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7화
제97편 인재 스카우트
-불효자일세.-
<닥쳐.>
하여간 크산느 저 자식은 약 올리는 데는 일가견 있다니까.
아무튼 그렇게 대공가에서 3일은 금방 지나갔다.
케한과 목욕도 하고, 어머니와 산책하고, 어릴 때처럼 차도 마시고, 아버지와 사냥도 나가고, 영지 업무도 도와드리고.
그러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나는…….
“하아…….”
지쳐있었다.
황태자의 업무보다 더 힘들었다.
-고생했다.-
그런 나를 보며 크산느는 측은한 표정으로 나를 격려했다.
저 약 올리는 놈도 매일 매일 바쁘게 사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할 정도다.
나…… 앞으로 몇 년은 이곳에 안 올지도…….
아무튼,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낸 나는 대공가의 정문에 섰다.
“주군.”
나를 맞이하러 대공가까지 온 칼론.
알고 보니 녀석은 루드비히 후작령이 아닌, 수도에 있는 후작의 저택에 갔고, 때마침 아카데미 축제로 인해 유모…… 아니, 이모와 후작 모두 이곳에 있었기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왔다.
“잘하고 왔어?”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칼론의 여자친구인 레브도 소개했다고 한다.
내가 녀석을 위해 레브에게도 휴가를 주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칼론의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렸다.
“어머니.”
“그래 우리 아들.”
나의 부름에 슬픈 표정으로 대답하는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내일 황궁 오신다면서요.”
“…….”
대공가에서 황궁까지의 거리는 마차로 두 시간 거리이다.
그 말뜻은 아주 가깝다는 뜻.
그렇기에 어머니는 내일 황궁에 오시기로 했다.
아버지 또한 내일 어머니와 같이 수도로 오시고 말이다.
아무튼, 그런 나의 말에 어머니는 샐쭉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의 팔을 살짝 꼬집으셨다.
“아야!”
어머니의 꼬집기에 내가 오버하며 아파하자 어머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칼론을 바라보았다.
“잘 부탁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의 부탁에 각을 잡으며 고개를 숙이는 칼론.
하여간, 이모한테 저러는 건 뭐냐.
우리 어머니 섭섭하게.
“녀석…….”
그런 칼론의 행동에 어머니는 이제 익숙해진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쉬운 소리를 내셨다.
“형아 안녕…….”
“그래 케한아. 내일 보자.”
케한이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내일 수도에 있는 저택으로 오기로 했다.
슬퍼하는 케한을 향해 내가 일부러 해맑게 웃어 보이자 케한 또한 해맑게 웃었다.
귀여운 녀석.
아무튼 그렇게 인사를 마친 나는 말에 올라탔다.
“가자.”
“예!”
말에 올라타 고삐를 쥔 내가 말을 하며 말의 배를 찼고 칼론과 기사들이 힘차게 대답하고는 그런 나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우리들의 짧은 휴가는 끝이 났다.
* * *
“왔어?”
“어서 오십시오.”
“…….”
이 자식들 뭐지?
나는 오랜만에 돌아온 나의 방문을 열고는 순간 당황하여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파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드는 위즐리.
그리고…….
“차가 좋으십니까? 아니면, 귀환기념으로 술?”
나의 보물.
찬장을 열며 술병을 들어 보이는 레헤튼이 나를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레헤튼. 나는 술.”
“이 자식이!”
그때.
나의 뒤에 있던 칼론이 레헤튼을 향해 말하자 나는 순간 욱하며 칼론을 노려보았다.
움찔.
그런 나의 행동에 움찔하며 뒷걸음질 친 칼론.
나는 그런 칼론을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술 가져와.”
“예.”
“형아 나도!”
콩.
“넌 주스나 먹어.”
나의 명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레헤튼.
나는 헛소리를 하는 위즐리의 이마를 한 대 쥐어박고는 상석 소파에 앉았다.
“앉아.”
“아닙니다.”
“앉으라고.”
“…….”
나의 뒤에 서 있는 칼론.
녀석을 향해 정색을 하며 말하자 칼론은 눈치를 보며 앉았다.
이 자식.
한 번에 말하면 알아듣지 꼭 귀찮게 해요.
“응?”
그때.
레헤튼이 술병과 잔을 들고 와 소파 앞 테이블에 놔두었고 나는 4개의 잔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군. 위즐리도 가볍게 한잔은 주시지요.”
“안돼.”
레헤튼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녀석이다.
어디서 술을 먹으려고.
“형아는 15살에 마셨잖아!”
그때, 억울했는지 위즐리가 언성을 높이며 나에게 따져 들었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었다.
덥석.
그대로 술을 들이켜려 했던 위즐리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칼론이 손을 뻗어 위즐리의 팔을 잡은 것이다.
“주군이 허락하지 않으셨다.”
“아 진짜…….”
단호한 칼론의 음성과 표정에 위즐리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고 나와 레헤튼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것도 병이군.-
그때, 나의 어깨에 있던 크산느가 칼론을 보며 말했고 나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 정말 병일 것이다.
“참 우리 이번 아카데미 경쟁전에 참가한다.”
“당연히 구경 가야지요.”
“와아. 재밌겠다.”
나의 말에 레헤튼은 고개를 끄덕였고 위즐리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대신 내가 참가할 것이다. 너희들 또한 나와 함께 할 것이야.”
“그렇지요. 황제 폐하 대신 참……?”
“헐…….”
이어진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레헤튼은 이상한 것을 느끼고는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고 위즐리는 입을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놀랄 만하지.
꿀꺽.
그때. 옆에서 술 마시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붉은 머리의 미청년 칼론.
녀석이 나의 엄청난 말에도 불구하고 놀라지 않은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치사하게 혼자 말이다.
“칼론 놀라지 않아?”
내가 그런 칼론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레헤튼이 칼론에게 물었고 칼론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왜 놀라야 해?”
“아카데미 경쟁전이라고! 그곳에서 가장 위대한 황제 폐하 대신 황태자 전하가 우승자에게 상을 내린다고! 얼마나 영광된 일이야.”
칼론의 물음에 레헤튼이 언성을 높이며 칼론에게 말하자 칼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앞으로 주군이 하실 일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광이야.”
“…….”
“고작 이런 거로 흥분하지 마. 우리는 제국의 영웅, 역대급 천재인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의 수하야. 자중해.”
“헐…….”
“헐…….”
칼론의 대답에 그대로 굳어버린 우리 셋.
이어진 자세한 말에 칼론과 위즐리는 입을 벌리며 괴상한 소리를 내뱉었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내 친구. 건배하자.”
“영광입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센스 있었던 칼론과 술잔을 부딪쳤다.
이 자식.
밀고 당기는 솜씨가 제법이야 아주.
역시 내 호위기사다웠다.
“레헤튼.”
“네.”
“쓸만한 애들 눈여겨보고 있지? 네 밑에 쓸 애들.”
“이미 접촉을 했습니다.”
나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레헤튼.
그런 레헤튼의 대답에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 정도지?”
“5명 정도입니다.”
“전부 인스티오 출신인가?”
레헤튼의 대답에 내가 술잔을 기울이며 묻자 레헤튼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인스티오 2명 수블라오 3명입니다.”
“호오?”
예상외의 대답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뛰어난 수재.
대부분이 인스티오 출신인데 수블라오에서 3명이나 뽑다니?
“솔직히 말하면…… 저 정도의 천재가 아닌 이상 전부 거기서 거기입니다.”
하 이 자식.
레헤튼의 솔직한 말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위즐리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재수 없다.”
그러고는 정곡을 찌르는 말을 내뱉었다.
솔직한 위즐리의 말에 레헤튼은 그런 위즐리를 한번 째려본 다음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제게 필요한 자들은 저의 명령을 잘 알아듣고, 또 임기응변에 강하며 미처 예상치 못한 일에도 센스 있게 일 처리가 가능한, 그런 인재가 필요합니다.”
“요는, 뛰어난 지식인 보다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군. 네가 결정하고 생각한 일에 따를 수 있는 그런 사람.”
“네. 모든 사람이 칼론 같으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나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레헤튼.
그런 레헤튼의 대답에 피식 웃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 깔아 인마.”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레헤튼을 노려보는 칼론에게 경고했다.
레헤튼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저렇게 노려보면 안 되지.
“예…….”
나의 명에 칼론은 힘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피식 웃고는 다시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어느 조건이든 상관없어. 능력만 있다면. 믿어도 되지?”
“네. 주군이 저한테 명령을 내리면 저를 도와줄 아이들입니다. 이미 가족과 자라온 환경까지 모든 것을 조사했습니다.”
“좋아하는 색깔도?”
나의 물음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헤튼.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오늘 입은 속옷 색깔…….”
“입 다물어.”
나의 장난에 레헤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이내, 더 나가려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레헤튼의 입을 다물게 했다.
녀석이 적당히가 없어.
아무튼 나는 그런 레헤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행정과 전술 쪽으로의 인재는 문제없을 듯하다.
“위즐리.”
“나는 이미 계약 마친 상태야. 해밍턴 백작가라니까 모두 나의 수하가 되고 싶어 난리던데?”
15살의 나이에 신의라고 이름을 알린 위즐리.
3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뛰어난 의술로 인해 의사들에게 있어서 신으로 추앙받는 위즐리이다.
그런 위즐리가 속해있는, 의술에 있어서 최고의 명가 해밍턴 백작가.
궁중의원장인 해밍턴 백작으로 인해 모든 의사는 해밍턴 백작가에 들기를 원했고 위즐리는 그 배경과 명예, 모든 것을 이용해서 이미 뛰어난 의원과 계약한 상태였다.
“잘했네.”
빈틈없는 위즐리의 대답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나의 칭찬에 위즐리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은근슬쩍 술잔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애써 못 본척하며 고개를 돌려 칼론을 바라보았다.
“…….”
나의 눈빛에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듯 당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칼론.
그런 칼론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주군!”
그런 나의 행동에 억울해하며 나를 부르는 칼론이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녀석이 뽑은 놈들이라니…… 상상만 해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칼론 이 녀석에게 전쟁터에서 내 뒤를 맡길 수 있지만…… 그 이외에는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재미있지 않은가?
제일 중요한 것은 맡길 수 있지만 나머지는 믿음이 없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이것이 사실이었다.
“인스티오에서 3명, 수블라오에서 10명. 제 견습기사로 들어오기로 하였습니다.”
“호오?”
그런 칼론을 외면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칼론의 목소리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녀석답지 않게 완벽하게 보고하는 모습에 살짝 놀랐던 것이다.
“인스티오 출신들은 모두 뛰어나지만, 고위귀족과 왕족, 출신들입니다. 하여, 뛰어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배경이 없어 재능을 썩히고 있는 평민 3명과 마찬가지로, 재능은 있지만 배경이 없는 몰락귀족 10명과 계약을 했습니다.”
“…….”
“3명의 평민이 가장 실력이 뛰어나며 20살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올랐습니다. 이것은 아카데미에서 배운 무술과 마나 심법만으로 오른 경지이며, 체계적으로 배운다면 30 이전에 오러 나이트에 오를 것이라 판단이 되어집니다. 나머지 수블라오 출신들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