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5화
제85편 세계수의 수호자
“이보세요! 아무리 황태…….”
나의 차가운 명령에 당황한 채 굳어버린 노노.
그의 뒤에 있던 붉은 머리 엘프가 흥분하며 앞으로 나섰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스릉.
“더 이상 움직이면 죽는다.”
나의 기사인 칼론이 검을 뽑아 그녀의 목에 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기 때문이다.
칼론의 공격적인 행동에 즉각 무기를 꺼내 들려 했던 나머지 두 명의 엘프 장로.
하지만 그들은 이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멈추었다.
“움직이지 마요. 아파해요.”
청량한 미소를 지은 시원한 미소년 위즐리.
그가 어느새 두 명의 엘프 장로 목에 비수를 가져다 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정령력을 거두어라!”
장로들의 위급상황에 주변에 있던 엘프 전사들이 급히 정령력을 끌어 올렸지만 이어진 로리와 위로로의 명령에 당황하며 정령력을 다시 거두었다.
“모두…… 무기를 내리고 무릎을 꿇어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연 위로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모든 엘프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털썩.
하지만 이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엘프족의 대전사이며, 1 장로이자 모든 엘프의 존경을 받는, 황제의 정보조직 블랙 문에 따르자면 여왕인, 하이엘프 로리보다 더 존경을 받는 존재, 위로로가 인간인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공국의 1 장로 위로로.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스르륵.
“공국의 하이엘프 로리.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밀리언의 가장 고귀하고 높은 두 존재.
그들이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복종의 자세를 취하며 방문을 환영하자 엘프들이 급히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러고는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대는?”
그런 엘프들의 행동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나의 앞에 있는 늙은 엘프를 바라보았다.
“…….”
우웅.
“말 안 듣는 개는 필요 없다.”
나의 물음에 감히 대답하지 않는 노노의 행동에 나는 겔루 칼립스를 소환하고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노는 움직이지 않았다.
“고통 없이 보내주마.”
그런 노노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은 나는 겔루 칼립스를 들어 올렸다.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멈칫.
노노의 목을 향해 내려가던 나의 대검 겔루 칼립스.
앞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나는 검을 멈추어 세웠다.
욱하던 붉은 머리의 엘프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이어 2명의 장로 또한 고개를 숙였다.
“그대는 고집만 가득한 늙은이이군.”
장로들의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은 내가 노노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속삭였다.
그런 나의 말투에 나를 한번 바라본 노노.
그가 이내 몸을 낮추었다.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최고 연장자 2 장로 노노.
그가 드디어 나에게 굴복한 것이다.
퍼억!
그리고 나는 그런 노노를 걷어찼다.
엎어져 괴로워하는 노노를 내려다보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말 안 듣는 개 필요 없다니까?”
“크윽…… 용서해주십시오.”
나의 말에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자세를 잡은 노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 노노의 행동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덥석.
그러고는 그의 머리칼을 잡아 들어 올렸다.
나의 눈에 보이는 금색의 두 눈동자.
나는 그 두 눈동자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말 잘 들을 거야?”
“예…….”
나의 물음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노노.
나는 그런 노노를 보며 눈웃음을 지어 준 다음 잡은 머리채를 놓아주었다.
콰앙!
아…… 조금 힘줘서 말이다.
이마를 바닥에 처박힌 노노가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있는 엘프들을 둘러보았다.
움찔.
그런 나의 눈길을 느꼈을까?
모든 엘프들이 움찔하며 더욱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돌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루드비히 후작을 바라보았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던 후작은 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나를 바라보았고 이내 우리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스윽.
그리고 루드비히 후작은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 *
띠링!
임무가 완료되었습니다.
위엄과 매력이 5만큼 오릅니다.
세계수의 수호로 인해 전 스탯이 5만큼 오릅니다.
“우오오!”
나무 위 가지에 걸터앉아 엘프들이 바친 과일주를 마시던 나는 나의 귀에 들려오는 음성과 함께 몸에서 느껴지는 활력에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전 스탯이 5만큼이나 올랐다.
5씩이나!!
-내가 세계수의 수호는 필요하다고 했지?-
기뻐하는 나를 보며 크산느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시뮬레이션 최고다!
“상태창!”
어서 빨리 상승한 숫자를 보고 싶은 나는 육성으로 소리 내며 상태창을 펼쳤다.
상태창
이름 : 요한 카르미언 듀크.
상태 : 대륙의 천재, 세계수의 수호자.
힘 +60 (+5) 민첩 60 (+5)
체력 62 (+5) 마나 75 (+5)
행운 56 (+5) 위엄 93 (+10)
매력 +108 (+10)
시뮬레이션 진척도
31/50
“키야아!!”
매력이 100이 넘었다!
엄청난 스탯 숫자에 나는 소리 내며 감탄했고 크산느는 피식 웃으며 나의 어깨에 앉았다.
“응? 근데 세계수의 수호자?”
-그래. 너는 엘프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세계수의 수호자가 되었다.-
대륙의 천재 옆.
처음 보는 글귀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크산느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그리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왜?
엘프들 때리고, 겁주고, 괴롭힌 내가 세계수의 수호자라고?
세계수 성향이 조금 이상한가?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홀로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향해 크산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그에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세계수가 이상한 성향을 지니고 있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네가 그분의 신뢰를 받는 존재이고, 시뮬레이션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에르?”
-님이시다.-
“예예~”
크산느의 설명에 내가 묻자 인상을 굳힌 크산느.
그의 말에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흑발 흑안의, 수상한 사내를 떠올렸다.
부드러우면서도 패도적인 기운을 지녔던 존재.
크산느와 수상한 사내 4명이 신이라 불렀던 존재를 말이다.
“그래서. 수호자는 뭐 하면 되는데?”
그 존재의 생각을 접은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며 물었다.
-아씨.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신경질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뭐냐고.”
으쓱으쓱.
그리고 나는 계속 으쓱거렸다.
파닥.
그런 나의 행동이 짜증 났는지 크산느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의 어깨에서 벗어났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세계수에게 물어봐.-
“내가 어떻게? 설마 무드 없게 다가가서 나무에 손을 올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말을 걸어라. 이런 식상한 이야기는 아니지?”
-…….-
“맞구나.”
-크흠.-
정곡을 찌른 나의 말에 크산느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유, 재미없어라.”
그리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런 크산느를 놀렸다.
-어서 가봐!-
나의 놀림에 크산느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고 나는 피식 웃었다.
“읏차!”
그러고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렸다.
차악.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오른쪽 대각선에 거대한 세계수가 보였고 나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세계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움찔.
세계수를 향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엘프들의 움찔거림.
저 녀석들 마음도 이해한다.
제멋대로인 내가 자신들의 신목을 향해 걸어가니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나는 이상한 짓 할 생각이 없다.
그렇기에 저들이 불안해하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형아 뭐하려고?”
어린 엘프들의 상처를 돌보아주던 위즐리.
녀석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 자식.
누가 보면 세계수 불로 태우러 가는 줄 알겠네.
“세계수 태울 것은 아니지?”
아니,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꽁.
“까불지 마, 인마.”
건방진 위즐리의 이마에 꿀밤을 놓아준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스윽.
어느새 다가와 나의 뒤에서 걷고 있는 칼론과 레헤튼.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는 세계수의 앞에 섰다.
“무슨 일이에요?”
세계수의 높은 가지.
루드비히 후작과 모든 조약을 마친 로리는 세계수의 앞에 선 나를 보며 화들짝 놀라며 뛰어내렸고, 이내 모든 엘프들이 뛰어내렸다.
“아이고…….”
그리고 루드비히 후작은 한탄하며 계단을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잠시 후.
내가 세계수의 앞에 서자 모든 주요인물이 나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내 꼬봉인 세 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 자식들.
나중에 교육 좀 다시 해야겠다.
아무튼, 수많은 존재들의 불안한 시선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당하게 세계수의 앞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스윽.
움찔.
그러고는 손을 들었다.
내가 손을 들자마자 반응하는 엘프들.
나는 피식 웃고는 세계수의 몸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감았다.
고요한 지금 이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세계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야.’
‘…….’
‘태워버린다?’
‘아파…….’
“응?”
나의 말에 대답이 없던 세계수를 향해 장난스레 말을 걸던 나는 생각지 못한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파…… 살려줘…… 아파…….’
‘뭐야? 왜 그래?’
괴로운 소리를 내며 살려달라는 애절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들려왔고 나는 당황하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다리…… 다리에 뭔가가 있어. 아파…… 너무 아파…….’
“…….”
이어진 세계수의 말에 손을 뗀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프들.
아마 저들도 대충 눈치채고 있겠지.
세계수의 몸에 내장된 신력이 나와 교류를 나누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그런 엘프들을 무시한 나는 고개를 돌려 레헤튼을 바라보았다.
“야.”
“예 주군.”
“삽. 삽 가져와.”
“네.”
갑작스러운 나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레헤튼은 군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위즐리와 함께 짐이 가득 실려있던 수레로 달려갔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위즐리는 양손 가득히 여러 개의 삽을 들고 왔다.
“파자.”
“예.”
“!!!”
삽 한 개를 받아든 내가 칼론과 레헤튼에게 명령을 내리자 둘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다음 삽을 집어 들었다.
“우와 흙 놀이!”
위즐리는 아주 신나 하며 삽을 집어 들었다.
“전하!”
“황태자 전하!”
삽을 집어 드는 나와 세 명의 행동에 로리는 물론, 루드비히 후작까지 경악하며 나를 말렸다.
푸욱.
하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삽을 바닥에 박았다.
퍼억.
그리고 모래를 한가득 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