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화
제78편 황태자의 성인식(2)
“흐음…….”
하이아칸 왕국의 손님들에게 배정된 별궁.
그곳에 기거하게 된 트루히드 후작은 자신의 손에 들린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잘 처리되었나?”
“예.”
서류를 내려다보던 트루히드 후작.
그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자 앞에 시립해 있던 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제야 트루히드 후작은 서류에서 눈을 떼고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러고는 눈을 올려 대답을 한 기사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흔적은?”
“물론 없습니다.”
“다친 데는?”
“미하일 님의 가호 덕분에 없습니다.”
트루히드 후작의 물음에 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그에 후작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분의 가호 덕분이지…… 어서 모든 인간이 그분의 가호를 받아야 하는데 말이야…….”
“곧 그리될 것입니다.”
트루히드 후작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그에 후작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지. 물러가도록.”
“미하일의 가호가 있기를.”
트루히드 후작의 축객령에 기사는 정중히 예를 표하며 말한 다음 물러났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된 트루히드 후작은 옷소매를 걷어 자신의 팔에 걸린 새하얀 팔찌를 바라보았다.
우웅!
트루히드 후작이 바라보자 동시에 따뜻한 빛이 트루히드 후작을 감싸 안았고 그에 기분이 좋아진 트루히드 후작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미하일 님의 뜻대로…….”
* * *
“이 친구! 언제 왔는가!”
황궁의 거대한 파티 홀.
황태자 요한의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제국 대부분의 귀족들과 각 왕국의 사절단들이 참석하였다.
넓은 제국, 그리고 그 봉토를 지배하고,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는 수많은 귀족들.
그 귀족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참가했으며, 각 왕국의 권력자들이 참가한 이 파티이다.
그렇기에 그 인원수는 어마어마했으나 이 파티 홀은 붐비지 않았다.
모든 귀족이 여유롭게 걸어 다니며 서로가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수많은 음식들이 나열되어있었다.
제국의 위상을 보여주듯 말도 안 되게 거대한 파티 홀.
그곳에서 대마법사라 불리는 앤트 후작은 자신의 벗인 에스란 후작을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허허 왔는가.”
제국의 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에스란은 앤트의 등장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는가?”
“어제 왔다네. 오늘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일부러 연락하지 않은 것이네.”
“그래도 연락은 하지 그랬나…….”
에스란의 대답에 앤트가 짐짓 서운하다는 듯 말하자 에스란은 허허 웃으며 앤트를 바라보았다.
“알겠네. 다음에는 꼭 연락하겠네.”
“안녕하세요!”
그때,
앤트의 손을 잡고 있던 귀여운 귀공자.
금발과 푸른 눈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귀여운 소년, 케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에스란에게 인사를 건넸다.
“허허. 케한이도 왔구나.”
같은 대공가에 살면서 자주 보았던 대공가의 작은 아들 케한.
그를 보며 에스란이 미소를 짓자 케한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가 같이 가자 하셨어요!”
“허허 그래그래. 우리 케한이가 몇 살이지?”
“7살이요!”
에스란의 물음에 케한이 손가락 일곱 개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런 케한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수많은 귀족들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의 동생이자 대공의 아들 케한 카르미언.
여기 있는 모든 존재가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어린아이 같은 케한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자기들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영애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던 코피아.
그녀는 웃음이라는 가면을 쓴 채 대화를 나누는 영애들에게 지쳐 잠시 할아버지의 옆으로 피신을 왔다가 귀여운 매력을 자랑하며 서 있는 케한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달려갔다.
“꺄악~ 우리 케한이 왔어?!”
“누나!”
덥석!
그런 코피아의 격한 반응에 무서울 법도 하건만 케한은 그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코피아에게 안겨들었다.
그런 천사 같은 케한의 행동에 코피아 또한 케한을 꼭 안아주었다.
“코피아. 다른 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칫…… 아. 앤트 후작님. 오셨어요?”
에스란 후작의 말에 입술을 살짝 내민 코피아는 케한을 놓아주었고 이내 케한의 옆에 서 있는 앤트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아주 아름답구나. 시집가도 되겠어.”
코피아의 인사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앤트.
그가 아름답게 꾸민 코피아를 보며 칭찬을 건네자 코피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누나 예뻐.”
그런 코피아를 보며 케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코피아의 손을 잡았고 코피아는 그런 케한을 바라보며 예뻐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장에라도 끌어안고 저 말랑한 볼에 볼을 부비고 싶지만 에스란의 말대로 이곳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 자제해야 했다.
“황제 폐하 드십니다!”
척.
그때.
파티 홀 내부에 울리는 시종장 드라칸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모든 귀족이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정 중앙에 있는 레드카펫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벌컥.
모든 귀족이 레드카펫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거대한 파티 홀의 문이 열렸다.
저벅.
그와 동시에 황제가 레드카펫을 밟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모든 귀족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파티 홀.
그곳의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 황제가 가장 상석에 있는 황좌에 앉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 예를 거두시게.”
“황제 폐하 만세!”
황제의 말과 동시에 수많은 귀족들이 복창하며 고개를 들었고 황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황태자를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모든 왕족과 귀족들에게 감사 인사드리오.”
“당연히 와야 하는 것이니 심려치 마십시오.”
황제의 말에 가만히 있던 하이엘프, 로리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황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런 로리를 바라보았다.
“고맙소. 귀국과 본국은 좋은 동맹으로써 앞으로 더 사이가 좋아졌으면 하오.”
“저희 왕국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황제의 말에 로리가 예의 바르게 대답했고 황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나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될, 황태자가 성인이 되는 날이오. 오늘 이후로 황태자는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할 것이며, 그에 맞는 책임이 주어질 것이오. 이에 불만 있는 자 있소?”
“없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가만히 있던 실이 힘차게 대답하자 황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성인식을 시작하겠소.”
“와아아!!”
황제의 선언과 함께 시작된 악사들의 연주.
그에 귀족들은 환호했으며 황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는 들라!”
벌컥!
황제의 외침과 동시에 열린 대문!
열린 문 사이로 네 명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와아!”
가장 선두에 있는 흑발, 적안에 아름다운 사내, 그 뒤를 지키고 있는 적발 적안의 기사, 그리고 금발에 안경을 쓴 미남, 하늘색 머리의 청량한 미청년.
바로 황태자 요한과 호위기사 칼론, 부재상 레헤튼, 신의라 불리는 위즐리였다.
대륙에 잘 알려진 요한의 수하들이었으며, 장차 제국을 이끌어나갈 인재들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귀족들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수많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긴 요한.
그는 황제의 앞에 도착하자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요한! 오늘 성인이 되었음을 알리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할 것이며, 황제 폐하의 뒤를 이어 훌륭한 성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태자 전하를 따르겠나이다!”
“황태자 전하를 따르겠나이다!”
“황태자 전하를 따르겠나이다!”
요한의 각오 선언과 동시에 칼론과 레헤튼, 그리고 위즐리 또한 한쪽 무릎을 꿇으며 큰 목소리로 모든 귀족과 황제의 앞에서, 황태자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런 넷의 모습을 보며 젊은 귀족들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젊은 인재 4명.
그들이 장차 제국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각오와 충성 맹세를 보니 왠지 모르게 자신들도 가슴이 벅차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중년 귀족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들은 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의 파도에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황태자의 각오를 황제의 이름으로써 인정한다! 황태자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각오를 지키도록 하라!”
“명을 받듭니다!”
황제의 말에 요한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힘 있게 대답했다.
“오늘부터 황태자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성인으로서 인정함을 발표한다!”
“와아아!!”
황제의 선언과 함께 끝이 난 성인식.
귀족들은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황태자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환호했다.
* * *
“축하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고맙습니다.”
오늘 파티의 주인공인 나는, 나에게 인사하러 오는 귀족 한 명 한 명을 반겨주었다.
예의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저는 변방 귀족, 라컨 남작이라고 합니다.”
“호오? 반갑습니다, 라컨 남작.”
“환영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생에서 영지에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어 막대한 부를 이루었던 라컨 남작.
그를 보며 내가 반갑게 맞아주자 라컨 남작은 황송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오스란 왕국의 국경에 있는 라컨 남작가의 노고는 내가 잘 압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 영광입니다 전하!”
당연히 자신의 성은 물론, 영지의 위치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던 라컨 남작은 내가 그의 영지에 대해 알은체를 하자 감동한 듯 두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영광인 듯 보였다.
아무튼 나는 그런 라컨 남작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 주었다.
“저의 힘이 되어주실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나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라컨 남작은 힘 있게 대답했고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렇게 라컨 남작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나에게 인사를 건넨 다음 물러났고, 그의 벗으로 보이는 귀족들이 라컨 남작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다.
그런 귀족들의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나는 라컨 남작을 이렇게 반갑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마음에 드시는 것입니까?”
가만히 나의 뒤에 시립해 있던 칼론.
녀석이 나를 향해 묻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돈 많이 벌 관상이야.”
“…….”
“뭐지? 그 표정은?”
나의 대답에 칼론이 얼굴을 찌푸렸고 나는 그런 칼론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제야 칼론이 황급히 표정관리를 하며 대답했지만 이미 늦었다.
꾸욱.
내 발이 녀석의 발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끄윽.”
“짜식이 말이야.”
괴로워하는 칼론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하위귀족들이 보였다.
-야 미소 장착.-
그런 귀족들의 모습에 크산느가 장난스레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빠르네…….-
이미 미소는 장착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