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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94화 (94/226)

제 94화

제94편 눈치 없는 칼론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데?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간 거야?”

코피아의 맥을 짚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위즐리.

코피아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얼굴을 굳힌 위즐리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열 나잖아!”

그러고는 언성을 높였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귀찮은 여자.

자신의 허락도 없이 아프니 괜히 짜증이 났던 것이다.

“아니야! 나 괜찮아!”

위즐리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코피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내 다시 소파에 앉고 말았다.

위즐리가 강하게 그녀를 눌러 소파에 앉힌 것이다.

‘어멋.’

박력 넘치는 위즐리의 행동에 얼굴을 붉힌 코피아.

그녀는 이내 두 눈을 내리깔았다.

위즐리가 그녀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얼굴 하나하나를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고개 들어.”

“넵.”

차가운 위즐리의 한마디에 즉각 고개를 든 코피아.

“하아…….”

하지만 너무 들어 버렸다.

위즐리의 눈에 코피아의 턱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에 한숨을 내쉰 위즐리는 이내 코피아의 볼을 잡았다.

그러고는 힘으로 내려 자신의 얼굴 앞으로 코피아의 얼굴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조용한 연구실.

연구실을 울리는 코피아의 심장 소리.

그리고…… 위즐리의 심장 소리.

조용한 연구실에서 코피아의 상태를 살피던 위즐리의 두 눈은 아름다운, 초록색의 눈앞에 멈추었다.

코피아의 두 눈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 상태로 굳어버린 코피아와 위즐리.

두근두근!

이내 둘의 심장박동 소리는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위즐리의 얼굴이 점점 코피아에게 다가갔고 코피아는 얼굴을 붉히며 두 눈을 감았다.

벌컥!

“위즐리! 뭐해!”

그리고 그 순간.

우리의 눈치 없는 칼론이 위즐리의 연구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화들짝.

그 순간 황급히 떨어진 코피아와 위즐리.

둘의 묘한 분위기에 함께 따라온 요한과 레헤튼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응 둘이 뭐해?”

하지만 우리 눈치 없는 칼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둘에게 물었다.

“야 가자.”

“네? 주군. 주군께서 위즐리한테 가자고…….”

“이 눈치 없는 친구! 어서 가자고!”

“응? 레헤튼 왜…….”

쾅.

그렇게 칼론은 요한과 레헤튼, 둘의 손에 의해 끌려나갔고 연구실 문은 다시 닫혔다.

“…….”

그리고 심각하게 어색한 귀엽고 풋풋한 청년과 여인이 얼굴을 붉히며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 * *

“눈치 없는 친구야.”

나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레헤튼이 칼론의 어깨를 툭 치며 구박을 주었고 그에 칼론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얘 왜 이러냐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콩.

“멍청한 자식아.”

그런 칼론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저거는 나이를 먹어도 변함이 없냐.

황궁의 궁녀들은 시크하다나 뭐라나 하면서 칼론 저 녀석을 좋아하는데 왜 우리들 앞에서는 저렇게 맹탕에 멍청한 걸까?

“주군…….”

내가 꿀밤을 먹이자 칼론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답도 없는 녀석.

“주군. 그나저나 위즐리 이 녀석 내심 걱정했는데 아닌 척하면서 뒤에서 아주 호박씨를 까고 있었군요.”

“그러게. 다행인데 괜히 괘씸하네.”

레헤튼의 말에 내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위즐리 그 자식 내가 이뻐했는데 말이야.-

크산느 또한 나와 같은 심정인 듯싶었다.

날개를 파닥이며 흥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왜? 위즐리가 왜?”

하아…….

이 눈치 없는 자식.

나와 레헤튼의 대화에 칼론이 두 눈을 반짝이며 레헤튼에게 물었고 나와 레헤튼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식.

진짜 멍청한 것 같았다.

벌컥!

그때.

황태자인 나의 방문이 강하게 열렸다.

황태자인 나의 허락도 없이 말이다.

그에 인상을 찌푸린 나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문을 발칵 열고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는 미청년.

“형아!!”

바로 위즐리였다.

녀석답지 않게 흥분한 얼굴로 소리치는 모습에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고 레헤튼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위즐리 왔어? 우리는 아무것도 못 봤어.”

“…….”

저 자식 바본가?

제국의 두뇌였던 램턴의 성을 받은 자식이 저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하다니?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괜히 찔린 레헤튼이 콕 집어서 자신의 잘못을 부정했다.

그 결과.

위즐리는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보았고 또 그 상황을 정확하게 짐작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칼론 형은 왜 방문을 함부로 열어! 노크 몰라? 어?”

“응……? 아…… 미안.”

처음 보는 위즐리의 흥분한 모습에 당황한 칼론은 당황한 표정으로 위즐리에게 사과를 건넸다.

하지만 위즐리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형은 배울 만큼 배웠잖아! 루드비히 후작가의 후계자이면서! 황태자의 호위기사로서 모든 교육을 다 받은 형이! 이러면 안 되지?”

“크흠…… 미안하다.”

아버지인 루드비히 후작에게도 듣지 않는 잔소리에 칼론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고 나와 레헤튼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런 둘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위즐리의 앞에서 작아진 칼론의 모습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형아랑 레헤튼 형도 똑같아!”

그런 우리 둘의 시선을 느꼈을까?

고개를 돌린 위즐리가 우리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고 나와 레헤튼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늘 미소를 짓고 다니는 놈이 흥분하니…… 귀여웠지만 무섭기도 했던 것이다.

이럴 때 건드렸다가 더 삐질 수도 있으니 내가 참아야지.

-오늘 위즐리의 새로운 모습을 보네.-

<그러게 말이야.>

평소 늘 청량하고 맑은 미소를 짓는 위즐리의 모습과 달리 인간적인 녀석의 모습에 크산느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그에 내가 동의했다.

녀석, 많이 컸구나.

“형아! 또 딴생각하지!”

“아니?”

귀신같은 놈.

내심 기특해하며 위즐리를 바라보던 나는 위즐리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였다.

이 자식. 결혼하면 마누라한테 바가지를 긁히는 게 아니라 긁을 놈이다.

아유 피곤한 놈.

“시끄럽다. 귀 따가워 죽겠군.”

그때.

우리 넷은 방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인상을 찌푸리며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고 있는 새신랑 실.

그가 마누라를 내버려두고 나의 방에 찾아온 것이다.

“숙모는요?”

“숙모라는 호칭이 아주 자연스럽다?”

“숙모를 숙모라고 부르지도 못해요?”

“또 까불지?”

“에이. 까불기는요.”

나의 말대답에 실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 나는 능글맞은 미소로 답했다.

죄가 있으니 말이다.

“동작 그만.”

그때.

실의 옆을 조용히 지나 방을 벗어나려 했던 레헤튼과 칼론, 그리고 위즐리.

차가운 실의 목소리에 셋은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차렷했다.

“레헤튼.”

“예. 공작님.”

“너는 저 녀석이 시킨다고 하냐? 모든 백성의 앞에서 품위 없이.”

바짝 얼은 채로 실의 물음에 대답한 레헤튼.

그런 녀석을 향해 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레헤튼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제 주군이시고…… 공작님보다 높은 직위이지 않습니까?”

고놈, 말 한번 잘한다.

정곡을 찌르는 레헤튼의 말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러고는 레헤튼을 살짝 놀려보았다.

“저놈이나 이놈이나.”

“하하…….”

실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짓는 레헤튼.

실은 그런 레헤튼을 보며 혀를 찬 다음 옆에 있는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야.”

“예.”

평소와 달리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는 위즐리.

실은 그런 위즐리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얼굴 좋아 보인다?”

“…….”

실의 말에 위즐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웠다.

“너.”

“예 스승님.”

실의 부름에 바른 자세로 대답한 제자 칼론.

실은 그런 칼론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스승이 불쌍하지도 않았냐?”

“경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가 한 게 잘했냐?”

“주군의 명이었습니다. 주군의 명이 잘못되었을 리 없습니다.”

저 자식이.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겨버리네.

아주 진심이 가득한 대답으로 말이야.

칼론의 대답에 날카로운 실의 눈빛이 이번에는 나를 향했다.

으쓱.

나는 그런 실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였고 실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세 명을 바라보았다.

“가봐.”

“안녕히 계세요.”

실의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건넨 3명은 나의 방문을 나섰다.

쿠웅.

아주 방문까지 닫아주고 가셨다.

의리 없는 자식들.

“앉으세요.”

그렇게 실과 단둘이 남게 된 나는 소파에 자리를 권했고 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덜컹.

“한잔?”

소파에 앉은 실을 지나쳐 벽에 있는 찬장에서 꺼내 든 술병.

북방의 설인족들이 만든 카이도를 흔들어 보이며 묻자 실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저 양반이 술을 거절할 리가 없지.

역시나 동의하는 실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카이도와 두 개의 잔을 들고 실의 앞에 앉았다.

뽀옹!

그러고는 카이도의 병뚜껑을 열었다.

새것답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열린 카이도.

나는 두 개의 잔에 적당한 양을 따른 다음 바로 뚜껑을 닫았다.

뭐……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말이다.

“지X한다.”

그런 나의 행동에 술잔을 집어 든 실이 피식 웃으며 투덜거렸다.

저 양반은 괜히 시비 거네.

이런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는 실의 투덜거림을 무시했다.

꿀꺽.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잔을 비운 우리 둘.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는 실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실을 바라보았다.

나의 눈빛을 무시하며 옆을 멍하니 바라보는 실.

그런 실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결국, 다시 카이도를 들었다.

아…… 이 아까운 거…….

뽀옹.

아까보다는 약하지만 여전히 맑은 소리를 내며 열린 카이도.

쪼르르.

나는 다시 실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아까보다 조금 적게 말이다.

쪼르르.

그리고 다시 나의 잔에 따랐다.

실의 잔에 있는 양보다 조금 많이 말이다.

“야.”

움찔.

그때.

나를 부르는 실의 음성에 나는 움찔하며 황급히 카이도의 뚜껑을 닫았다.

저 귀신같은 양반.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았다고?

“고생했다.”

“엥?”

하지만 이어진 실의 말은 나의 예상과 달랐다.

욕을 하며 술병을 뺏으려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고생했다고 격려를 한 것이다.

그에 내가 벙찐 표정을 짓자 실은 피식 웃고는 술잔을 들었다.

일단, 내가 적게 따르는 것은 모르나 보다.

에휴, 놀래라.

그런 실의 행동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나의 잔을 들었다.

꿀꺽.

그러고는 한 모금 마셨다.

짜르르!

그 순간 느껴지는 솨아! 한 기분과 짜르르한 기분.

그에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와락.

그러고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바로, 카이도를 한 모금 마신 실 또한 나와 같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휴 기분 나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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