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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76화 (76/226)
  • 제 76화

    제76편 에스란 후작의 분노(2)

    쾅!

    별궁 안의 작은 대전.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자동으로 닫힌 대전 문.

    그에 시우는 허리춤에 있는 창에 손을 얹고는 경계 어린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뒷짐을 진 채 무방비한 모습으로 뒷모습을 노출한 에스란 후작.

    그의 뒷모습에 시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뒤돌아서 있는 후작의 모습.

    무방비한 후작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조금씩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린.”

    마른침을 삼키며 경계를 하던 시우.

    그는 후작의 입에서 알지 못하는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쿠웅.

    그 순간.

    시우의 앞에 무언가가 떨어져 굉음을 내었다.

    자신의 앞에 떨어진 고깃덩어리.

    한때 자신의 명을 받던 수하가 시체가 되어 그의 앞에 누워있었다.

    “…….”

    시체가 되어버린 수하의 모습에 살기를 일으키며 고개를 든 시우.

    그가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자세를 잡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

    “왜 내 수하를 죽인 것입니까!”

    시우의 물음에도 답이 없던 에스란 후작.

    이어진 시우의 물음에 후작은 조용히 몸을 돌렸다.

    흠칫.

    몸을 돌린 에스란 후작.

    그와 두 눈이 마주친 시우는 흠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변함과 동시에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네놈은 뭐냐?”

    부들부들…….

    엄청난 기세를 뿜으며 말을 건넨 에스란 후작.

    그의 물음에 시우는 감히 대답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공포라는 감정으로 인해 온몸을 떨었다.

    저벅.

    “내가.”

    저벅.

    “물었다.”

    저벅.

    “대답해!”

    쿠오오오!

    “커억!”

    털썩.

    단 세 걸음.

    에스란 후작이 움직인 걸음이다.

    그의 걸음과 동시에 에스란 후작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오러 나이트 상급의 강자 시우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하고 말았다.

    오러 나이트 상급.

    초월자 소드 마스터의 바로 아래 단계.

    대륙에서도 보기 힘든 고수인 시우다.

    한데 그 시우를 기세만으로 무릎을 꿇리고 만 것이다.

    대륙의 현자, 아니 드래곤 로드이자 골드 일족인 에스란.

    그의 분노 섞인 드래곤 피어에 한낱 인간인 시우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대답하라.”

    “크…… 허헉!”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토하고 있는 시우.

    그를 내려다보며 에스란 후작이 다시 물었지만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피를 토하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그에 분노한 에스란 후작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부우웅!

    덥석.

    그 순간.

    거짓말처럼 시우의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이내 자석처럼 에스란 후작의 손아귀로 날아와 목덜미를 내주고 말았다.

    “사…… 살려…….”

    괴로움에 말도 나오지 않는 시우.

    그가 공포 어린 표정으로 에스란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에스란은 무시했다.

    꽈악.

    그저 시우의 목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커…… 커헉!”

    더욱더 강해진 손아귀의 힘에 시우의 입에는 게거품이 물어졌다.

    그러기를 잠시, 시우의 두 눈동자가 완전히 뒤집히기 직전!

    쿠웅!

    “그만하시지요.”

    검은 머리의 사내.

    제국의 황태자 요한이 에스란의 팔을 내려쳤다.

    * * *

    “커헉! 허헉!”

    “…….”

    선생님의 팔을 내려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는 시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비켜라.”

    “불가합니다.”

    그런 시우를 노려보며 기세를 끌어올린 선생님.

    이성을 잃어버린 듯한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시우의 앞을 막아섰다.

    “한낱 인간 따위가…….”

    “그 인간 때문에 이렇게 분노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더 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의 예상이 맞는다면 선생님은 지금 코피아로 인해 시우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선생님은 드래곤이시군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설인들의 신, 북해신.

    하지만 실상은 블루 드래곤이었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선생님의 표정은 일그러졌었다.

    그리고 그 이후. 선생님의 몸에서 낯선 마나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마나를 제어하고 지배하는 디위니타스 심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몸에서 나와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마나를 지배하는 디위니타스가 아니라면 단 하나. 전설 속 마나 군주 드래곤만이 가능할법한 기운이 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조금 전.

    찰나의 순간에 뿜어져 나온 기세에 나는 확신했다.

    선생님이 전설 속의 드래곤이라는 것을 말이다.

    “알고 있었나?”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요.”

    선생님의 물음에 내가 빙긋 미소를 짓자 선생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가 선생님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이 당황스럽겠지.

    “선생님. 코피아는 선생님의 손녀입니다.”

    “…….”

    “이미 알고 계시지요? 시우. 이자가 코피아의 숙부라는 것을.”

    “닥쳐라!”

    우우웅!

    “크윽…….”

    역시.

    나의 말에 선생님은 격분하며 기세를 다시 끌어 올렸다.

    이것으로 확실했다.

    선생님은 코피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시우가 자신의 손녀를 훔쳐갈 것이라며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한 감정표현이 서툰 드래곤답게 말이다.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뭐라?”

    아 이것 좀 너무 갔나?

    나의 물음에 선생님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에 찔끔한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코피아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할아버지인데, 사랑 안 하겠습니까?”

    “인간들은 피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

    “귀여우시군요.”

    콰앙!

    아씨. 놀래라.

    나의 말에 투정부리듯 대답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리고 나에게 엄청난 불덩이가 날아왔고 말이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가 폭발하는 것을 보며 나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다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제자 죽이시려구요?”

    “절대 안 죽을 거라는 것 안다.”

    “야박하셔라.”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선생님의 성격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익숙하고 장난스레 그런 선생님을 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선생님의 가식적인 면모가 아닌 에스란이라는 존재가 좋았었나 보다.

    이상하게 괴리감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너는 정말 이상하구나.”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선생님이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의 제자가 이상하면, 선생님도 이상하죠.”

    피식.

    “어 웃었다!”

    계속되는 나의 장난.

    선생님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고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선생님을 가리켰다.

    “내가 언제?”

    “우리 아버지처럼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네.”

    나의 말에 선생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을 했고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의 말에 선생님은 다시 마나를 끌어 올렸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마나를 거두어 들었다.

    그리고 별궁 내부를 장악하던 드래곤 피어도 사라졌다.

    “후우…….”

    심장을 옥죄며 공포심을 자극하던 드래곤 피어.

    그것이 사라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나의 어깨에 앉아 있는 크산느에게 마나로 말을 건넸다.

    <고맙다.>

    -이 정도야 뭐.-

    오러 나이트 상급의 시우가 피를 토하며 기절한 드래곤 피어.

    그것을 자연스럽게 버틴 이유는 크산느가 나에게 힘을 보태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는 한결 편해진 기분을 느끼며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와락.

    그러고는 부드럽게 그런 선생님을 안아주었다.

    흠칫.

    갑작스러운 나의 포옹에 선생님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는 그런 선생님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선생님은. 저에게도, 황제 폐하, 아버지, 실 숙부. 마지막으로 코피아에게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항상 선생님의 옆에 있을 테니까요.”

    “…….”

    * * *

    “허억!”

    “일어났습니까.”

    의사들이 모여있는 의궁.

    그곳에 자리 잡고 누워있던 시우를 내려다보던 나는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시우를 바라보았다.

    “여…… 여긴……?”

    “의궁입니다.”

    “아아…….”

    나의 대답에 시우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피식 웃으며 그런 시우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왜 코피아에게 다가갔습니까?”

    흠칫.

    “……?”

    나의 물음에 흠칫한 시우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의문 가득한 시우의 얼굴.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대의 조카. 코피아. 아니, 릴리 오스란.”

    “!!!”

    나의 대답과 동시에 시우의 몸에서 진득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콰앙!

    그러고는 시우의 머리를 잡고 침대에 그대로 처박아 버렸다.

    “건방지게 어디서 살기를 내뿜어?”

    내가 봐주니까 정말 만만해 보이나 보다.

    별 같잖은 쓰레기가 나를 만만하게 보니 기분이 더럽다.

    짜증 나게.

    “권력에 눈이 멀어 조카를 버린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형! 참아!”

    침대에 처박힌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시우.

    그런 시우의 머리통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나의 팔을 잡으며 말리는 위즐리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놓았다.

    “…….”

    내가 손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우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래. 양심이 있다면 저게 정상이지.

    천성이 글러 먹은 인간은 아닌 듯싶었다.

    “고개를 드세요.”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위즐리.

    그런 위즐리의 말에 시우는 조용히 침대에 박힌 자신의 얼굴을 들었다.

    위즐리는 그런 시우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는 손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

    “큰 문제는 없어요. 내상을 입기는 했지만 약을 먹었으니 괜찮아요. 오늘 하루는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나 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겠소.”

    위즐리의 말에 시우가 힘없이 대답을 했다.

    그런 시우를 조용히 바라보던 위즐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코피아는 제 친구입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위즐리의 말에 시우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위즐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씩씩해 보여도 상처는 잘 받습니다. 당신이 그 아이의 숙부라는 것…… 밝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

    “형아. 먼저 나가 있을게.”

    위즐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시우.

    위즐리는 그런 시우를 무시하고는 나를 보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그렇게 위즐리가 밖으로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우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와서 당신의 죄책감을 덜려고 하지 마. 감당해. 그것이 당신에게 내리는 벌일 테니까.”

    “…….”

    “그리고…… 애 창술은 좀 봐줘.”

    “!!”

    이어진 나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짓던 시우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괜히 짜증이 난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코피아, 그 녀석이 당신에게 창을 배울 때는 정말 즐거워하니 말이야. 선생님께서도 찬성했으니 걱정 마.”

    “…… 감사합니다.”

    “감사는 선생님께 하도록 해.”

    시우의 감사인사에 나는 차갑게 말하고는 방을 벗어났다.

    콰앙.

    “크흐흑…….”

    그리고 닫힌 방문 사이로 시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놈.”

    저렇게 후회할 것이면서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인간이 다 그렇지 뭐.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또 후회하고 있겠지.-

    “후회의 동물이군.”

    -그게 당연한 거다.-

    나의 대답에 크산느는 피식 미소를 지었고 나 또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도 꿀꿀한데 우리 삼촌이나 괴롭히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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