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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83화 (83/226)

제 83화

제83편 대륙의 폐, 밀리언으로(2)

“나는 누구든 상관없다.”

“예?”

“서녀든, 평민이든. 네가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관없으니 밀리언 일이 끝나면 인사시켜주겠느냐?”

“……알겠습니다.”

열 살까지 평민으로, 그 이후에는 서녀의 자식으로 알고 자랐던 칼론.

그렇기에 칼론의 여자가 평민일 것이라 짐작한 루드비히 후작이 부드러운 미소로 달래듯 칼론에게 말했다.

그런 루드비히 후작의 부정에 부끄러운 듯 칼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야! 후작님 멋져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위즐리가 루드비히 후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레헤튼 또한 미소를 지으며 후작을 바라보았다.

레헤튼 그 또한 평민 출신이었으니 루드비히 후작의 생각에 감명받은 듯했다.

아니 정확히는 서자의 자식이었지만 말이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신분도, 종족도 초월하는 힘이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거라!”

그런 칼론의 모습에 상대가 평민임을 확신한 루드비히 후작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칼론을 응원했고 칼론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엘프들의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칼론의 대답에 미소를 짓던 루드비히 후작이 뒤에서 마차를 지키며 움직이고 있는 엘프들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동의한다는 듯 레헤튼과 위즐리, 그리고 칼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같은 위치의 동맹국이 아닌 속국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긴. 그동안 엘프들이 많이 건방지긴 했습니다. 우리에게 패배한 주제에 인간들을 깔보기나 하고…….”

나의 대답에 루드비히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런 후작의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귀족 중 가장 온화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루드비히 후작마저도 엘프들을 향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 귀족들은 오죽할까?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에 방어하기 위해 엘프들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말로 자신들을 위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한데…… 정말 실 공작님은 하이엘프를 마음에 들어 하십니까?”

“예?”

조금 더 다가온 루드비히 후작이 조심스럽게 묻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후작을 바라보았다.

나의 물음에 후작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만약, 실 공작님이 하이엘프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강하게, 아니라면 대충 달래주고 돌아올 생각입니다.”

“강하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후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공작이 진심으로 하이엘프가 마음에 든다면…… 강하게 나가서 저희가 주권을 잡아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엘프와 인간들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요. 우리가 주권을 잡고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하면 됩니다.”

“……강하게 나가도록 하지요.”

후작의 설명을 들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내렸다.

나의 결정에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강하게 나가는 것은 전하의 주전공이시니 맡겨도 되겠습니까?”

그런 후작의 말에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강하게 나가서 깽판 치는 것.

그것은 내 전공이다.

다 뒤졌어.

-요한.-

<알아.>

가만히 미소를 짓던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목소리.

그에 내가 마나 마우스로 대답을 했고 이내 손을 들어 모든 행렬을 멈추어 세웠다.

“……?”

갑작스러운 나의 명령에 칼론은 당황하면서도 바로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행렬을 멈추게 하였고 위즐리는 레헤튼의 앞으로 말을 몬 다음 품에서 작은 침을 꺼냈다.

언제라도 싸울 수 있게 말이다.

스륵.

그때.

우리의 앞에 4개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사람의 형태를 갖추더니 이내,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4명의 사내가 우리 앞에 섰다.

“뭐냐?”

왠지 모르게 익숙한 기운을 흘리는 수상한 놈들.

그들의 등장에 내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가장 선두에 있던 사내가 로브를 벗었다.

“호오?”

로브 속의 사내는 생각외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주신이자, 마신 에르 님을 모시는 크림슨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자신을 소개하더니 갑작스럽게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는 크림슨.

그의 행동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고 이내 벌어진 상황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자님을 뵙습니다.”

처음 보는 수상한 놈들이 나를 향해 성자라 부르며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형아……?”

그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일행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위즐리는 뒷걸음까지 쳤다.

빠악.

“죽는다.”

그런 위즐리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친 나는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4명의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죽여버리기 전에 꺼…….”

-요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그들을 향해 욕을 내뱉으려는 찰나.

나의 귀에 들려오는 다급한 크산느의 목소리에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늘 위로 날아오른 크산느를 바라보았다.

-어서.-

처음 보는 크산느의 진지한 표정.

그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잠시 휴식한다.”

그리고 일행들에게 휴식을 명했다.

* * *

“설명해봐.”

일행들과 조금 떨어진 숲 속.

그곳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은 내가 나의 앞에 서 있는 사내들을 보며 묻자 크림슨이라 소개한 노인이 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는 에르님의 종이자, 대사제를 맡고 있는 크림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그분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사기를 치는 상인들처럼 말을 시작하는 크림슨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웠다.

크림슨의 표정과 크림슨의 말을 들은 크산느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입니다. 처음 그분을 믿기 시작했을 때 들은 목소리가 첫 번째, 그리고 이번. 성인이 된 성자님을 찾으라는 목소리가 두 번째였습니다.”

“아니…… 내가 무슨 성자라고…….”

-에르. 맞아. 시뮬레이션은 그분의 안배거든.-

“…….”

크림슨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말을 하던 나는 나의 귀에 들려오는 크산느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행운 천재 시뮬레이션.

이것이 에르라는 신의 안배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갑작스러운 이 상황이 짜증 난 내가 신경질적으로 묻자 크산느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우웅!

그러고는 갑자기 기세를 일으켰다.

“주군!”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기운에 화들짝 놀란 칼론이 검을 뽑으며 나의 앞을 막아섰고 위즐리가 품속에서 암기를 꺼내 들었다.

“물러서.”

“형아!”

“물러서라고!”

나의 명에 움찔한 칼론과 나를 부르는 위즐리.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목소리에 힘을 주자 둘은 뒤로 물러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공중에 떠 있는 크산느.

아니, 크산느의 몸속에 들어선 새로운 존재를 바라보았다.

“누구지?”

-반갑구나.-

“!!!”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새로운 존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네 명의 사내들은 손을 모아 기도하며 고개를 숙였고 칼론과 위즐리, 그리고 레헤튼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나의 눈에만 크산느가 보였으니 말이다.

“왜 반말이야?”

-싸가지가 없구나.-

“당신만 할까?”

나의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지은 존재.

그를 보며 내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 존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파앗!

그리고 몸에서 빛을 뿜어냈다.

“!!”

“뭐…… 뭐야!”

“아아…… 에르님이시여.”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강렬한 빛.

그 빛은 이내 사라졌고 그 자리에 흑발에 흑안의 사내가 자리 잡고 서 있었다.

그 사내를 바라보며 칼론, 위즐리, 레헤튼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고 4명의 사내는 마치 신이라도 영접하는 듯 황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아이들과 함께 밀리언으로 가거라.-

“…….”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처음 보는 기운.

따뜻하면서도 용맹하고 패도적이며 부드러운 기운.

나를 달래주는 어머니 같기도 하며, 나를 혼내는 아버지 같은 기운.

그런 묘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의 복잡한 심경을 알았을까?

그 존재는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응원하마.-

파앗!

그리고 강렬한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하아…….”

황성의 아름다운 정원.

황족과 그에 준한 귀빈들에게만 허락된 정원의 의자에 앉은 청은발의 아름다운 여인, 엘로나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잘났어…….”

너무나도 잘난 자신의 남자친구, 요한을 떠올린 엘로나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이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여인이 어찌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오?”

벌떡.

그때.

엘로나의 뒤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에 엘로나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에스란 후작님.”

“이런.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화들짝 놀랐던 엘로나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존재가 에스란 후작임을 확인하고는 인사를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에 에스란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니에요.”

그런 에스란의 모습에 엘로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시 앉겠소?”

엘로나의 대답에 에스란 또한 미소를 지었고 이내 엘로나의 옆자리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에스란의 말에 엘로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그렇게 둘은 한 벤치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요한이가 많이 섭섭하게 하는 것이오?”

“아니에요. 그냥…… 제가 못나서 그런 거예요.”

잠시 풍경을 바라보던 둘.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에스란의 말에 엘로나는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에스란은 미소를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왕녀가 무엇이 못났단 말이오?”

“……잘난 남자친구가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이해하는 게 힘드네요.”

에스란의 물음에 엘로나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본심을 얘기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어머니, 친한 하녀에게도 하지 못했단 자신의 진심을 말이다.

그런 엘로나의 본심을 들은 에스란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뭐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오만.”

“네?”

생각지 못한 대답이었을까?

엘로나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런 엘로나의 모습에 에스란은 허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정원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왕녀 또한 잘난 사람이오.”

“!!”

“왕녀도 요한도 둘 다 잘난 사람이오. 한데 왜 왕녀만 이해를 해주어야 하오?”

“하지만…… 요한은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강하고, 영웅이며,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성질이 아주 더럽소.”

“풉!”

생각지 못한 에스란의 대답에 엘로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황급히 입을 가렸지만 이미 그녀의 웃음소리를 에스란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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