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화
제96편 평화로운 대공가
“헤헤. 나는 케한이야.”
-반말하지 마라 꼬마.-
“미안해요…….”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 케한, 그리고 차갑게 대답한 크산느.
크산느의 대답에 케한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입을 틀어막아 참았다.
아 내 동생.
어쩜 이렇게 예쁘니.
-괜찮다. 나는 요한의 친구, 크산느다. 반갑다 케한.-
“헤헤! 반가워요 크산느 형!”
-형이라…….-
케한의 사과에 쿨하게 고개를 끄덕인 크산느가 자신을 소개했고, 케한은 그런 크산느를 형이라 칭했다.
그리고 이 녀석은 형이라는 단어를 되뇌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고 말이다.
저 자식, 나이 천 살 넘는 거로 아는데 양심 없이 꼬마애한테 형이라는 소리를 듣네.
나는 그런 크산느를 놀리려다가 이내 관두었다.
크산느가 정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케한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동생을 보는 따뜻한 눈빛 말이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크산느가 내 동생 케한에게 애정을 가진다면 그것 또한 좋은 방향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케한은 에펜하르트의 핏줄이다.
크산느가 그런 케한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고, 녀석은 우리 핏줄에게 특별한 존재이니 특별히 케한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게 허락해주어야겠다.
“다른 형아들은 없어요?”
그때, 크산느와 대화를 나누던 케한이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케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다 자기 집에 갔어.”
“아하. 그렇구나.”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케한은 이내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면 형님은 오늘 자고 가요?”
“응.”
“와아!”
나의 대답에 만세를 하며 좋아하는 케한.
그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케한이. 형이랑 같이 잘까?”
“응! 목욕도 같이해요!”
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케한이 이내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와아!”
그리고 나의 대답에 다시 만세를 했다.
녀석, 그렇게 좋을까.
-오랜만에 나도 목욕 좀 해야겠군.-
“어쭈? 이렇게 낀다고?”
그때,
크산느가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끼어들자 나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런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크흠.-
그런 나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린 크산느.
그런 크산느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응! 크산느 형아도 같이해요!”
-그래.-
그때, 케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뜬 음성으로 말했고 크산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자식.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녀석, 너도 케한의 매력에 빠져들었구나.
“참 형아.”
“응?”
“엘프 일은 잘된 거예요? 엘프랑 친구 됐어요?”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이어진 케한의 물음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임무는 물론, 실의 결혼까지 이 모든 일의 일등공신은 바로 케한이었다.
그것을 잠시 잊어버렸던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케한을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케한이 덕분에 모든 게 완벽하게 됐어!”
“와아!”
그리고 케한은 다시 만세 하며 좋아했다.
녀석.
피 흘리게 해서 미안해 내 동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피를 봐야 했던 케한.
그것이 못내 미안한 나는 케한의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다시 각오했다.
케한이 만큼은 나처럼이 아닌, 훌륭하게 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이다.
* * *
“오랜만이구나.”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대공가의 본 저택에 들어선 나는 저택 1층 홀에서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주황색의 드레스를 입은 어머니는 여전히 아름다웠기에 조금은 차가운 어머니의 인사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못한 건 아는구나?”
“하하. 공사가 다망하다 보니…….”
어머니의 대답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훗. 그래. 그렇지. 어서 오렴 아들.”
나의 대답에 입가를 살짝 가리며 웃은 어머니는 이내 나를 향해 양팔을 벌렸고 나는 부드러운 미소로 그런 어머니를 안아주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생에서 20살.
그때는 어머니가 안 계셨지만 지금은 계신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한 나는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러고는 한 손을 내밀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와 식사 같이해주시겠습니까 아름다운 레이디?”
“호호.”
그런 나의 행동에 어머니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내밀어 진 나의 손에 손을 얹었다.
덥석.
아니 얹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낚아채었다.
“…….”
눈앞에서 어머니의 손을 빼앗긴 나는 벙찐 표정을 지었고 어머니의 손을 잡은 아버지는 나를 보며 예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서 와라, 아들.”
“하하.”
아버지의 행동에 당황했던 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 아버지, 왜 이렇게 귀엽지.
우리 어머니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은 이 상황에 나는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더 재미있는 건 아버지의 손에 잡힌 어머니가 손을 빼지 않으신다.
뭐지?
어머니도 조금은 변하신 듯하다.
이거…… 잘하다가 케한이 동생이 생길 수도…….
“배고프지?”
그때, 아버지가 그런 나를 향해 물었고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알베르토.”
“예.”
“케한이를 데려오게.”
그런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는 오랜만에 보는 알베르토에게 명령을 내렸고 알베르토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 왔어요~”
하지만 알베르토가 갈 필요는 없다.
나의 어깨에서 케한의 머리 위로 둥지를 옮긴 크산느.
그 두 녀석이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크산느는 나와 케한의 눈에만 보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딱 맞게 등장한 케한을 보며 어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케한이. 형아 온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맞게 왔어?”
케한의 볼을 만지며 환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
그런 어미니의 물음에 케한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어머! 그랬어?”
저 자식 저거.
대박인데?
케한의 대답에 어머니는 눈에 띄게 좋아하셨고 케한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내가 밥 같이 먹자고 오라 해서 온 거다.
근데 어머니의 앞에서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온 것이란다.
이거 물건이다.
그런 나의 눈빛을 느꼈을까?
케한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거짓말을 한 내 동생 케한.
최고다.
식당으로 장소를 옮긴 우리 가족은 정말 오랜만에 모든 가족이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항상 내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황궁 생활은 괜찮니?”
“그럼요.”
자주 황궁에 와서 나의 궁을 구경하고 확인까지 하던 어머니였지만 역시 걱정이 되셨나 보다.
황태자가 되고 나서 황궁에서 거주하는 나를 향해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고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도 어머니는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내가 아직도 어린애로 보이는가 보다.
“부인. 걱정 마시오. 녀석도 이제 20살이오. 곧 결혼할 녀석이니 괜찮소.”
그런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가 조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그제야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우리 아버지.
감정표현이 좀 풍부해지셨다.
옛날 목석 같던 이미지와는 아주 달라졌기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흠, 많이 먹거라.”
그런 나의 눈길을 느꼈을까?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며 나에게 말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본 식사가 끝이 나고, 후식으로 차와 과일이 식당 테이블에 마련되었다.
“폐하에게 들었다. 이번 아카데미 경쟁전에 네가 참가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아버지의 물음에 내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는 살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폐하 대신?”
대륙에서 큰 축제로 뽑히는 아카데미 경쟁전. 그리고 그곳의 우승자에게 상을 내려주는 높은 존재.
그 자리를 황제 대신 내가 한다는 것에 어머니는 놀란 듯싶었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 요한이는 황태자요. 모든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요한이의 수하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이오. 황제 폐하의 결정은 아주 옳았소.”
나의 대답에 걱정이 앞서는지 불안한 표정을 짓던 어머니.
아버지가 그런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건넸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를 향해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어머니.”
“그래.”
나의 부름에 걱정스러운 어조로 대답한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었다.
“저. 10살에 전쟁터에 나갔어요. 그리고 15살에 전쟁영웅으로 금의환향했고, 어린 나이에 오러 나이트에 오른 천재이며, 이번 밀리언 공국의 일도 완벽하게 처리하고 왔어요.”
어쩌다 보니 내 입으로 내 업적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런 나의 말에 어머니는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내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니 당황스러우시겠지.
“그러니 걱정 마세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들. 어디 나가서 꿀리지 않아요. 오히려 저를 찬양해요. 저 잘났어요.”
“뭐?”
아 마지막은 조금 오버했나.
나의 말에 어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다가 이내 소리 내 웃기 시작하셨다.
“호호! 그래. 우리 아들이 제일 잘났지!”
나의 말에 동의하시나 보다.
웃으며 대답한 어머니는 나의 손을 토닥거린 다음 나를 바라보았다.
“알겠다. 미안해 아들.”
“아니에요. 감사해요.”
나에게 사과를 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어머니의 걱정은 일단락되었다.
“다른 애들은?”
“다 본가에 갔습니다.”
“잘했다.”
아버지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하긴. 내가 애들 너무 부려먹기는 했다.
“위즐리는?”
“괜찮습니다.”
황제와 아버지는 알고 있다.
해밍턴 가의 비사와 위즐리의 본성.
그것을 염려한 아버지가 나를 향해 묻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잘 지켜보거라.”
“걱정 마세요.”
아버지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한테 친동생 같은 놈인데, 잘 지켜봐야지.
언제 녀석의 본성이 튀어나와 죄 없는 사람까지 죽일지도 모른다.
아니, 죄가 있더라도 극악무도한 죄가 아닌 이상 살인은 좋지 않다. 자제하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위즐리 녀석.
지금처럼, 또 최근에 보인 것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냐?”
“한 3일 푹 쉬고. 다시 황궁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멈칫.
아버지의 물음에 아무 생각 없이 답변하던 나는 순간 조용해진 분위기에 고개를 들었다.
“짧구나…….”
그리고 아버지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하…… 수련도 하고, 밀리언과 오스란, 그리고 하이아칸의 귀빈이 아직 있지 않습니까? 아카데미 졸업식이 끝나고 돌아갈 듯하니, 황태자인 제가 황궁에 있어야지요.”
“그래. 그렇지.”
나의 대답에 아버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보였다.
아버지의 얼굴에 드러난 섭섭함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케한과 애써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까지.
완전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