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화
제79편 황태자의 성인식(3)
“축하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수많은 하위귀족들의 인사를 받은 나는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익숙한 중년인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루드비히 후작.”
“이제 어엿한 성인이시니…… 황태자 전하께서 나아갈 앞으로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나의 대답에 루드비히 후작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에 나는 뒤에 있는 칼론을 힐끔 보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기대하십시오. 아주 재미있을 것입니다.”
“하하. 네. 기대하겠습니다. 부디 제 아들놈도 데리고 다녀주십시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싫다 해도 업어 갈 것입니다.”
후작의 농담 어린 말에 칼론이 당황하며 그를 불렀지만 이어진 내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루드비히 후작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물러났다.
나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한 귀족들이 아직도 많으니 말이다.
“축하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감사합니다. 해밍턴 백작.”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해밍턴.
그가 미소를 지으며 축하인사를 건네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해밍턴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는 나의 뒤에 있는 위즐리를 바라보았다.
“많이 배우거라.”
“걱정 마, 할배.”
“그래. 너를 믿는다.”
위즐리의 대답에 해밍턴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못났지만 하나뿐인 손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손자를 걱정하는 노인의 마음.
그에 나 또한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조금은 안도가 되었을까?
해밍턴 백작은 푸근한 미소를 지은 다음 물러났다.
“축하한다.”
“숙모님은요?”
예의 껄렁한 자세로 다가와 대충 축하인사를 건네는 실.
그런 실을 보며 내가 장난스레 묻자 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까분다.”
“진짜. 제가 도와드릴게요.”
‘임무 완료해야 되거든요…….’
그런 실을 보며 내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실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왜?”
“우리 삼촌, 노총각 딱지는 떼야지요.”
“하아…… 사람 많아서 안 맞는 줄 알아라.”
나의 대답에 욱한 실이 주먹을 들어 올렸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실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 숙모님이 보고 계시는구나?”
“이 자식이!”
우리 삼촌이 어디 눈치 볼 사람인가?
황제 앞에서도 나 때리는 인간인데.
한데 눈치를 본다.
여자 때문에 말이다.
정곡을 찌르는 나의 말에 실은 또 욱했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로리의 시선에 슬그머니 주먹을 내렸다.
하여간 이 양반도 여자 앞에서 찍소리도 못한다.
좋게 말하면 사랑꾼인 것인가?
우리 큰아버지도, 아버지도, 삼촌도 이 집안 남자들은 죄다 로맨틱에, 낭만적이며, 사랑꾼인 것 같았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주먹을 내리는 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잘 자란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흐뭇한 미소를 말이다.
“진짜. 죽는다.”
“어서 결혼시켜드려야겠군요.”
그런 나의 미소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실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경고했고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서 빨리 결혼시켜서 임무 완료하고 실을 괴롭히고 싶었다.
10년간 괴롭힘을 받았으니 실이 죽을 때까지, 한 70년은 거뜬히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짜릿해진 나는 생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벅저벅.
파티 홀에 들어선 이후로 처음.
파티의 주인공인 내가 걸음을 옮기자 모든 귀족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귀족들의 시선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한 테이블 앞에 멈추어섰다.
“!!”
내가 멈추어서자 놀란 표정을 짓는 주위의 귀족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는 나의 앞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반갑습니다. 엘프들의 여왕, 하이엘프.”
“반갑습니다. 황태자 전하.”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를 표하는 나의 인사에 로리 또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그렇게 형식적으로 인사를 나눈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여자. 눈빛만 봐도 통한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눈치챈 로리가 한 걸음 뒤로 빠지면서 뒤에 있던 밀리어 왕국의 귀족들을 소개해주었다.
“1 장로, 위로로 님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위로로입니다.”
로리의 소개에 위로로가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위로로를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삼촌 연애 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 이 인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엘프족의 대전사답게 상당히 강한 기운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 위로로.
그를 보며 내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자 위로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짜식. 눈치챘구나?
내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나는 위로로에게 가볍게 기선 제압한 다음 뒤에 있는 미남 미녀들, 아니 엘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숲의 종족 아니랄까 봐 정령들의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한다.
“밀리언 왕국의 80퍼센트가 숲이라는 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정말 궁금했던 한 가지 사실.
그것을 콕 짚어 내가 묻자 로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든 일족은 숲 속의 나무 위에 집을 짓고 거주하고 있어요. 숲을 보존하며 마을을 이루고 있지요. 저희 왕궁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와아. 정말 가보고 싶네요! 판게아 대륙의 폐라고 불리다는데…….”
“오시면 되지요.”
“로리 님!”
딱 걸렸으.
아니 일부러 걸린 건가?
나의 낚시에 로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걸려들었다.
로리의 대답에 위로로가 깜짝 놀라며 로리를 말렸다.
짜식아. 이미 늦었어.
속으로 피식 웃은 나는 겉으로는 눈을 반짝이며 로리를 바라보았다.
“정말 가도 됩니까?”
“네. 황태자 전하가 오신다는데 저희 왕국은 환영이지요.”
나의 물음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쳐주는 로리를 보며 나는 살짝 감탄했다.
이 아줌마. 연기 잘한다.
이것이 세월의 내공인가…….
로리는 엘프이기에 오랜 세월을 살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로리의 대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의 뒤에 있던 레헤튼을 돌아보았다.
“레헤튼. 내가 밀리언 왕국에 놀러 가는 것에 문제가 있나?”
“없습니다. 황제 폐하에게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래. 밀리언 왕국의 사절단이 돌아갈 때 같이 갈 수 있도록 처리해줘.”
“명을 받듭니다.”
역시 레헤튼은 눈치가 빨랐다.
나의 명령에 레헤튼은 군말 없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성인이 되고 나서의 첫 행보는 밀리언 왕국으로 확정되었다.
* * *
“찾지 못한 것이냐?”
“죄송합니다.”
깊은 동굴 속에 만들어진 거대한 제단.
만들어진 계단의 가장 높은 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내려오던 크림슨이 튜칸에게 묻자 튜칸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 튜칸을 보며 크림슨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
“요한이라는 이름이 흔치가 않아서…….”
크림슨의 위로에 튜칸이 변명하듯 말했다.
그런 튜칸을 보며 크림슨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튜칸을 바라보았다.
“괜찮다. 한데,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구나.”
“어떤 소문 말이십니까?”
크림슨의 물음에 튜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스승이자, 대사제인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매일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는 크림슨이 소문을 듣다니?
무슨 소문이란 말인가?
“황태자의 이름이 요한이라는 것 말이다.”
“……?”
“그리고 이번에 성인식을 하셨지.”
“!!!”
이어진 크림슨의 말에 튜칸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크림슨을 바라보았고 크림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을 만나 뵈어야 할 듯싶구나.”
“준비하겠습니다.”
20년간 동굴에서 기도를 올리며 가르침을 전하던 크림슨.
그가 2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한다.
* * *
바다 건너 판게아 대륙이 아닌 작은 외딴 대륙.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한 노인이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정말 기특한 형제군요. 형제의 이름이 뭐라고 하였죠?”
“트루히드 후작이라고 합니다.”
순백색의 사제복을 입고 있는 노인.
신성 교국의 주인이자 천신 미하일을 모시는 교황 그레고리우스의 물음에 성기사 단장 하인리히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하인리히의 대답에 그레고리우스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곧 만날 수 있겠군요.”
“네. 그리될 것입니다.”
“많이 바쁠 텐데 그만 물러 가보세요.”
하인리히의 대답에 그레고리우스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고 하인리히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미하일의 뜻대로.”
“미하일의 뜻대로.”
하인리히의 인사를 받아준 그레고리우스.
하인리히가 방문을 벗어나고 홀로 남게 된 그레고리우스는 거짓말처럼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러고는 신경질적으로 새하얀 사제모를 벗어 던지고는 입을 열었다.
“미하일은 개뿔.”
* * *
“우와 그거 맛있겠다.”
판게아 대륙의 모든 파티에서는 아이들의 친분을 위해 아이들만의 놀이 방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10살 이하의 어린아이들을 말이다.
그리고 요한의 뒤를 이어 대륙의 로얄 공자로 불리는 케한이 그곳에 들어섰다.
호기심이 넘치는 케한은 레헤튼과 위즐리의 도움으로 앤트 후작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에 이 방에 들어섰다.
그러자 케한의 눈 바로 앞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새하얀 케이크를 앞에 두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귀여운 보랏빛 머리의 소녀가 보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외모. 거기에다가 케이크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소녀의 눈빛에 케한은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본심과는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런 케한의 말에 소녀는 케한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민 어린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케한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드세요.”
“!!! 정말?”
생각지 못한 소녀의 말에 깜짝 놀란 케한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고 그에 소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생겼으니까 특별히 주는 거예요.”
“헤헤. 우리 형아가 더 잘생겼는데.”
“황태자 전하는 논외지요.”
“응? 우리 형아 알아?”
케한의 말에 소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고 그에 소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 전하 요한 님을 모르면 이상하지요. 그 완벽한 외모에, 대륙을 울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 거기에다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로맨틱 사랑꾼…….”
“케한이도 뛰어나!”
계속되는 요한의 찬양에 케한이 가만히 듣다가 가슴을 쭉 내밀며 말했다.
“훗. 네네.”
그런 케한의 모습에 소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기분이 상한 케한은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다시 입술을 집어넣었다.
자신의 형은 자신이 생각해도 아주 뛰어난 존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