구실에 쳐들어가 방해를 하고 온 코피아.

그녀는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아 발을 동동거리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요즘 위즐리가 자신을 여자처럼 대했다.

오늘도 스치듯 자신의 손을 살짝 잡았고 놀란 자신이 위즐리를 바라보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위즐리의 행동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위즐리의 행동에 코피아의 기분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오늘.

태어나서 최고의 날로 선정해 오늘을 기억하기로 했다.

똑똑.

“아가씨. 시우 공작님이십니다.”

그렇게, 아까의 일을 상기하며 얼굴을 붉히던 코피아는 시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가 지고 저녁인 이 시간에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사부의 행동은 처음이었기에 의문스러웠던 것이다.

“잠시만. 응접실로 안내해드려.”

자리에서 일어난 코피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 시녀를 향해 말했고 시녀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다음 물러났다.

“흐음.”

나가기 전 잠깐 거울을 살펴본 코피아.

위즐리와 만나고 바로 들어온 참이었기에 딱히 꾸며야 할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잠시 후.

코피아는 시우가 기다리는 응접실에 들어섰다.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사부?”

응접실에 들어서자 보이는 시우의 모습.

그의 모습에 코피아가 소파에 앉으며 묻자 시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찻잔을 들어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자세히 보니 찻잔이 아닌 술잔이었다.

술을 마시는 시우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코피아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그때.

그런 코피아를 향해 시우는 품속에서 작은 목걸이를 꺼내어 코피아에게 건넸다.

“……? 선물이에요?”

테이블에 올려진 목걸이를 보며 코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시우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 코피아는 시우가 건넨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딸깍.

정확히는 목걸이가 아닌 동그란 펜던트였고 코피아는 옆에 무엇인가 튀어나와 있자 그것을 눌렀다.

그러자 열리는 펜던트.

“!!”

그리고 코피아는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열린 펜던트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

붉은 머리, 초록색의 눈이 자신과 같았으며 이목구비마저 똑같은 여인의 모습에 코피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시우를 바라보았다.

“그래. 네 어머니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설마가 맞았던 것이다.

시우의 입을 통해 들은 친어머니에 관한 이야기.

사실 코피아는 알고 있었다.

에스란이 자신의 친할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어린 시절 그것을 눈치챈 코피아는 일부러 에스란에게 부모님에 관해 묻지 않았다.

코피아는 영악하고 똑똑했기에 에스란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았고, 그녀 또한 에스란만 있다면 부모의 빈자리를 느낄 필요가 없었기에 딱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할아버지인 에스란이 아파하는 것은 싫었다.

한데 생각지 못하게 사부인 시우에게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자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부모님은 살아계시나요?”

“아니.”

“그렇군요.”

시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코피아.

시우는 그런 코피아를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침착하구나.”

그러고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런 시우의 말에 코피아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변하는 건 없으니까요.”

“…….”

그렇다.

그녀의 마음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핏줄보다는 자신을 키운 에스란을 친할아버지로 여기기로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어릴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런 코피아의 마음을 모르는 시우는 혼란한 표정으로 코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 여동생이다.”

“네?”

“네 어미 말이다.”

“!!”

이어진 시우의 말에 코피아는 다시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창술을 가르쳐 주고 오스란 왕국의 이인자인 시우가 자신의 외삼촌이라고……?

“아버지는…….”

“죽은 내 절친이자, 오스란 왕국의 왕세자 루터 오스란. 그가 네 아버지다.”

“…….”

이어진 시우의 말에 코피아는 두 눈을 감았다.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부모는 생각보다 높은 사람이었기에 마음이 복잡했던 것이다.

차라리 몰랐다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왜…… 왜 이제 와서 알려주시는 것입니까?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았을 것을…….”

“……모르는 것이 나았구나…….”

코피아의 진심 어린 말에 시우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코피아는 오히려 모르는 것을 원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을 테니,

그 말을 코피아의 입을 통해 직접 듣게 되니 시우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코피아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사부……?”

갑작스러운 시우의 행동에 코피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우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바닥에 이마를 대었다.

“미안하다.”

“사부가 무엇이…….”

“내가 너를 버렸다.”

우뚝.

“…….”

갑작스러운 시우의 사과. 시우의 몸을 일으키려 했던 코피아는 이어진 시우의 말에 몸을 그대로 멈추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하는 시우의 모습.

그의 모습에도 코피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근래 자신에게 창술을 알려준 사부.

엄격하지만 따뜻한 사부다.

한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부는 자신이 알던 사부가 아닌듯하다.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현실을 부정하던 코피아는 이내 응접실을 벗어났고 시우는 홀로 남게 되었다.

“크흑.”

코피아가 떠났음에도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한 시우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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